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새로운 숲

노르웨이의 새로운 숲

노르웨이의 새로운 숲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하나의 장르로 정형화되고 있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안드레아스 엔제스빅은 그동안 변방으로 여겨졌던 노르웨이 출신의 디자이너로 우리가 몰랐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새로운 표정을 더하고 있다.

↑ 노르웨이 디자이너 다니엘 리비칸과 협업한 ‘컬러 램프’.

1 오크 소재 의자 ‘방 Vang’은 노르웨이 전통 공방의 기술과 노하우로 제작했다. 2 숲과 북방의 빛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유리 오브제 ‘더 우즈 The Woods’.

노르웨이 출신의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엔제스빅 Andreas Engesvik. 그와의 인연은 2001년 그가 디자인 그룹 노르웨이 세즈 Norway Says로 활동하던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의 행보를 눈여겨보던 나는 당장 이메일을 보내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고 대답은 너무도 쉽고 간결하게 ‘예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해 여름 오슬로의 조용한 주거 지역에 위치한 노르웨이 세즈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바이킹의 후예다운 장신의 세 남자가 나를 반겨주었고 그들의 디자인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만난 3명의 디자이너들은 각자 뚜렷한 개성과 특징으로 성장해갔으며 이들은 현재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차분하게 시작했던 이야기는 진지했으나 유쾌했다. 요즘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시작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사실 노르웨이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강국의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20세기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이끌어온 디자인 거장들은 덴마크와 핀란드, 스웨덴 국적의 비율이 압도적이었고, 지리 환경적 여건과 정치적인 영향으로 인해 노르웨이는 꽤 오랫동안 변방으로 여겨졌다. 문화와 생활 수준으로는 전혀 뒤질 것이 없었지만 디자인 분야에 이렇다 할 인재가 등장하지 못했던 것은 그들로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마름이 극에 다다를 무렵 노르웨이 세즈가 등장한 것이다.

2000년 에스판 볼 Espen Voll, 토비욘 안데르손 Torbjorn Anderssen, 안드레아스 엔제스빅이 세 사람은 노르웨이의 디자인 철학을 담아내려는 의지를 담아 노르웨이 세즈를 설립했다. 소규모의 디자인 회사를 유지하되 고객과 장기적이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상호 간 이해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했던 노르웨이 세즈는 창립 이후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디자인 팀으로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가구를 비롯해 각종 전자제품, 인테리어까지 폭넓은 디자인 행보를 보여준 그들은 2001년 노르웨이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였고 곧바로 월페이퍼 어워드 등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 그들의 이름을 올리며 디자인계와 대중들에게 노르웨이를 각인시켰다. 특히 공간과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가변적이고 기능적이면서 미적인 면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클라시콘의 주노 Juno 소파같은 모듈 소파 디자인은 그들의 대표작. 이 디자인은 V&A 뮤지엄과 오슬로 아트 뮤지엄에 소장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2003년 무렵 정부의 디자인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100% 노르웨이 또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굳혀가는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 즉 담담함과 정직함, 기능성과 실용성을 담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특징과 그들의 유머가 가미된 따뜻한 디자인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안드레아스 엔제스빅은 2009년에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하여 자신의 디자인 언어를 독자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1970년대에 생산된 알파 로메오 빈티지 카의 오너이기도 한 안드레아스는 실제로 디자이너이자 자동차 레이스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에게 있어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한 유머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독립 후 그가 선보인 만달 베베리와의 텍스타일 디자인 협업과 스토케 에스타드와의 유리공예 디자인, 데이비드 디자인과의 조명 작업을 살펴보면 단순한 대량생산 디자인이 아닌 소규모 수공예적 성격이 강한 디자인과 삶에 대한 여유를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물성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프로덕션과의 협업을 주로 진행하며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따뜻하게 접근했다. 이미 우리에게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인식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컨템포러리 노르웨이 디자인을 세계에 소개한 노르웨이 디자이너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북유럽 디자인이 우리들에게 다가오길 기대한다.

1 낮은 테이블에 어울리는 작은 의자로 소파의 리클라이너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2 스토케 에스타드와 함께 만든 올빼미 오브제.

1 ‘사일런트 베이스 Silent Vase’는 꽃이 돋보일 수 있도록 차분한 컬러와 간결한 형태로 디자인했다. 2 둥근 판을 달아놓은 간접조명 ‘선반 램프 Shelf Lamp’.

↑ 노르웨이 세즈 시절 무토를 통해 발표한 마이 Mhy 펜던트 조명.

1 노르웨이 세즈 멤버들. 2 모듈형 소파 ‘우고 Ugo’.

MINI INTERVIEW

당신은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나요? 무엇보다도 사물에 대한 궁금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예술사를 전공했는데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결국 나를 디자이너로서 성장시켰습니다. 내 자동차에 대한 취미도 이러한 궁금증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당신이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기능과 재료를 통한 표현의 밸런스를 가장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당신의 아이들 역시 당신처럼 디자이너가 되길 바라나요? 혹은 그 반대입니까? 글쎄요. 조금 더 안전한 직업을 선택하길 권할 것 같습니다. 하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는 추구하는 직업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거든요.

노르웨이 세즈는 요즘 거의 활동을 찾아볼 수 없는데 아직 유효한 팀인가요? 2009년 노르웨이 세즈는 공식적인 팀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었고 우리는 여전히 절친한 사이입니다. 에스판과 토비욘은 안데르센앤 볼이라는 그들의 레이블을 론칭했어요. 조금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면 젊고 잘생긴 토비욘이 아직 싱글이며 똑똑한 에스판이 대머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네요.

스톡홀름 대학교 디자인 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사실 나는 내가 이렇게 가르치는 일에 재능이 있고 즐긴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되었어요. 매우 즐겁게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문 교수로 학생들에게 제품 디자인에 대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당신 인생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아마도 나는 평생 디자이너의 길을 갈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잘 어울리는 직업도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가족들을 위한 여름 별장을 노르웨이 시골에 직접 디자인하고 짓는 것이 목표예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보여줄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현재 아직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든 몇 가지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 중이고 여기엔 물론 가구도 포함되어 있어요.

강승민(aA디자인뮤지엄)ㅣ에디터 최고은ㅣ사진 제공 andreasengesvik.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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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직접 만든 소품으로 집 안을 장식한 안신영 씨가 아늑한 둥지로 <메종>을 초대했다. 남다른 손재주로 꾸민 공간은 가족애가 물씬 풍겼다.

↑ 소파 뒤에 걸어놓은 그림은 미술을 전공한 시누이가 선물해준 것이에요. 저와 남편, 시누이가 함께 그렸는데, 무작위로 점을 찍고 선 잇기를 해서 면을 만든 다음 색칠했지요. 이 그림이 저희 가족을 담고 있어요.

4살 된 딸아이,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7년 차 주부 안신영 씨는 분당에 있는 아파트에서 도란도란 살고 있다. 175㎡의 넓은 아파트는 그녀가 솜씨를 발휘해 직접 만든 손뜨개 모빌 등 소품으로 오밀조밀 장식해 아늑하고 따뜻하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것보다는 사람 사는 흔적이 있는 것을 좋아해요. 연애 시절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도 버리지 않고 장식으로 활용했지요. 이 공간을 도화지 삼아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했습니다.” 집 안을 채운 가구와 소품은 모두 제각각 사연이 있다. 시부모님이 쓰시던 이탈리아산 가죽 소파, 그녀가 결혼 전에 만들었던 작은 나무 의자 등 벽에 붙은 포스터 하나, 찬장에 있는 컵 하나마저 가족의 역사가 녹아 있다. 비싸고 멋진 물건으로 채운 공간보다 훨씬 더 빛나 보이는 이유다.

↑ 곧 어질러지기 마련이니 깨끗하게 정리하는 데 집착하기 보다는 아이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습니다. 장난감을 아이의 손에 닿는 위치에 두어 언제든 놀고 싶을 때 혼자서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했어요.

↑ 찬장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주문 제작했어요. 벽에 장식한 것은 태교 여행 갔을 때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를 캔버스에 나란히 붙인 거예요.

↑ 아이가 저와 떨어져 있는 것을 싫어해서 안방에 아이의 침대도 함께 놓았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벽과 천장에 직접 만든 달 쿠션과 갈런드로 장식했어요.

↑ 이곳에서 모빌이나 소품을 만들고 있어요. 이사하면서 두꺼운 패브릭 벽지로 바꿨는데 옷핀으로 재단한 천이나 샘플을 매달아놓기 아주 제격이죠.

↑ 주방이 안쪽에 있어서 요리를 하면서 아이를 돌보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제 주위에서 놀 수 있도록 벽면에 자석 칠판을 달았죠. 여기서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알파벳 놀이를 해요.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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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그리고 빛

런던 그리고 빛

런던 그리고 빛

런던의 금융 중심가에서 불과 몇 분 떨어진 곳, 집 안의 모든 창문에서 햇빛과 색채가 쏟아지는 집은 런더너들이 꿈꾸는 집이다.

↑ 다이닝룸에는 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참나무와 인조대리석을 접목시킨 커다란 테이블과 임스가 디자인한 인체공학적 의자 DCM, 어콜사의 의자, 사이드 보드 식스티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벽에는 믹 아쳐 Mick Archer의 위트가 가득한 그림이 걸려 있다. 왼쪽의 쿠션 의자는 SCP 제품, 오른쪽 구석에는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가 디자인한 소파 LC2가 있다.

↑ 거실의 한 부분. 크바드랏 천으로 만든 블라인드를 밖으로 튀어나온 출창에 달고 강한 원색을 포인트로 집 안을 꾸며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이 디자인한 놀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붉은색 2단 접시와 연필꽂이는 모두 메종 M 제품. 수잔 샤프가 디자인한 러그 ‘블랭킷’은 더 러그 컴퍼니 제품.

↑ 벽난로가 있는 곳. 가족은 장작을 두기 위해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한스 베그너의 1인용 소파 CH 27. 거울은 카르텔과 편집 숍 민트의 공동 디자인. 수잔 샤프가 디자인한 기하학무늬 러그 ‘첼시 옐로’는 더 러그 컴퍼니 제품.

↑ 장미목 책상 위에는 사진작가 데비 해리스 Debbie Harris가 가수 블론디 Blondie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고 크바드랏 천으로 만든 블라인드가 그 풍경을 더욱 살려준다.

↑ 부부 침실은 콜럼비아 로드 마켓에서 어렵게 찾아낸 집기들로 장식했다. 애플 그린색 블라인드와 1980년대 그림으로 컬러 포인트를 주었고 협탁 위에는 클라라가 태어나기 전에 찍은 제이크와 올리비아의 사진이 있다.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니콜 파리 Nicole Fahri가 디자인한 베이클라이트 소재의 램프와 빈티지 전화기를 놓았다. 침대에는 핸드메이드 쿠션과 헤이의 담요가 있으며, 그 앞에 있는 노란색 소파는 크바드랏 천으로 커버링했다.
런던의 에이스 호텔 프로젝트를 담당한 유니버설 디자인 스튜디어에 근무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건축가인 아이레니와 아담 코세이 부부는 세 자녀인 올리비아, 제이크 그리고 클라라 로즈와 함께 정착할 곳으로 쇼디치에 인접한 조용한 동네인 이즐링턴을 선택했다. 영국 특유의 건물답게 전면은 흰색이다. 뒤쪽으로 넓은 정원이 있는 250㎡ 넓이의 3층집은 부부가 의도한 대로 도심에서 시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열린 공간’에 중점을 두어 개조하였다. 아이레니 씨는 이번 레노베이션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가장 먼저 1층에 손을 댔어요. 예전에 있었던 차고와 욕실, 주방을 모두 없애고 미국식의 넓고 아주 모던한 주방 겸 다이닝룸을 만들었죠. 그리고 미닫이 통유리 창문을 달아 정원과 분리했어요. 이곳 정원은 여름이 되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답니다.” 결과적으로 눈이 부실 만큼 환한 공간이 생겼고 테라스와 곧바로 마주하는 다이닝룸은 마치 쉼 없이 차오르는 우물처럼 빛으로 가득했다. “각 방은 방금 원색을 칠한 흰 상자와 같다고 해석하면 돼요. 서재 문은 생생한 옐로, 아이들 욕실 수납장은 애플 그린, 부부 욕실 수납장은 토마토 레드로 했답니다. 모든 방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계단에서부터 가족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해서 복도로 이어지는 공동의 공간이 모자이크처럼 서로 얽혀 있죠.”
가구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부부는 간결함에 중점을 두고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오브제와 이스트 런던에서 수집한 가구를 선택했다. 다이닝룸에는 아기 코끼리 덤보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걸고 세면대 옆에는 아이들의 그림을 붙이거나 방에 액자를 걸어두어 유머스러운 요소를 더해 밋밋한 벽을 다채롭게 채웠다. 정원은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어 자연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기분이든다. 도시의 번쩍이는 고층 건물들에서 단지 10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기획 버지니 뒤보스크 Virginie Duboscq | 에디터 카린 케이반 Carine Keyvan | 포토그래퍼 베네딕트 오셋Bénédicte Aus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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