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을 좋아하는 신혼부부의 이 집은 거실에 힘을 준 영민한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비스듬하게 둔 소파와 벽에 설치한 비초에 선반이 어우러진 거실. 비초에 선반에는 오디오와 소품과 향초, 책 등을 수납해 장식장처럼 꾸몄다.

반려견 바다와 친한 지인의 강아지 여름이와 함께한 권지원 씨.

무채색으로 꾸민 거실. 하나둘 가구를 구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블랙 컬러나 어두운 계열의 가구가 많아졌다. TV장은 USM, 벨벳 커버링이 클래식한 소파는 헤이 제품, 앞에 놓인 블랙 가죽 의자는 바실리 체어.
권지원, 박철민 부부의 신혼집은 선택과 집중을 잘 보여준다. 패션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아내와 호텔 업계에 몸 담고 있는 남편, 그리고 검은색 반려견 ‘바다’가 이 집에 함께 산다. 대부분의 집이 그렇듯 신혼집을 꾸미는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처음부터 명확한 시안이 있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집을 꾸미고 보니 무채색 계열이 많았고, 의외로 인더스트리얼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저희 집은 거실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어요. 전셋집이라 벽지나 바닥에 손을 대지 못했고, 벽에도 못 하나 박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가구에 힘을 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무채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바쁘게 생활하는 맞벌이 부부이기에 따로 서재를 두거나 침실에 과한 치장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거실에 그동안 사고 싶었던 가구들을 두기로 했다. “결혼 전에는 임시로 사용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물건을 살 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내 집이 생기니까 갖고 싶은 가구들이 생겼어요. 소파는 헤이 제품인데 벨벳 특유의 느낌과
컬러가 예뻐서 구입했고요, TV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USM 시스템, 화이트 컬러의 비초에 시스템과 블랙 컬러의 바실리 체어도 위시 리스트였어요.” 여느 집처럼 소파와 TV를 마주 보게 두지 않고, 대신 소파를 창가 쪽으로 비스듬하게 두고 거실 한 벽면에 비초에 시스템을 고정해 책과 소품을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소파가 놓이는 자리에 비초에 선반을 설치한 점이 색다르다. 냉장고에는 함께 갔던 여행지에서 구입한 마그넷을 아기자기하게 붙여두었다.

가슴팍이 하얀 반려견 바다. 무심하게 걸어둔 오렌지색 벽시계와 잘 어울린다.

침대 외의 가구를 최소화한 침실. 거실에 둔 3단 높이의 사이드 테이블 중 가장 낮은 테이블을 침대 옆에 두었다. 조 콜롬보가 디자인한 인더스트리얼한 디자인의 스파이더 스탠딩 램프도 블랙 컬러로 선택했다.
주방 공간도 독특하다. “식탁이 놓인 자리가 원래는 방인데 집주인이 방 대신 비어 있는 공간을 옵션으로 선택했어요. 덕분에 식탁을 둘 공간이 여유롭고 주방도 넓게 사용할 수 있어요.” 부부는 소품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을 가구에 투자했고 여백이 필요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거실이 디자인 가구로 채워져 밀도가 높은 공간이라면, 침실과 다이닝 공간은 간결하게 필요한 것만 두어 집 전체의 균형을 맞췄다. 냉장고에 붙여둔 여행지에서 구입한 마그넷과 서로에게 쓴 편지들, 현관에 나란히 둔 두 개의 스케이트보드에서 신혼부부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검은털이 매력적인 반려견 바다와 이 집은 일부러 맞춘 듯 꼭 어울렸다. 정해진 예산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신혼부부에게 있어 선택할 것과 비울 것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집이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부부의 취미를 엿볼 수 있는 현관.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는 아내의 것이다. 남편은 오토바이 라이딩을 취미로 즐긴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부부의 취미를 엿볼 수 있는 현관.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는 아내의 것이다. 남편은 오토바이 라이딩을 취미로 즐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소품도 컬러풀한 것보다는 무채색의 모던한 디자인이 눈에 많이 띄었다. 무심하게 올려둔 아트북도 블랙 컬러의 USM 시스템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