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식탁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레스토랑, 고메가.

고급 레스토랑과 디자이너 부티크, 오래된 타운하우스가 늘어선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지는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로 오랫동안 뉴욕커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물론 이 지역이 늘 지금과 같은 모습이던 것은 아니다. 17세기 중반, 지금의 하우스턴 스트리트 Houston St. 일대에는 뉴욕 최초의 흑인 토지 소유자들이 모여 살던 정착촌, 이름하여 ‘랜드 오브 더 블랙스 Land of the Blacks’가 자리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레스토랑 고메가 Gourmega는 바로 그 역사에서 출발한다. 요리사와 디자이너, 창작자가 모인 그룹 게토 가스트로 Ghetto Gastro는 이 지역에 스며 있는 흑인 공동체의 기억을 음식과 공간을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



유럽과 아프리카, 북미를 오가며 활동하는 니제르 출신 건축가 마리암 이수푸 Mariam Issoufou가 설계한 내부는 검은 벽과 밝은 알라바스터 테이블이 대비를 이룬다. 여러 개의 원형 상판이 맞물린 커다란 식탁은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아프리카 공동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행은 물론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편 주방과 홀 사이에는 태양을 형상화한 노란색 원형 회전문이 자리한다. 반투명한 문 너머로 요리사들의 움직임이 실루엣처럼 비치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주방 풍경이 언뜻 드러나는 구조다. 검은 벽 곳곳에는 나이지리아 출신 디자이너 니페미 마커스-벨로 Nifemi Marcus-Bello가 특별 제작한 브론즈 장식이 포인트를 더한다. 7코스로 구성된 테이스팅 메뉴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음식 문화와 아시아 및 아메리카 대륙의 다양한 조리 전통을 엮어낸다. 좀 더 가볍게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이와 별도로 칵테일과 스몰 플레이트를 중심으로 한 ‘내피 아워 Nappy Hour’도 종종 선보인다. 무엇보다 고메가는 한 끼 식사가 또 다른 누군가의 식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레스토랑의 모든 순수익이 비영리 단체 리싱크 푸드 Rethink Food를 통해 뉴욕 내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웃의 식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낯선 이들이 둘러앉은 식탁을 지역 사회와 연결하는 것. 그것이 고메가가 지역의 잊혀진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