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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고 들르기 좋은, 갤러리 근처 맛집 네 곳.

도산의 작은 파리, 르봉구떼

스모크 살몬 갈레트, 라구 볼로네제 꼰낄리에, 어니언 수프.

도산공원 일대에는 화이트 큐브, 호림아트센터, 페로탕 서울, 송은, 아뜰리에 에르메스까지, 미술관과 갤러리가 가까운 반경 안에 촘촘히 모여 있다. 전시 한두 곳쯤 가볍게 둘러보고, 쇼핑과 식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좋은 동네다. 하지만 의외의 빈틈도 있다. 미쉐린 레스토랑과 고급 다이닝은 많지만, 전시를 보고 난 뒤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만한 곳은 생각 외로 드물다. 가격대가 너무 높거나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그런 점에서 르봉구떼는 꽤 반가운 선택지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한남동 브런치 레스토랑 써머레인이 새롭게 문을 연 곳이라는 점도 한몫! 골목 안쪽에 자리한 르봉구떼는 프렌치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해 전시 관람 후 애매한 식사 시간에도 들르기 좋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 좋은 계절이면 테라스 자리가 이곳의 진가를 드러낸다. 노란 라탄 체어와 둥근 테이블, 키 큰 식물들이 인도를 적당히 가려줘 도산공원 한복판임에도 의외로 아늑하다. 바람이 적당히 드는 날,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잠시 유럽 어느 골목의 브런치 식당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대표 메뉴는 ‘메밀 갈레트’. 그 외에도 선택지는 많다. 파스타, 스테이크, 라자냐, 수프까지 가벼운 브런치 메뉴와 든든하게 먹기 좋은 메뉴가 함께 구성돼 취향에 따라 고르기 좋다. 전반적으로 간은 강하지 않은 편. ‘스모크 살몬 갈레트’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라구 볼로네제 꼰낄리에’를 함께 주문하면 밸런스가 꽤 괜찮다. 따끈하고 달큰한 어니언 수프 역시 꼭 주문할 것.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 샴페인 한 잔 곁들인 채 친구와 전시 이야기를 이어가보는 건 어떨까.  INSTAGRAM @lebongouter_brunch

초코무스와 카푸치노.

한남동 아트 투어의 마무리, 킴 한남

리움미술관과 페이스갤러리, 발 닿는 곳을 좀 더 넓혀본다면 파운드리 서울과 리만 머핀까지 한남동에서는 아트 투어가 가능하다. 관광객과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을 걸어다녔다면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감각을 쉬게 하고 싶어질 테니 킴으로 향하자. 브런치 카페 킴 한남은 해가 잘 드는 골목에 위치하고, 주변에 큰 숍이나 레스토랑이 없어 답답하던 주변 밀도가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볕이 드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좋은 날씨를 감상하며 휴식할 수 있다. 킴 한남은 셰프가 유학생 시절 즐겨 해먹던 요리들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놓는다. 제철 유기농 채소, 동물복지 유정란 등으로 요리한 건강한 한 끼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의 ‘허무스 보울’은 낯선 메뉴는 아니지만, 디시 하나에도 제대로 된 성의가 담겨 있다. 팔라펠과 토마토 처트니, 당근 라페, 오이, 고수와 피타 브레드가 나오는데 튀긴 병아리콩의 짭짜름하고 바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킴 플레이트의 경우 바이스부어스트 소시지와 잠봉 햄, 달걀, 알감자, 샐러드 등으로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로메스코 소스와 함께 나오는 제철 채소는 커리 맛이 살짝 느껴지며 스푼으로 소스를 자꾸 뜨게 되는 중독적인 맛이다. 좋은 날씨의 주말 조금 이른 시간에 작품을 감상한 후, 킴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누리는 동선을 추천한다.  INSTAGRAM @keem_hannam

로메스코 소스를 곁들인 제철 채소, 허무스 보울, 킴 플레이트

이준 셰프의 캐주얼 다이닝, 루드베키아

구운 새우와 레몬갈릭 파스타.

작품을 보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어서일까, 서울시립미술관에 갈 때면 항상 인접한 광화문 거리를 걷고 싶어진다. 높은 가로수와 빌딩으로 가득한 대로를 걷다보면 20여 분의 시간도 금세 흐른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향한 곳은 이준 셰프의 루드베키아.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와는 달리, 이곳은 문턱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인 캐주얼 다이닝을 지향한다. 공간 또한 한층 가벼운 분위기를 갖췄다. 광화문 한복판 독채 통창 건물에 위치했는데, 들어서는 순간 우드 톤의 인테리어와 활기찬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해준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토마토 크림 수프’, ‘시트러스 리코타 샐러드’, 그리고 ‘구운 새우와 레몬갈릭 파스타’다. 먼저 서빙된 토마토 크림 수프는 포카치아와 함께 제공됐는데, 토마토의 적당한 산미와 리치한 질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 충분했다. ‘시트러스 리코타 샐러드’에선 오렌지, 자몽, 호두 정과와 리코타 치즈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오렌지와 자몽은 모두 속껍질이 손질되어 있어 불편한 식감이나 향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파스타는 오일 카펠리니에 직화로 구운 새우를 얹은 메뉴다. 얇은 카펠리니 면에 레몬 갈릭 향이 촘촘하게 배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새우 또한 몸통 부분 껍데기를 제거한 덕에 별도의 손질 없이 즐길 수 있었다. INSTAGRAM @rudbeckia.seoul

시트러스 리코타 샐러드.

잔술 페어링, 룻 안국

육회 한입거리.

삼청동은 전시를 보고나면 꼭 어디 한 곳쯤 더 들르고 싶어지는 동네다.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갤러리, 아트선재센터 등 미술관과 갤러리는 넘치는데, 북적이는 거리에서 막상 마음 편히 들어갈 만한 곳을 찾다보면 의외로 고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룻의 첫인상은 꽤 좋았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전시 여운을 이어가기 좋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뒤편 종친부 건물 근처의 작은 한옥에 자리한 곳으로, ‘술’을 거꾸로 쓴 이름처럼 이곳은 한국 술에 집중한 모던 한식 다이닝이다. 탁주, 청주, 약주 등 130여 종의 전통주를 대부분 잔술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4000원대부터 시작해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술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다. 이날은 추천받은 마루니약주와 세종대왕어주를 주문했다. 시작은 ‘단새우’와 ‘육회 한입거리’. 특히 육회는 숯불 향과 마늘쫑 피클이 더해져 한입 안에서도 향과 질감이 겹겹이 이어진다. 작은 메뉴임에도 꽤 공들인 인상이 남았다. 에피타이저는 피스타치오 세비체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날은 봄 시즌 신메뉴라는 말에 편육을 주문해봤다. 돼지고기 테린에 새우젓 아이올리와 참나물 비네그레트를 곁들인 구성으로, 편육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색다르게 풀어냈다. 다만, 짭짤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두 피스가 나오는데 한 피스 정도가 딱 적당할 듯하다. 메인으로 주문한 ‘미역 봉골레’도 흥미로웠다. 조개 미역국에서 착안한 뵈르블랑 소스에 까사레체 파스타를 더해 수제비처럼 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가리비와 청양고추 오일이 풍미를 더해준다. 전체적으로 음식 간이 살짝 있는 편이라 술과의 페어링을 전제로 설계된 느낌이다. 시즌마다 메뉴가 달라진다고 하니 다음 전시 투어 때 다시 들르게 될 것 같다. 실제 방문했을 때도 외국인 손님이 꽤 많았는데, 삼청동 분위기와 한국식 다이닝 경험을 함께 즐기기엔 꽤 좋은 선택지이다. INSTAGRAM @root_anguk

편육
미역 봉골레

EDITOR | 원지은
EDITOR | 문혜준
EDITOR | 원하영
EDITOR | 박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