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일본에서의 생활을 접고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현정 씨의 집에는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디자인이 공존한다. 여기에 적당한 긴장감이 더해져 신선하다.

↑ 바닥과 벽은 흰색 계열로 타일을 깔고 도장을 해 깨끗해 보인다. 색깔은 검은색과 흰색뿐이지만 소재가 다양해 깔끔해 보이는 정도다.

현관문을 열자 눈이 동그래졌다. 흔히 보아온 아파트와 다른 인상 때문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가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데 놀랐고,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집주인 이현정 씨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한국에서 머물 생각으로 얼마 전 귀국했다. 그러나 전세 주었던 부모님의 집은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준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였는데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살던 집이라 손볼 곳이 많았어요. 집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결심하고 지인에게 추천도 받고 책도 보면서 여러 업체와 상담을 했죠.”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온 남동생과 함께 살 집으로 이현정 씨가 원했던 것은 ‘집 같지 않은 집’이었다. 숍 같기도 하고 카페 같기도 하고 스튜디오 같기도 한 집이길 바랐던 것. 집은 편해야 한다는 통념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집을 원했다. 다양한 업체를 만나던 중 히틀러스플랜잇의 신선주 실장과 몇 마디를 나누자마자 자신이 그리던 집을 현실화시켜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 24평형 아파트가 달라졌다.

1 높이를 높여 다다미를 깐 휴식 공간. 나무로 제작한 코너의 AV장이 이색적이다. 2 현관에서 바라본 집 안. 정면의 육중한 철제 장은 독일에서 가져온 것. 신선주 실장이 직접 그린 도면 스케치를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이 집에는 총 3개의 방이 있는데 옷방과 서재,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휴식 공간이라고 한 것은 침실이나 AV룸으로 한정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대나 옷장도 없고 높이를 올려 다다미를 깐 평상이 곧 침대이자 TV를 볼 수 있는 좌식형 공간이다. 옆에는 앉아서 책을 보거나 사무를 볼 수 있는 낮은 테이블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조명을 두어 정갈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부엌은 집주인의 취향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나무와 흰색 프레임으로 담백하게 완성한 부엌은 중간에 아일랜드를 두어 수납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깔끔한 성격의 집주인은 부엌 곳곳의 선반과 수납장에 그릇과 커트러리, 티타월 등을 차곡차곡 정리해 카페 못지않은 깔끔한 부엌으로 연출했고 벽에는 독특한 U자 모양의 편자를 달았다. “동생이 독일에서 구입한 것이에요. 독일에서는 말 편자를 U자 모양으로 걸면 행운이 들어와서 나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거든요. 좋은 기운을 가져올 것 같아 나란히 벽에 걸어두었어요.” 스튜디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조명과 함께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부엌이 달라 보였다.

↑ 거실에 놓은 철제장에는 향초를 장식했다.

서재는 방문을 없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벽 전체를 책장으로 만들고 긴 책상을 두어 두 명이 앉아서 작업하기에 편하다. “문을 없애는 대신 참나무 합판 소재의 가벽을 세웠어요. 이 가벽이 현관의 신발장으로 연결돼 공간이 깔끔해 보이는 것 같아요. 벽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책장으로, 현관에서는 신발장으로 활용하고 있죠.” 집 안을 채운 소재도 다양하다. 서재에 설치한 프리츠 한센의 검정 펜던트 조명, 거실에 있는 찰스&레이 임스 체어와 플로스 조명은 모두 이현정 씨와 동생이 직접 고른 것들. 거실과 부엌에 둔 철제 장은 독일에서 온 가구로 빈티지한 디자인과 철 소재에서 느껴지는 육중함이 공간에 균형을 잡아주며 다른 디자인 아이템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유리를 끼운 거실의 철제 장에는 집주인이 모은 다양한 향초를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가구나 소품도 유명세를 믿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사용했던 가구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하나씩 모은 것들이라 더욱 의미 있다. 이 집에는 거실과 부엌, 심지어 화장실 벽에도 액자가 걸려 있다. 휴식 공간에 건 사진 액자와 2개의 화장실에 건 사진 액자는 모두 신선주 실장이 해외에 나갔을 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 디아섹 액자로 만든 것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다.

↑ 나무를 주된 재료로 사용해 제작한 부엌. 일본의 여느 카페처럼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행운을 가져온다는 말 편자를 단 부엌.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1 옷방에 있는 작은 화장실. 세면대와 마주 보는 공간은 책장으로 만들어 그동안 모은 만화책을 꽂아두었다. 2 휴식 공간에 둔 낮은 테이블. 벽에는 나무 서랍과 함께 신선주 실장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코너다.

거실 벽에 건 액자 역시 신선주 실장이 공사 전에 그린 도면이다. “완성될 집의 모습을 신선주 실장님이 대략적으로 도면에 스케치한 것인데 의미가 있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멋스러워 액자로 만들었어요. 새로운 집을 위한 도면이잖아요. 언제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와 소품, 다양한 소재가 어우러져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집 안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일본에 머물 때 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한 휴식처가 되길 바랐던 서울에서의 생활은 이렇듯 집과 함께 시작되었다.

↑ 두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기에도 편안한 서재. 문을 없애고 나무 가벽을 세워 현관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임태준 | 디자인및시공 히틀러스플랜잇 www.hitlersplanit.com

Updated viewCount. Affected rows: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