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근한 세상

이 포근한 세상

이 포근한 세상

직접 만든 손뜨개 소품으로 집 안을 꾸며보자. 보송한 털실의 질감만으로도 분위기가 따뜻해지니 실력이 서툰 것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손뜨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겨울에는 늘 해오던 목도리, 카디건 말고 집 꾸밈을 위한 소품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손재주가 없는 이들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천장에 매다는 펜던트 조명에 손뜨개 커버를 씌우면 제품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겨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기본적인 겉뜨기, 안뜨기를 한 뒤 다른 색실로 간단하게 스티치(덧수)를 놓으면 색다른 패턴이 완성된다. 이 방법을 활용해 티슈 케이스, 손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봐도 좋다. 장난감 등 작은 소품을 보관할 때 유용한 바구니도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 있다. 같은 모양이어도 크기와 컬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된다. 바닥과 옆면을 만들어 이어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이때 대바늘을 사용하면 바구니가 성글어지므로 코바늘로 짧은뜨기를 해 단단하고 쫀쫀하게 제작하도록 한다.

전등갓 커버

1 털실 100g, 포인트로 사용할 털실 약간 2 대바늘 3.5mm 3 코바늘 7호 4 돗바늘 5 쪽가위

전등갓 커버 만드는 법

1 대바늘 3.5mm를 사용해 일반 코잡기로 56코를 잡는다. 이때 잡는 코는 나중에 풀어야 하므로 실의 색을 달리해도 좋다.
2 도안과 같이 겉뜨기 2코를 뜨고 이후부터는 안뜨기 2코, 겉뜨기 1코를 반복해서 총 220단을 뜬다.
3 그다음 겉뜨기 2코로 마무리한다.
4 처음 잡았던 코를 풀어내고 떠놓은 면을 반으로 접은 뒤 겉면을 맞대고 2코를 한꺼번에 뜨면서 코 막음을 한다.
5 돗바늘에 다른 색깔의 털실을 끼워 만들어 놓은 뜨개 원단의 8단마다 하나씩 스티치(덧수)를 한다.
6 위, 아래 면에는 코바늘로 짧은뜨기를 각각 3단씩 한다.
7 전등갓에 완성한 커버를 씌우고 짧은뜨기 부분을 전등갓 안쪽으로 접어서 본드나 글루건으로 고정시킨다.

손뜨개 바구니

1 털실 150g 2 웨빙 끈 3 코바늘 5호

손뜨개 바구니 만드는 법

1 코바늘 7호를 사용해 원형 코잡기로 짧은뜨기를 하며 총 8코를 만든다.
2 2코에 한 번씩 총 4군데 모서리마다 각각 2코씩 늘리면서 11단까지 뜨면 바닥 면 하나가 완성된다.
3 사슬코(사슬 모양으로 짠 뜨개질의 코)를 23코 잡아 짧은뜨기로 26단을 뜨면 옆면 하나가 만들어진다.
4 같은 방법으로 1장을 더 만든 후 두 번째 옆면은 실을 잘라내지 않고 첫 번째 옆면과 짧은뜨기로 연결해 두 면을 붙인다.
5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옆면 2개를 뜨고 연결한다.
6 짧은뜨기를 이용해 만들어 놓은 옆면에 바닥을 이어 붙인다.
7 웨빙 끈을 적당히 잘라 손잡이를 달면 바구니가 완성된다.
만든 이 송영예
(사)한국손뜨개협회 회장인 송영예는 <따뜻한 손뜨개 이야기> <손뜨개 인테리어 소품>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1998년부터 손뜨개 DIY 재료를 판매하는 바늘이야기 www.banul.co.kr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포구 대흥동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사)한국손뜨개협회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손뜨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디터 최고은│포토그래퍼 신국범 | 장소 및 가구 협조 메도우 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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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라믹

행복한 세라믹

행복한 세라믹

보는 사람과 사용자 모두에게 행복감을 안겨주는 세라믹 브랜드 보사.

↑ 아라비아 궁전 지붕 같은 반려견의 집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새 오브제, 트럼프 카드의 무늬를 띤 테이블 등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세라믹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브랜드 보사 Bosa. 보사는 설립자인 이탈로 보사가 1976년 자신의 세라믹 제품을 소개하면서 시작한 브랜드로 본사는 이탈리아 북쪽 지역인 바사노와 아솔로 사이에 위치한 보르소 델 그라파라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으로 세라믹 제품을 만들어왔고 다양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해 색깔을 입혔다. 금이나 플래티넘, 구리와 같은 귀금속을 사용해 장식성을 더한 것도 보사 세라믹의 특징이다.

1 보사의 대표 작품인 ‘호프버드’. 2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는 조명 ‘클라운’. 3 에스닉한 매력이 느껴지는 ‘시스터즈’ 꽃병.

일반적으로 세라믹은 그릇이나 장식물에 사용하는 소재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보사의 제품을 보면 세라믹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보사의 세라믹 제품 제작 과정은 섬세하게 나눠져 있다. 우선 모든 제품은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을 통해 하나씩 만들어지고 소석고 소재의 몰드에서 빼낸 뒤에는 손으로 정성껏 표면을 마감한다. 그 후 여러 차례 가마에서 구워 원하는 상태가 되면 금이나 금속 등으로 장식한 후 다시 굽고, 이후 유약과 광택제를 입혀서 마무리하게 된다. 보사의 견고함은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에 있지만 색깔에서도 독보적이다. 세라믹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디자인과 섬세한 색깔을 만나볼 수 있는데 유약을 섞고 바르는 모든 과정이 보사 공방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색깔에 있어서 보사만의 노하우를 간직하고 있다. 온도와 크기, 표면 등 작은 차이에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보사만의 색깔이며 이러한 디테일이 보사를 세계 최고의 세라믹 제품 브랜드로 우뚝 서게 했다.

1 악기를 형상화한 펜던트 조명 ‘트렘펫’. 2 귀여운 부엉이 모양의 캐니스터 ‘아울즈’.

보사가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디자이너 마르코 자누소 주니어와의 협업과 세계적인 가구 회사인 팔롬바 세라피니와의 합병이었다. 보사의 전성기도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졌고 밝고 경쾌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보사의 러브콜을 디자이너들은 달갑게 받아들였다. 그중에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마놀로 보씨, 샘 바론, 하이메 아욘, 루카 니케토 등 익숙한 이름들도 눈에 띈다. 또 B&B이탈리아, 바카라, 미노티, 페라리 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주문 제작 계약을 맺어 작품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특히 유쾌한 디자인을 즐기는 하이메 아욘과 장인 정신과 컬러풀한 색깔을 추구하는 보사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 2009년 트라팔가 광장에서 전시된 대규모 체스판.

4k 금을 입힌 오브제 ‘호프버드 Hopebird’, 평온한 느낌을 주는 일체형 시계 ‘판타스미코 Fantasmiko’, 펠리칸에서 영감을 얻은 술병 ‘펠리카니 Pellicani’ 등 보사를 대표하는 제품들이 그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는 2009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당시 트라팔가 광장에 대규모 체스판과 말 모양의 체스를 만들었는데 이때 협업한 브랜드도 보사다. 유리와 금속이 어우러진 마떼오 조르제노니의 조명 ‘트럼펫 Trumpet’, 공예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페파 리버터의 ‘시스터 Sister’ 화병 시리즈 등 보사는 세라믹 소재로 만든 가구와 테이블웨어, 조명도 선보이고 있다.

1 주름진 갓을 표현한 조명 ‘실크’. 2 비정형성의 매력이 느껴지는 샘 바론의 꽃병 ‘이솔리’.

보사는 현재 전 세계에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숍 외에도 세계 곳곳의 뮤지엄과 브랜드 팝업 스토어, 10꼬르소꼬모의 서점 등에 보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 설립자인 이탈로 보사는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도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 세라믹 장인으로서의 넉넉한 도량을 보여줬다. 보사만의 DNA는 기술적인 노하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님을 반증한 셈이다.

에디터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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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박물관

뿌리 깊은 박물관

뿌리 깊은 박물관

스위스 조경사 엔조 에나는 미술 작품을 수집하듯 나무를 수집한다. 취리히 부근의 호숫가에서 나무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심미안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펼쳐졌다.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연출로 곳곳에서 조용한 탄성이 들렸다. 그리고 이내 명상에 잠겼다.

↑ 깊은 자줏빛으로 가득한 133년 수령의 일본 단풍나무가 돌 조형물에 연기처럼 푹 퍼져 있다. 앞쪽의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 풍경이 아른하다.

엔조 에나 Enzo Ena는 세계 각지로부터 작품을 수집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취리히 남쪽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라퍼스윌-요나 Rapperswil-Jona에 위치한 이 박물관의 다른 점은 고가구 판매장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오브제들 대신 100년 이상의 나무를 조각 작품 삼아 전시하고 있는 것.

↑ 수평으로 가지가 뻗은 117년 수령의 소나무는 그림 속에서 빠져나온 듯 우아함과 운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곳은 이웃하고 있는 시토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빌려준 7헥타르가 넘는 사유지에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엔조 에나의 수집품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비슷한 나무 두 그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술 작품처럼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지요. 저는 이 나무들과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엔조 에나는 설명한다. 분재 문화에 영감을 받아 꾸민 이 박물관은 정원사인 그가 20년에 걸쳐 터득한 까다로운 테크닉을 그대로 적용했다.

↑ 중국산 체리나무는 눈송이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분홍색 꽃잎을 떨구고 바닥을 뒤덮는다.

그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발견한 훌륭한 나무들을 고요한 정원에 옮겨 심었다. 일본 단풍나무, 페르시아 페로티나무, 프랑스 동북부 도시 술렁쥬의 목련, 느릅나무는 정원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여기에 구조물을 더해 한 폭의 유화 그림을 보는 듯한 원근법을 연출했다. 고대에 파손된 듯한 돌로 만든 ‘야외 방’은 나무의 옹이,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모양, 색깔이 돋보이도록 한 것.

↑ 호수 가장자리에는 지중해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서 있다. 그 뒤에는 수령이 100년이나 되는 등나무들을 울타리처럼 배치했다.

돌벽 주위를 에워싸듯이 나무를 심어 평온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의 풍경을 만들었다. 나무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엔조 에나는 하늘을 천장 삼은 열린 공간에 그동안 꿈꿔왔던 숲을 이루었다. 이토록 멋있는 나무 박물관이 완성될 수 있었던 데에는 예술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디터 다니엘 로젠스트로쉬 Daniel Rozensztroch│ 이자벨 라인징거 Isabelle Reisinger│사진 제롬 갈란드 Jérȏme Galland | 나무 박물관 Le Musée De L’arbre, Buechstrasse 12. Rapperswil-Jona, Suisse. www.en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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