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혹은 차와 함께, 드넓은 뷰를 자랑하는 카페 세 곳.
북한산과 한옥을 배경으로, 일인일상

일인일상으로 향하는 길을 걸다 보면 은평구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이내 실감하게 된다. 널찍한 길, 풍성한 녹음, 언뜻 풀 내음이 스치는 동네. 주중의 소란함을 상쇄할 만한 주말의 한적함이 이렇게 보장된다면, 당장 이사 오고 싶다. 일인일상은 은평구 매력의 출처인 한옥마을과 북한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오미자차와 쑥, 앙금 등 한국적인 재료로 만든 디저트가 양병용 작가의 소반 위에 정갈하게 오른다. 일인일상이라는 이름 그대로 한 사람당 하나의 상차림을 누릴 수 있다. 뻥 뚫린 창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의 푸르름과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산 표면의 박력이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 1층부터 6층까지 이어지는데 3층까지는 카페로, 4층과 5층은 식사 공간으로 운영된다. 5층 별관은 예약제로 운영되어 소규모 행사를 치르기에 적합하다. 특히 6층 루프톱은 북한산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한옥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포토 스폿이다. 이곳에 들르기 전, 북한산 둘레길을 여유롭게 거닐거나 사찰음식으로 이름난 진관사를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산을 마주하여 사계절 내내 아름답고, 한옥마을이 늘 고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야경 또한 환한 낮에 모자라지 않다. 이슬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면 풍경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므로 날씨에 상관없이 방문해도 좋다. 만약 한국 전통적인 분위기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의 친구가 있다면 일인일상을 소개해보자. 아마 꽤 괜찮은 가이드라는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다. INSTAGRAM @1in_official

커피로 완성한 풍경,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는 한강 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독보적인 좌표다. 네모난 통창 프레임 안으로 한강과 여의도, 밤섬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마치 거대한 풍경화를 감상하는 기분이다. 7층은 워크인으로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카페로, 낮은 소파와 라운지 가구로 구성돼 이름 그대로 ‘집’처럼 느긋하다. 반면 6층 시즈널 커피 바는 예약제로 운영되어 좀 더 조용하고 몰입감 있는 분위기다. 바에 앉으면 바리스타가 커피 코스를 제안하고, 그에 맞춰 한 잔씩 섬세하게 내어준다. 대표 메뉴는 ‘커피 플라이트’. 원두와 추출 방식을 선택해 세 가지 커피를 비교하며 마실 수 있다. 다양한 원두 선택지가 있는데, 지난 4월 새로 출시한 ‘2026 개화 블렌드’를 선택했다. 에티오피아와 게이샤 베이스의 블렌드로, 플로럴한 향과 베리, 복숭아 뉘앙스가 은은하게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화사한 인상. 특히 에스프레소가 인상 깊었고, 라테는 딸기우유처럼 부드럽고 향긋한 여운이 좋았다. 필터는 상대적으로 연하고 가벼운 편이지만, 깔끔하게 마무리하기엔 오히려 적당했다. 커피를 다 마신 뒤에는 ‘애프터 커피’를 추천한다. 커피 칵테일 메뉴인데 에스프레소 마티니, 블랙 네그로니 등 선택지가 있지만, 이날은 커피하우스 사워를 주문했다. 은은한 커피 향 위로 레몬의 상큼함이 올라오는데, 예상보다 훨씬 밸런스가 좋다. 디저트도 꽤 수준급이다. 재스민 애프리콧은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재스민 크림 안에 살구와 말차 크림이 들어 있어 향, 산미, 고소함이 균형을 이룬다. 반면 흑임자 베리 케이크는 묵직하고 쌉싸름한 풍미가 매력적이라 진한 커피와 잘 어울린다. 배 얼그레이 무스는 비주얼은 훌륭하지만, 배 퓨레의 산미가 다소 강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있을 듯. 무엇보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경험의 밀도다. 한강 뷰, 공간 완성도, 친절한 응대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 커피를 잘 아는 사람은 물론,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카페’가 아닌 ‘커피하우스’로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해질녘이나 야경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뷰 하나만 보고 가도 만족스럽지만, 결국엔 커피 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INSTAGRAM @bean_brothers


차경 한잔, 차담 by 갤러리 더 스퀘어


서울 시내에 이런 풍경이 아직 남아 있나 싶었다. 성북구 정릉동, 꽤 굽이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야 닿는 ‘차담 by 갤러리 더 스퀘어’는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쉽게 마주치기 어려운 곳이다. 국민대 명원박물관 안에 자리한 이 찻집은 현대식 건물과 한옥, 작은 연못과 정자가 한 장면처럼 이어지며 도착하는 순간 분위기로 압도한다. 이제 막 봄 기운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찾아가 꽃이 만개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덜 찬 계절감 덕분에 이곳이 사계절 내내 다른 얼굴을 보여주겠구나 싶었다. 외진 곳이라 조용히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로컬 손님들로 가득 차 그 풍경이 오히려 좋았다. 메뉴는 교토 우지 말차와 제주산 말차를 주문했다. 홈메이드 유자버터 단팥 샌드 모나카와 함께 나오는 구성이다. 참고로 이곳에는 커피 메뉴가 없다. 차 맛은 그럭저럭 평범했는데, 모나카가 진짜 킥이다. 바삭한 모나카 사이에 달콤한 단팥과 유자의 산뜻한 향이 어우러져 차와 함께 먹을 때 밸런스가 꽤 좋았다. 날씨가 좋다면 꼭 테라스 자리에 앉을 것. 작은 연못 너머로 한옥 정자가 보이고, 차 마시는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실내 역시 단정한 목재 톤으로 정리되어 있고, 안쪽에서는 다양한 다기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만연한 꽃으로 가득한 봄 장면도 좋겠지만, 짙은 녹음이 내려앉는 여름에도 분명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와도 좋고, 서울 안에서 잠깐 멀리 떠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찾아가기에도 적당하다. 북적이는 카페 대신 차향과 차경을 누리고 싶은 날, 들러볼 만하다. INSTAGRAM @gallery_the_squa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