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의 빌라는 그녀의 하루하루가 모인 모자이크 같은 곳이다. 명품 가구 대신 수많은 책, 향초, 그림과 사진이 모여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그림을 이룬다.
↑ 거실에서 유쾌한 포즈를 취한 김나영.
집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서른 평 남짓한 빌라로 침실 둘, 화장실 둘, 거실과 주방, 세탁실로 구성되어 있어요. 테라스가 집의 두 면에 걸쳐 길게 연결되어 있고요.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라 집의 구조가 독특해요.
3년 동안 산 집이라고 했죠. 이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무슨 일이든 결정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이 집은 첫눈에 반해 바로 계약했어요. 당시 아기가 있는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거든요. 창밖에 키 큰 나무가 서 있는 것도 좋았고요.
예전에 살던 집과 이 집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요?
예전 집은 큰 아파트였어요. 혼자 살기엔 무척 커서 일주일에 한 번도 제 손길, 발길이 닿지 않은 공간이 많았어요. 게다가 당시엔 너무 바빠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적었고, 집을 꾸밀 여유도 없었죠. 그에 비해 이 집은 아늑한 편이에요. 크기가 작은 데다 이 집에 오면서부터 집을 꾸미는 데 관심이 생겼거든요.
집을 꾸민 과정이 궁금하네요.
전셋집이라 집 자체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는데, 다행히 마감재가 좋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낡은 벽지만 흰색 페인트로 덧칠했죠. 재미 삼아 친구와 함께 직접 칠했는데, 서툴다 보니 여기저기 붓 자국이 생기고 문틀에도 좀 묻었어요. 이 집에 오면서 가구를 비롯한 살림살이도 조금씩 바꿨어요. 여러 군데 다녔는데 테이블, 서랍장 등의 목재 가구는 거의 쎄덱에서 구입했어요. 사이드 테이블로 쓰고 있는 톨릭스 스툴은 디자이너 이미지에서 세일할 때 샀고요. 또 지인에게 얻은 의자도 있고, 폐점한 카페에서 헐값에 사온 의자도 있어요. 그 외 소품은 예쁜 것을 발견할 때마다 틈틈이 사 모았어요.
↑ 다양한 소파와 의자를 자유롭게 배치한 거실. 흰 커튼 앞에 붉은 천을 걸어 포인트를 주고 초록 식물로 공간에 생기를 더했다.
인테리어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다른 사람의 집보다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특히 꽃을 꽂아놓은 방식을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또 잡지에서 멋진 사진을 발견하면 ‘나중에 이렇게 해봐야지’ 하고 기억해두기도 해요. <킨포크>나 <아파트멘토> 같은 잡지를 좋아해요.
현관문을 열었을 때 무척 좋은 향이 났어요. 늘 향초를 태우세요?
네, 집 안 곳곳에 수십 개의 향초와 디퓨저를 두고 사용해요. 지금 거실에서 태우고 있는 향초는 르 라보의 ‘샹탈’이고 조말론 런던, 딥티크, 아이졸라, 매드 에 렌 등의 브랜드도 좋아해요. 한때는 비싼 향초를 마음껏 태우는 게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시를 읽고 나서부터는 제 자신에게 아낌없이 선물하고 있어요. 덕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행복해졌죠.
침실, 거실, 부엌까지 곳곳에 책이 참 많네요.
책 사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어떤 책은 끝까지 읽지만 읽다가 그만둔 책도 많아요. 보고 싶다기보단 갖고 싶어서 사는 경우도 있고요. 펴자마자 단숨에 읽은 책은 신경숙의 <리진>이에요.
위 침대 헤드보드 위를 향초, 주얼리 박스, 인형 등으로 장식했다.
아래 왼쪽 서랍장 위에 화장품과 액세서리를 가득 놓아두었다. 그림은 김나영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다.
아래 오른쪽 침실에 딸린 화장실을 드레스룸으로 사용한다.
얼마 전 <마음에 들어>라는 책을 냈잖아요.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출판사에서 내자고 해서 냈어요(웃음). 저에게 그런 제의가 오다니 반갑고 고마웠죠. 제가 보기보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말하는 건 자신 없어요. 그런데 책이라면 제 얘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싶었고요.
이제 김나영 씨와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느껴져요. 패션 피플로 불린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어릴 때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은 많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연했어요. 그런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같이 해본 몇 가지 작업이 저를 물 흐르듯 이 길로 이끌었어요. 아직 모자란 점이 많지만 예전보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 집 다음에 김나영 씨가 살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곧 이사를 가야 해요. 또 전셋집을 얻을지 내 집을 살 것인지 결정한 후 인테리어의 범위를 정해야겠죠. 하지만 언젠가는 자연주의자이자 살림의 여왕인 타 샤 튜더처럼 살고 싶은 꿈이 있어요. 크고 멋진 집, 명품 가구도 좋지만 생활의 흔적과 즐거운 추억이 쌓인 집이 더 아름답죠. 제가 살고 싶은 집은 바로 그런 곳이에요.
위 왼쪽 그녀는 향초를 무척 좋아한다. 수많은 향초 가운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 태운다.
위 오른쪽 땡큐 카드를 모아놓은 유리 돔.
아래 화장품이 즐비한 화장실 선반.
↑ 부엌에서 커피를 끓이고 있는 김나영.
에디터 최영은 | 포토그래퍼 김도원(원더보이 스튜디오)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