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변정수가 7년간 가꿔온 집은 정체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 특유의 감각으로 매번 그 모습이 바뀐다. 봄을 맞아 거실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그녀가 <메종>을 초대했다.

지붕에 햇빛 가림막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을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는 2층의 선룸. 펜던트 조명은 폐선박에 달려 있던 빈티지 제품이다.

마당에서 바라본 집의 모습. 정면에 보이는 2층 공간이 선룸이다. 아직 초봄이라 나뭇가지가 앙상하지만 운치가 있었다.

아기자기한 빈티지 물건이 가득한 그릇장. 변정수는 출장을 가면 패션 아이템보다 인테리어 제품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모델이자 배우, 온라인 라이프스타일숍 호야토야샵의 운영자, 감각 있는 살림꾼···. 변정수는 슈퍼우먼이다. 최근에는 ‘나는 변정수다’라는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스타일 크리에이터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과 팔색조 매력을 지닌 연기자로, 특히 그녀의 집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게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직접 발로 뛰고 큐레이팅해서 매만진 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돼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변정수는 계절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때로는 그냥 기분에 따라 수시로 집을 바꾼다. 이번에는 촬영장에서 만난 소파 덕분에 인테리어를 바꾸었다고 고백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터치>에서 맡은 역할 오시은의 사무실 세트장에 파란색 소파가 있었어요. 색감이랑 가죽처럼 느껴지는 독특한 질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저희 집 거실에는 고가의 커다란 소파가 있었는데 덩치가 워낙 커서 위치를 바꾸기도 어려웠고, 주변 소품에만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죠.” 변정수는 이번 드라마의 세트 스타일리스트인 장수진 대표로부터 그 소파가 에싸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1층에는 세트장에서 만났던 파리지엥 카시미라패브릭소파를, 위에는 바크 모듈형 르브와패브릭소파를 두었다.

에싸 파리지엥 카시미라패브릭소파의 색깔에 맞춰 벽에는 브랜든 킴 Brandon Kim의 캔버스 작품을 걸었고, 소파 옆에는 최은정 작가의 집 모양 조각작품을 두었다. 푸른색 계열의 컬러 덕분에 산토리니 섬을 떠올리게 하는 화사한 거실이 완성됐다.

좋아하는 블루 계열의 선반 가구를 둔 벽에는 가구 색깔과 거의 비슷하게 조색한 페인트를 칠했다. 비슷한 컬러로 연출한 벽과 가구의 모습이 위트 있는 공간. 변정수가 앉아 있는 흰색 암체어 역시 에싸의 파리지엥 1인 카시미라패브릭소파다.
“비둘기색이라고 해야 하나요? 거실 벽 쪽에 마음에 드는 선반 가구를 두었는데 특히 색깔이 정말 좋아요. 가구색이랑 똑같이 페인트 조색을 해서 벽을 칠했죠.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더라고요. 맞은편에는 흰색 암체어와 파란색 소파를 두니 거실이 훨씬 생기 있어 보여요”라며 그녀가 주방으로 안내했다. 이 집에서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공간이자 집 안의 백미다. 프랑스 라꼬르뉴의 오븐을 설치하면서 주방 전체를 레노베이션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한 공간이기도 하다. 마당과 등을 지고 설거지하는 것이 싫어서 오븐 제품과 잘 어울리는 독립된 개수대를 찾아야 했고 냉장고, 서랍장 등의 위치도 테트리스를 하듯 다시 짜서 넣었다. 과정은 복잡했지만 블루 컬러의 라꼬르뉴 오븐과 후드, 군데 군데 포인트를 준 노란색, 패턴 타일이 어우러진 주방의 모습은 근사했다. “이사를 가게 되면 이번에는 아주 강렬한 레드 컬러의 오븐을 사용해보고 싶어요. 지금 집에서 겪은 시행착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죠. 주방은 이 집의 얼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기가 많은 공간이라 이사하게 되면 그대로 두고 갈 수도 있어요”라는 그녀의 말에서 집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주방. 파란색 라꼬르뉴 오븐을 구입하면서 주방의 전체 구조를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했다. 오븐과 조리대가 일자형으로 놓이면서 마당과 등을 지지 않고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독립된 개수대를 찾아서 설치했고, 수납장과 냉장고도 빌트인으로 짜 맞췄다.

벽에 일렬로 설치한 조명 스위치는 폐선박에 있었던 빈티지 스위치. 금색 포르나세티 접시와 잘 어울린다

옐로, 오렌지 컬러로 포인트를 준 덕분에 주방에 경쾌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아쿠아유리 소재로 만든 폴딩 도어는 닫아두면 안쪽 공간이 잘 보이지 않아 언제나 깔끔한 주방을 연출할 수 있다. 그릇장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그릇들이 가득했다.
1층의 볼거리가 주방이라면 2층에는 선룸이 있다. 마치 유리로 된 온실처럼 박공지붕 형태의 선룸은 날이 좋을 때는 창문이 폴딩 도어여서 전체를 열 수 있으며, 햇살과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맨해튼의 어느 아파트처럼 그동안 가족들이 모아온 다양한 물건이 어우러져 있었고 지인들이 오면 모여 앉아 차도 마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최적이다. 두 개의 소파를 들이면서 아직 정리 중인 집 안은 일부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변정수는 그 과정 또한 즐기는 듯했다. “제가 가장자리를 깔끔하게 바이어스 처리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흰색 바이어스 처리를 한 에싸 소파에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또 미대를 나와서인지 컬러를 사용하는 데 좀 과감한 편이에요. 2층 거실에는 붉은색 샹들리에 조명과 녹색 에그 체어가 대비를 이뤄요. 원래는 의자들만 두었는데 역시 거실에는 편하게 앉고 누울 수 있는 소파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뭔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하고, 최대한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해요.”

에싸의 바크 모듈형 르브와패브릭소파를 둔 2층의 작은 거실에는 스메그 냉장고와 헤이 사이드 테이블, 러그 등을 두었다. 녹색과 민트색을 좋아하는 변정수의 취향이 묻어나는 코너.

나무 프레임이 드러난 지붕과 콘크리트 벽이 맞닿아 있는 2층.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콘크리트 벽에 최은정 작가의 원형 작품을 걸어 포근한 느낌을 더했다.

집을 축소해 나무로 만든 건축 미니어처.
보기에만 그럴싸한 요량은 그녀 사전에 없었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에너지 넘치고 유쾌한 변정수는 취향이 분명했고 실제로 요리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이자 인테리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폐선박에서 떼온 스위치와 조명을 활용하는가 하면 사용하던 소파는 동생인 변정민 씨에게 주었고, 가끔은 행사장에서 버려지는 것을 집에서 재활용하는 살림꾼이기도 하다. 그녀는 요즘 새로운 집을 구상 중이다. 옥상이 있고, 층이 나눠진 집을 상상하면서 머릿속으로 이미 디자인을 끝냈다고 말했다. 변정수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곳이 아닌 집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그녀와 집은 꼭 닮았다.

바크 모듈형 르브와패브릭소파 위에 앉아 있는 배우 변정수. 붉은색 샹들리에, 파란색 커튼, 녹색 체어가 어우러진 공간처럼 그녀 또한 다양한 색깔을 지녔다. 커튼은 인데코 제품. 녹색 의자는 프리츠한센의 에그 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