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디자인의 자존심

프랑스 디자인의 자존심

프랑스 디자인의 자존심

독창성이 디자인의 필수 요소라지만 프랑스 브랜드 무스타슈의 디자인은 독보적일 만큼 강렬하다.

1 잉가 상페가 디자인한 ‘바푀르 라이팅 시리즈’. 2 콘스탄스 귀세가 선보인 펜던트 조명 ‘케이프’.

혁신도 역사를 바탕으로 할 때 의미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프랑스 브랜드 ‘무스타슈 Moustache’를 보면 그 말이 진리임을 느낄 수 있다. 무스타슈는 2009년 4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인 브랜드로 스테판 아히유버제 Stéphane Arriubergé와 마시밀리아노 이오리오 Massimiliano Iorio에 의해 설립되었다. 두 사람은 이미 2003년부터 ‘도메스틱 domestic’이라는 디자인 브랜드를 운영하며 마르티 귀세 Marti Guixe, 이히&커 Ich&Kar 등 유럽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활용한 벽지와 월 데코 스티커, 패브릭 제품을 제작 또는 유통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중들이 끊임없이 새롭고 신기한 것을 갈망하는데 비해 한계가 보이는 기존 가구 시장에 주목하고 독창적인 DNA를 지닌 가구 브랜드를 만들고자 무스타슈를 론칭했다.

↑ 높이 조절이 가능한 테이블은 로-엣지가 디자인했다.

그들은 모던한 디자인 대신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인 감성에 집중했다. 리네로제, 에드라, 등 다양한 디자인 회사에서 가구와 조명을 디자인한 잉가 상페 Inga Sampé, 젊은 디자인 그룹 빅게임 Big-Game, 가구와 인테리어는 물론 전시 기획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 마탈리 크라세 Matali Crasset 등 주로 개성이 뚜렷한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해 감각적이면서 위트 있는 제품을 완성해냈다. 그중 잉가 상페가 선보인 바푀르 라이팅 시리즈는 흰 구름 모양의 조명으로 내구성이 좋은 친환경 타이벡 소재를 사용해 볼륨감을 강조하며 주목받았다. 무스타슈의 대표 제품으로는 빅게임이 디자인한 볼드 Bold 체어를 꼽을 수 있다. 2개의 굵은 금속관으로 제작한 이 의자는 철제 가구를 제작하는데 탁월한 프랑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를 고안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철을 얇은 폴리우레탄 폼으로 감싸고 그 위를 다시 패브릭으로 입혀 착석감이 편안한 볼드 체어는 뉴욕의 현대미술관인 모마 MoMA에 영구 소장되기도 했다.

1 불을 켜면 무지갯빛이 나는 ‘오로라 램프’. 2 스홀텐&바이엥스가 디자인한 스트랩 의자. 3 다른 측면에서 사물, 풍경을 관찰할 수 있는 볼록거울 ‘사이클롭’.

이처럼 무스타슈는 새로운 발상을 통해 구조적, 심미적으로 독특한 매력을 가구를 통해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그 후 5년간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다가 2014년 4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5년 동안의 야수 For the Half decade Beast’라는 프로젝트로 드디어 신제품을 발표했다.

↑ 빅게임이 디자인한 볼드 체어와 벤치.

네덜란드의 디자인 듀오 스홀텐&바이엥스 Scholten&Baijings가 선보인 스트랩 의자는 17~18세기 프랑스에서 사용되던 비스트로 의자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했고, 프랑스의 젊은 디자이너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 Jean Baptiste Fastrez는 풍뎅이의 무지개 빛깔 몸체를 닮아 환상적인 색채의 스카라비 화병을 제작했다. 그 외 8개의 놀라운 제품을 쏟아내며 무스타슈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구축했다.

1 순모 소재의 ‘타이거’ 러그. 2 각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패드’ 스툴. 3 풍뎅이의 빛깔을 닮은 화병 ‘스카라비’.

“문화적 가치, 지역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디자인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신조입니다.” 무스타슈의 두 대표인 스테판과 마시밀리아노가 밝힌 그들의 철학과 신념처럼 무스타슈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프랑스 특유의 심미성을 바탕으로 한다. 예술에 뿌리를 둔 디자인 감성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무스타슈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구에서도 프랑스의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에디터 최고은 | 자료협조 무스타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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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탐미주의자의 고백

어느 탐미주의자의 고백

어느 탐미주의자의 고백

지난 1년간 지면을 통해 디자인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 aA디자인뮤지엄의 김명한 대표. 디자인에 관한 열정으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한다.

↑ 토넷 No.214 체어

나는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런던의 쇼디치, 메이페어 등 디자인숍이 즐비한 거리를 거닐다가 신인 아트 디렉터의 갤러리숍 ‘인하우스 Inhouse’, 영국 장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숍 ‘더 뉴 크래프트 맨 The new Crafts men’을 발견하게 된 것도 새로움을 갈망하는 천성과 이를 습관화한 탓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거나 다른 시점에서 투시하는 방법을 오랜 시간 훈련해왔기 때문에 나는 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디자인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었다.

↑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티 트롤리 900과 플로어 램프 A808은 현재 아르텍 artek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좀 더 필요한, 유용한 물건을 만드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디자인은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대다수가 가진 취향과 기호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여러 스타일 중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고 그 안에서 최대공약수를 선택해야 한다. 한 시대를 휩쓰는 트렌드는 그렇게 시작되는 모양이다. 그게 익숙해지면 고정관념이 되는데 디자이너는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상품을 구입하는 대중들 역시 트렌드라는 미명이 진정 자기의 취향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가구나 공예품을 구입하는 것은 매끼마다 식사를 하거나 철마다 옷을 사는 것보다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준치가 약할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욕망과 취향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냐고? 당신이 정말 사고 싶었던,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자인 가구나 오브제 하나를 일단 구입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곱씹어 바라보면 매번 생각이 바뀌어감을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진짜 자기 취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이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외국 잡지나 영화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멋진 가구로 꾸민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20대 후반의 나이에 충무로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토넷 No.14(현재는 No.214로 이름이 바뀌었다) 의자가 나의 첫 컬렉션이었다. 가구 업자였던 미하일 토넷이 금형 틀 안에 나무를 넣고 구부리는 획기적인 벤딩 기술을 적용한 이 의자는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된 제품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부품을 조립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물류 비용을 대폭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페 의자’로 더 익숙한 이 의자는 당시 일본과 유럽에서는 흔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고 특별한 의자였던지라 이 의자를 구입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후 취향이 끊임없이 변덕을 부리는 바람에 인더스트리얼, 모던,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스타일의 가구를 모으게 되었지만 다 지나보니 역시 고전을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1 고전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서 탈피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헤이의 가구와 소품들. 2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티 트롤리 900과 플로어 램프 A808은 현재 아르텍 artek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3 일본의 전통 부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헤이의 ‘우치와 Uchiwa’ 라운지 체어. 4 유려한 곡선이 특징인 파이미오 의자는 알바 알토의 대표작이다.

내가 갖고 있는 클래식 가구 중 특히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파이미오 의자가 그런 예다.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이 의자를 몇 년간 매일 바라보니 어느 순간 그 디자이너의 의도와 철학을 이해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꾸 만나보면 한 사람을 더 깊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그 물건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1930년대에 그는 왜 이걸 만들었을까’라는 즐거운 고민, 그렇게 알바 알토의 가구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알바 알토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자연을 닮은 유려한 곡선을 가구에 적용하기 위해 나무를 구부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또한 합판을 사용했기 때문에 원목에 비해 가볍고 실용적이며 차가운 느낌의 금속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알바 알토의 가구는 기능과 조형 사이의 균형을 완벽하게 이루었기에 시대를 넘어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모범이 될 수 있었다. 클래식이 오랜 시간 지난 후에도 가치를 발하며 변함없이 사랑을 받는 데에는 본질을 우선으로 하는 간결한 디자인을 바탕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고전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서 탈피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헤이의 가구와 소품들.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
디자인이 점차 시각적인 면과 스타일에 치중되어가는 추세는 분명 염려스럽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다채로운 감각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2002년 덴마크 가구 전시회에서 처음 세상에 얼굴을 내민 헤이 Hay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전통적인 디자인 브랜드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덴마크에서 이전과 다른 재미있고 컬러풀한 가구로 승부수를 던진 헤이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헤이의 창업자인 롤프 헤이가 패션 업계 출신이라는 점이 한몫했겠지만 자기만의 시선으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해석하면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한 브랜드다.

↑ 고전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서 탈피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헤이의 가구와 소품들.

국내 디자인계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물건을 탐하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집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가구 컬렉터인 내가 가구 수집을 멈춘 지 3년쯤 된 것은 그 때문이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해서 길을 열어주고, 좋은 작품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연결 다리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능력에 맞게 구입했으면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살 만한 좋은 물건을 제시해주고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숍 퓨앤파 Few&Far를 준비하고 있다. 내가 퓨앤파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먼저 실생활에서 잘 쓸 수 있어야 하고 보면 볼수록 가치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공예품에 주목했다.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디자이너와 공예가가 가진 숙련된 기술이 만나면 정말 멋지고 좋은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디자이너들에게는 본질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신념을 주고 공예가들에게는 그들의 빼어난 물건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퓨앤파는 갤러리와 판매를 위한 숍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자 했던 인하우스처럼 새로운 생태계를 지닌 숍으로 만들 계획이다.

↑ 영국의 라이프스타일숍 SCP는 김명한 대표가 런던을 방문할 때마다 찾는 곳이다.

자기의 취향을 깨닫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는 일은 내가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이기에 그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이런 내가 이상주의자임을 알지만 꿈을 현실화하고 싶다는 희망으로 밀고 나가는 삶은 어떤가. 나는 디자인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인 것을. 그 마음이 식지 않는 한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전 세계를 다니며 디자인과 함께하는 삶을 구가할 것이다.

에디터 최고은 | 구술 김명한(aA디자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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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ension of Life (3)

Extension of Life (3)

Extension of Life (3)

한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고 얼굴을 마주보며 지내는 네 팀을 만났다. 하는 일도 다르고 공간에 모인 사람의 수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기에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것만은 분명했다.

↑ 아키트의 침구로 꾸민 스탠다드에이의 침대.

상생을 통한 성장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동일한 목표를 지닌 스탠다드에이와 아키트, 두 브랜드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팝업 스토어와 리빙 페어 등에 참가하며 알게 된 이들은 서로가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되었고, 스탠다드에이가 상수동에 쇼룸을 마련하면서는 아키트 제품으로 공간을 꾸미면서 위탁 판매를 도맡았다.

↑ 스탠다드에이가 제작한 스툴과 아키트의 쿠션.

“저희는 가구를 만들 때 월넛과 오크 두 가지 수종만 사용해요. 그러다 보니 표현할 수 있는 색이나 온도가 한정적인데 패브릭 제품과 어우러지면 더 분위기가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아키트는 프린트한 패브릭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직조한 텍스타일이라서 수제 가구를 고집하는 저희 브랜드와 잘 맞았죠.” 스탠다드에이의 이학준 대표의 얘기처럼 처음에는 아키트 제품 몇 가지만 소개해오다가 12월 중순, 본격적으로 두 브랜드가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았다. 스탠다드에이 상수동 쇼룸 1층에 아키트 매장을 마련하며 두 브랜드의 만남을 기념하는 신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 아키트 쇼룸 입점을 기념해 만든 데이베드.

3~4개월간의 숱한 회의 끝에 완성된 데이 베드는 스탠다드에이와 아키트가 협업해 탄생시킨 첫 번째 제품으로 두 브랜드의 균형감을 맞추고자 했다. “아키트의 특징인 에스닉한 분위기를 대표할 수 있는 패턴으로 선택했어요.” 아키트의 정지희 대표가 설명했다. 아키트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여유로운 인상을 주는 가구인 데이 베드로 표현되면서 스탠다드에이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이다.

↑ 아키트의 정지희, 김가은 두 대표와 스탠다드에이의 이학준, 류윤하 대표.

“아키트의 원단을 사용해서 소파를 만들려다가 더욱 특별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데이 베드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아키트 쇼룸도 스탠다드에이가 직접 만든 집기로 꾸며졌다. 따뜻한 공간 분위기로 꾸미고 싶었던 아키트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아키트는 쇼룸을 통해 커튼, 침구, 카펫 등 제품군을 추가하고 온라인으로는 전달력의 한계가 있었던 직조 원단의 촉감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스탠다드에이는 앞으로도 아키트의 패브릭을 활용한 펜던트 조명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호흡을 맞춰 나갈 예정이다.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고 있는 두 브랜드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는 바람직한 사례가 될 것 같다.

↑ 스탠다드에이가 새롭게 선보이는 장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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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Extension of Life(1)`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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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 ·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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