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빈티지 가구가 좋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봐서 누구나 아는 사실. 이름난 디자이너의 가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작자 미상의 제품까지 왜 이렇게 비싼걸까?

우리가 흔히 일컫는 ‘빈티지 가구’는 1900년대에 제작된 것을 말한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의 원목 가구를 말하는데 산업화로 인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되기 전, 1940~7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서유럽에 비해 비교적 산업화가 늦었던 북유럽에서는 ‘캐비닛 메이커’라 부르는 가구 장인들이 장인 정신을 갖고 수작업으로 꼼꼼히 제작했는데 얼마나 완성도 있게 제작했는지 세기가 바뀐 지금까지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다. 캐비닛 메이커들은 당대 최고의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었고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찰흙 주무르듯 할 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현재 우리가 작자 미상으로 알고 있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들은 대부분 캐비닛 메이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현대의 가공 기술이 뒤처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성도 높은 가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손이 많이 갈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것이 첫째요. 둘째는 꼼꼼하게 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인들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빈티지 마니아인 닷투디자인 최정훈 대표는 빈티지 가구의 정수로 덴마크 가구를 꼽으며 말했다. “요즘 생산하는 가구는 보이는 곳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옛날 장인들이 만든 가구는 짜임이 달라요. 서랍이나 문짝을 열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는데 내장재도 아주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일일이 손으로 깎아가면서 만들었죠. 그 퀄리티를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 다시 말해 1940년대 전에는 좋은 수종이 많은 북유럽 국가에서 질 좋은 나무를 많이 벌목했다. 좋은 소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덕에 훌륭한 가구를 만들 수 있었던 점과 더불어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일상 용품이 아름답고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일상용품을 더 아름답게’ 운동이 1919년 스웨덴에서부터 출발해 북유럽 국가 전반에 퍼진 것도 한몫했다. 어찌되었건 그 당시 좋은 나무란 나무는 거의 다 베어낸 탓에 지금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벌목을 제약하고 있어 나무 대신 합판이나 MDF에 무늬목을 덧대어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물론 이는 단가를 낮추기 위한 이유도 있다). 북유럽 빈티지 가구의 소재로 사용되었던 브라질산 장미목은 당시에도 매우 비싸서 고급 가구에만 적용되었으며, 벌목을 금지하는 현재는 그 희소성이 더욱 높아져 덩달아 가격도 함께 올라갔다. 또 장미목은 나무 밀도가 높고 단단한 것이 장점이지만 건조 후에 갈라지고 휘는 특징이 있어 내부에 다른 원목을 사용하고 그 위에 장미목 합판을 붙여 만든다. 통원목은 아니지만 내부에는 다른 원목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값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 생산된 것 중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가구는 작가 정신과 미술 사조를 담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가구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갤러리나 소더비, 크리스티 등 유명 경매에서 취급하며, 소장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동일한 디자이너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언제, 어느 제작사와 계약을 해서 생산한 제품이냐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디자이너 또는 그 후손과 저작권을 체결한 후 다시금 새롭게 출시한 ‘리프로덕션’ 가구를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흉내낼 수 없는 장인의 손맛 때문이다. 찰스&레이 임스도 성형 합판 등 신소재를 개발해 가구를 대량생산했지만 전적으로 기계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수작업을 적절히 겸해 제품을 수려하게 완성했다. 덴스크 김효진 대표는 빈티지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만큼 아름답고 훌륭한 가구를 생산해낼 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옛날에는 실력을 갖춘 장인들이 많았고 인건비가 저렴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가구를 만들자면 생산 단가가 높아지고 결국 소비자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좋은 물건은 마땅히 그만한 값을 한다. 하지만 빈티지를 즐기고자 하는 데에는 비싸고 좋은 가구를 구입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통상 빈티지는 생산된 지 30년 이상의 것을, 앤티크는 100년 이상의 것을 말하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새 가구를 구입해 잘 쓰다가 자녀들에게 물려주면 그것이 빈티지가 되는 것이다. 나와 함께 생활하며 내 손길이 탄 가구를 물려주는 것은 삶에 대한 기쁨을 전해주는 것과 마찬가지. 그것을 가격으로 매긴다면 과연 얼마로 해야 할까? 질 좋은 가구를 구입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이 우선 되고 난 다음 문제다.
에디터 최고은 | 도움말 덴스크 · 닷투디자인 · 빈트 | 장소 협조 aA디자인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