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라는 이름의 다리

디자인이라는 이름의 다리

디자인이라는 이름의 다리

디자인은 사람과 자연, 사물 그리고 기술을 잇는 수단이 될 때 제 역할을 다하며 빛을 발한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소재에 집중하던 디자이너들이 이제는 사람과 사물의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디자인 스튜디오 도소피오리토의 관찰하는 화분 ‘피토피힐레’

우리 주변을 채우는 사물이 달라지는 것을 관찰하면 삶이 변화하는 속도를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다. 끊임없이 변모하는 사회와 문화, 기술을 절묘하게 반영하며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그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다. 기원전부터 출발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공예와 기술, 두 가지 요소가 디자인계에서 오랫동안 화두가 되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디자인계에서는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통 공예를 중심에 두고 있는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도소피오리토 Dossofiorito’와 멕시코 디자이너 ‘모이세스 에르난데스 Moises Hernandez’, 그리고 3D 프린터를 적극 활용하는 스튜디오 ‘미날레 마에다 Minale Maeda’ 세 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12년 설립된 도소피오리토는 리비아 로시 Livia Rossi와 지인루카 지아바르도 Gianluca Giabardo 두 명의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2014년 밀라노 가구국제박람회에서 돋보기와 거울을 화분에 부착해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피토피힐레 The Phytophiler’를 선보이며 식물과 새로이 교감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전 세계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저널리스트의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소재에 대한 실험이 주를 이루던 디자인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새롭게 연결하는 디자인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흥미를 끌었다.

1,3 멕시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인 브랜드 디오리오의 제품들. 2 2006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미날레 마에다를 함께 이끌어온 두 사람.

기존 변방으로 여겨지던 멕시코 디자인도 최근 재평가를 받고 있다. 멕시코 디자인 브랜드 디아리오의 디렉터인 모이세스 에르난데스가 작년 9월 영국문화협회에서 올해의 젊은 사업가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 스페인어로 일상을 뜻하는 디아리오는 맥시코의 전통을 재해석해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에르난데스의 고향이기도 한 오악사카 Oaxaca 지역의 전통 직조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식탁보가 대표작이다. 멕시코 전통은 그대로 고수하지만 장식적 요소를 과감히 생략하고 자연의 색을 강조한 현대적 이미지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1,2 연결 부품은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목각을 끼우는 형식으로 디자인된 ‘키스톤’. 3,4 기하학적인 구조물에 목각을 끼우고 상판을 올리면 책상을 만들 수 있다.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총장인 토마스 비데르스호번 Thomas Widdershoven이 작년 10월, 영국 매거진 <디진 Dezeen>과의 인터뷰 당시 “이전의 기술이 산업을 위한 것이었다면 현재에는 일반인을 위한 조력자로서 그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례로 이탈리아인 마리오 미날레 Mario Minale와 일본인 쿠니코 마에다 Kuniko Maeda 두 사람이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미날레 마에다의 ‘키스톤 Keystones’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키스톤은 3D 프린터와 기존의 오픈 소스 가구 구조를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으로 소비자가 책상, 옷걸이 등 만들고 싶은 가구의 연결 부품 도안을 온라인에서 주문한 다음 3D 프린터를 통해 집에서 부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머지 목각 재료 등은 집에서 가까운 공방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3D 프린터가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적용하기란 어려운 시나리오지만 5~10년 뒤에는 집이나 혹은 가까운 3D 프린터 전문 매장에서 키스톤의 연결 부품을 출력하여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는 벨기에의 비영리단체 비엔날레 인테리어에서 주관하는 ‘인테리어 어워드 2015 Interieur Awards 2015’ 대상, 네덜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더치 디자인 어워드 Dutch Design Awards’ 등을 수상하면서 진가를 인정받았다. “디지털 데이터를 빌딩-블록형 구조와 같은 아날로그 형식으로 변환하면 자신이 원하는 사물을 눈앞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마리오가 키스톤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무형의 디지털 정보와 유형인 사물의 접점이 더욱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점점 더 실감하면서 나는 쿠니코 마에다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술과 디자인의 접점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봤다.

INTERVIEW
스튜디오 미날레 마에다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부탁한다. 2006년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을 졸업한 뒤 나와 마리오가 함께 스튜디오를 꾸렸다. 우리는 사물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 개념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 문제를 기회로 변화시키는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의 미세한 부분에 집중해 디자인을 한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제시하는 일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 개념을 현실 속 사물로 해석해내는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 디자인에서 기술과 미디어가 얼마만큼 영향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항상 기술과 미디어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대학 시절 수학자이자 기호학자인 미하이 나딘 mihai nadin 교수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그에게서 기술이 사람과 사회, 문화 등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올바른 것인지 배웠다. 점차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미디어와 콘텐츠, 제품이 점점 융합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전통 공예와 자연에 관한 역풍을 만들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작업은 이 두 가지 현상의 갈등을 담고자 한다.

3D 프린터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3D 프린터는 더 많은 이들이 디자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점, 우리가 왜 이 제품을 디자인했는지 그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최근 3D 프린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가능성이 더욱 넓어졌다. 우리도 그에 걸맞게 더 아름답게, 더 실용적으로 3D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단지 형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구 제작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해 3D 프린트 기술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어떤 완성된 형태를 출력하는 것보다는 직감적으로 보았을 때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서 유용하게 여겨지는 사물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사물의 모양에만 집중한다면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제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반면 몰드 형식으로 만들면 사물을 해석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3D 프린트 기술을 사용한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가? 우리는 앞으로도 3D 프린터를 사용할 생각이다. 사물의 중요한 부분을 만들 때나 고전적인 분위기의 장식 등 오래된 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때 활용하고자 한다.

김진식(가구 디자이너) | 에디터 최고은

CREDIT
공유하는 공간

공유하는 공간

공유하는 공간

혼자 혹은 여럿이 함께하는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모인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그동안 메종이 만난 세 곳의 작업실 속 다채로운 풍경들.

↑ 작업실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책상과 책장은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엔조 마리가 누구나 쉽게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오픈 소스를 풀어놓은 책을 참고해서 만들었다.

↑ 디자인메소즈의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켠에 모아둔 곳. 벽면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작품을 일대일 스케일로 스케치를 하기 위해 칠판으로 만들었다.

↑ 천장 높이가 5m 정도로 공간이 넓고 시원하다 보니 작업도 훨씬 수월하다. 빛, 동선 등을 모두 고려해 오로지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 작업실은 마치 화이트 큐브로 만든 갤러리를 연상하게 한다. 권기수 작가는 벽에 마음대로 못을 박고 붙여가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 구가도시건축에 의뢰해 40년 정도 된 주택을 작업실로 개조했다. 예스러운 거실과 창가에 둔 무성한 식물들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 ‘그림 파는 가게’라는 간판을 내건 숍 비코의 안쪽에 위치한 작업실. 몇 개의 책상과 회의실을 갖춘 이 공간은 비코의 윤소담, 이진아 대표를 비롯 젊은 건축가 그룹 문지방의 박천강 건축가와 프로젝트 디자이너 최진규, 그래픽디자이너 김선화 등 다섯 식구가 함께 하고 있다.

↑ 공간을 공유하듯 각자의 프로젝트에 서로의 의견을 물으며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책상 하나하나가 곧 개인 사무실이 되기도 한다.당신이 꿈꾸는 작업실은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메종>에서는 2~10인이 옹기종기 모여 일하는 작업실, 소규모 회사를 새롭게 꾸며주는 공간 꾸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메종>의 2015년 디지털 프로젝트 `페북으로 집 고치기`를 주목해주세요! <메종> 페이스북 www.facebook.com/maisonkorea 에디터 신진수 ·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CREDIT
돌의 꽃

돌의 꽃

돌의 꽃

요즘 DIY 재료로 떠오르고 있는 시멘트. 틀을 만들기가 어렵다면 먹고 남은 음료수 페트병과 유리병을 활용해 간단하면서도 멋진 화병을 만들어보자.

건축 재료인 시멘트는 삭막한 도시 이미지의 대표주자였지만 특유의 거친 느낌과 회색을 기본으로 한 색상이 어느 장소에나 잘 어울려 최근 리빙 아이템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시멘트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 때문에 꺼렸으나 석면이 없는 시멘트가 대중화되면서 DIY 재료로도 인기를 끌게 된 것. 대형 마트의 DIY 코너, 철물점 등에서 가정용 시멘트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회색뿐 아니라 백색, 진황토, 검정 등 다양한 색상이 있다. 또 원하는 색을 만들고 싶다면 백색 시멘트 반죽에 수성 물감을 첨가하면 된다. 물과 섞은 시멘트 반죽을 틀에 부어 굳히면 되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시멘트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정교한 모양의 틀을 만들기 번거로운 것이 단점. 반죽할 때 물을 많이 넣으면 균열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며 거친 느낌을 내고 싶다면 반죽에 모래나 자갈을 넣어준다.

준비물
1 시멘트 2 계량컵 3 사포, 판지 4 페트병 5 저울 6 일회용 용기 7 글루건 8 장갑 9 니퍼 10 롱노우즈 1112 유리 시험관 13 나무젓가락

만드는 법
1 다 먹고 난 음료 페트병을 깨끗이 씻어 깔때기 모양으로 잘라낸다.
2 판지 위에 자른 페트병을 놓은 다음 아래쪽을 글루건으로 꼼꼼히 붙여준다.
3 일회용 그릇을 저울에 올리고 시멘트 250g과 물 100ml를 붓는다.
4 나무젓가락으로 저어가며 되직할 때까지 잘 섞어 반죽을 만든다.
5 미리 만들어놓은 틀 안에 시멘트 반죽을 2/3 정도 부은 후 유리 시험관이 빠지지 않도록 꽂는다.
6 유리 시험관이 빠지지 않게 잘 잡아준 다음 3~5시간 정도 굳힌다.
7 완전히 굳었다면 니퍼로 끝을 자르고 콘크리트에 흠이 나지 않도록 칼집을 낸다. 롱노우즈로 살살 틀을 떼어낸다.
8 날카로운 부분이나 모서리를 사포로 다듬어 마무리한다.

만든 이 스민 SMIN
디자인 스튜디오 스민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좋은 물건을 만들고자 한다. 콘크리트를 소재로 화분, 연필 트레이, 컵 받침 등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으며 스민의 제품은 바이헤이데이, 가나아트센터, 디어 콤마, 29cm에서 구입할 수 있다.
문의www.studiosmin.com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