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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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구름바이에이치 하정 실장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시간에 인색하지 않았다. 일도, 살림도, 육아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녀는 슈퍼우먼이다.

 

하정 실장

 

거실 인테리어

 

동생과 함께 구름바이에이치를 이끌고 있는 하정 씨는 엄청난 수의 팔로어를 거느린 것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조차 거절하는 겸손함을 지녔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시크함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집을 정리하지 못해 엉망이라며 문을 열어주었지만, 두 아이가 있는 집임을 감안하지 않아도 깔끔했다. “침실이나 아이들 방은 너무 산만해서 보여줄 수가 없네요(웃음). 요즘 구름바이에이치 일로 너무 바빠서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출근하고 있어요. 촬영을 하는 김에 겸사겸사 정리를 했지요.” 구름바이에이치는 그녀의 동생인 하연지 이사와 함께 운영하는 온라인 편집숍으로 여성 의류와 리빙 제품, 키즈 라인까지 폭을 넓혀오고 있다. 모던하고 깔끔하면서 품질이 좋아 연일 입소문을 타고 있는 브랜드다. “일이 많아 바쁘다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섬유예술을 전공하고 몇 군데 회사를 다니면서 주로 VMD 일을 많이 했어요. 동생과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해봤고, 방배동에 작은 숍도 열었지만 요즘처럼 재미있게 일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찾은 기분이에요.” 바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하정 실장은 신혼 때부터 같은 집에 살고 있다. 애초에 공사를 하고 들어온 집이라 그 후로 손을 대진 않았고, 좋아하는 가구를 조금씩 모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가구나 소품을 고를 때는 최대한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것을 고르는 편이에요. 거실에 놓인 USM 시스템, 비초에 소파, 세븐 체어도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작은 크기였던 비초에 소파는 남편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긴 하지만요(웃음). 한번에 가구를 세트로 맞추기보다는 그때그때 하나씩 사서 모았어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식탁은 이만 한 것이 없어서 신혼 때부터 쓰고 있죠.” 하정 씨는 설령 지금 유행을 타는 아이템이라도 시간이 오래 흐르면 클래식 아이템이 될 수 있다며 트렌드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 취향으로 꾸민 집, 열정을 쏟아붓는 일,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집을 오가게 된다는 하정 씨는 워킹맘의 워너비가 되기에 충분하다.

 

구름바이에이치

 

 

주방 인테리어

 

시스템 가구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차가연(스튜디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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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집

나의 삶, 나의 집

나의 삶, 나의 집

어린 시절의 추억, 어느 순간 받았던 강렬한 인상, 늘 그리워하는 요소를 담은 곳이 집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기 때문에 방은하 김필섭 씨 부부는 집을 정말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파트 인테리어

베란다에 만든 긴 좌식 공간. 창문으로 보이는 산을 벗 삼아 누구든 편하게 걸터앉아 쉴 수 있다. 벽에 기댄 작품은 남천 송수남 작가의 ‘무제’.

 

레노베이션 아파트

서로 취향이 잘 맞는 방은하 · 김필섭 씨 부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 부부는 집을 레노베이션한 뒤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저는 우리 집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하지만 방은하·김필섭 씨 부부는 집을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힘주어 말했다. 이 집은 지극히 평범한 브랜드 아파트다. 유독 취향이 잘 맞는 이들 부부는 살던 집을 레노베이션해줄 누군가를 찾았다. “스크랩해둔 집이 거의 다 스튜디오 오브릭의 설계란 걸 알고 남혜영 소장님께 장문의 메일을 보냈죠. 아주 세세하고 집요하게요(웃음).” 이들 부부가 바란 집은 그리운 것들을 간직한 공간이었다. 할머니의 찬장, 툇마루, 반투명 유리문, 오래된 그릇과 가구, 나무 소재, 풀과 꽃 같은 자연 등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고 추억으로 간직해온 요소를 담은 집 말이다.

 

김원숙 작가

널찍하게 만든 현관 입구와 중문. 벽에는 김원숙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김선두 작가

거실에서 바라본 현관 쪽 공간. 방은하 씨는 작품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구입한 작품으로 집 안 곳곳을 연출했다. 정면의 작품은 김선두 작가의 작품.

 

스튜디오 오브릭은 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집 안 곳곳에 담아냈다. 이 집의 백미는 집 안의 중심 공간인데, 방 두 개와 거실을 하나로 넓게 텄고, 대신 손님이 왔을 때를 대비해 슬라이딩 문을 달았다. 끝에 서서 바라보면 옛날 궁에서나 볼 법한 겹겹의 방처럼 멋스러운 레이어링을 보여준다. 놀라운 공간은 또 있다. 반신욕을 즐기는 부부는 바로 앞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산이 있다는 장점을 살려 베란다에 반신욕을 할 수 있는 히노키 탕을 만들었고 베란다에 만든 툇마루 같은 긴 좌식 공간은 앞에 보이는 산을 벗 삼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방은하 씨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든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앉게 된다며 흐뭇하게 말했다.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부부를 위한 거실의 오디오 시스템, 주방에 놓인 오래된 고가구, 얇은 나무 살을 특징으로 만든 문 등이 차분하되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 집을 어떤 장르나 트렌드로 지칭하긴 아쉬워요. 여기에는 ‘오래된 마음’이 있거든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살고 있었던 집이지요.” 그리운 것을 모두 담고 있는 집이라니! 이들 부부는 진정한 행운을 거머쥐었다.

 

브라스 팬던트 클라우스 본더루프

거실과 방 두 개를 터서 만든 공간. 사이드보드 장 위의 작품은 최영욱 작가의 작품. 멀리 보이는 벽에 건 작품은 이건용 작가의 작품. 조명은 클라우스 본더루프의 ‘브라스 펜던트’다. 서재에 설치한 로얄시스템 월 유닛과 정면의 닐스 묄러 체어는 스웨덴하우스에서 구입한 것.

 

아파트 주방

주문 제작한 수납장을 둔 주방.

 

아파트 인테리어

아파트 인테리어

슬라이딩 문이 있어 손님이 왔을 때 프라이빗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아르떼미데 알파 비투프로젝트

중간 높이에 창문을 만든 서재. 바깥의 산과 베란다의 나무가 어우러져 단독주택 같은 느낌을 준다. 조명은 아르떼미데의 ‘알파’, 로즈우드 소재의 사이드보드 장은 비투프로젝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무더운 여름날 정성스러운 배송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환기 작가

주방에는 주문 제작한 가구와 오래된 고가구를 매치했다. 벽에 건 푸른색 작품은 김환기 작가의 작품.

 

침실 인테리어

침실과 연결되는 베란다에 히노키 탕을 만들어 반신욕을 즐긴다는 부부. 멋스러운 형태의 식물을 풍성하게 두어 야외에서 반신욕을 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다.

 

히노키탕 인테리어

베란다에 있는 히노키탕

 

앤티크 장

화려한 디테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리의 무늬나 색감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 앤티크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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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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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with HERMES HOME

PLAY with HERMES HOME

PLAY with HERMES HOME

에르메스 하면 묵직한 가죽과 정제된 디자인만 떠올랐던 이들에게 <Species of Spaces> 전시는 짜릿한 신선함을 선사했다. 밝고 경쾌한 큐브로 둘러싸인 공간에 놓인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마치 장난감을 갖고 놀 듯 즐거움 그 자체였다.

 

리엥 데르메스 컬렉션

벽에 건 코트 행어는 에르메스의 첫 작업인 마구 제작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2017년 ‘리엥 데르메스 Lien d’hermes’ 컬렉션. 공작새, 열매, 양치류를 단조로운 색조와 스텐실 효과로 표현한 벽지는 ‘모자이크 숲의 주인 Maitres de la Foret Mosaique’. 사이드 테이블 위의 라운드 박스와 뒤에 보이는 팔각형 박스는 모두 ‘리엥 데르메스’ 컬렉션. 상판이 슬라이딩 형태로 열리는 2개의 사이드 테이블은 디자이너 필립 니그로가 2013년에 선보인 ‘레 네쎄쎄어 데르메스 Les Nécessaires d’Hermès’ 컬렉션.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의 정사각형 비율에 맞춰 제작된 ‘까레 다씨제 Carres d’assise’는 커피 테이블 또는 의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키스 테이블 체어

구부러진 나무 다리와 금속 프레임이 어우러진 ‘에키스 Equis’ 테이블과 심플한 디자인이 ‘에키스’ 체어. 테이블에 놓인 단순한 형태의 데스크 액세서리는 2018년 ‘플리 아쉬 Pli’h’ 컬렉션. 미니멀한 가죽 커팅과 새들 스티치로 마무리해 유연하면서도 견고하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샬롯 마커스 펄맨 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 Alexis Fabry가 연출한 <Species of Spaces> 전시는 기존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3층 공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갖고 놀았던 단순한 형태의 큐브들이 거대한 크기로 확대돼 공간을 메우고, 나누었으며 각 큐브는 무거움을 벗어 던지고 파스텔 컬러를 입었다. 그 사이사이에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가구부터 조명, 오브제와 텍스타일, 패브릭과 벽지, 테이블웨어 등이 보물찾기를 하듯 놓였다. 도자와 가죽, 나무, 종이, 캐시미어 등 다채로운 소재로 만든 제품은 기하학적으로 연출된 큐브 공간에서 각각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 하나의 컬렉션처럼 어우러졌다. 컬러와 형태, 소재 그리고 건축까지 모든 것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즐거운 유희로 선보인 이번 전시는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됐지만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에르메스에 대한 엄격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페리메트르 컬렉션

벽과 큐브를 감싼 벽지는 ‘모자이크 숲의 주인’. 큐브 위에 놓인 트레이는 2018년 ‘페리메트르 Perimetre’ 컬렉션으로 손으로 직접 단면을 표현해 내추럴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조명은 2014년에 선보인 미켈레 데 루키의 ‘팡토그라프 Pantographe’ 램프로 미니멀하면서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에퀴빠주 데르메스 컬렉션

반원 큐브 아래 놓인 세라믹 소재의 다양한 꽃병과 트레이는 모두 ‘페리메트르’ 컬렉션. 뒤에 보이는 트롤리는 2017년 ‘에퀴빠주 데르메스 Equipages d’Hermes’ 컬렉션 중 ‘딜리정스 Diligence 오브제’로 옛날 마차를 떠올리게 한다. 가죽과 나무, 고리버들과 황동이 더해진 다양한 용도의 가구다. 트롤리에 놓인 테이블웨어는 2018년 ‘정원으로의 산책 A Walk in the Garden’ 컬렉션으로 아티스트 나이젤 피크가 디자인한 영국 정원 모티프의 패턴이 아름답다. 벽에 걸린 담요는 캐시미어 소재의 ‘타탄 Tartan’.

 

에르메스 홈 컬렉션

벽에 건 2018년 까마유 탕그램 Camails Tangram 프린트의 담요는 캐시미어와 실크 소재로 제작한 것으로 중국 전통 놀이인 칠요에서 영감을 얻은 무늬가 그려져 있다. 벽에 바른 하늘색 벽지는 ‘스퀘어 Square’. 100점 이상의 주얼리를 보관할 수 있는 특별한 캐비닛 ‘큐리오시테 아 비쥬 Curiosite a Bijoux’는 가운데 부분에 거울 겸 목걸이를 수납할 수 있는 비밀 공간이 숨어 있다.

 

에르메스 한국 전통

단순한 도형과 컬러가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담요는 이슬기 작가가 2017년에 선보인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Le Tigre Qui Fume’. 한국 전통 이불을 속담과 연관 지어 재해석한 것으로 누비 기술로 제작했다. 옆에 놓인 3개의 스툴은 ‘에퀴빠주 데르메스’ 컬렉션으로 내부에 감각적인 가죽이 특징이며 스툴 혹은 수납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플리 아쉬 컬렉션

가죽 데스크 액세서리는 2018년 ‘플리 아쉬’ 컬렉션. 팔각형과 라운드 형태의 박스는 모두 ‘리엥 데르메스’ 컬렉션. 대나무 소재의 삼각형 ‘카루미 Karumi’ 스툴은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것으로 일본 장인이 가벼운 대나무 소재에 탄소섬유를 더해 작업했다.

 

 

INTERVIEW
에르메스 홈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

샬롯 마커스 펄맨

ⒸShi-Ting Huang, Hermès 2018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되었나? 내게 중요했던 것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에르메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피에르 알렉시 뒤마 Pierre-Alexis Dumas(총괄 아티스틱 디렉터)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에르메스의 정체성은 켈리백에 가까운가? 아니면 화려한 스카프인가?” 그러자 그는 둘 다라고 대답했다. 에르메스는 다양한 모습을 지니는 동시에 다양한 가치를 공유한다. 때로는 엄격하고 꼼꼼한 느낌을 주고, 어떤 것은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홈 컬렉션의 경우 가구에는 엄격성이 강조되고, 패브릭에는 판타지를 불어넣는 편이다. 올해는 색상과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 건축적인 접근 방법을 접목했다. 또 기존과 다른 신선한 느낌을 선사하기 위해 파스텔 톤의 색상, 밝은 컬러를 많이 사용했다. 에르메스 하면 가죽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데, 그로 인해 가려졌던 신선하고 경쾌한 느낌을 소개하고 싶었다.

‘Species’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번 전시는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공간과, 제품 간의 구획을 큐브를 사용해 구분했다. 기하학적인 3차원 공간에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 제품이 공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부 다르지만 한데 모아두면 조화를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라는 표현을 썼다. 생물을 구분 짓는 종의 개념은 아니다(웃음). 에르메스의 다채로움을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영감을 얻은 ‘게임’은 어떤 것인가? 어린 시절 즐겨 했던 놀이, 장난감을 갖고 놀았던 추억을 큐브를 통해 표현했다. 아주 단순한 기하학적인 모양이지만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을 법한 형태이기도 하다. 이런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큐브가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보고 싶었다. 거실이나 특정 공간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전시 연출을 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제품 간의 관계나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다.

시노그래피에서 사용된 색상은 직접 만든 것인가? 이미 에르메스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던 색상인데 각각 더 밝게 구현했다. 시노그래피와 제품이 대비되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같은 색을 좀 더 연하게 사용했다. 예를 들어, 녹색은 이슬기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녹색의 채도를 낮췄고, 에르메스 레드 컬러도 연하게 만들었다. 보통 장난감 큐브들은 원색의 강렬한 컬러를 띠는 것이 많아 이를 탈피하기 위해 더 연하고 신선한 느낌을 강조했다.

건축학과 출신으로 에르메스와 건축이 유사성이 있다면? 시간과의 관계. 에르메스는 특히 시대성을 중시하는데 전통 유산과의 관계와 영향에 대해 늘 고민한다. 건축 역시 그 나라의 전통, 지리적인 특성, 역사 등을 살려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나의 제품이 세대를 걸쳐 오랫동안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알렉시스와 나는 라파엘 모네오, 알바로 시자와 같은 건축가들과 협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에 대한 개념을 공유하니까.

 

Species of Spaces 전시

2014년부터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에르메스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 먼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또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엄청난 자유를 누리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고, 브랜드에서도 모든 프로젝트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 에르메스에서 일하기 전에는 이 정도로 정성을 쏟는지 몰랐다. 팀워크도 좋아서 건축가, 디자이너, 장인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때로는 그들에게서 창조적인 해법을 얻기도 한다.

올해 밀라노에서 선보인 에르메스 홈 전시에서는 사람들이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젊고 감각적이며 즐거웠다. 이 또한 홈 컬렉션의 새로운 모습인가? 물론이다. 그 역시 공간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사람들이 공간에서 구르고, 몸으로 탑을 쌓기도 하는 등 보디 랭귀지를 통해 공간과의 관계를 표현했다. 우아하고 격식 있는 에르메스의 이미지를 잠시 잊고 즐겁게 게임하는 기분, 색조의 풍부함을 만끽하길 바랐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에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제품이 꽤 다양하게 있으니 말이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키워드를 정의한다면? 엄격함, 판타지, 가죽, 텍스타일, 내추럴한 소가죽, 컬러, 이중성, 균형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공존. 부드러움, 단단함, 그 둘의 조화로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관객이 특별히 눈여겨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우리 팀원들에게 작은 가죽 조각을 주고 3차원 물건을 만들어보라는 워크숍 프로그램이 있었다. 접기와 바느질로 만든 가죽 트레이 같은 제품이 탄생했고, ‘플리 아쉬 Pli’H(플리는 불어로 ‘접은’, 아쉬는 H를 의미한다)’라는 컬렉션이 탄생했다. 심플해 보이지만 단계별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트레이다. 이런 디테일이 에르메스 작업의 핵심이다. 작은 물건이지만 가죽공예와 관련된 모든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리빙 분야의 트렌드를 이야기한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오히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조금은 전통적이고 가족적이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편안함을 주는 디테일에 집중하게 되고, 전통 유산의 개념이나 근본적인 가치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 큰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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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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