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류형원의 신혼집을 찾았다. 화려한 포즈, 아름다운 표정을 담아온 사진과 달리 부드럽고 편안한, 그래서 더욱 특별해 보이는 집. 곧 이 집은 세 사람의 웃음소리로 채워질 것이다.
↑ 창문 쪽에 배치한 커다란 테이블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포토그래퍼 류형원. 의자에 앉아 밝게 웃고 있다.
싱글 때부터 살아온 아파트라고 했죠. 레노베이션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시원한 한강변의 풍경이 좋아서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안방은 지나치게 큰데, 안방에 딸린 화장실은 변기와 세면대만 있어서 실용성이 떨어졌어요. 한때 이사까지 고려했지만 그 풍경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안방 욕실을 레노베이션하기로 했죠. 지나치게 컸던 방에 가벽을 세우고 건식 세면대와 파우더룸을 만들고 샤워부스를 만들었어요. 안방이 조금 작아졌지만 방이 좁아 보이지 않게 방 한쪽 면에 벽처럼 보이는 옷장을 짜넣었더니 수납도 충분히 할 수 있게 됐고, 방도 오히려 아늑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요.
평소 어떤 스타일을 꿈꾸었나요?
저희 부부는 둘 다 내향적인 편이에요. 내향적인 사람들은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서 조용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때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죠. 그래서 멋진 오브제나 가구가 많은 공간보다는 깔끔하고 안정감 있는 호텔 같은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공간 디자이너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요?
저와 예전부터 작업을 함께했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강정선 실장님의 뛰어난 감각을 믿고, 어렵게 부탁드렸는데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실장님이 레노베이션부터 가구 선정까지 도와주셔서 짧은 시간 동안 최소한의 레노베이션만으로도 멋진 집으로 변신할 수 있었어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현관 입구 만든 창문 난간에 초를 장식했다.
– 침대 옆에는 루이 고스트 체어와 하얀색 구비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 부엌 한쪽 벽에 설치한 몬타나 시스템.
– 레노베이션으로 얻게 된 부부 침실 안의 욕실과 벽처럼 보이는 넓은 수납공간.
아내분과 의견 조율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저는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라 기존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조금 거부감이 있었어요. 인테리어와 가구 선택까지 아내와 의견 차이가 조금 있었어요(웃음). 집 안 페인트 컬러는 아내의 의견을 따랐는데 완성되고 보니 마음에 드네요.
거실 창문 쪽으로 커다란 테이블을 배치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강의 풍경을 즐기고 싶어서 테이블을 배치했어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저녁식사를 할 때 정말 맘에 들어요. 큰 테이블이어서 손님들을 초대하고, 책을 읽거나 아내가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좋아요.
집주인으로서 집이 완성되기까지 가장 고집을 부린 부분은요?
창가에 테이블을 놓는 것이요. 아내가 페인트칠로 집에 따뜻한 색감을 주고 싶어했던 점
이요.
위 아이 방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장식했다.
아래 거실 벽면에 설치한 TV 아래 몬타나 시스템을 벽에 설치한 모습.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가구들이 많은데요. 앞으로 집에 두고 싶은 가구나 소품이 있다면요?
아직도 저희 마음에 꼭 들면서 가격대도 괜찮은 커피 테이블을 발견하지 못해서 제가 결혼 전부터 쓰던 커피 테이블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아내가 대리석을 좋아해서 대리석 상판의 모던한 스타일의 커피 테이블을 찾고 있어요. 창가 테이블 위에도 정말 맘에 드는 펜던트 조명을 발견하면 달려고 빈티지한 조명들을 살펴보고 있어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요?
아름다운 한강 풍경을 즐길 수 있기에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단조롭지 않게 여겨져요. 테이블에 앉아 가족이나 지인들과 야경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이제 곧 태어날 아이 방이 벌써 완성되었네요.
아이 방은 가구와 커튼만 새로 했죠. 아내가 직접 꾸몄는데, 아이 건강을 생각해서 MDF 가구가 아닌 자작나무 가구를 골랐다고 하네요. 아이가 커가면서 공간을 쉽게 확장해 사용할 수 있는 바퀴가 달린 공간 박스를 선정해 무거운 물건도 쉽게 수납할 수 있도록 했어요. 너무 작지 않은 크기로 실용성을 고려했어요.
‘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휴식처이자 나와 가족의 삶을 거울처럼 비추고 미래를 계획하는 곳이요
위 깔끔하게 정돈된 부엌.
아래 왼쪽 석고로 만든 십자가 오브제와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낸 메시지 카드로 장식했다.
아래 오른쪽 딥디크의 향초도 류형원의 페이보릿 아이템.
위 따뜻한 분위기로 연출한 아이 방.
아래 2011년 사진가 파울로 로베르시에게 선물받은 사진집.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김도원(원더보이 스튜디오)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