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엿한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스타일난다의 오미령 이사는 462㎡의 넓은 집에서 남편과 단둘이 지낸다. 분장실을 연상케 하는 드레스룸, 운동실, AV룸 등 꿈에 그리는 모든 것을 갖춘 집이 여기 있었다.
↑ 직접 심은 화분을 옮기는 오미령 씨.
집은 어떻게 선택했나요?
원래 시부모님이 살던 집이었어요. 재작년에 저희가 결혼하고 물려받은 거죠. 오래된 빌라였고 고급 자재로 되어 있었지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전부 다 뜯어내고 환하게 바꿨죠.
레노베이션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생활하기 편하게 하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부엌에는 있던 중 전부 없애고 공간을 텄죠. 부엌 가구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블랙으로 깔끔하게 통일했어요.
가구나 소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인테리어와 관련된 책과 잡지로 벽 한면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이 봤고요. 또 이노메싸나 챕터원, 루밍 같은 리빙 숍을 자주 다녀요. 인테리어 디럭스(www.interiordeluxe.net) 같은 해외 인테리어 사이트도 많이 참고하는데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은 해외 온라인 숍에서 직접 구매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검정색 가죽의 일자형 소파를 구입했는데 현재 배송 중이에요.
위 왼쪽 은색의 스테인리스 스틸, 흰색의 도자기 등 무채색 식기로 가득 메운 찬장.
위 오른쪽 해외에서 구입한 잉고 마우러의 조명과 양재 꽃시장에서 구입한 꽃으로 침실을 꾸몄다.
아래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소품을 한데 모았다.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AJ 테이블 시계는 이노메싸에서, 흘러내린 촛농이 멋스러운 캔들 홀더는 에이치픽스에서 구입한 것.
스타일난다에서 직접 리빙 제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희가 옷을 제작하는 이유와 같아요. 저희가 원하는 옷을 시장에서 구할 수 없어서 직접 만들게 된 거죠. 라면 하나도 이왕이면 예쁜 그릇에 먹고 싶어하는 20~30대 젊은이를 위한 컵, 접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포스터도 함께 제작하고 있는데 저희가 주력으로 하는 의류나 화장품만큼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마니아층이 점점 생겨나고 있어요.
스타일난다의 의류는 펑키하고 트렌디한 데 반해 집 인테리어는 절제되어 있어요.
가구는 한번 사면 쉽게 교체하기 어렵잖아요. 비싸게 산 건데 이제 마음에 안 든다고 함부로 버릴 수도 없고 계속 집 안에 둬야 하고 그러다 보니 가구나 인테리어는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 최선이더라고요.
패션과 리빙의 연관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것이죠. 예쁜 옷, 가방, 신발을 마다할 여자는 없을 거고요.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마음에서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여자는 가정을 꾸리고 살림을 하게 되면 예쁜 물건에 빠지는 거 같아요. 내가 사는 집도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다 똑같은 여자 마음인 거죠.
↑ 식탁 위에 매달아놓은 프리츠 한센의 PH50 펜턴트 조명은 해외 사이트에서 공수했다.
넓은 집에 두 사람만 살고 있는데 공간 활용은 어떻게 하나요?
제가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여가 생활을 여기서 대부분 해결하고 있어요. 요즘은 좀 뜸하긴 하지만 AV룸에서 남편과 영화도 즐겨 봐요. 방 하나는 운동실로 꾸며놓고 러닝머신이나 짐볼로 운동도 해요. 또 둘이서만 지내면 심심하니까 친구들을 자주 초대하는데 편히 지내다 가라고 게스트룸을 따로 만들었죠. 큰 식탁을 둔 것도 모여서 파티를 하기 위해서예요.
부엌장에도 식기가 한가득이던데 요리를 좋아하나요?
요리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바빠서 별로 못했어요. 조금 남더라도 모자라지 않게 넉넉히 하자는 편이라 한번 할 때 엄청 만들어요.
집이 1층이어서 마당을 쓸 수 있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여름에는 늘 테이블을 펴놓고 친구들이 놀러 올 때마다 고기를 구워 먹어요. 허브 같은 식물도 좋아해서 마당에서 직접 로즈메리를 키우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피기 매우 힘들다는 로즈메리 꽃도 폈는데 참 뿌듯하더라고요.
집 안에도 식물이 많은데 특별히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되잖아요. 공간이 넓어서 썰렁했는데 식물을 두니 생기가 돌더라고요.
위 왼쪽 빈티지 테이블과 비트라의 팬톤 체어, 유텐실로가 놓인 서재 공간.
위 오른쪽 뱅앤올룹슨의 베오플레이 A9를 벽면에 매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아래 쉬는 날에는 남편과 AV룸에서 영화를 감상하곤 한다.
↑ 주방 가구는 물론 냄비와 식기 등 소품까지 모두 블랙과 은색으로 통일해 깔끔하고 단정하게 연출했다.
에디터 최고은│포토그래퍼 박재형(플러그 비주얼 랩)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