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Young 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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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젊은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2024-25 아시아 파이널, 그 색다른 개성과 풍미가 가득한 홍콩 현장을 소개한다.

아디 퍼거슨이 선보인 요리 ‘군도의 축제’. 인도네시아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버려진 밀랍에서 영감을 얻어 지속 가능한 요리를 개발한 시모네 스카로파로의 ‘밀랍 속에 감춰진 것’.

앳된 얼굴의 젊은 셰프들이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손놀림을 가다듬고 있다. 식재료를 손질하고 채소와 고기를 다지는 소리, 냄비에서 뽀얀 김이 오르고 소스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가 현장을 메웠다. 셰프들이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손길과 함께 솥밥에서 올라오는 김이 조화를 이뤄 현장은 더욱 활기를 더했다.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의 요리경연대회 현장은 그야말로 긴장감 넘치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요리 철학과 창의력을 담아내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조리에 몰두했고, 이들과 짝을 이룬 멘토 10명은 곁에서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변에는 심사위원과 관람객이 숨을 죽인 채 열띤 경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스윈 수브라마니안의 ‘껍질을 깬 껍데기’. 게의 모든 부위를 고기처럼 활용해, 전통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아시아 지역 결선의 우승자, 아디 퍼거슨과 그의 멘토 매튜 커클리 Matthew Kirkley.

지난 10월 28일 홍콩 국제요리교육원(ICI)에서 열린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요리경연대회 2024-25 아시아 지역 결선에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는 세계 각국의 재능 아디 퍼거슨이 선보인 요리 ‘군도의 축제’. 인도네시아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있고 열정이 넘치는 차세대 셰프들에게 멘토링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미식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티다. 요리경연대회는 그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올해로 6회째를 맞으며 지금까지 1400여 명의 젊은 셰프가 참가했다. 또한 610명 이상의 멘토와 심사위원이 이들의 여정에 함께했다. 2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 대회에는 3000여 명의 셰프들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50개국에서 선발된 셰프 165명이 각 지역 결선에 진출했다. 아시아 지역 결선에서는 셰프 10명이 최종 무대에 올랐으며, 그중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김재호 셰프(안다즈 서울 강남)도 포함됐다.

셰프들은 3시간 동안 각자 준비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요리 10인분을 완성한 뒤, 심사위원 앞에서 요리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심사 과정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솥밥을 직접 퍼서 서빙하거나, 육수를 정성스레 순차적으로 부어 맛있게 먹는 순서를 안내하는 등 요리의 의도를 세심하게 설명했다. 우승자는 홍콩 레스토랑 벨론 Belon의 아디 퍼거슨 Ardy Ferguson이 선정되었다. 그는 2025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세계 결선에서 14개 지역 대표들과 실력을 겨루게 된다.

올해 아시아 지역 결선 심사위원으로는 아시아 미식계를 대표하는 저명한 셰프들이 참여해 경연 수준을 높였다. 2024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5위에 오른 홍콩 윙의 비키 쳉 Vicky Cheng을 비롯해, 일본 교토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무니 알리안 두카세 총괄셰프인 알레산드로 구아르디아니 Alessandro Guardiani, 홍콩 네이버후드의 데이비드 라이 David Lai 등 다양한 배경의 셰프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따뜻한 눈빛으로 젊은 셰프들의 요리를 세심히 평가하고, 그들이 만든 요리의 의도와 이야기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긴장감 넘치는 대회였지만, 심사위원과 멘토들이 참가자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이 대회가 미식계의 미래를 위한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INTERVIEW 

홍콩 윙 레스토랑 비키 쳉 셰프

셰프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과 음식 먹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맛도 중요한 요소지만, 요리의 완성도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쌓이는 부분이다. 셰프는 창의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훌륭한 요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또한, 팀워크가 중요하다. 셰프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셰프로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건 내가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나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다. 요리 인생은 마라톤처럼 긴 시간 동안 배워가며, 준비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신만의 요리 스타일을 정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겸손을 잃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다.

후배 셰프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시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식사는 보통 두 시간 반 정도로 추천하지만, 종종 네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고객들은 그 긴 시간을 기다리기 원하지 않는다. 요리 경쟁에서도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셰프들은 접시 10개를 완성하면서 온도도 유지해야 하므로, 너무 빨리 요리하기보다는 일정한 속도와 계획하에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그 외에도, 음식을 제때 접시에 올리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셰프가 승자가 될 것이다.음식의 글로벌화와 로컬라이징에서의 타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협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타협을 누가 하고, 어디서 발생하는지이다. 현지 식재료와 식습관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아서, 손님의 문화나 취향을 존중하되 요리의 본질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TV 프로그램과 미디어에서 스타 셰프들이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셰프가 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 TV와 미디어 덕분에 많은 사람이 셰프가 되고 싶어 한다. 실제로 셰프가 되려면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고 많은 배움의 과정이 있다. 셰프가 되는 길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글로벌 미식가들을 사로잡는다고 생각하나? 아시아 요리가 다음 웨이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요리가 오랫동안 선두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분명히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요리가 전반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다.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흥미로운 맛이 많기 때문이다. 수년간 이어져온 발효 과정과 매운맛 등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세계에 소개되기를 기대한다.

전통과 혁신이 만난 요리의 향연

윌리엄 이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노점음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어린 시절의 맛, 다 파이 땅’ 요리를 선보였다.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아시아 지역 결선은 정말 흥미진진한 요리의 향연이었다. 각 셰프가 선보인 요리는 그들만의 창의성과 유산을 담아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아시아 대표로 선정된 지역 우승자는 인도네시아계 캐나다인 셰프인 아디 퍼거슨. 그는 ‘군도의 축제’를 주제로, 인도네시아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였다. 자바의 대표적인 쌀 요리 나시 뚬뼁 Nasi Tumpeng과 홍콩식 오리구이를 응용해 수마트라의 전통 사테 파당 Sate Padang을 만들어내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독창적인 접근을 보여주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디렉터인 로베르토 카로니가 이번 대회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이 아디 퍼거슨의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이번 대회 수상자들. (왼쪽부터) 윌리엄 이, 아스완 수브라마니안, 아디 퍼거슨, 시모네 스카르파.

산펠레그리노는 결선 우승자와 함께 특별상을 3개 시상하며 각 셰프들의 요리에 담긴 이야기에 대한 가치를 폭넓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식계 소식지 <파인 다이닝 러버스 Fine Dining Lovers> 독자 투표로 선정되는 ‘파인 다이닝 러버스 상’은 자신만의 시그니처 요리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가장 잘 표현한 셰프에게 수여한다. 이 상은 몰디브 포시즌스 리조트의 아스윈 쿠마 카라나트 수브라마니안 셰프에게 돌아갔다. 그는 케랄라 전통의 게 요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게의 모든 부위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요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속 가능한 요리를 추구하는 셰프에게 수여되는 ‘산펠레그리노 사회적 책임상’은 방콕의 시모네 스카르파로 셰프가 받았다. 그의 요리, ‘밀랍 속에 감춰진 것’은 코사무이의 버려진 밀랍에서 영감을 얻어, 낭비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요리를 선보였다. 생선 필레를 밀랍으로 조리하고, 뼈를 분쇄하여 소스에 활용하는 등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을 고려한 접근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아쿠아파나 문화의 화합 상’은 전 세계 50개국을 대표하는 멘토들에 의해 선정되는 상으로, 지역 요리 유산을 현대적인 비전으로 재해석한 셰프에게 수여한다. 이 상은 싱가포르의 윌리엄 이 셰프가 차지했다. 그는 어린 시절, 말레이시아 음식 거리인 다 파이 당에서 다양한 노점음식을 즐기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요리법에 개인적인 현대적 비전을 더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요리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아시아 지역 결선에 오른 김재호 셰프는 아쉽게도 수상은 못 했지만,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대회 최초로 이북 요리를 소개하며,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아낸 ‘할머니의 꿩고기’를 선보였다. 김 셰프는 할머니의 이름 ‘전춘희’를 쓴 트레이와 함께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엽서 형태로 만들어 요리에 담은 의미를 더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일본, 발리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셰프들이 그들의 고유한 역사와 개성을 담아낸 요리로 각광을 받았다. 이 셰프들은 단순히 음식의 맛을 넘어,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와 창의적인 접근이 돋보였다. 미식계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는 순간이었다.

꿩 백숙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김재호의 ‘할머니의 꿩고기’.

발리의 전통과 재료에 주목한 바리안도 와유의 ‘현지의 맛을 따르거나 떠나거나’.

스테판 드 그라프는 네덜란드에서 자란 경험과 발리 요리를 조합해 독특한 풍미의 ‘전통의 맛과 현대의 향신료가 만나는 곳’을 선보였다.

아이 이치노세의 ‘음식의 미래를 향한 희망’. 프랑스와 일본의 전통 요리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INTERVIEW 

안다즈 서울 강남 미트앤코 스테이크하우스 김재호 셰프

대회는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나? 레스토랑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대회를 알게 되었다. 총주방장님이 2015년 이 대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다. 대부분의 요리대회는 소고기나 해산물 같은 특정 재료로 주제가 제한되어 있는데,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대회는 ‘시그니처 메인 디시’가 주제로, 개인적인 요리 철학과 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어 새롭고 흥미로웠다.

대회에 선보인 요리를 소개해달라. 꿩은 다릿살에 잔가시가 많고 비린내가 나서 익숙지 않은 재료지만, 잘 다루면 아주 매력적인 맛을 낸다. 백숙과 만두, 무침으로 꿩을 다양하게 표현해보고자 했다. 꿩 백숙은 가슴살에 대추, 인삼, 쌀을 넣어 백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리고 꿩 만두는 도토리 만두피를 활용해 북한 전통 음식을 보여주려 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꿩의 뼈로 육수를 만들고, 남은 살은 무침을 만들고, 오이와 사과, 오미자 드레싱을 곁들였다.

한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재료인 꿩을 선택한 이유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내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는 걸 깨달았다. 할머니는 이북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오셨다.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해주신 북한 음식을 많이 기억한다. 특히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꿩 요리를 좋아했기에, 이번에는 그 요리를 내 스타일로 재해석해보고자 했다. 플레이팅도 인상적이었다. 플레이팅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한지는 인사동에서 직접 구매했고, 아버지에게 할머니 이름인 ‘전춘희’를 붓글씨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음식과 함께 배치했다. 플레이트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사용했고, 커트러리도 내가 직접 준비했다. 이 음식은 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템 하나하나에 3대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할머니와 아버지의 영향을 반영한 상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대회 전날 받은 재료들의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약간 당황했다. 특히 밀가루 품질이 떨어져 도토리가루를 첨가해 만두피 점성을 조절했다. 또 한국에서는 이미 손질된 꿩고기를 받지만, 이곳에서는 날개와 머리, 발이 달려 있는 상태로 받았다. 꿩고기를 손질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현장에서 잘 대응하려 노력했다.대회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요리이지만, 북한 음식을 아시아 예선전에 와서 소개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제공: 산펠레그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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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 이래 단 한 번도 미쉐린 스타를 놓친 적 없는 알라 프리마의 김진혁 셰프. 그의 혁신과 창작력은 곧 알라 프리마의 개성이 된다.

카르나롤리 쌀로 만든 리조토. 닭 가쓰오부시로 우려 감칠맛이 풍부한 육수와 능이버섯, 누룩을 섞어 만든 능이버섯 페스토에 제철 보리새우와가을 트러플을 곁들였다.

차분하지만 개성 있는 알라 프리마의 내부 풍경.

통상적으로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가을은 비수기로 통하지만, 올가을 레스토랑 알라 프리마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추석 당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여파일 것이다. 오너셰프 김진혁이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레스토랑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첫 발간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견고하게 미쉐린 스타를 유지해온 덕분일 것이다. 2015년 그를 포함해 단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알라 프리마는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당당하게 1스타를 거머쥐더니,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2스타의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미식과 미쉐린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알라 프리마 역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터. 군 제대 후 ‘꿈이 전혀 없었다’는 그가 형 소개로 청담동의 한 로바다야키에 합류했을 때부터 목표는 단 하나였다. ‘내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자.’ 칼질도 못 하는 상태로 주방에 들어갔을 땐 그 누구보다 단무지를 잘 써는 게 목표였고, 야키토리를 구울 땐 전국에서 야키토리를 제일 맛있게 굽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주어진 역할에서는 최고가 됐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엔 외식 대기업에서 일하다 ‘마흔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요리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게 뻔한데, 망하더라도 해보고 망하자’는 결심으로 차린 게 지금의 알라 프리마다.

알라 프리마의 김진혁 셰프.

 알라 프리마의 혁신적인 요리와 꼭 닮은 레스토랑 내부 모습.

가게 한쪽을 장식한 2024 미쉐린 2스타 상패와 라 리스트 LA LISTE 상패들. 알라 프리마는 2018년, ‘라 리스트 2019’에 처음 등재된 후 최근 발표된 ‘라 리스트 2025’까지 계속해서 이름을 올렸다.

미식가들에겐 이곳이 코로나19 등의 위기를 버티고 지금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클래식’의 상징이지만, 김진혁 셰프의 손을 거쳐 즐겁게 변주된 메뉴들은 결코 고전적이지 않다. 김 셰프가 자부심을 느끼는 알라 프리마의 개성 또한 이것이다. “남들하고는 다르게. 이 디시를 보자마자 ‘이거 알라 프리마 요리잖아’ 할 정도로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어야죠. 식자재부터 남들이 잘 안 쓰는 것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고민해요. 의도적으로 한식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려 합니다. 물론 한식 카테고리에 우리 음식을 맞추면 외국 손님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게 타협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경험에서 우러난 새로운 요리를 해야 한다는 자존심도 있고요. 물론 제가 매니악한 만큼 단점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그 안의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해서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뜨거운 냄비에 다이콩 모찌, 갯장어, 루콜라, 튀긴 우엉과 제피 페스토를 올리고 생선 육수를 붓는, ‘일식이라 하기도, 한식이라 하기도 뭣한’ 메뉴를 보면 손님들이 재미를 넘어 ‘익사이팅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돌아가기 원한다는 그의 말뜻이 이해될 것이다. 이런 매니악함은 다른 레스토랑과 차별화된 유니폼의 디테일과 한국에서 유일한 인테리어에도 묻어나는데, 미쉐린 가이드에서 알라 프리마는 창작력과 혁신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노베이티브’로 분류되고 있다.

훈연 향이 매력적인 가쓰오 타다키. 점다랑어 아래엔 맛의 개성이 약하고 촉촉해 나머지 식자재를 잘 살릴 수 있는 용과를 깔았다. 일본 미소를 가미한 헤이즐넛 페스토엔 알라 프리마의 개성이 묻어난다.

다이콩 모찌, 갯장어 등이 들어간 뜨거운 냄비에 직접 생선 육수를 붓고 있는 김진혁 셰프. 테이블에 서빙된 냄비에 육수를 부어 김을 내는 건 이곳 시그니처 스타일 중 하나다.

이탈리아어로 ‘즉흥적으로’, ‘첫 시도’를 뜻하는 알라 프리마답게 그의 첫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요리를 내놨는데 반응이 별로면 저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잖아요. 그런데 식자재마다 제철이 있으니 시즌이 끝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돼요. 그럼 저는 1년 동안 더 생각을 하겠죠. 어떻게 하면 손님들 입맛에 더 맞출 수 있을지 고민도 하고, 부족했던 스킬도 더 노력하고. 그런 부분이 쌓이고 쌓이면서도 계속 새로운 시도가 되는 거예요.” 레스토랑 운영에도 첫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옛날엔 요리만 할 줄 알았지, 경영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에 많이 바뀌었어요. 몇 년 안으로 레스토랑의 공간이나 규모 등을 바꿀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인원을 분산시키고, 재료를 나눠 쓰면서 세컨드 레스토랑이나 캐주얼한 와인바 같은 곳을 차릴 수도 있고요. 운영한 지 10년이 되어가니 조금씩 깨닫게 되더라고요.” 새롭게 깨닫게 된 것 중엔 PR의 필요성도 있다. 과거 방송 섭외나 인터뷰 요청에 잘 응하지 않던 그가 변하게 된 데엔 직원들에 대한 남모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PR이 없으니 직원들의 프라이드에도 영향이 미친 것. “스태프가 제일 중요하지. PR을 해야 레스토랑이 돌아가고, 그래야만 돈이 모여요. 돈이 모여야 직원 복지가 좋아지고, 직원 복지가 좋아야 함께 오래 갈 수 있고요.” 한국 파인다이닝계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서 가진 자부심에 대해 묻자 “앞으로 더 잘되어야 생길 것 같다”는 겸손함을 보이면서도, 먼저 ‘사명’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직원과 후배 요리사들을 위해. “어디서든 부조리는 항상 있어요. 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 힘들지만, 그런 부조리들을 많이 바로잡아가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이 이 업계의 성장통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성장만 바라보고 쭉 달려오느라 놓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국 외식 문화가 더 성장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보낸 알라 프리마에서의 여정은 오너셰프로서 김진혁의 시야를 한층 더 넓혀줬다. 올해 10년 차를 맞은 알라 프리마의 10년 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레스토랑 플레이트들.

분주한 키친 스태프들의 모습.

프리토식으로 튀긴 제철 주키니꽃 위에 최고급 무늬오징어를 얹고, 레몬 소스를 더했다. 발효한 봄 머위꽃과 누룩이 들어간 주키니 퓨레는 단연 본요리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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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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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대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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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가 비싸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그만! 가격은 낮추고 퀄리티는 높인 세 곳의 오마카세를 다녀왔다.

스시야에서 느끼는 불향, 스시호센

참치 등살(아카미)

깨간장에 절인 광어

부추와 생강을 다져 올린 청어

즉석에서 화로에 구워주는 장어

광화문 맛집 중에서도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스시호센에 다녀왔다. 런치 가격은 6만원으로, 가격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스시야 중 합리적인 가격대와 구성을 자랑한다. 1시간 동안 15개 코스가 진행되며, 제철 재료에 맞춰 메뉴 구성은 조금씩 바뀐다. 먼저, 단호박 퓨레를 올린 차완무시로 시작했다. 부드러운 단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그다음은 제철 생선회 두어 점이 나오고, 아귀 간을 올린 김부각이 나왔다. 바삭한 부각의 식감과 아귀 간의 풍미가 어우러진 훌륭한 스타터였다. 스시류로는 시마아지(줄무늬 전갱이), 깨간장에 절인 광어, 우니와 관자, 참치 등살과 뱃살, 청어, 삼치, 잿방어 등이 나온다. 특히 참치 뱃살은 아부리로 내와 불향이 가득했고, 소금을 살짝 올려 감칠맛을 더해 맛있다. 담백한 기름기와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진 청어도 일품이다. 부추와 생강을 곱게 갈아 페스토처럼 만들어 올린 것이 특징이다. 스시 중간에는 입맛을 리프레시할 수 있도록 아귀살로 만든 가라아게가 등장한다.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가득했다. 하이라이트는 화로에 구운 아나고. 바다장어를 카운터에서 바로 구워내는데 퍼포먼스는 물론 그윽한 불향이 완벽했다. 또 횟감을 모아 큼지막하게 낸 후토마끼와 카스텔라 같은 교꾸도 든든하게 마무리하는데 좋았다. 후식으로는 말차와 팥앙금을 올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제공된다. 앙코르 스시도 가능하니 오마카세 입문자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가게 입구가 다소 어둡고 찾기 어렵다는 것. 빌딩 외부에서 바로 연결되는 입구가 있으니 참고하자. INSTAGRAM @hosen_seo EDITOR 원하영

가성비 스시의 미학, 스시소라 그린

안키모를 곁들인 광어 사시미

메로구이

대삼치 사시미

잿방어 캄파치

스시 오마카세가 이제는 더 이상 최고급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가성비 좋은 스시 오마카세를 찾는 20~30대들이 많아지면서, 미들급 스시도 인기다. 스시코우지가 운영하는 스시소라 그린 잠실점은 그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점심에 3만5000원, 저녁에 7만원이라는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퀄리티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아쉽게도 점심 예약 실패로 7만원인 저녁시간을 예약했다. 첫 요리는 차완무시. 참송이버섯과 밤 소스를 곁들인 따뜻한 달걀찜이 입안을 포근하게 감싸며 시작됐다. 이어 나온 광어 사시미는 아귀 간(안키모)을 곁들여 먹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녹진한 아귀 간의 고소함이 광어의 신선함을 배가시켰다. 이후 살짝 익혀 나온 삼치에는 겨자 소스가 더해져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다. 다진 참치와 단무지를 김에 싸서 먹는 토로타쿠는 씹을수록 김과 참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바지락 육수로 맛을 낸 스이모노 국물로 입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스시 코스가 시작됐다. 참돔과 한치 스시를 시작으로 이어 나온 연어 뱃살은 부드러움의 정점을 찍었다. 모찌가 들어간 미소 장국도 기억에 남는다. 방앗간에 직접 주문한 모찌란다. 이어 간장에 절인 참치 속살 스시, 그리고 참치 뱃살인 주토로는 그야말로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베스트는 잿방어 캄파치. 살짝 훈연된 듯한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마지막 앙코르 스시로 당연 잿방어를 외쳤다. 이후 전갱이, 성게를 얹은 단새우 우니, 후토마끼까지 이어진 스시의 향연은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가츠오부시 베이스의 우동과 달걀 요리, 그리고 우유푸딩에 라즈베리를 얹은 디저트로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스시소라 그린 잠실점은 가격 대비 훌륭한 식사 경험을 제공했으며, 가성비 오마카세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제 ‘가볍게 오마카세나 먹으러 갈까?’ 하는 날이 오는 걸까. TEL 02-424-5500 EDITOR 원지은

을지로 가심비 오마카세, 스시 소우카이

 

참치 초밥

한치 초밥

고등어 초밥

가성비 넘치는 오마카세로 소문이 자자한 서울 을지로의 초밥 맛집 스시 소우카이. 2022년 증산역에서 을지로로 이전하면서 프라이빗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청어알을 얹은 상큼한 오키나와 해초 샐러드로 설레는 런치 코스를 시작했다. 이곳의 큰 특징은 무쇠 가마솥에 지은 따뜻한 밥과 3년 숙성 된 적초가 버무러진 샤리다. 도미나 광어 같은 흰살생선 살을 올리면 불그스름한 쌀이 대비를 이룬 색상이 눈길을 끈다. 가성비의 끝인 런치 코스임에도 적초로 간을 맞춘 새콤한 밥과 그 위에 보란 듯이 올라간 도톰한 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스시마다 세심하게 달리 나오는 간장은 주인장이 손으로 직접 발라 내온다. 여름 끝물에 만난 살 오른 잿방어는 기름지고 담백했다. 입에 넣자마자 고소함이 진하게 차오르니 올여름이 가기 전에 못 먹으면 아쉬울 뻔했다. 해산물의 신선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벽에 통영에서 막 올라온 전갱이는 싱싱함이 넘쳐 난다. 퀄리티 좋은 참치 속살과 참다랑어 뱃살을 올린 스시는 적초로 간을 맞춘 샤리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바다의 푸아그라로 불리는 귀한 아귀 간을 올린 안키모도 런치 코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고소함이 돋보이는 감칠맛에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앙코르 스시로 한 점 더 받아 먹으니 만족감이 배가됐다. 지루하지 않도록 새우 고로케 같은 튀김류와 쫄깃한 사누끼 온면으로 중간에 입가심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일본식 회덮밥인 지라시스시를 재해석한 메뉴도 독특했다. 연어알과 단무지, 흰살생선이 김말이 형태로 돌돌 말려져 나왔다. 양껏 준비된 재료와 알찬 구성의 식사는 달걀을 빵처럼 구운 카스텔라와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 디저트로 마무리. 살짝 배도 부르고 혼자 먹기에 딱 적당한 양이다. 겨울에는 메뉴가 조금 바뀐다고 하니 새 계절의 스시 소우카이를 기다려봐야겠다. 런치 오마카세 6만원, 디너 오마카세 12만원. INSTAGRAM @sushi_soukai EDITOR 박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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