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일본에서의 생활을 접고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현정 씨의 집에는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디자인이 공존한다. 여기에 적당한 긴장감이 더해져 신선하다.

↑ 바닥과 벽은 흰색 계열로 타일을 깔고 도장을 해 깨끗해 보인다. 색깔은 검은색과 흰색뿐이지만 소재가 다양해 깔끔해 보이는 정도다.

현관문을 열자 눈이 동그래졌다. 흔히 보아온 아파트와 다른 인상 때문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가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데 놀랐고,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집주인 이현정 씨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한국에서 머물 생각으로 얼마 전 귀국했다. 그러나 전세 주었던 부모님의 집은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준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였는데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살던 집이라 손볼 곳이 많았어요. 집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결심하고 지인에게 추천도 받고 책도 보면서 여러 업체와 상담을 했죠.”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온 남동생과 함께 살 집으로 이현정 씨가 원했던 것은 ‘집 같지 않은 집’이었다. 숍 같기도 하고 카페 같기도 하고 스튜디오 같기도 한 집이길 바랐던 것. 집은 편해야 한다는 통념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집을 원했다. 다양한 업체를 만나던 중 히틀러스플랜잇의 신선주 실장과 몇 마디를 나누자마자 자신이 그리던 집을 현실화시켜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 24평형 아파트가 달라졌다.

1 높이를 높여 다다미를 깐 휴식 공간. 나무로 제작한 코너의 AV장이 이색적이다. 2 현관에서 바라본 집 안. 정면의 육중한 철제 장은 독일에서 가져온 것. 신선주 실장이 직접 그린 도면 스케치를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이 집에는 총 3개의 방이 있는데 옷방과 서재,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휴식 공간이라고 한 것은 침실이나 AV룸으로 한정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대나 옷장도 없고 높이를 올려 다다미를 깐 평상이 곧 침대이자 TV를 볼 수 있는 좌식형 공간이다. 옆에는 앉아서 책을 보거나 사무를 볼 수 있는 낮은 테이블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조명을 두어 정갈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부엌은 집주인의 취향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나무와 흰색 프레임으로 담백하게 완성한 부엌은 중간에 아일랜드를 두어 수납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깔끔한 성격의 집주인은 부엌 곳곳의 선반과 수납장에 그릇과 커트러리, 티타월 등을 차곡차곡 정리해 카페 못지않은 깔끔한 부엌으로 연출했고 벽에는 독특한 U자 모양의 편자를 달았다. “동생이 독일에서 구입한 것이에요. 독일에서는 말 편자를 U자 모양으로 걸면 행운이 들어와서 나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거든요. 좋은 기운을 가져올 것 같아 나란히 벽에 걸어두었어요.” 스튜디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조명과 함께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부엌이 달라 보였다.

↑ 거실에 놓은 철제장에는 향초를 장식했다.

서재는 방문을 없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벽 전체를 책장으로 만들고 긴 책상을 두어 두 명이 앉아서 작업하기에 편하다. “문을 없애는 대신 참나무 합판 소재의 가벽을 세웠어요. 이 가벽이 현관의 신발장으로 연결돼 공간이 깔끔해 보이는 것 같아요. 벽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책장으로, 현관에서는 신발장으로 활용하고 있죠.” 집 안을 채운 소재도 다양하다. 서재에 설치한 프리츠 한센의 검정 펜던트 조명, 거실에 있는 찰스&레이 임스 체어와 플로스 조명은 모두 이현정 씨와 동생이 직접 고른 것들. 거실과 부엌에 둔 철제 장은 독일에서 온 가구로 빈티지한 디자인과 철 소재에서 느껴지는 육중함이 공간에 균형을 잡아주며 다른 디자인 아이템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유리를 끼운 거실의 철제 장에는 집주인이 모은 다양한 향초를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가구나 소품도 유명세를 믿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사용했던 가구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하나씩 모은 것들이라 더욱 의미 있다. 이 집에는 거실과 부엌, 심지어 화장실 벽에도 액자가 걸려 있다. 휴식 공간에 건 사진 액자와 2개의 화장실에 건 사진 액자는 모두 신선주 실장이 해외에 나갔을 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 디아섹 액자로 만든 것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다.

↑ 나무를 주된 재료로 사용해 제작한 부엌. 일본의 여느 카페처럼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행운을 가져온다는 말 편자를 단 부엌.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1 옷방에 있는 작은 화장실. 세면대와 마주 보는 공간은 책장으로 만들어 그동안 모은 만화책을 꽂아두었다. 2 휴식 공간에 둔 낮은 테이블. 벽에는 나무 서랍과 함께 신선주 실장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코너다.

거실 벽에 건 액자 역시 신선주 실장이 공사 전에 그린 도면이다. “완성될 집의 모습을 신선주 실장님이 대략적으로 도면에 스케치한 것인데 의미가 있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멋스러워 액자로 만들었어요. 새로운 집을 위한 도면이잖아요. 언제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와 소품, 다양한 소재가 어우러져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집 안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일본에 머물 때 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한 휴식처가 되길 바랐던 서울에서의 생활은 이렇듯 집과 함께 시작되었다.

↑ 두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기에도 편안한 서재. 문을 없애고 나무 가벽을 세워 현관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임태준 | 디자인및시공 히틀러스플랜잇 www.hitlersplan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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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이야기

끝나지 않을 이야기

끝나지 않을 이야기

클래식 가구와 컨템포러리 모던 가구가 조화를 이룬 공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집주인의 취향으로 꾸민 이 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빛나는 가치를 품는다.

↑ 가구의 높낮이로 리듬감 있게 연출한 거실. 소파 뒤로 그림처럼 걸려 있는 듯 보이는 서재가 이색적이다.

반포에 위치한 297㎡의 아파트에 들어섰다. 집주인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테리어 감각으로 이미 주변에서 정평이 자자하다. 결혼할 때 구입했다는 클래식 가구와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가 공존하는 첫인상에서 집주인의 감도 높은 스타일링 안목이 느껴진다.

↑ 몰테니&C의 도다 이지 체어 뒤로 남편이 애장하는 그림을 걸어 장식했다.

올해 3월 이곳 반포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집주인은 기존 마감이었던 대리석과 짙은 티크 원목을 없앨 것 그리고 푸른색 페인트 마감과 약간의 구조 변경을 결정했다. 그 결과, 한층 밝아진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구조 변경은 거실과 맞닿아 있는 작은 방을 서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뿐이었다. 작은 방문을 거실과 소통할 수 있는 위치로 옮기면서 거실의 표정이 사뭇 달라진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쪽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자유롭게 개폐가 가능하도록 한 것. 서재의 문 사이로 보이는 클래식한 의자와 폴 헤닝센의 PH5 조명은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진다. 집주인의 안목은 거실 가구 선택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집의 백미인 오래된 B&B 소파를 중심으로 프리츠 한센의 PK80 데이 베드와 폴 키에르홀름의 PK61 테이블, 피트 하인 이크의 의자, 몰테니&C의 도다 이지 체어를 배치했고, 벽면에는 이우환, 오치균, 이대원,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걸어 품격 있는 거실을 연출했다. 오디오 애호가인 남편의 MBL 오디오도 거실의 기품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거실에서 주방을 향하는 작은 복도에는 고재 벤치를 배치해 작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2 남편은 퇴근 후 MBL 오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남편은 미술품과 와인, 오디오 애호가로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을 선호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을 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격에 맞는 가구들로 채워졌어요.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은 없지만 시간이 흘러도 멋스러운 가구와 소품들을 좋아합니다.” 집주인은 가족 구성원의 취향을 고루 안배하여 스타일링에 적용했다. 시간이 흐르면 더 깊은 오라를 내뿜는 가구들 덕분에 반짝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과는 감도가 다른, 깊이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1 베란다를 정원으로 만들어 자연을 더욱 가까이 품고 있는 부부 침실. 작은 정원이지만 집주인에게 삶의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다. 2 원형 타일로 마감해 모던 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게스트 욕실. 벽에는 작은 그림을 걸어 장식했다.

↑ 두 아이들의 방이지만 게스트룸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포근한 느낌의 침실.

부실별 구성으로 보면 거실을 중심으로 앞쪽으로는 부부 침실, 뒤로는 주방이 위치한다. 주방 옆으로 난 작은 복도를 지나면 작은 거실과 아이들이 머무는 두 개의 방이 있다. 주방은 이 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하는데, 투명한 커튼이 직광의 햇살을 부드럽게 여과시켜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이 공간에서도 집주인의 스타일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자칫 무겁고 고전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식탁 밑에 기하학적인 패턴의 카펫을 깔아 클래식한 공간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해법을 보여준 것. 아이들 방은 덕시아나 침대 주변으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작은 소품들로 꾸몄다. 두 아이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기에 때로는 게스트룸으로도 사용되는 공간이다.

1 그림 애호가의 답게 주방에서 아이들의 침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갤러리처럼 꾸몄다. 2 클래식한 가구 고유의 고전적이면서도 무거운 느낌은 그래픽 카펫을 매치함으로서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해결됐다. 카펫은 유앤어스에서 맞춤 제작한 것이다.

베란다를 작은 정원으로 다듬어 자연을 더욱 가까이 품고 있는 부부 침실. 이곳은 집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침실에 초록빛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공기 정화 기능까지 갖춘 공간을 만들었다. 알알이 달린 포도나무와 화분에 매일 아침 물을 주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는 집주인의 아름다운 쉼터. 젊지만 변덕스러운 트렌드의 가벼움보다 안목과 가족의 이야기로 채운 따뜻하고 정겨운 집에서는 오래도록 시들지 않을 생명력이 느껴진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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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애의 흔적을 말하다

편집장, 편애의 흔적을 말하다

편집장, 편애의 흔적을 말하다

유럽의 4대 인기 리빙&디자인 잡지의 편집장에게 물었다.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10개의 디자인 아이템은 무언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그래서 더욱 궁금한
편애의 흔적을 그들이 공개했다.

앙 데스노스 브레 Anne Desnos – Bre
만나보면 여성스럽고 상냥하지만 디자인을 판단하는 그녀의 시선은 냉정하고 정확하다. 두 가지 상반된 매력이 공존하는 앙 데스노스 브레는 그녀의 잡지 <마리끌레르 메종> 프랑스에도 상반된 요소들 간의 대조적인 매력을 시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세속을 초월한 듯 유유자적하다가도 문화 예술계의 흐름 속에서 가장 <메종>스러운 주제를 잡아내는 탁월한 안목을 보여준다.

1 Aquarama boat by Riva 요트계의 페라리로 불리는 아쿠아라마의 리바 보트. 이것은 ‘돌체 비타’, 즉 코모 호수나 베니스에 인접한 마을에서 즐기는 풍요롭고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 Artisan 키친 에이드의 아티잔은 부엌에서 쓰이는 도구들도 이처럼 매력적인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처럼 요리를 못하는 사람조차 그 도구만 있으면 단숨에 셰프가 될 것 같은 환상도 안겨준다.
3 Harcourt Glass by Baccarat 크리스털 글라스의 가장 완벽한 전형이다. 손에 쥐었을 때는 묵직하지만 빛은 가볍게 투영되고 황홀하다.
4 Cape Cod 2 에르메스의 디자인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특별한 힘이 있다. 특히 케이프 코드 2는 시간을 읽게 만든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모델은 동시에 두 시간대를 읽을 수 있다. 동시에 두 곳에서의 삶을 사는 기분이랄까.
5 Juicy Salif 사람들은 종종 필립 스탁의 가장 뛰어난 점이 뭐냐고 묻는다. 나는 작품에 자신만의 유머 감각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상에 불시착한 두족류를 연상시키는 주시 살리프처럼.

6 Voie Lactée Carpet by Andrée Putman 앙드레 푸트만은 자신의 창의력과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싶어하는 진정한 여성이었다. 그녀를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디자인한 이 카페트 역시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7 Arco Lamp 나는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만든 간결함과 철학이 배어 있는 작품에 특별한 애정을 느낀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아르코 램프의 경우, 하나의 램프가 공간을 채우는 힘 때문에 좋아한다.
8 Prune Nourry and JR “I’m Not in my Plate” for Bernardaud 150 Years 베르나르도의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접시 가운데 하나. 이 디자인이 더욱 특별한 것은 접시 위의 음식을 마치 준비된 선물처럼 느끼게 해준다는 것.
9 Akari Lamp 이사무 노구치는 집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다다미와 아카리 램프가 놓인 작은 방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 램프는 작고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불이 들어오는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10 Egg Chair 나는 1950년대, 그러니까 전후의 재건 시대에 등장한 북유럽 디자인을 좋아한다. 1958년 태어난 에그 체어는 어느 공간에서든 조금 떨어져 나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그중에서도 나는 로로 피아나의 캐시미어 패브릭을 씌워 극도의 우아함을 뽐내는 에그 체어를 좋아한다.

수잔 임르 Suzanne Imre
호주 <엘르>와 <보그> 엔터테이닝을 거쳐 2002년부터 <리빙 ETC>를 이끌고 있는 수잔 임르. 1998년 창간된 이래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리빙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대중적인 주제와 편안한 편집으로 인기를 이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영국 <인스타일> 편집장을 잠시 역임하기도 했다.

1 Kaiser Ldell 카이저 이델 램프는 바우하우스 시대의 철학을 그대로 드러낸 우아한 조명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비율, 받침대의 연결 부분까지 좋은 디자인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Cupboard by Ochre 나는 시간을 초월한 스타일을 선보여온 브랜드 오커 Ochre를 오랫동안 좋아했고 그들의 정신과 고집을 존중한다. 그들의 제품은 어떤 것도 급히 서두른 것 같지 않고 천천히 공들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가구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에 가까워 두고두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3 Brionvega RR226 너무나 많은 테크놀로지 디자인, 예를 들어 전자제품의 디자인은 항상 엄격하고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브리온베가의 디자인은 노골적으로 디자인이라는 유희를 즐기는 것 같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가 1965년 디자인한 이 제품은 21세기의 집 안에서도 얼마든지 어울린다.
4 Loveseat by Ercol 자연스럽게 번지는 듯한 등받이에서 다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라인. 이런 매력 덕분에 얼콜 ercol의 러브 체어는 거실부터 부엌까지 두루 사랑받는 훌륭한 아이템이 되었다.
5 Aubusson two by paul smith 나는 고전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믹스를 좋아한다. 그 예로서 폴 스미스의 러그 디자인만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어느 우아한 집에 어울릴 법한 반짝이는 분홍빛과 로큰롤 감성의 조화가 어우러진 더 러그 컴퍼니의 오뷔송 2. 이것은 <리빙 ETC>가 늘 주장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6 Oval Dining Table 나는 다리가 긴 체형이어서 테이블 하부가 복잡한 디자인을 싫어한다. 이에로 사리넨 디자인의 테이블을 보고 한눈에 반한 건 앉았을 때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아함과 단 하나의 다리로도 완벽한 아름다움. 언젠가 나는 이 테이블을 손에 넣을 것이다!!
7 Saucepan by Williams Sonoma 요리할 때 필요한 도구와 기구들은 요리라는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윌리엄스 소노마의 요리 팬은 레스토랑 부엌에서 인정받아 175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왔다. 이것이야말로 클래식 디자인의 산증인 아닐까.
8 cabinet by Benchmark 벤치마크는 가장 유능하고도 영민한 디자이너와 장인이 모인 곳이다. 이 수납장의 문은 밤나무를 가능한 한 가장 얇은 두께로 잘라 조각 낸 다음 하나씩 붙여서 완성한 것. 현대적이고 세련되면서도 장인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9 lino Modules by Designers Guild 디자이너 길드는 벽지를 통해 선염 유행을 일으킨 브랜드이다. 그들은 벽지에서 보여준 성공을 패브릭에도 적용해 더욱 성공 했는데 절제된 디자인과 컬러가 더해져 더욱 아름답다.
10 tree House by Conran 디자인은 누군가의 실생활에서 재밌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콘란숍의 트리 하우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들뜨는 건 나의 아들이 항상 이 침대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달레나 파도바니 Maddalena Padovani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 인테리어,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잡지, <인테르니>.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뿐 아니라 디자인 이벤트가 열릴 때에는 대표적인 홍보 매체로 나설 정도로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992년부터 <인테르니>에서 근무한 마달레나 파도바니는 현재 부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다.

1 Lucellino Lamp 작고 간단하지만 이처럼 시적인 제스처에 이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까. 잉고 마우러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아이콘이다.
2 S-Chair 이 의자를 보면 디자인 기자로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가 생각난다. 줄리오 카펠리니가 세계로 눈을 돌려 인재 양성에 투자하던 때였다. 그 덕분에 톰 딕슨 외에도 많은 디자이너가 세상에 태어났고 내가 주목하던 S-의자 역시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었다.
3 Bookworm Bookshelf 론 아라드의 천재적인 디자인 감각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디자인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게 된 제품. 카르텔에서 제작하는 론 아라드의 북웜은 많은 이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제품으로 산업디자인계에 혁신을 불러왔다.
4 Tolomeo Lamps 미켈레 데 루키와 장 카를로 파시나에 의한 톨로메오 램프는 현대적인 라인 그리고 유연함에 대한 끝없는 연구의 산물이다. 가장 이상적인 조명이랄까. 어디에서나 완벽하다. 물론 나의 집에서도.
5 Akari Lamps Collection 몇 년전까지 나의 꿈은 이사무 노구치의 조명을 100개 쯤 모으는 것이었다. 1951년 선보인 이 램프는 현재 비트라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빙글빙글 돌아가는 아름다운 곡선, 소박한 빛깔, 평범한 재질로 공간을 무한한 따뜻함으로 채운다. 나는 언제까지나 이 램프를 집 안에서 즐길 것이다.

6 Ready Made Curtain 거창한 실내 장식가를 동원하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집 안의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는 부룰렉 형제의 커튼. 크바드랏을 통해 출시된 것으로 독창적인 시스템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인테리어에 접근할 수 있어서 좋다.
7 Bye Bye Fly fly swatter by Giulio Iacchetti for Pandora Design 나의 친구이기도 한 줄리오 야케티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차세대다. 줄리오의 특징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개념을 중시하거나 미적인 가치에 대중성을 더하는 것이다. 이 파리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디자이너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파리채에 밀라노 시내 지도를 새겼다. 파리채를 사면 파리가 날아다니는 밀라노의 여름 저녁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8 16 Animali 1957년, 엔조 마리가 디자인한 퍼즐. 16개의 동물 조각을 이용한 퍼즐로 나는 5살 때 가지고 있던 것을 친구에게 주었다. 바보처럼 그 장난감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9 Muji CD Player 단순하고 본능적인데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디자인. 누구나 한번 보면 순수한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후카사와 나오토의 작업을 나는 대부분 좋아한다.
10 Tulip Table 이 매력적인 디자인의 테이블이 갖는 미덕은 청소가 쉽고 제작이 쉽다는 데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다리가 여러 개 얽힌 테이블이 흔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이 테이블은 실패작으로 간주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남을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토니 체임버스 Tony chambers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지막 표지를 덮는 순간까지, <월페이퍼>는 디자인 중독자들의 호흡을 가파르게 몰아간다. 그만큼 매력적인 비주얼과 혁신적인 기획이 돋보이는 콘텐츠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영역을 앞서 개척해왔다. 토니 체임버스는 2007년부터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다.

1 Hole Punch 플로렌스 출신의 대장장이들이 만든 종이 펀치로 종이를 뚫으면 마치 <월페이퍼>의 로고 같은 별 문양이 생긴다. 7년 전에 디자이너 폴 스미스경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그 이후 그와 서신을 주고받을 때마다 장식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2 Rotring 800 내가 디자인 학교 Central School of Art and Design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할 때 로트링은 가히 필기구계의 롤스로이스였다. 드로잉을 해야하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로트링사는 조용하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금속으로 마감한 공학적인 펜 로트링 800은 그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려준다. 완벽한 무게감, 찰칵하는 소리만으로도 좋다.
3 Leica T Series 역사상 가장 뛰어난 디지털카메라 중 하나인 라이카T. 출시 즉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단순하고 견고한 알루미늄 보디가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지다.
4 Tizio Table Lamp 나의 집 서재 책상 위에는 리처드 사퍼의 티지오 램프가 올려져 있다. 유연한 이음매는 어느 방향으로든 조작이 쉽고 원하는 방향에 빛을 내려준다. 몸통에서 전구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전선을 숨긴 것도 티지오 램프의 미학.
5 Miracle Chips <월페이퍼> 매거진이 작년에 추진한 핸드메이드 전시에서 선보인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 Michael Anastassiades 의 미라클 칩. 이 ‘칩’들은 굉장히 유연하고 마음대로 접힐 것 같지만 사실은 대리석 덩어리를 가공한 것이다.

6 Barcelona Chair 1929년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스페인 세계 박람회에 선보인 바르셀로나 체어는 격정의 시간을 조용히 견뎌온 우아하고 아름다운 침묵과도 같다. 자랑 삼아 말하자면 나는 1960년대 생산된 빈티지 바르셀로나 체어를 세트로 가지고 있다.
7 Chair One 콘스탄틴 그르치치의 체어 원은 평평한 알루미늄 소재가 연결되어 하나의 실루엣을 완성한다. 이것은 디자인과 기술이 정점에서 만났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8 Watering Can 디자인 듀오인 바버&오스거비가 <월페이퍼>를 위해 만든 물조리개 워터링 캔. 특수 연마 가공으로 이음매가 없는 원통형 보디로 완성되었다.
9 Krups Coffee Mill 크룹스 커피밀은 조작도 간단하고 사용이 편리하며 커피를 간다는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디자인이다. 런던에 있을 때면 이것을 매일 아침 사용하는데 그것도 벌써 20년이다. 사용할 때 나는 엄청난 소리는 몽롱한 나의 아침을 깨워준다.
10 PZ01 BR Pepper Mill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피터 줌토르. 알레시가 그를 설득하여 프로덕트 디자인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호두나무 소재의 페퍼밀은 사용하기 편한 것은 물론이고 그의 건축물과도 비슷한 정서를 풍긴다. 온천 테르메 발스만큼이나 오가닉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편집장 노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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