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알면 다가올 미래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법.
올 한 해 우리는 무엇에 열광했고, 어떤 것에 호감을 느꼈는지 돌아보았다.
26개 항목으로 정리한 리빙 디자인의 흐름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다.
↑ © 아라리오 뮤지엄 앤 스페이스
7 시대를 품은 공간
올해는 여러모로 건축 이슈가 풍부했다. 한국 근대건축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김수근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공간 사옥을 아라리오 갤러리가 매입하면서 기존의 모습을 최대한 살린 갤러리 ‘아라리오 뮤지엄 앤 스페이스’로 재개관해 대중들과의 접점을 높였다. 버려진 물탱크와 가압장 시설을 개조한 ‘윤동주 문학관’은 2014년 서울시가 선정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폐기된 시설을 공간의 목적에 맞는 시적인 느낌의 문학관으로 재탄생시킨 시도에 높은 점수를 준 것.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5공 시절 기무사 건물을 복원했고 사라졌던 종친부를 되돌여 현대미술관과의 조화를 이뤄냈다는 점, 주위의 풍광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건축의 미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 © 핏비트
↑ 소니 스마트 워치
8 기계도 입는 시대
공상 만화에서만 보았던 일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그 시작은 바로 팔찌 형태의 입을 수 있는 디바이스. 핏비트, 조본업, 소니, 삼성, 애플 등 여러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쏟아내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하나같이 전용 앱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운동량을 체크하고 수면 시간을 분석하는 등 주로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똑똑한 제품이다. 간결한 디자인이 멋스러워 어느 의상에도 잘 어울리며 일상에서 착용하기 좋은 점도 판매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 © 블루밍빌레
9 북유럽, 어디까지 가봤니
다양한 스타일의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블루밍빌레 Bloomingville’는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 디자인의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고 ‘하우스 닥터 House Doctor’는 빈티지한 감성의 가구, 소품 등으로 큰 사랑을 얻었다. 스웨덴의 식기 브랜드 ‘하우스 오브 림 House of Rym’은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 튀니지의 핸드 크래프트를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더 한층 북유럽의 다채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10 취향을 읽는 온라인숍
제대로 된 제품군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온라인몰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준 곳은 ‘29cm’와 ‘TWL’. 29cm는 신생 브랜드와 인기 브랜드를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눠 29cm만의 디자인을 반영한 매력적인 홈페이지로 어필하고 있다. 독일 레데커 제품과 아즈야마, 하사미, 타임앤스타일 등 신선한 일본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는 TWL역시 취급 브랜드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
1 조규형 作. 2 이광호 作. 3 박원민 作.
11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젊은 디자이너
세계를 무대 삼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한국 디자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그래픽, 가구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조규형은 스웨덴에서 맹활약 중이며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 박원민과 이상혁은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구 디자이너 이광호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 있는 디올 매장에 작품을 설치했고, 세라믹 디자이너 김하윤은 영국 디자인 전문지 <월페이퍼>에 주목받는 한국 디자이너로 소개되었다. 사진 찍는 가구 디자이너 김희원은 내년에 파리 고세레 Gosserez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다.
12 내 인생, 내 집, 내 손으로
땅콩집을 시작으로 내 집 짓기 열풍이 불었다.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 집을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 아파트가 포화 상태인 서울을 벗어나 근교에 땅을 사서 자신의 집을 짓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눈여겨볼 점은 건축가에게 의뢰하는 경우 못지않게 직접 공부를 해서 집 짓기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의 비중도 늘고 있다는 것. 건축과 건축법, 인테리어까지 방대한 분야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 집을 지어본 사람은 하나같이 두 번째 짓는 집이 인생에 방점을 찍을 집이 될 것이라 입 모아 얘기한다. 천천히 즐기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한, 집 짓기 열풍은 계속되지 않을까?
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 · 최고은 | 포토그래퍼 박상국 · 차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