채식과는 거리가 먼 이들도 채소의 다양하고 풍부한 맛에 반하게 되는 곳. 로컬릿의 남정석 셰프를 만났다.

감자로 만든 쫀득한 뇨끼와 깔끔한 시금치 크림 소스.
최근 종영한 <흑백요리사>가 남긴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그 덕분에 F&B 업계에 활기가 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무엇보다 출연한 셰프들을 향한 많은 관심과 응원이 이어지며 훈훈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팀전에서 패해 8강전에는 들지 못했지만 보면서 유독 아쉽던 셰프 중 한 명이 로컬릿의 남정석 셰프다. ‘국내 채소요리 1인자’라는 타이틀로 출연해 1대1 대결에서 승리했기에 그의 팬들은 아쉬움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3월 남양주 덕소에서 옥수동으로 이전해 같은 자리에서 로컬릿을 운영하고 있는 남정석 셰프는 채소 시장 ‘마르쉐@’에 참여하면서 채소요리에 전문적으로 접근하게 됐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미각에는 날이 서 있는 남정석 셰프.
“기회가 돼서 마르쉐의 파일럿 셀러로 참가하게 됐어요. 반응이 좋아서 그 후에도 계속하게 됐는데, 전국 각지에서 농산물을 가져온 농부들과 소통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이 즐겁더라고요. 참가한 모든 농부들과 협업을 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마르쉐 특성에 맞게 채소를 주된 재료로 해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비건인 분들이 안에 들어 있는 리코타 치즈를 뺀 건 없는지 묻더군요. 그래서 채식하는 분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보자 한 게 시작이었죠.”

로컬릿의 시그니처 메뉴인 채소 테린. 테린은 원래 육류나 내장으로 만들지만, 로컬릿에서는 백태콩과 다양한 채소로 포만감을 주는 채소 테린을 맛볼 수 있다.
로컬릿은 비건 식당은 아니다. 비건을 지향해 채소를 활용한 메뉴가 주를 이루지만 스테이크 메뉴도 있고, 갈은 고기나 새우 등이 들어간 메뉴도 있다. 그 덕분에 비건과 논-비건 고객이 함께 와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채소요리만 요리한 경력이 아니기에 가능했고, 채소 그 자체는 물론이고 생선 혹은 고기와의 조화로운 맛을 잘 잡아낸 것이 로컬릿 메뉴의 킥이다. “<흑백요리사>에서 1대1 대결 주제가 도화새우였어요. 채소가 나오면 더 좋았겠지만 새우는 활용할 수 있는 데가 많으니까 사탕 모양의 파스타인 카라멜레로 메뉴를 정했죠. 직접 키운 토스카나 케일도 가져가고, 도화새우로 만든 비스큐 소스와 즐겨 사용하는 캐슈넛 알프레도 소스, 그리고 무겁게 들고 간 파스타 머신으로 반죽부터 면까지 뽑아서 두 가지 색상의 카라멜레 파스타를 만들었어요. 방송에는 이런 과정이 나오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지만요.” 남정석 셰프는 인터뷰 당일 오후에 진행한 <흑백요리사> 팝업 식당에서 도화새우 카라멜레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차에 접어든 옥수동 로컬릿. 비건인은 물론이고 채소와 친하지 않은 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인다.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채소를 자르고 다듬는 밑작업이 많이 이뤄진다.

당근과 토마토 퓨레.

대한민국기능장을 받은 남정석 셰프는 그동안 몇 권의 요리책을 출간했다. 로컬릿은 2022년, 2023년에 ‘테이스티오브 서울 100’선에 선정됐다.

달콤한 단호박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호박 까넬로니 역시 인기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