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 좋은 집

수납 좋은 집

수납 좋은 집

수납의 기능을 데코 요소로 삼은 148㎡의 아파트. 가족 구성원들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와 소품을 제작해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한 집을 소개한다.

↑ 수납도 하고 데커레이션 효과를 볼 수 있게 꾸민 아이 방.

이사를 한 계기는요?
기존에 살던 집은 아파트 11층이었어요. 5살, 8살 난 아이들이 층간 소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는 1층 아파트를 찾아 다녔습니다.

아파트 1층인데 전망이 아주 좋네요. 집의 구조와 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서울 시내에 인접한 보문동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아파트예요. 집에 와본 분들이 아파트 같지 않은 탁 트인 전망을 부러워합니다(웃음). 이 집은 14㎡8예요. 화장실 2개와 부부 침실, 남매를 위한 2개의 방, 거실, 주방 그리고 플레이 룸으로 나뉩니다.

어떤 형태의 집을 계획했나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수납이 잘된 집을 원했어요.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 등을 수납하면서도 심플한 집을 꿈꿨어요. 그리고 거실엔 넓은 책상을 두고 싶었어요.

왼쪽 플레이룸 입구에 만든 자석 칠판 벽.
오른쪽 수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만든 상부장이 있는 딸아이 방.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라고 들었어요. 시공되어 있던 마감과 원하는 디자인을 어떻게 조화시켰나요?
디자인을 맡은 멜랑꼴리 판타스틱 리타의 김재화 실장님은 저희 가족들의 개별 취향과 수납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어요. 무엇보다 TV장, 아트월 등 분양 받을 때 있던 것들을 철거하지 않고 사용하면서 기능적인 공간을 제안해주었지요.

디자이너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요?
저희 부부의 가장 큰 바람이었던 수납 솔루션을 제대로 해결해줄 디자이너를 찾았습니다. 그러던 차 김재화 실장님이 살고 있는 집을 보게 되었는데, 기능적인 수납공간이 있으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의뢰하게 되었어요.

거실을 서재처럼 사용하고 있지요. 소파가 없는 게 인상적이네요.
남편은 교수로 재직 중이고 저도 워킹맘이어서 주 중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주말에라도 가족이 함께 모여 공부도 하고 책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소파가 놓여 있는 거실보다는 서재처럼 사용할 수 있는 거실을 계획했어요. 커다란 테이블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소파 대신 놓은 붙박이 의자 밑으로는 수납공간이 있어 실용적입니다. 커다란 테이블은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 편리합니다.

↑ 창가 쪽에는 벤치형 의자와 책장을 만들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의 컬러 컨셉트는 어떻게 잡았나요?
아파트 1층이라 어두울 것을 고려해 처음엔 화이트 공간을 계획했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빛이 잘 들어오는 공간이라 밝은 회색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디자이너가 제안했어요. 그래서 거실과 안방까지 밝은 회색으로 선정했어요. 딸 방은 나무 소재와 흰색을 매치해 밝은 느낌을 연출했고, 아들 방은 나무 소재와 네이비 컬러를 매치해 보이시한 느낌을 가미했습니다.

두 아이들 방에 놓인 벽면 수납장이 인상적이네요.
남매의 방에는 수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상부장을 만들었어요. 초등학생인 딸아이의 책상은 공간에 맞도록 제작했는데, 조명을 달아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어요. 침대 벽 쪽에는 무드 조명을 달고 디자인이 독특한 쿠션을 만들어 주었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창가 쪽에는 벤치형 의자와 책장을 만들어 창가 아래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어요. 두 남매가 사이좋게 앉아 종종 책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아요.

플레이룸은 아이들의 공간이기보다는 아빠를 위한 공간처럼 보입니다.
남편이 게임과 레고를 좋아합니다(웃음). 사실 남편만의 공간으로 꾸미려다가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방의 백미는 레고 박스를 수납할 수 있는 타워형 수납장이에요. 보기보다 큰 레고 박스 수납이 골치였는데, 크기와 깊이가 넉넉한 타워형 수납장을 제안해서 아주 실용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집에 있는 대부분의 가구를 맞춤 제작했습니다. 거실의 붙박이장, 테이블, 붙박이 의자, 식탁, 아이들 방의 수납 가구와 커튼, 패브릭을 포함해서 4천7백만원가량 들었습니다.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디자이너가 아이를 키우는 분이라서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작은 부분도 배려해주었어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다칠 수 있는 가구의 뾰족한 모서리는 둥글게 만들었고, 테이블 다리는 나무 대신 아이들이 올라가도 끄떡없이 튼튼한 철제 다리로 제작해주었어요. 집이 완성되는 동안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 4인 가족이 같은 공간 안에서 모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띤 거실. 전면 가구에는 문을 설치해 가운데는 TV를 수납하고 양쪽 면에는 서재 느낌을 연출했다.

왼쪽 부엌에는 커다란 식탁을 제작해 배치했고, 거실 분위기에 어울리는 디자인 조명과 벤치형 의자를 매치했다.
오른쪽 레고 박스도 넉넉히 수납할 수 있는 키 큰 수납장이 설치된 플레이룸.

1 안방은 책 읽는 부부의 생활 습관을 배려해 양쪽에 브래킷을 달아 조명을 설치했다. 침대 옆 코너에는 작은 책상을 마련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2 딸아이 방 침대 벽 쪽으로 브래킷을 만들어 무드 등 역할을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3 가족 구성원의 이름을 이용해 그래픽 작업을 한 스티커를 방문에 붙여 장식했다.
4 거실의 창가 쪽에는 컴퓨터 테이블을 배치해 어른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고,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유로운 테이블을 만들어 4인 가족이 같은 공간 안에서 각기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테이블은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 실용적이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박건주(프레임 스튜디오) | 디자인 및 시공 멜랑꼴리 판타스틱 리타 (070-8260-1209)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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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보금자리

아담한 보금자리

아담한 보금자리

안뜰의 정원 공간을 중심으로 재미난 집짓기를 계획한 실내 건축가인 마누엘 보네마주와 아그네스 캄부스. 작고 아담한 공간은 이들의 남다른 재능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 초록색으로 가득한 안뜰이 보이는 부엌. 다이닝 테이블은 엘레먼트 에스 건축에서 디자인, 노란색 의자로 포인트를 줬다. 테이블 위의 그릇은 금속 소재에 에나멜을 입힌 제품으로 메르시(Merci)에서 구입.

파리 6구 중심에 있는 아담한 집의 주인 에밀리(Emilie)는 엘레먼트 에스(Elements) 건축 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건축가 마누엘 보네마주(Manuel Bonnemazou)와 아네스 캄부스(Agnés Cambus)에게 레노베이션을 맡기면서 53㎡라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디자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초록을 시야에 담을 수 있도록 식물이 있는 안뜰로 향하는 통로는 그대로 유지할 것을 특별히 부탁했다. 한 면적의 길이보다 천장 높이가 약 1.5m 더 긴 독특한 구조를 갖춘 이 집은 두 건축가의 멋진 감각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대서양 해변가에 있는 별장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집으로 탄생했다.

시각적인 공간감을 넓히는 동시에 통행의 편의성을 위해 내부를 나누던 칸막이 벽 몇 개를 허물었고 높은 유리문은 시공하기 전 모습 그대로 살렸다. 안뜰이 내다보이는 1층은 집의 핵심부로, 파란색이 감도는 주방을 만들고 외부로 통하는 기능을 더했다. 그에 반해 아담한 욕실과 세탁실은 안쪽에 숨겨놓았다. 또 다락방은 수납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기능적인 면을 살렸고 집주인이 좋아하는 푸른 안뜰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창을 냈다. 2층 공간은 거실과 서재로 개조했다. 기능적으로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생활 공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디자인적으로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과 유쾌함을 느낄 수 있도록 색조에 강렬한 대비를 주었다. 에밀리는 순수함이 느껴지는 파란 색조로 가득한 화사한 공간을 갈망했다.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화이트와 블루 컬러를 사용했어요. 또 뜻밖의 변수가 느껴질 수 있도록 바닥에서 벽, 천장까지 파란색이 이어지도록 했지요.”

↑ 2층에 있는 깨끗하고 선명한 푸른색 거실은 아담한 은신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줏빛 시트로 감싼 소파에 자주색 쿠션과 프린트한 원단, 양가죽, 퍼 등 다양한 소재의 쿠션을 매치했다. 테이블 상판과 다리 끝 부분에 핑크 컬러로 포인트를 준 테이블 위에는 심플한 블랙 컬러의 티포트와 머그컵을 올려놓았다. 1인용 소파와 러그 역시 블랙으로 선택했으나 무늬와 패턴이 각각 달라 재미를 준다. 소파 옆에 있는 테이블 램프 ‘바푀르(Vapeur)’는 잉가 상페(Inga Sempé)가 디자인한 것으로 무스타슈 제품. 그 뒤로 보이는 파란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서재가 나온다.

↑ 간결하면서도 시크하게 연출한 주방은 이 집의 핵심부다. 건축가는 편리한 동선을 위해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조리대와 무광 래커를 칠한 합판으로 만든 주방 가구로 한쪽 벽면을 길게 채웠다. 높은 천장에는 무토(Muuto)의 펜던트 조명 3개를 연달아 설치했고 중간 2층 방은 산뜻한 파란색으로 칠했다. 콘크리트 타일 바닥은 에머리(Emery) 제품. 샐러드 그릇은 모노프릭스(Monoprix) 제품.

에디터 로랑스 두지에(Laurence Dougier) | 포토그래퍼 니콜라 마테우스(Nicolas Mathéus)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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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의 조건

명당의 조건

명당의 조건

통의동에 사는 동안 종로를 오가면서 조계사에서 사람들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을 보곤 했다.

통의동에 사는 동안 종로를 오가면서 조계사에서 사람들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을 보곤 했다. 깊은 산속에만 있을 것 같은, 우리 일상과는 멀게만 느껴졌던 절이 북적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참 신선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부인부터 동네를 떠도는 노숙자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는데 다양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이곳에서는 같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 회사의 대표, 부모, 부부와 같은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계사에 가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기에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꾸준히 새벽 예불을 다녔다. 언젠가 대웅전을 개보수할 때였다. 지붕을 뜯어내고 천막을 씌워놨는데 한동안 그 안으로 참새, 비둘기가 쌀과 과일을 먹겠다고 날아 들어왔다. 자연과 사람, 삼라만상이 만나는 풍경에 감흥을 느끼면서 마음이 건강해짐을 느꼈다. 배산임수보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곳이 바로 진정한 명당이었다. 땅 그리고 사람이 함께 꿈꾸는 자리, 마땅히 있어야 할 장소에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계사야말로 훌륭한 건축이자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조용기 · 김대형(인물) |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소장 | 일러스트 노은주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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