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와 앨런은 뉴욕의 노호 NoHo 중심지에 자리한 집을 호텔 스위트룸처럼 꾸몄다. 영화광인 두 사람은 이 집에서 도시의 번잡한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
실내 건축사무소 데이비드 호웰을 이끄는 스테파니 애런스가 암체어에 앉아 있고 그 옆에는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멜리사 핀토가 서 있다. 암체어는 젠스 리솜이 디자인한 ‘빅 체어 Big Chair’와 앞에 놓인 원목 스툴 ‘키에런 Kieran’은 BDDW 제품이다.
천장이 어지러울 정도로 높다.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4m 높이의 천장까지 화사하게 물들인다. 이런 놀라운 공간감이 엘리사와 앨런의 마음을 끌어당겼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곳은 맨해튼과 바우어리에서 가져온 주철로 뼈대를 세운 캐스트 아이언 빌딩 Cast-iron Building으로, 이런 건물 중 대다수가 공장으로 사용되다 1980년대 무렵 아파트로 개조되었다. 마케팅 디렉터인 엘리사와 물리학자인 앨런이 변두리 주택가에서 살다가 도심으로 이사를 오기로 한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노호 지역에는 뉴욕의 패션 스쿨인 FIT 학생들이 모여드는 벼룩시장을 비롯해 갤러리와 부티크, 레스토랑 그리고 아트 무비와 실험적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줄지어 있는데 이들은 노호 특유의 고급스럽고 시크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스트 햄튼에 있는 집과 플로리다의 별장을 오가는 이들은 이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한 달에 며칠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머물고 싶었다.
이 집의 인테리어는 실내 건축사무소 데이비드 호웰 David Howell에 맡겼다. “호텔 스위트룸처럼 아파트를 개조했어요. 침실은 거실과 곧장 연결되고 로프트 느낌과 유동적인 동선도 그대로 간직하도록 했죠.” 엘리사와 앨런의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스테파니 애런스가 설명했다. 거실은 벽을 따라 설치한 부엌으로 이어지는데 부엌 가운데에는 바 Bar 역할을 하는 아일랜드 식탁을 놓았다. 거실은 웅장한 벨벳 소파와 암체어를 중심으로 한 응접실과 두 개의 긴 의자를 두고 홈 시네마처럼 꾸몄다. 홈 시네마는 할리우드 초기부터 작가 영화와 다큐멘터리까지 모든 장르의 영화를 섭렵하는 영화광에게 꼭 필요한 장소다. 거실 옆에 있는 침실은 방 한쪽에 자리한 오목한 공간인 알코브 Alcove 식으로 꾸몄다. 또 공장이었던 이 공간의 과거를 연상시키도록 금속 미닫이문을 설치했다. 미닫이문은 공간을 확장하면서 욕실 쪽 복도에 리듬감을 선사한다. 페인트칠을 한 벽돌과 회색 참나무, 메탈릭한 문, 회갈색 의자, 머스터드색 태피스트리 등 차분한 톤과 흙, 강철 등 자연 소재를 매치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벨벳, 모헤어, 양모, 가죽 등의 다양한 소재와 태피스트리를 사용해 아늑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빈티지 스타일의 가구는 이들이 오래전부터 모아온 예술 작품과 조화를 이루며 뉴욕의 아티스틱한 감성이 잘 반영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뉴욕의 젊은 아티스트 작품을 대거 볼 수 있는 거실. 화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라시드 존슨의 그림과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디자이너 린지 아델만의 조명 ‘캐치 Catch’, 크리스티앙 리에그르의 벨벳 소파와 카를로 몰리노의 빈티지 플로어 조명이 잘 어우러진다.
거실에 있는 네 개의 높은 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침실까지 들어온다. 거실과 침실을 나누는 미닫이문 옆쪽 벽에는 브라질 아티스트 가브리엘라 마차도의 그림을 걸었고 침대 옆 테이블에는 커다란 항아리를 올려놓았다. 침대 위의 스카프는 모마 부티크에서 구입.
레일 위에 설치한 금속 미닫이문이 침실을 감춘다. 암소가죽으로 만든 한 쌍의 스툴은 루이 소그노의 1950년 작품. 자연스러운 주름이 특징인 가죽 암체어는 켈리 웨어슬러의 ‘수플 체어 Souffle Chair’.
유리문을 단 메탈 상부장은 맞춤 제작한 것. 인조대리석 코리안 Corian을 상판으로 사용한 아일랜드 식탁은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기 위해 중앙에 두었다. 바 스툴은 BDDW 제품. 싱크대 앞쪽에 깐 러그는 도리스 레슬리 블라우 Doris Leslie Blau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