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도심에 자리한 200㎡ 크기의 이 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로 사용되었다. 어두운 색상의 마감재로 뒤덮여 있고 천장이 낮아 전체적으로 층고가 낮았던 이 오래된 공간은 건축가 다프네 세라도의 창의력과 집주인의 세련된 취향 덕분에 클래식하면서 파격적인 스타일로 부활했다.
현관 맞은편에 다이닝룸이 있다. 벽에는 밝은 회색 페인트를 칠해 희미하게 나마 톤에서 차이를 주었고 천장 장식 중 하나인 코니스와 몰딩, 장식 패널은 매트한 흰색으로 칠했다. 주석을 함유한 도기인 파이앙스 타일을 붙인 벽난로는 이곳에 원래부터 있던 것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벽난로 위의 꽃병은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쇼타임 Showtime’으로 아고라 Agora에서 구입. 깔끔한 직선의 흰색 가구는 다이닝 공간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부합한다. 테이블 ‘텐세 Tense’는 MDF 이탈리아 MDF Italia 제품. 식탁 위에 있는 찻잔과 접시는 사라 라부안 Sarah Lavoine 제품으로 아틀리에 29에서 구입한 것이다. 또 MDF 이탈리아의 ‘플로 체어 Flow Chair’와 비트라 Vitra의 ‘임스 체어 Eames Chair’를 흰색 식탁에 매치했다. 바닥에 둔 카펫은 로셰 보보아 Roche Bobois 제품.
클래식하고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집. 성공적인 완성을 이뤄냈지만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모니카 Monika와 피에르 Pierre의 ‘집 개조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먼저 두 사람은 개조 후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집을 구하기 위해 여러 스타일의 집을 숱하게 방문했다. 그들이 선택한 곳은 보르도 중심지에 자리한 오래된 사무실. 모니카와 피에르는 건축가 다프네 세라도 Daphne Serrado에게 지휘를 맡기고 이곳을 멋지게 바꾸기로 했다. 이 사무실이 19세기에 지어진 아파트 건물에 있었던 덕분일까. 천장과 볼품없는 마감 뒤에는 다행히 멋진 몰딩과 상태 좋은 헝가리산 바닥재가 숨어 있었다. “집 전체를 다 발가벗겨야 했어요.” 건축가 다프네가 말했듯이 몇몇 부분은 아예 없애거나 부숴야 했다. 다이닝룸을 두르고 있던 장식 패널도 모두 제거했다. 이런 소소한 개조 말고도 각 공간과 크기를 다시 정하고 배치하는 작업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이전 사무실에는 필요 없었던 부엌을 새로 만들었다. 부엌을 만들 만한 장소는 어디였을까. 다이닝룸 옆쪽 구석에 작은 공간이 남아 있었는데 다프네는 ‘새 공간을 만들 바에야 이미 갖고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곳에 딱 맞는 부엌을 디자인했다. 그는 상부장과 하부장을 달고 커다란 조리대를 설치해 이 공간의 불균형을 최대한 극복했다. 그리고 세 개의 사무 공간을 합쳐 부부 침실과 그 안에 딸린 욕실을 만들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는 인조대리석의 일종인 코리안 Corian과 원목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엄선했고 특히 색상에 신경 써서 마감했다. 건축가는 자신의 계획만으로 이 집을 완성하고 싶지 않았다. 모니카와 피에르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 주말에 무라노 섬에 가서 거실 벽과 색감이 같은 샹들리에를 직접 골라오라고 하기도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집주인도 집을 레노베이션하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누구도 이들만큼 이 집에 애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건축가의 생각에만 치우치지 않고 집주인의 세련된 안목까지 더해진 개성 있는 집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유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창이 있는 현관은 색 대비가 특히 눈길을 끈다. 전체 톤을 맞추기 위해 유리창 틀과 똑같은 납색 페인트로 천장과 벽을 칠했는데, 하단의 순백색 웨인스코팅과 대조를 이루면서 오래된 몰딩과 장식 패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거대한 크기의 샹들리에 ‘빅 뱅 Big Bang’은 포스카리니 Foscarini 제품. ‘오토만 Ottoman’ 소파는 치나 Cinna, 붉은색 러그 ‘로지즈 Roses’는 나니 마르키나 Nani marquina 제품으로 모두 독스 디자인 Docks Design에서 구입.
대리석 벽난로를 감싸도록 짜 넣은 책장이 서재 공간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12mm 두께밖에 안 되는 패널로 만든 책장에는 책과 여러 소품을 수납했다. 벽난로 위, 책장과 책상 사이 벽에는 노란색 금경을 붙여 장식했고 샹들리에 역시 노란색으로 맞췄다. 루이 15세 스타일의 책상인 ‘카보슈 Caboche’는 포스카리니 제품으로 보르도에 있는 빌라주 노트르 담 Village Notre Dame에서 구입. 연두색 소파와 엘리티스 Elitis의 실크 쿠션 ‘볼리바 Bolibar’는 아틀리에 29에서 구입.
웅장한 느낌을 주는 무라노산 유리 샹들리에가 천장을 수놓고 있다.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낮은 테이블 ‘폰테 Ponte’는 제임스 어바인 James Irvine이 디자인한 것으로 마소토 Marsotto 제품. 벽과 천장에는 테이블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아주 연한 회색을 칠하고 몰딩과 웨인스코팅은 흰색으로 했다. 천연 가죽으로 만든 소파 ‘윌리엄 William’은 자노타 Zanotta, 쿠션은 카라반 Caravane 제품. 검은색 스툴 ‘볼트 Bolt’는 라 샹스 La Chance 제품으로 입섬 Ipsum에서 구입. 파란색 러그 ‘메모리즈 Memories’는 골란 Golran 제품으로 아고라에서 구입했고 테이블 위에 있는 그릇은 사라 라부안 제품으로 아틀리에 29에서 구입했다.
침실 안에 마련한 피에르의 책상. 침대 뒤에 파티션을 두고 책상을 붙여놓았다. 책상은 흰색 래커를 칠한 나무와 인조대리석 코리안으로 맞춤 제작했으며 벽에는 독특한 모양의 선반을 설치했다.
포근한 분위기의 부부 침실. 회색 벽이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옷장과 잘 어울린다. 파티션을 겸하는 침대 헤드보드의 양쪽에는 잉고 마우러가 디자인한 ‘루첼리노 Lucellino’를 달았다. 펜던트 조명은 모오이 Moooi의 ‘레이몬드 Raymond’ 제품으로 입섬에서 구입. 워싱한 리넨 소재의 침대보는 카라반의 셀레나 Selena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