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F&B 브랜드 네 곳.
쫄깃한 한입, 아임도넛



일본 후쿠오카에서 시작한 도넛 전문 브랜드 아임도넛이 지난해 성수점에 이어 최근 홍대점도 오픈했다. 유명 베이커리 아맘 다코탄을 운영하는 히라코 료타 셰프가 선보인 브랜드로, 뉴욕과 대만에 이어 한국에 글로벌 세 번째 매장을 열며 화제를 모았다. 주말 오전 홍대점을 찾았을 때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후쿠오카에서 처음 방문했을 때도 오래 기다린 기억이 있어 여전한 인기를 실감했다. 아임도넛의 대표 메뉴는 생도넛이다. 브리오슈 반죽을 사용해 일반 도넛과는 확연히 다른 식감을 구현했다. 개인적으로 도넛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기름진 맛과 과한 단맛, 먹고 나면 입안에 남는 텁텁함 때문이다. 그런데 아임도넛은 조금 달랐다. 손으로 자르면 식빵 결이 길게 늘어나듯 쫄깃한 탄성이 느껴지고, 입안에서는 의외로 가볍고 담백하다. 일반 도넛 특유의 기름진 여운도 거의 없다. 다양한 토핑과 크림도 훌륭하지만, 아임도넛의 진짜 매력은 반죽 자체에 있으니, 오리지널 메뉴부터 맛보길. 한국 매장에서는 허니 막걸리, 김 글레이즈드, 귤 크림치즈 메이플 프로슈토 등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지점마다 메뉴 구성 역시 다르다. 홍대점에는 타마고, 오믈렛과 함께 쑥 화이트 초콜릿 브륄레, 쑥 앙금 등 쑥 한정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이 외에 초콜릿 글레이즈드는 과하지 않은 단맛이 좋았고, 크림은 적당한 산미 덕분에 끝맛이 산뜻했다. SNS에서는 독특한 비주얼과 화려한 토핑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막상 먹고 나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반죽의 식감이다. 평소 도넛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한번쯤 먹어보라 권하고 싶은 이유다. 줄 서서 먹는 풍경보다 인상적인 것은 의외로 담백한 맛과 가벼운 식감. 먹고 나면 또다시 생각나는 도넛이었다.
INSTAGRAM @imdonut.kor
마침내 서울에서 만나는 중국의 프리미엄 밀크티, 차지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 패왕차희)가 한국에 진출한 지 약 3개월째. 모든 지점이 여전히 붐비는 것을 보면 그 관심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차지뿐 아니라 서울에 먼저 오픈한 다른 밀크티 프랜차이즈, 이를테면 아운티제니와 차백도, 헤이티 또한 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각에도 신촌과 홍대 입구 등에서 많은 사람을 끌어모은다. 매장 풍경은 대체로 비슷하다. 대부분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 후 테이크아웃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때 사방에서 중국어, 일본어, 영어가 들려오고, 젠틀몬스터 같은 브랜드 쇼핑백을 든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캐리어를 끌고 온 여행객부터 한 손에 보냉백을 두세 개씩 들고 나설 만큼 대량 주문을 한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매장 스크린에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린다. K 팝 아이돌 그룹들이 중국 공연 후 사 먹는 것으로 잘 알려진 차지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이 ‘공간’에 있다. 다른 브랜드가 테이크아웃에 집중하는 반면, 차지는 티하우스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가는 문화를 독려한다. 대부분의 매장이 깔끔하고 넓은 좌석, 채광이 잘 드는 통창, 은은한 조명을 갖춰 프리미엄 티 브랜드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시그니처 메뉴는 재스민 밀크티인 ‘백아절현’이다. 보통의 밀크티라면 얼그레이나 다즐링,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정도가 익숙하겠지만, 이곳은 재스민의 깊고 진한 향이 입안에 감돌아 낯설면서도 이국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우롱차를 즐기는 이라면 ‘다홍파오’ 밀크티도 좋은 선택이다. 차 향이 강하면서도 우유의 묵직한 텍스처가 부드럽게 어우러져 편안하게 넘어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성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바쁜 일상 중에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차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차지의 일곱 번째 매장이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걸 보니,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려도 좋을 것 같다.
INSTAGRAM @chagee.kr
자라가 선보이는 한국적인 맛, 자카페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의 카페, 자카페가 지난해 명동 눈스퀘어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과 함께 문을 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 중국 난징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 매장이다. 자카페는 국가마다 지역의 전통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활용하는데, 마드리드 매장이 아라비아 건축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서울 매장은 한국 돌담을 모티프로 꾸며졌다. 이러한 연출에는 자카페가 위치한 지역과의 문화적 연결을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 덕분에 절제된 회색 빛으로 꾸며진 매장에서는 형형색색의 디저트와 음료가 대비를 이루었다. 한국 전통 음료와 디저트에서 착안한 ‘수정과 라떼’, 마카롱을 모나카와 결합한 ‘모나카롱’ 또한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시그너처 메뉴다. 어색할 것 같던 수정과와 커피의 조합은 우려와 다르게 향긋한 조화를 이루었다. 계피 향이 홀로 튀거나 겉돌기보다는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함께 주문한 ‘곶감 크림치즈 모나카롱’과 ‘팥 만주’는 서양식 디저트보다는 평소 즐기던 한국 전통 디저트 맛에 가까웠다. 팥 만주엔 담백한 팥 앙금이 아낌없이 가득 차 있었고, 마카롱 형태를 한 모나카롱 속 크림치즈는 자칫 너무 달게 느껴질 수 있는 곶감에 짭조름한 밸런스를 더했다. ‘딸기 타르트’도 인상적이었다. 빈틈없이 올라간 딸기는 제철에 나온 것처럼 신선했고, 필링과 타르트 시트 역시 과하지 않은 존재감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덕분에 평소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 입맛에도 부담 없이 잘 맞았다. 오후 9시쯤 방문했음에도 명동 번화가 한복판에 위치한 매장답게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많았다.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작업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간을 즐기는 여러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INSTAGRAM @zara
바르셀로나에서 온 크루아상, 호프만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베이커리, 호프만이 서울에 상륙했다. 1983년 셰프 메이 호프만이 설립한 요리학교에서 시작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페이스트리 숍으로 확장한 브랜드로,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미식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올해 서울에 문을 연 매장은 스페인 외 지역에 선보이는 첫 번째 해외 매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자리한 매장은 바르셀로나의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민트 블루 파사드와 골드 로고, 그리고 정갈하게 정렬된 블루 컬러 패키지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쇼케이스에 빼곡히 놓인 페이스트리를 보고 있으면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 호프만의 대표 메뉴는 단연 마스카포네 크루아상. 바르셀로나 본점에서도 가장 유명한 메뉴 중 하나다. 겉은 바삭하게 부서지고, 속을 가득 채운 크림 필링은 과하게 달지 않다. 크루아상 특유의 버터 풍미와 마스카포네의 녹진함이 균형을 이루어, 왜 이 빵 하나로 이름을 날리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 함께 맛본 피스타치오 롤도 인상적이었다.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번진 피스타치오 열풍 덕분에 다양한 디저트를 맛봤지만, 이곳 피스타치오 롤은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했다. 특히 한쪽에는 피스타치오 크림, 다른 한쪽에는 유자와 망고 필링을 채워 넣은 점이 이 집의 킥!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피스타치오의 고소함 사이로 상큼한 과일 풍미가 톡 쳐주니 끝까지 질리지 않는다. 한 겹씩 결을 뜯어 먹는 재미가 있는 뺑 스위스도 만족스러웠고, 시나몬 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점은 다음날에 먹어도 맛이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데워 먹었는데 꽤 만족스러운 맛을 유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유명 베이커리들이 국내에 속속 들어오고 있지만, 이름값보다 맛으로 기억에 남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호프만은 적어도 후자에 가깝다. 바르셀로나에서 사랑받아온 이유를 충분히 납득하게 만드는 곳이라, 오래도록 서울에 자리해주기 바란다.
INSTAGRAM @pasteleriahofma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