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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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위치, 문 손잡이 하나까지 원하는 것으로 채운 나의 두 번째 집을 소개한다.

크기 102㎡ 타입 아파트 구성원 부부, 반려견 3마리 예산 3800만원

집 안 구석까지 빛이 드는 커다란 창과 아파트에는 흔치 않은 다락방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덜컥 계약한 두 번째 집. 첫 집에서 벽 페인트칠부터 가구 리폼까지 하나하나 직접 고쳤던 경험이 있었고, 이사 계획이 없었을 때도 여행지에서 전기 스위치나 문 손잡이를 사모았을 만큼 디테일에 집착하는 타입이라 이 집도 역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시안을 잡고 자재를 고르는 등의 디자인은 내가, 계단과 단열 공사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몇 번의 스튜디오 공사 경험이 있는 포토그래퍼인 남편이 담당했다. 가구와 조명은 거의 그대로 옮겨왔고 화이트, 짙은 네이비, 약간의 우드 소재를 더한 컬러 팔레트도 그대로라 전반적인 분위기는 첫 집과 비슷하다. 다만 3년 동안 살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점을 수정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첫 집에서는 거실과 침실 모두 밝은 형광등 대신 펜던트 조명만 사용했는데 살짝 어두웠던 게 사실. 이번에는 동선을 따라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실링팬과 무토의 언더 더 벨 조명으로 포인트를 줘 밝기도 보완하고 인테리어 효과도 살렸다. 세 개의 방에는 따스한 오크 컬러의 헤링본 마루를 깔았지만 세 마리의 반려견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과 부엌에는 청소하기 쉽게 연한 그레이 타일을 사용했다. 지난번 집에서 답답하게 느껴졌던 싱크대 상부장을 없애고 메인 싱크대 맞은편에 서랍식 싱크대를 추가해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식으로 보기에 예쁘면서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신경 썼다. 집 구석구석을 원하는 것들로 고집스럽게 꾸몄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은 없지만, 부엌과 침실은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공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그레이 싱크대와 한 달을 넘게 고민하다 막판에 고른 오크 소재의 싱크대는 원래 쓰던 스틸 소재의 선반이나 가전제품과도 잘 어울리고 수납도 짱짱하다. 침실에는 오랫동안 눈여겨봤던 마키시 나미의 책장과 보르게 모겐센이 디자인한 빈티지 이지 체어를 뒀다. 자기 전 따뜻한 차 한잔과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금세 피로가 풀린다. 아파트 탑층의 서비스 공간인 다락방은 간이 사다리가 달려 있어 이전 주인이 창고로
썼는데, 프레임을 짜 계단을 설치하고 단열 공사도 새로 해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볼 수 있는 남편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 물론 셀프 인테리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수전이나 콘센트, 붙박이장 손잡이까지도 직접 알아보느라 발품을 팔았고, 나와 취향이 미묘하게 다른 남편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어려웠다. 용도를 정하지 못한 방 하나는 비어 있고, 거실 테이블의 의자는 어떤 걸 구입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고, 액자도 걸지 못한 미완성의 집이지만 조급하지 않다. 진짜 좋아하는 것들로 천천히 채울 예정.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질 집의 모습이 기대된다.

1 세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하는 공간
거실과 주방은 강아지들이 물을 흘리거나 배변 실수를 해도 신경을 덜 쓰도록 타일로 마무리했는데, 시원하고 쾌적해서 사람은 물론 강아지들의 만족도도 높다. 튼튼한 계단은 이층집 주택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 부분.

 

2 클래식한 포인트를 준 거실
따뜻한 베이지 컬러의 중문 옆으로 첫 신혼집의 다이닝룸에서 쓰던 빈티지 캐비닛을 놓아 여성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집 안 분위기에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3 하루를 마무리하는 침실 한 켠
침실에는 침대와 책장, 보르게 모르센의 빈티지 이지 체어만 두어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하기 좋은 공간이다.

 

4 부부의 작은 로망이었던 현관
나의 로망이었던 마블 타일과 베이지 컬러의 중문, 남편의 로망이었던 오크 원목으로 만든 벤치 등 서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사이좋게 골라 꾸민 현관.

 

5 파우더룸을 대신하는 화장실
뷰티에디터인 직업상 화장품 수납이 늘 신경 쓰였는데, 안방 화장실을 완전히 건식으로 꾸미고 세면대 하부장과 거울이 달린 수납장으로 파우더룸 대신 사용한다.

 

6 집 안의 중심이 되는 거실
첫 번째 신혼집에 비하면 간결하게 꾸미고 싶어 스트링 시스템 선반과 커다란 테이블, 소파 등 필요한 가구 몇 가지만 두었다. 지인들을 불러 함께 식사하거나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다.

 

7 포인트가 되는 화분들
화분 몇 개만 놓아도 집 안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신혼집에 있던 화분들 외에 이 집에 어울리는 야자나무, 몬스테라 등을 추가로 들였는데 매일 자라는 걸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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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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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가구와 오브제

구조적인 가구와 오브제

구조적인 가구와 오브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만든 건축적인 가구와 오브제.

파이론 코트 스탠드 건축적인 디자인의 옷걸이는 톰 딕슨 디자인으로 10꼬르소꼬모.

녹탕뷜 조명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플로어 조명은 플로스 제품으로 두오모.

플래시 테이블 톰 딕슨 디자인의 황동 마감 커피 테이블은 10꼬르소꼬모.

카바레 스몰 테이블 상반이 빗겨져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테이블은 플렉스폼.

브레이드 베이스 하나만으로도 힘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는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 제품.

하프 컷 와인 영국 디자이너 리 브룸이 만든 와인잔은 인엔.

리즈 의자 손잡이가 날개를 편 듯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의자는 워터놀 제품으로 두오모.

부라티 테이블 램프 부드러운 곡선과 은은한 광택의 조화가 아름다운 조명은 폰타나 아르테 제품.

테일러 수납장 카를로 콜롬보 디자인의 사이드보드는 플렉스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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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와 일상 사이

아트와 일상 사이

아트와 일상 사이

예술적 기질이 남다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웅기와 음악 감독 전수경의 집은 때론 정적으로, 때론 강렬하게 변주를 이룬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 아트 작품이 어우러진 안목 높은 빌라를 소개한다.

지인들을 초대한 작은 파티가 자주 열리는 다이닝 공간. 마당을 오가며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된다. 식탁과 의자는 보컨셉에서 구입했으며 장식장은 이웅기 소장이 제작한 것이다.

이웅기 대표와 전수경 부사장, 아들 다니엘의 모습. 안방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을 거실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현관 입구에는 10년 전 프러포즈 때 받은 브리토 작품과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하나 더 구입한 작품이 놓여 있다. 벽에 걸려 있는 액자는 강익중 작가의 초기 작품.

이웅기 소장을 위한 작은 서재. 디자인 관련 서적과 여행시에서 구입한 소품과 학부 때 만들었던 자신의 작품으로 장식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자리 잡은 인테리어 디자인회사 비타민 디자인 대표 이웅기 소장과 키츠 서울의 음악 감독 전수경 부사장의 보금자리는 에스닉, 프렌치, 팝 아트 스타일이 한데 어우러져 유럽의 감도 높은 집을 연상시킨다 .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은 아트 컬렉션, 빈티지 디자인 컬렉션, 에스닉한 소품이 경계를 두지 않고 서로 어우러져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고 있다. 가구 옆에 튀어나온 선이나 비뚤어진 라인 하나 없이 완벽한 비율을 가진 디테일이 있는 이 집은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한 공간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다. 특히 집 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트 컬렉션은 대부분 이웅기 소장의 안목으로 선별한 것들로 로버트 인디애나, 강익중, 박영화, 김영화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은 이웅기 소장의 다양한 경험치에서 비롯된 것. 미술을 전공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탈리아 브레라 디자인 대학에서 제품과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고 건축가 지오반니 레반티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그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 이탈리아 디자인을 10여 년간 국내에 전파하고 있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그런 그에 집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놀이방은 아이가 좋아하는 소품과 장난감들로 꾸며져 있다.

놀이방은 아이가 좋아하는 소품과 장난감들로 꾸며져 있다.

모던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부부 침실.

“집은 시간을 껴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어떻게 꾸미는 가에 대한 것보다는 그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편이죠. 집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니까요.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을 충족할 수 있고 더불어 심신을 편히 누일 수 있는 공간, 그게 바로 집이 갖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요?” 그간 깐깐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원하는 최상의 인테리어로 인정받아온 그가 새로운 작업에 들어갈 때 하는 일은 이들의 취향을 간파하는 것. 그렇기때문에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는 작업의 소스이자 효율적인 공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이 과정은 자신의 집을 만드는 것에도 적용됐으며 아내의 취향 저격 인터뷰를 통해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묻어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곳은 거실형 주방 공간. 손님 초대가 잦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아내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다이닝 공간이 초록 마당을 향해 탁 트여 있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아내가 필요로 하는 공간이나 원하는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했어요. 그것을 기준으로 삼고 그보다 잘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죠. 하하.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공간은 커다란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노출형 주방입니다.” 이에 대해 전수경 감독은 “요리를 하는 사람에게 불은 굉장히 중요한데 남편은 인덕션이 있는 아일랜드 식탁을 제안했어요. 디자인적으로 보기 좋다는 이유였는데 결국 절충점을 찾아 밖에서 보여지는 공간에는 인덕션을 설치했고 주방 안쪽 공간에는 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조리대를 하나 더 만들었어요.” 기존 주방 공간을 확장해 만든 기다란 준비대에는 수납공간을 넉넉히 만들어 실용적이다. 이 집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공식처럼 지정되어 있는 공간의 용도를 변경시켰다는 것도 한몫한다. 거실을 다이닝으로, 안방을 거실로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초록 마당이 보이는 창문 앞에는 편안한 임스 라운지 체어를 배치했고 주변에는 톰 딕슨, 자하 하디드의 소품을 비롯해 마이클 아나시타시아데스의 조명이 낮게 걸려 있다. 이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감상하기도 한다. 부부 침실과 아이 방에는 시선을 확 끄는 색깔을 적용해 공간에 리듬감도 부여했다.

다이닝 공간 앞쪽으로는 쿠킹 클래스를 해도 좋을 커다란 작업대를 만들었다. 작업대 아래 수납공간을 만들어 모자란 수납 공간을 커버했다.

부부 침실 뒤편으로는 세로로 긴 형태의 욕실이 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해왔던 터라 익숙한 건식 욕실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음악을 전공한 전수경 부사장은 작곡가이자 음악 감독으로 활약 중인데 최근에는 평창올림픽의 성화 봉송 파트의 음악을 만들었다 . 그녀가 운영하는 회사 키이츠 서울은 영상과 음악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로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설화수, 현대, 기아 모터스 등 CF를 통해 희로애락이 담긴 음악을 만들어 화제가 된 CF계의 스타 음악 감독이다. 그녀가 만든 음악은 소리로 밖에 들을 수 없지만 공간으로 표현한다면 획일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과 시각을 접목시킨 이 집을 꼭 닮아 있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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