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봐도 지루하지 않도록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스타일로 꾸민 목동의 한 아파트에 다녀왔다. 깔끔한 분위기를 자연스레 유지하기 위해 수납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화이트, 그레이 톤으로 꾸민 거실 겸 다이닝 공간. 베르판 VP 글로브 조명과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자인한 카펫을 깔아 포인트를 주었다.

이딸라의 새 오브제를 무심하게 올려 멋을 낸 거실. 벽면에 숨겨진 작은 창고 공간은 물건을 편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호텔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좋은 이유야 많고 많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수납도 한몫할 것이다. 최근 다녀온 목동 하이페리온 아파트는 호텔의 그런 장점을 취한 집이었다. 손님이 와서 급하게 정리한 것이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깔끔한 집. 그 깔끔함을 365일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은 바로 탄탄한 수납공간에 있었다. “저도 프렌치 모던이나 클래식한 분위기를 좋아하기는 해요. 하지만 몰딩을 만들면 먼지도 쌓이고 관리도 쉽지 않아서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의 이 스타일이 지겨워지면, 클래식한 가구를 넣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인테리어 자체를 프렌치 모던이나 클래식한 분위기로 시공하면 분위기를 바꾸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지난 1월 목동으로 이사한 집주인 내외는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었지만 살림이 미니멀하지 않다며, 대신 손쉽게 정리정돈할 수 있도록 수납에 집중해 시공했다고 덧붙였다. 오래 살 집이기에 쉽게 질리지 않는 그레이, 아이보리, 화이트 톤의 심플한 컬러로 시공한 공간은 금속 소재로 포인트를 주어 마무리했다. 그리고 베르판 VP 글로브 조명과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자인한 카펫을 깔아 재미를 주었다. 전체 시공과 스타일링은 꾸밈by의 조희선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무채색 컬러로 마감해 오래 봐도 편안하다.

반려동물 펜스를 붙박이 형태로 설치했다.

곳곳에 작품을 걸어 포인트를 준 공간.
가장 공을 들인 곳은 바로 드레스룸이다. 총 4개였던 방을 가족의 인원 수에 맞춰 3개로 줄인 뒤 각각의 방에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단순히 수납장을 만든 것이 아니라 방을 나눠 옷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둠으로써 정리가 더욱 편해지도록 했다. “붙박이장은 락커 같은 느낌이 있고, 일반적인 옷장은 예쁘기는 하지만 옷을 꺼낼 때마다 문을 열고 닫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드레스룸을 만들면 한번에 모든 옷을 볼 수 있어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방 안에 또 다른 방이 생기니, 결과적으로는 총 6개의 방이 생긴 셈. 여기에 작은 다용도실을 여러 개 두어 식재료나 소품 같은 것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작은 요소도 최대한 없애려 노력했다.

모든 방은 구획을 만들어 드레스룸을 만들어 두었다.

욕실과 드레스룸, 파우더룸이 이어지는 공간. 단차를 두지 않고 바닥의 소재만 달리해 공간에 차별성을 둔 것이 재미있다. 욕실은 건식과 습식 두 가지 타입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주방의 후드는 다운래프트 스타일로 쓰지 않을 때는 싱크대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또한 강아지를 위한 펜스도 벽과 벽 사이에 붙박이로 만들어 역시나 쓰지 않을 때는 벽 속으로 넣을 수 있다. “처음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는 펜스를 쳐놓고 그 안에서만 키우려 했어요. 그런데 안 되겠다 싶어 꺼내놓고 키우다 보니 손님이 오셨을 때 힘들더라고요. 그렇다고 펜스를 따로 놓으면 일이 되는 것 같아서 아예 붙박이로 만들었죠.” 이외에도 현관 입구를 길게 확장해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줄이는 등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 신경 썼다. 특별히 튀는 곳 없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는 집주인 부부의 바람처럼 10년 20년 뒤에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집이 탄생했다.

주방과 거실이 통합된 오픈 키친에서는 요리를 하면서 식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좋다. 거실에서는 목동 일대의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침실에 들어가기 전 마주하는 그림 하나가 공간에 힘을 준다.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것만 있는 아들의 방.

편히 즐길 수 있도록 침대 옆에 와인 셀러를 두었다. 동그란 모양이 유니크한 조명은 카텔라니&스미스. 새 오브제는 이딸라, 옻칠 트레이는 유남권 작가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