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스탁과 아르카숑 베이의 72시간

아르카숑 베이에서 들려주는 디자이너 필립 스탁 이야기

아르카숑 베이에서 들려주는 디자이너 필립 스탁 이야기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에 대해 이곳 사람들이 들려준 많은 이야기.

 

등대에서 항구, 해변에서 숲, 아르카숑 베이에서는 수없이 다양한 풍경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그가 배를 해변으로 끌어올릴 때 제가 도와줬어요. 그 후 그가 제 결혼의 증인이 돼주었고 저는 그의 결혼식 때 증인이 돼주었죠”라며 굴 양식업자 조엘 뒤퓌시가 이야기한다. 필립 스탁이 캅페레 Cap-Ferret에 있는 장 아누이 Jean Anouilh(프랑스의 극작가)의 집으로 이사 가기 전 자케 Jacquets에서 이웃으로 지냈던 그는 필립 스탁을 떠올리며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말 천재예요. 보기 드물게 한결같고 상당히 관대하고 우아한 사람이죠.” 필라 Pyla에서 캄페레까지 이어지는 아르카숑 베이는 필립 스탁이 수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자주 오던 곳이다. 그는 바,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가게, 스케이트보드장, 선박 제조장 등지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이미 특별한 배 여러 척을 인도한 선박 제조장 뒤부르디외 Dubourdieu와 라카즈 Lacaze에서는 멋진 정원 의자가 있는 검은색과 녹색의 배 한 척이 그에게 인도되기 전에 마지막 마감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지역 장인들에게 작업을 맡기려는 그의 의지를 칭찬한다. 페레의 자전거 대여점 주인이나 필립 스탁이 필라에 디자인한 호텔과 레스토랑 라 코르니슈 la Co(o)rniche와 아잇차 Ha(a)itza의 주인인 테슈에이르 부부도 이 지역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아르카숑 베이에 대한 애정을 칭찬하다. 필립 스탁이 알려준 장소는 정말 유명한 곳도 있지만 그보다 숨겨진 곳도 많기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필립 스탁이 최근 디자인한 라 코르니슈 레스토랑.

LA CO(O)RNICHE

“이곳은 최고로 멋지고 아름답고 시적이면서 초현실적이에요. 자연을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어요.” 필립 스탁은 확신한다. 그는 이곳에 18개의 객실과 레스토랑 그리고 바로 앞의 바다와 해변의 필라 Pilat 사구를 바라볼 수 있는 수영장을 디자인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석양을 즐기다 보면 칵테일을 안 마실 수 없다.

add 46, Avenur Louis-Gaume, 33115 La Teste-de-Buch
web www.lacoorniche-pyla.com

 

레스토랑 LE SKIFF CLUB

필립 스탁의 딸이자 화가인 아라 스탁이 천장을 장식한 아잇차 바에서 한잔한 다음 그랑 살롱 옆에 있는 베란다에 자리한 미쉐린 투스타 셰프 스테판 카라드의 레스토랑으로 가보자. 앙트레, 메인 디시, 디저트 그리고 데일리 마켓의 식재료를 이용해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즐기면서 테이블에 있는 화분의 허브를 직접 잘라 차를 즐길 수 있다.

add 1, Avenue Louis-Gaume, 33115 La Teste-de-Buch

 

아이스크림 가게 O’SORBET D’AMOUR

용과와 꿀, 잣, 무화과, 블러드 오렌지, 카눌레, 레몬 바질 등 꼭 맛봐야 하는 소르베와 다소 전통적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이다. 1935년 문을 열었으며 대로, 해변, 도시 그리고 캅페레 시장의 가판대에서 관광객과 지역주민을 맞이한다.

web osorbetdamour.fr

 

SAIL FISH CAFÉ

필립 스탁은 이곳을 마을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등나무 의자와 흰색 화장석, 천장의 서핑보드 등이 해변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시 캅페레에 있는 레스토랑 살리 피시의 동생 격인 이곳에서는 클래식한 바닷가 메뉴(참치 타다키, 굴 요리, 작은 새우튀김)뿐만 아니라 치즈버거와 디디에 Didier의 토마토 카르파치오(디디에는 채소 생산자의 이름으로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메뉴 이름에 넣었다)도 판매한다.

add 70, Boulevard de la plage, 33970 Lege-Cap-Ferret

 

PARKS OF THE IMPERATRICE

굴 양식업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조엘 뒤퓌시의 작업장이다. “제 결혼식의 증인으로 섰던 친구가 최고의 굴을 생산해요. 특히 저수조에서 성숙시킨 살이 통통하고 바삭한 n°3 펄 Pearl을요. 그는 창고와 오두막집에서 전 세계로 굴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add 5, Impasse de la Conche, Les Jacquets, 33950 Lege-Cap-Ferret

 

모래 바닥의 좁은 골목이 이어지고, 접시꽃과 굴 양식장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마을 레르브 L’Herbe는 아르카숑 베이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CAVIAR PERLITA

이 양식장에서 아키텐 지방의 검은 보석 캐비어 한 상자를 구입할 수 있는데, 시간이 넉넉하다면 1시간 30분 동안 양식장을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를 놓치지 말자. 철갑상어가 우글거리는 물탱크, 어떻게 철갑상어를 양식하는지 그들만의 특별한 기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양한 캐비어 요리를 볼 수 있다.

add Route de Mios-Balanos, 33470 Le Teich
web www.caviar-perlita.com

 

GYRO CAP

어디라도 달릴 수 있는 전기자전거인 최신 이륜차 비치 크루저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곳이다. 해변에서의 경주부터 만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기 위한 탈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add 7, Boulevard de la Plage, 33950 Lege-Cap-Ferret
web Gyro-cap.com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필라 사구는 6000만m3의 모래로 구성되며 바람과 파도의 영향으로 1년에 1~5m씩 이동한다.

 

선박 제조장 LACAZE

스포츠용 혹은 전문 어선과 세일링 보트 그리고 돛이나 모터가 달린 길고 좁은 배 등 이곳에서는 다양한 배를 맞춤 제작할 수 있으며 수선도 가능하다. 얼마 전에는 필립 스탁의 아내 재스민을 위해 전통적인 범선을 근사하게 수선해주었다.

add 4 Rue Jules-Chambrelent, 33740 Arès

 

LE BISTROT DE PEYO

캄페레 시장 입구에 자리한 페요는 아페리티프를 마실 시간이 되면 항상 찾게 되는 만남의 장소다. “주인이 스페인 사람인데,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너무나 멋진 개성이 있는 곳이에요. 사람들과 함께 로제 와인을 즐기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죠. 그곳에서 나오는 것인 고통스러울 만큼요”라고 필립 스탁이 말한다.

add MarcheduCap-Ferret, 33970 Lege-Cap-Ferret

 

조류 공원 LE TEICH

공원에서 빌릴 수 있는 쌍안경을 갖고 연못과 에이르 Eyre 삼각주, 아르카숑 베이에 서식하는 새들을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며 한적하고 달콤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add RueduPort, 33470LeTeich
web reserve-ornithologique-du- teich.com

 

HOTEL HA(A)ÏTZA

루이 곰 LouisGaume이 1930년에 건축한 네오바스크 건물을 필립 스탁이 다시 디자인했다. 38개의 객실은 밝은 색 나무와 이녹스를 더해 흰색 톤으로 장식돼 있다. 객실 침대가 창을 바라보고 있어 소나무의 정취를 전하는 꿈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add 1, AvenueLouis-Gaume, 33115LaTeste-de-Buch
web haaitza.com

 

LE KYKOUYOU

레르브 마을의 굴 식당 중에서 가장 독특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굳이 굴을 먹지 않아도 식사를 할 수 있는데, 파테나 새우 요리를 시도해봐도 좋다. “이 식당을 좋아해요. 주인의 환대는 물론이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라고 필립 스탁이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add AvenuedeL’Herbe, 33950 Lege-Cap-Ferret

CREDIT

포토그래퍼

루이즈 데노 Louise Desnos

writer

아들린 쉬아르 Adeline Suard

TAGS
일상과 취향이 차곡차곡 쌓인 집

엄마의 취향과 일곱 가족의 일상을 담은 집

엄마의 취향과 일곱 가족의 일상을 담은 집

엄마의 취향이 집약된 모던 하우스에는 부부, 두 아이, 두 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곧 만날 뱃속의 아기까지 모두 일곱 가족이 살고 있다.

플랫 포인트의 패브릭 소파, 허먼밀러의 임스 테이블, 이씨라메종의 비벤디 러그 등이 어우러진 가족 놀이터 거실.

 

조성희, 주지현 부부와 곧 오빠가 될 두 아이의 가족사진.

 

‘집은 삶을 사는 공간이다’라는 진부한 말에 어느 때보다 긍정하게 되는 요즘, 이대로 성실하게 지내고 있는 집을 찾았다. 처음 마주한 가족은 셋째를 소중히 품고 있는 엄마 조성희 씨와 달콤한 낮잠에서 막 깬 둘째 해인이었다. 해인이의 귀여운 걸음걸이를 따라가니 198㎡를 가 늠할 수 있는 넓은 거실과 만났다. 조그마한 몸집의 18개월 아기의 시선에는 운동장처럼 보일 만큼 널찍한 거실과 통창으로 탁 트인 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육아의 흔적은 희미했다. 성희 씨의 인테리어 취향이 집을 한결 정돈된 모습으로 다듬어준 이유다. “시선을 뺏을 만큼 튀거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유행 아이템은 좋아하지 않아요. 집은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에 뉴트럴 톤의 컬러를 주로 선택하고 빈티지하거나 현대적인 가구를 좋아하는데 모던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에요”라고 말한 그녀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쿠션, 그림으로 컬러 포인트를 준다고 덧붙였다. 공간마다 걸린 오리지널 포스터는 구입처, 구입 시기가 각기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데 취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혼 전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아내와 달리 남편은 집은 지저분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주의다. “남편은 제 취향을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다만 기능 없이 단순히 보는 것에만 그치는 오브제는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이 점은 제가 남편 취향을 따라갔네요. 언제부턴가 저도 추상적인 오브제는 찾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그녀가 웃었다.

 

성희 씨가 직접 제작한 책장은 반려묘 우엉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왼쪽은 거실, 오른쪽은 주방으로 나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오리지널 포스터, 한스 베그너의 펜던트 조명이 따뜻한 주방 풍경을 만들었다.

 

이 집은 조성희, 주지현 부부의 세 번째 집이다. “전에 박물관 관장을 지내던 분이 살았는데, 집도 박물관처럼 살림이 가득했어요. 그 짐만 빠지면 우리다운 집을 꾸밀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했죠. 천편일률적인 여느 아파트와 달리 곳곳에 주택의 모습을 띤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남편이 거실 벽을 페인트칠한 것 외에는 그대로 살고 있어요.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하며 산 적은 없어요.” 성희 씨의 설명처럼 그들이 집을 찾는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살림을 늘리지 않고 깔끔하게 살 자신이 있기 때문에 집의 컨디션이 괜찮은 곳, 공간이 나누어진 곳보다 넓게 트인 것에 만족했다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복도를 따라 왼쪽으로 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지는 구조가 재밌다. 7살인 첫아이 아인의 방과 컴퓨터방이 나온다. 아이 방은 다른 공간에 비해 컬러를 많이 들였지만 채도가 낮은 컬러가 주를 이룬다. 아인이가 직접 고른 침대와 엄마의 감각이 함께 어우러진 포근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무채색으로 채운 컴퓨터방은 이베이 직구로 구한 구찌니 조명으로 포인트를 줘 개성을 살렸다. 온 가족이 누워도 넉넉한 패브릭 소파가 놓인 거실은 가족의 아지트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가족 놀이터와 같은 곳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어요. 정말 집이 일상 그 자체예요. 둘째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태어나서 할머니 집 외에는 바깥세상 구경을 잘 못했죠. 요즘처럼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집 앞 놀이터에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는 건 부모인 저희한테도 위안이 되더라고요. 넓은 집을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에요.” 성희 씨가 말했다. 평범하고도 안전한 일상이 이 집에 고스란히 쌓이는 중이다.

 

방문을 열면 또 다른 두 개의 방이 나오는 재밌는 구조.

 

주택을 떠올리게 하는 팔각형의 특별한 공간.

 

쏘유의 어린이 침대, 빌락의 자동차, 이씨라메종의 러그 두 개를 레이어링해 꾸민 아이 방.

 

묵직한 색감의 아일랜드 주방 옆으로는 다이닝룸이 자리하고 있다. 6인용 테이블을 놓았는데, 최대 10명까지도 가능해 가까이 사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유용하다. 침실은 성희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결혼 전부터 기르던 반려묘 우엉이와 토비도 이곳에서 가장 오래 머문다. 침실 한편에는 다른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팔각형 모양의 여유 공간이 있는데, 창이 시원하게 나있어 근처 공원의 초록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남편과 와인 한잔하거나 혼자 책을 보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부부 모두 만족하며 사용하는 모션 베드, 직접 제작한 책장, 볼수록 멋있는 빈티지 테이블 등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것으로 집 안을 채웠다. 공간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러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곳곳에서 러그를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 러그 전문 회사 이씨라 메종을 이끌고 있다. “공간의 성격에 따라 러그를 다르게 선택해야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어요. 침실, 아이 방은 발이 닿는 느낌이 푹신한 러그를, 의자를 놓고 사용하는 컴퓨터방이나 다이닝 룸은 짜임이 있는 탄탄한 러그를 선택했죠.” 그녀는 러그가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해 넓은 곳에서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해도 좋지만, 좁은 장소에서는 바닥과 비슷한 컬러를 선택해야 더 넓어 보인다는 팁도 잊지 않았다. 이제 이 가족은 네 번째 집으로 옮길 채비를 하고 있다. 첫째 아인이가 건강하게 뽕 나오라고 지어준 뽕이라는 태명의 셋째까지 일곱 가족으로 완전체가 되면 새 집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일상을 쌓아갈 것이다. 그곳에서 엄마의 취향은 또 어떤 멋진 그림을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구찌니 조명과 이케아 책상, 와일드 스피어스 체어가 컬러 대비를 이룬다.

 

반려묘 토비와 우엉이가 지키는 부부의 침실.

 

침실에 자리한 욕실로 호텔 욕실을 닮았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TAGS
JUST FOR US

남산의 풍경과 자신을 위한 공간을 담은 양태인 디렉터의 새로운 집

남산의 풍경과 자신을 위한 공간을 담은 양태인 디렉터의 새로운 집

계절별로 변화하는 남산의 풍광을 담은 양태인 디렉터의 새집을 찾았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었던 공간이 반려견 후추와 함께하며 더없는 행복이 비로소 볕처럼 스며들고 있었다.

푸르른 남산의 여름이 통창 뒤로 훤히 보이는 내부. 볕이 잘 들어와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후추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모던한 인상의 거실이 보인다. 블랙 데이베드와 묵직한 존재감의 작품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소복이 쌓인 낙엽이 한층 익숙했던 작년 늦가을, 양태인 디렉터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통창 너머 보이던 선연한 계절의 모습을 기억하며 다시 찾은 이 곳에는 어느덧 짙은 여름의 인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변함없이 환하게 반기는 반려견 후추는 여전했지만 말이다. “처음 봤을 때 후추가 5개월이었는데, 시간 참 빠르죠? 이곳에 온 지도 2년 정도 되어가고요.” 10여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틀리에 태인과 베지터블 플라워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웨딩 및 라이프스타일 비주얼 스타일링과 컨설팅 영역에 몸담아온 그였기에, 다시금 찾아온 231㎡ 규모의 집은 여전히 그만의 감도 높은 센스가 군데 군데 포개져 있었다. 이전에 머물던 남산맨션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거처를 옮긴 데에는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동고 동락했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떠난 뒤 남은 감정 때문이기도 했다. “오래도록 반려견이 떠난 자리에는 이상한 슬픔이 남더라고요. 연인이나 가족에게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층위의 감정이 었던 것 같아요.”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에는 이것저것 따져보기 여러모로 시간이 부족했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그럼에도 늘 따뜻하게 들어오는 볕과 잎이 무성한 남산을 끼고 있어 너른 여유가 머무는 듯한 이 집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됐다.

 

 

다이닝룸 입구에서 취재팀을 바라보는 후추.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외모와 활발한 성격이 매력적이다.

 

양태인 디렉터는 작업용 데스크을 두어 집과 사무 공간을 겸하고 있다.

 

이현정 작가의 석재 테이블은 다이닝룸의 중심을 탄탄히 잡아준다. 토끼 귀를 연상시키는 백색 등판의 의자와도 잘 어울린다.

 

별도의 리노베이션이나 시공을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였기에 구조적인 변경이나 도장 등 대규모 공사는 거치지 않았지만, 이전 집에서는 하지 않았던 시도를 감행해 지금의 집을 완성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산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좋아하는 나무 소재나 빈티지한 요소를 쓰는 대신 모던한 데이베드, 화이트 테이블, 유리를 사용해봤어요. 그 결과인 셈이죠.” 프리츠 한센 PK22 라운지 체어와 묵직한 블랙 데이베드 그리고 크고 작은 작품 몇 점을 균형 있게 비치한 화이트 톤의 거실만 봐도 그의 말을 십분 짐작할 수 있다. 사무실로도 사용하는지라 한 켠에 둔 유리 상판이 눈에 띄는 까시나의 카를로스 카르파 데스크도 함께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켜켜이 쌓인 소반과 백자, 아트 북 등 다채로운 오브제를 모아둔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하나둘 모은 소품과 지금껏 소장하고 있는 작품 등을 한쪽에 비치해 하비룸 같은 장소를 꾸린 것이다. 마주보는 구역은 다이닝룸. 너른 주방도 눈길을 끌지만 백미는 이현정 작가의 백색 석재 테이블이다. 8인용 정도의 큰 테이블이나 여럿이 너끈히 사용할 수 있는 소파 등 큼직한 가구를 즐겨 사용하던 것과 달리 오붓하게 서너 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어 새롭다고. “사실 가구를 선택할 때면 나보다는 이곳을 찾아올 사람들을 더 고려했어요. 그렇지만 여기로 오면서 조금 달라졌죠. 나에게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내가 편하고 내가 좋은 가구, 이 테이블도 사실 그래요.” 테이블을 매만지던 그가 덧붙였다. 소재와 디자인 모두 눈길을 사로잡는 테이블이 중심처럼 자리한 이곳은 그가 가장 중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집을 사무실로도 쓰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찾아오는 일이 종종 있어요. 처음에는 거실에 마련된 데스크에서 미팅을 했는데, 점점 신뢰가 쌓이면서 친구처럼 여기서 식사 자리를 갖게 되더라고요. 요리나 와인을 낼 때 플레이팅이나 술과 음식의 조화 같은 미묘한 부분에서도 제 취향을 볼 수 있으니 알게 모르게 나에 대해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죠. 가끔은 친구들을 초대해 이곳에서 놀기도 해요. 어찌 보면 마음이 열리는 공간처럼 느껴지죠.” 방문하는 이들도 대부분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닝룸에 마련된 유리문을 열면 마치 예술 작품처럼 뒷마당 같은 남산의 초입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여행과 일을 통해 하나둘 모은 오브제가 진열된 공간은 양태인 디렉터의 취향과 감각이 물씬 느껴진다. 그가 좋아하는 롬 작가의 작품과 동양적인 소반, 백자가 비치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입구에는 정진화 작가의 작품과 손님들이 신발을 신을 때 앉을 수 있도록 스툴을 마련했다.

 

그렇지만 이곳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반려견 후추다. 운명처럼 이전에 키우던 반려견과 이름이 같았던 후추는 이곳으로 이사온 후 선물처럼 그한테 찾아왔다. “숲과 풀밭이 있으니 후추가 여길 참 좋아 해요. 숲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게 참 다행이죠.” 자신을 최우선으로  했던 그의 마음에는 어느덧 후추가 가득 들어와 있었다.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후추와 함께하는 집으로 하나둘 모양새가 바뀌어갈 만큼. “이 아이가 참 많은 것을 바꿔놨어요. 거실이나 방 곳곳에 카펫을 깔거나 제 침대 옆자리에 저 아이를 위한 작은 침대를 마련했죠. 사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저한테 있어요. 후추와 함께하는 지금, 더없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주거든요.

 

거실과 달리 한층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남산의 모습이 매력적인 침실. 반려견 후추를 위한 미니 침대도 마련되어 있다.

 

한 곳에서 집과 사무실을 겸용하는 양태인 디렉터는 까시나의 카를로스 카르파 데스크에 앉아 업무를 본다.

 

일본 최초의 백화점 미쓰코시에서 사용된 쇼케이스를 둔 드레스룸. 모자나 가방 등을 보관하기에 편하다고.

 

거실에는 후추의 장난감을 모아두었다. 귀여운 도나 윌슨 인형도 눈에 띈다.

 

주방 곳곳에 보이는 키친웨어와 함께 건조기와 세탁기에 딱 맞춘 장이 눈에 띈다.

 

주방에 놓인 다양한 식기 겸 오브제.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