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직접 만든 소품으로 집 안을 장식한 안신영 씨가 아늑한 둥지로 <메종>을 초대했다. 남다른 손재주로 꾸민 공간은 가족애가 물씬 풍겼다.

↑ 소파 뒤에 걸어놓은 그림은 미술을 전공한 시누이가 선물해준 것이에요. 저와 남편, 시누이가 함께 그렸는데, 무작위로 점을 찍고 선 잇기를 해서 면을 만든 다음 색칠했지요. 이 그림이 저희 가족을 담고 있어요.

4살 된 딸아이,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7년 차 주부 안신영 씨는 분당에 있는 아파트에서 도란도란 살고 있다. 175㎡의 넓은 아파트는 그녀가 솜씨를 발휘해 직접 만든 손뜨개 모빌 등 소품으로 오밀조밀 장식해 아늑하고 따뜻하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것보다는 사람 사는 흔적이 있는 것을 좋아해요. 연애 시절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도 버리지 않고 장식으로 활용했지요. 이 공간을 도화지 삼아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했습니다.” 집 안을 채운 가구와 소품은 모두 제각각 사연이 있다. 시부모님이 쓰시던 이탈리아산 가죽 소파, 그녀가 결혼 전에 만들었던 작은 나무 의자 등 벽에 붙은 포스터 하나, 찬장에 있는 컵 하나마저 가족의 역사가 녹아 있다. 비싸고 멋진 물건으로 채운 공간보다 훨씬 더 빛나 보이는 이유다.

↑ 곧 어질러지기 마련이니 깨끗하게 정리하는 데 집착하기 보다는 아이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습니다. 장난감을 아이의 손에 닿는 위치에 두어 언제든 놀고 싶을 때 혼자서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했어요.

↑ 찬장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주문 제작했어요. 벽에 장식한 것은 태교 여행 갔을 때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를 캔버스에 나란히 붙인 거예요.

↑ 아이가 저와 떨어져 있는 것을 싫어해서 안방에 아이의 침대도 함께 놓았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벽과 천장에 직접 만든 달 쿠션과 갈런드로 장식했어요.

↑ 이곳에서 모빌이나 소품을 만들고 있어요. 이사하면서 두꺼운 패브릭 벽지로 바꿨는데 옷핀으로 재단한 천이나 샘플을 매달아놓기 아주 제격이죠.

↑ 주방이 안쪽에 있어서 요리를 하면서 아이를 돌보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제 주위에서 놀 수 있도록 벽면에 자석 칠판을 달았죠. 여기서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알파벳 놀이를 해요.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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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그리고 빛

런던 그리고 빛

런던 그리고 빛

런던의 금융 중심가에서 불과 몇 분 떨어진 곳, 집 안의 모든 창문에서 햇빛과 색채가 쏟아지는 집은 런더너들이 꿈꾸는 집이다.

↑ 다이닝룸에는 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참나무와 인조대리석을 접목시킨 커다란 테이블과 임스가 디자인한 인체공학적 의자 DCM, 어콜사의 의자, 사이드 보드 식스티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벽에는 믹 아쳐 Mick Archer의 위트가 가득한 그림이 걸려 있다. 왼쪽의 쿠션 의자는 SCP 제품, 오른쪽 구석에는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가 디자인한 소파 LC2가 있다.

↑ 거실의 한 부분. 크바드랏 천으로 만든 블라인드를 밖으로 튀어나온 출창에 달고 강한 원색을 포인트로 집 안을 꾸며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이 디자인한 놀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붉은색 2단 접시와 연필꽂이는 모두 메종 M 제품. 수잔 샤프가 디자인한 러그 ‘블랭킷’은 더 러그 컴퍼니 제품.

↑ 벽난로가 있는 곳. 가족은 장작을 두기 위해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한스 베그너의 1인용 소파 CH 27. 거울은 카르텔과 편집 숍 민트의 공동 디자인. 수잔 샤프가 디자인한 기하학무늬 러그 ‘첼시 옐로’는 더 러그 컴퍼니 제품.

↑ 장미목 책상 위에는 사진작가 데비 해리스 Debbie Harris가 가수 블론디 Blondie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고 크바드랏 천으로 만든 블라인드가 그 풍경을 더욱 살려준다.

↑ 부부 침실은 콜럼비아 로드 마켓에서 어렵게 찾아낸 집기들로 장식했다. 애플 그린색 블라인드와 1980년대 그림으로 컬러 포인트를 주었고 협탁 위에는 클라라가 태어나기 전에 찍은 제이크와 올리비아의 사진이 있다.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니콜 파리 Nicole Fahri가 디자인한 베이클라이트 소재의 램프와 빈티지 전화기를 놓았다. 침대에는 핸드메이드 쿠션과 헤이의 담요가 있으며, 그 앞에 있는 노란색 소파는 크바드랏 천으로 커버링했다.
런던의 에이스 호텔 프로젝트를 담당한 유니버설 디자인 스튜디어에 근무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건축가인 아이레니와 아담 코세이 부부는 세 자녀인 올리비아, 제이크 그리고 클라라 로즈와 함께 정착할 곳으로 쇼디치에 인접한 조용한 동네인 이즐링턴을 선택했다. 영국 특유의 건물답게 전면은 흰색이다. 뒤쪽으로 넓은 정원이 있는 250㎡ 넓이의 3층집은 부부가 의도한 대로 도심에서 시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열린 공간’에 중점을 두어 개조하였다. 아이레니 씨는 이번 레노베이션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가장 먼저 1층에 손을 댔어요. 예전에 있었던 차고와 욕실, 주방을 모두 없애고 미국식의 넓고 아주 모던한 주방 겸 다이닝룸을 만들었죠. 그리고 미닫이 통유리 창문을 달아 정원과 분리했어요. 이곳 정원은 여름이 되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답니다.” 결과적으로 눈이 부실 만큼 환한 공간이 생겼고 테라스와 곧바로 마주하는 다이닝룸은 마치 쉼 없이 차오르는 우물처럼 빛으로 가득했다. “각 방은 방금 원색을 칠한 흰 상자와 같다고 해석하면 돼요. 서재 문은 생생한 옐로, 아이들 욕실 수납장은 애플 그린, 부부 욕실 수납장은 토마토 레드로 했답니다. 모든 방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계단에서부터 가족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해서 복도로 이어지는 공동의 공간이 모자이크처럼 서로 얽혀 있죠.”
가구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부부는 간결함에 중점을 두고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오브제와 이스트 런던에서 수집한 가구를 선택했다. 다이닝룸에는 아기 코끼리 덤보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걸고 세면대 옆에는 아이들의 그림을 붙이거나 방에 액자를 걸어두어 유머스러운 요소를 더해 밋밋한 벽을 다채롭게 채웠다. 정원은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어 자연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기분이든다. 도시의 번쩍이는 고층 건물들에서 단지 10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기획 버지니 뒤보스크 Virginie Duboscq | 에디터 카린 케이반 Carine Keyvan | 포토그래퍼 베네딕트 오셋Bénédicte Aus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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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가구, 왜 비싼가요?

빈티지 가구, 왜 비싼가요?

빈티지 가구, 왜 비싼가요?

북유럽 빈티지 가구가 좋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봐서 누구나 아는 사실. 이름난 디자이너의 가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작자 미상의 제품까지 왜 이렇게 비싼걸까?

우리가 흔히 일컫는 ‘빈티지 가구’는 1900년대에 제작된 것을 말한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의 원목 가구를 말하는데 산업화로 인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되기 전, 1940~7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서유럽에 비해 비교적 산업화가 늦었던 북유럽에서는 ‘캐비닛 메이커’라 부르는 가구 장인들이 장인 정신을 갖고 수작업으로 꼼꼼히 제작했는데 얼마나 완성도 있게 제작했는지 세기가 바뀐 지금까지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다. 캐비닛 메이커들은 당대 최고의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었고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찰흙 주무르듯 할 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현재 우리가 작자 미상으로 알고 있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들은 대부분 캐비닛 메이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현대의 가공 기술이 뒤처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성도 높은 가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손이 많이 갈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것이 첫째요. 둘째는 꼼꼼하게 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인들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빈티지 마니아인 닷투디자인 최정훈 대표는 빈티지 가구의 정수로 덴마크 가구를 꼽으며 말했다. “요즘 생산하는 가구는 보이는 곳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옛날 장인들이 만든 가구는 짜임이 달라요. 서랍이나 문짝을 열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는데 내장재도 아주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일일이 손으로 깎아가면서 만들었죠. 그 퀄리티를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 다시 말해 1940년대 전에는 좋은 수종이 많은 북유럽 국가에서 질 좋은 나무를 많이 벌목했다. 좋은 소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덕에 훌륭한 가구를 만들 수 있었던 점과 더불어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일상 용품이 아름답고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일상용품을 더 아름답게’ 운동이 1919년 스웨덴에서부터 출발해 북유럽 국가 전반에 퍼진 것도 한몫했다. 어찌되었건 그 당시 좋은 나무란 나무는 거의 다 베어낸 탓에 지금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벌목을 제약하고 있어 나무 대신 합판이나 MDF에 무늬목을 덧대어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물론 이는 단가를 낮추기 위한 이유도 있다). 북유럽 빈티지 가구의 소재로 사용되었던 브라질산 장미목은 당시에도 매우 비싸서 고급 가구에만 적용되었으며, 벌목을 금지하는 현재는 그 희소성이 더욱 높아져 덩달아 가격도 함께 올라갔다. 또 장미목은 나무 밀도가 높고 단단한 것이 장점이지만 건조 후에 갈라지고 휘는 특징이 있어 내부에 다른 원목을 사용하고 그 위에 장미목 합판을 붙여 만든다. 통원목은 아니지만 내부에는 다른 원목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값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 생산된 것 중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가구는 작가 정신과 미술 사조를 담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가구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갤러리나 소더비, 크리스티 등 유명 경매에서 취급하며, 소장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동일한 디자이너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언제, 어느 제작사와 계약을 해서 생산한 제품이냐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디자이너 또는 그 후손과 저작권을 체결한 후 다시금 새롭게 출시한 ‘리프로덕션’ 가구를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흉내낼 수 없는 장인의 손맛 때문이다. 찰스&레이 임스도 성형 합판 등 신소재를 개발해 가구를 대량생산했지만 전적으로 기계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수작업을 적절히 겸해 제품을 수려하게 완성했다. 덴스크 김효진 대표는 빈티지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만큼 아름답고 훌륭한 가구를 생산해낼 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옛날에는 실력을 갖춘 장인들이 많았고 인건비가 저렴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가구를 만들자면 생산 단가가 높아지고 결국 소비자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좋은 물건은 마땅히 그만한 값을 한다. 하지만 빈티지를 즐기고자 하는 데에는 비싸고 좋은 가구를 구입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통상 빈티지는 생산된 지 30년 이상의 것을, 앤티크는 100년 이상의 것을 말하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새 가구를 구입해 잘 쓰다가 자녀들에게 물려주면 그것이 빈티지가 되는 것이다. 나와 함께 생활하며 내 손길이 탄 가구를 물려주는 것은 삶에 대한 기쁨을 전해주는 것과 마찬가지. 그것을 가격으로 매긴다면 과연 얼마로 해야 할까? 질 좋은 가구를 구입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이 우선 되고 난 다음 문제다.

에디터 최고은 | 도움말 덴스크 · 닷투디자인 · 빈트 | 장소 협조 aA디자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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