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불시착한 소우주

색다른 요소가 가득한 컨셉 상업 공간 다섯

색다른 요소가 가득한 컨셉 상업 공간 다섯

 

디지털 세상이 익숙한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우주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주의 컨셉트가 결합된 공간이 대세다. 달나라로의 여행을 꿈꾸는 지구인을 위해 잠시나마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 우주 모티프의 상업 공간을 소개한다.

 

우주를 맛보는 컨셉트 스토어, ESC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스페이스 몬스터 콘텐츠’에서 론칭한 ESC는 평범한 일상에서 우주라는 소재를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로 탐닉할 수 있는 신개념 컨셉트 스토어다. 이곳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주의 기운을 담은 독특한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이자 다양한 아티스트가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우주를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공간이며, ESC의 굿즈와 NFT와 같은 소장형 콘텐츠를 소개하는 브랜드 쇼룸이기도 하다.

 

 

왠지 우주학 박사의 연구실을 엿보는 듯한 인테리어는 실제 우주 실험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대형 스크린과 정중앙에 자리한 메인 아트워크 공간이 시선을 압도한다. 시즌별로 ESC만의 세계관을 시각화한 이색적인 전시를 준비하는 건 물론, 아트워크를 NFT 컬렉션으로 출시하여 직접 소장할 수 있도록 할 예정. ESC는 눈으로 보는 새로움만큼이나 혀끝으로 느끼는 낯선 경험도 놓치지 않았다. 독특한 맛과 컬러, 서로 다른 질감을 지닌 시럽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는 순간에도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으며 행성을 닮은 실험적인 형태의 케이크와 쿠키도 맛볼 수 있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 등에서 펼쳐낸 광활하고도 신비한 우주의 세계를 상상하며 지구에 상륙한 작은 우주의 맛을 경험해보시길.

 

 

ADD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93길 28-2
INSTAGRAM @esc.by.smon

 

 

스마트 팜이 만든 행성, 식물성 도산

 

 

스마트 팜 스타트업 엔씽 N.THING이 ‘지구와 화성 사이 신선함의 별’을 뜻하는 가상 행성 ‘식물성 星’을 지구에 구현했다. 엔씽은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여정에 가상의 행성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브랜드의 스토리를 담은 시즌별 작물과 이를 활용해 개발한 다양한 식음료를 판매한다.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기념해 1월과 2월에는 완전제어형 사물인터넷 IoT 수직농장에서 짙은 보랏빛의 신선함을 머금은 콜라비를 재배하고 있으며 매장에서 갓 수확한 콜라비 열매와 잎을 활용한 신메뉴를 맛볼 수 있을 예정.

 

 

특히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플래닛 샐러드’는 우주에서도 샐러드를 맛본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기내식 느낌으로 구현해냈다고. 식물성 도산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이 작게는 작물의 공급 안정부터 크게는 사막과 같이 어려운 농업 환경에 기여하고, 나아가 토양이 없는 곳에서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먹거리 재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ADD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2길 54
INSTAGRAM
@sikmulsung_official

 

 

우주를 유영하는 향수, 에이오지 포탈 압구정

 

 

향수 브랜드 에이오지 AOZ의 우주적 세계관을 실현한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포탈 압구정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층마다 각기 다른 외계 탐험 스토리를 반영한 공간이다. 1층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닮은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에이오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캠페인 ‘Face the Unknown’의 전시로 유선형의 인테리어와 반복되는 선이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포탈을 떠오르게 한다.

 

 

2층은 행성 궤도를 재해석한 공간으로 거울에 반영된 패턴이 끊임없이 확장하는 무한한 우주를 표현했다. 방문객은 천장으로 뻗은 구조물 사이를 걸어다니며 구형 오브제를 활용해 에이오지의 향을 시향할 수 있다. 이어지는 3층은 판매하는 제품과 함께 향 제작 과정을 형상화한 키네틱 오브제가 진열돼 있고, 토성을 모티프로 연출한 그러데이션 벽면과 금속 테이블이 극적인 조화를 이룬다. 포탈 압구정은 한 층씩 올라가면서 전시와 체험, 쇼핑 등 에이오지가 설계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우주다.

ADD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7길 13
INSTAGRAM @alienodorz

 

 

지구에서 찾은 우주정거장, 궤도 연희

 

 

“세상에 불시착한 모든 사람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난다. 삶이라 부르는 그 여정은 자체로 하나의 소우주다.” 궤도 연희는 소우주를 온전히 탐험할 수 있는 장소라는 컨셉트로 문을 열었다. 실내로 들어서면 깔끔하고 모던한 공간이 펼쳐지는데, 우주선 내부를 연출한 듯 웅장하고 미래적이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디스플레이에서는 끊임없이 파도가 들이치고, 파도를 중심으로 레일에 올려진 커피와 디저트가 공전하듯 테이블을 따라 떠다닌다.

 

 

궤도 연희는 우주적인 공간에서 익숙한 커피 향을 만남으로써 낯섦 속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우주를 표상한다. 바쁘고 시끄러운 도심과 일상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 궤도 연희가 마련한 우주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ADD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8길 18
INSTAGRAM @gwehdo

 

 

시간 여행을 통해 기록한 향, 시낭

 

 

시간 주머니를 뜻하는 시낭은 메타버스의 가상 공간에서 시간과 우주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가상 조향사이자 시간 여행자 보 Vo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직접 쓴 다섯 편의 소설을 모티프로 향을 구현해낸 것인데,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자 보가 기록한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를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색다른 호기심을 유발한다.

 

 

독특한 세계관만큼이나 쇼룸의 위치 또한 예사롭지 않다. 시낭은 역사와 흔적을 간직한 세운상가에 자리하는데, 마치 우주를 여행하며 수집한 잔해물을 떠올리게 하는 독창적인 형태의 오브제로 상상력을 마구 자극한다. 은하수와 시간 사이를 떠돌며 보가 기록한 향은 향수와 룸스프레이, 디퓨저로 구성되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색다른 자극을 불어넣는다.

ADD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가동 4층 바열 440호(세운상가)
INSTAGRAM @sinang.s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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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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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학

비우고 덜어내 완성한 미니멀 인테리어

비우고 덜어내 완성한 미니멀 인테리어

 

비우고 덜어내는 과정에서 찾은 안온한 휴식처 같은 부부의 집. 빈 자리에는 빛과 음악, 향이 그 공허함을 채우고 있었다.

 

부피가 큰 소파와 TV 대신 텍타의 라운지 체어를 선택해 보다 여유 있는 거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내 선혜림 씨가 남편을 위해 선물한 디터람스 스피커는 그가 가장 애정하는 물건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레브드홈을 이끌고 있는 공동 대표이자 집주인 선혜림, 박세윤 씨 부부의 집을 찾았다. 매달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하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 곳은 인테리어 전문가의 집이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험적인 도전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화이트&우드를 베이스로 미니멀한 홈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레브드홈의 두 대표가 최소한의 삶을 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레브드홈을 이끌고 있는 선혜림, 박세윤 대표.

 

“결혼하고 첫 번째 전셋집을 직접 꾸몄어요. 가구와 소품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우다 보니 실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집이 가져야 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인지 또 집에서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부부는 지금의 미니멀 라이프와는 정반대인 맥시멀리스트의 삶을 살았을 정도로 짐이 많았다고 한다. 비우는 데만 1년이 걸렸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번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어수선한 집은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있거든요. 그 속에 무형의 가치를 곁들이면 우리가 정의하고자 하는 집의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빛이나 음악, 향 등이 빈 공간을 채움으로써 더욱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요.” 박세윤 대표가 설명했다.

 

침실 한 켠에 마련한 평상은 남편 박세윤 씨가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와인냉장고, 커피머신까지 모두 빌트인으로 수납한 주방.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와인냉장고, 커피머신까지 모두 빌트인으로 수납한 주방.

 

부부가 결론 내린 미니멀한 집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바로 개방감이다. 132㎡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 트인 거실은 주방과 다이닝의 역할을 함께한다. 리빙, 다이닝, 키친이 하나로 이루어진 LDK형 거실로 구조를 변경한 것. “요즘은 부부가 함께 집안일을 하는 일상으로 바뀌었어요. 때문에 오히려 공간 분리는 서로 간의 소통을 방해하기만 하죠”라고 덧붙였다.

 

널찍한 다이닝 테이블을 꿈꿨던 남편을 위해 선택한 6인 칼한센앤선 테이블.

 

엔데믹 시대에 맞춰 현관 앞으로 뺀 세면대.

 

호텔식 레이아웃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한 안방도 이 집의 결정적인 포인트. 거실과 침실을 가로막고 있는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침실과 욕실 그리고 드레스룸이 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는 실험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하루 이틀 머무는 호텔과 달리 일상을 보내는 집에서는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있기에 욕실에도 자동 블라인드를 달았으며 세면대와 바스는 건식으로 사용 중이다. 그렇다, 디자인과 사용성은 반비례인 경우가 있다. 눈으로 보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사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에는 물리적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 하지만 부부는 훗날 클라이언트에게도 명확한 장단점을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번 시도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집에는 무수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질감이 살아 있는 페인팅 도장으로 마감한 침실 벽면과 공간 확장 효과를 위한 마이너스 걸레받이, 깔끔한 문선 마감, 포켓 도어 등 기초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의 집은 현명한 공간 활용과 정리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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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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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갤러리스트의 서정적인 집

젊은 갤러리스트의 집

젊은 갤러리스트의 집

 

두아르트 스퀘이라 대표의 집은 갤러리, 조각 공원, 아티스트 레지던스, 수영장을 포함한 광활한 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아트 부산과 키아프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젊은 갤러리스트의 집을 방문해보자.

 

여자 친구 브루나 올리베이라Bruna Oliveira와 함께 한 두아르트 스퀘이라 대표의 단란한 모습.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지? 두아르트 스퀘이라 Duarte Sequeira 대표는 2019년 브라가에 자신의 이름을 건 갤러리를 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8살로 단순히 패기 넘치는 젊은이의 도전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 출신인 그의 아버지 마리오 스퀘이라 Mario Sequeira는 1980년대부터 갤러리를 운영하며, 포르투갈 최초로 앤디 워홀 전시를 열었던 유명한 갤러리스트였다. 당시만 해도 젊은 작가였던 리처드 롱, 안젤름 키퍼, 알렉스 카츠, 우고 론디노네, 안토니 곰리의 전시를 열며 현대미술의 매력을 포르투갈에 알렸다. 특히 리처드 롱은 부친과 오랜 인연으로 브라가의 레지던스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정원과 빌라 벽 등 곳곳에 영구 설치작품을 남겼다. 조각 공원에는 줄리안 오피의 대형 조각 작품이 있는데, 줄리안 오피는 두아르트 대표가 10살 때부터 부친의 레지던스에 머물며 전시를 가졌던 돈독한 사이다. 부친은 이제 갤러리에서는 은퇴했지만, 가끔 아들과 손잡고 협업 전시를 열기도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자란 그에게 갤러리스트의 길은 운명이었다. 부친의 첫 갤러리는 그의 집 1층이었고, 25년 전에는 지금 그의 갤러리가 자리 잡은 곳으로 옮겨 새로운 건물을 만들었다. 이 유서 깊은 갤러리를 두아르트 대표가 물려받아 남부 유럽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벽난로 위의 작품은 사이나 맥코이의 그림. 두 개의 블랙 소파는 르 코르뷔지에, 카펫은 아일린 그레이, 커피 테이블과 화이트 소파는 안토니오 치테리오의 것. 라운드 테이블 위의 꽃병은 알바 알토.

 

“포르투갈은 1990년대 후반까지 현대미술에 있어 소극적이었기에, 부친의 전략은 국제적 미술가를 포르투갈에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강력한 갤러리라면 유명 미술가뿐 아니라 신진 미술가들이 고루 포진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가들의 성공적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나 포르투는 이미 미술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브라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이 큽니다.” 지난 9월에는 키아프 KIAF 참가에 맞춰 서울 강남에도 갤러리를 오픈했다. 런던에서 유학했던 그이기 때문에 런던과 서울 중에서 두 번째 갤러리 개관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서울이었고, 그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서울에는 존경할 만한 수준의 문화와 미식이 있고, 젊고 세련된 수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가의 갤러리는 자연 속에 위치하고 있어 그는 대도시에 갤러리를 확장할 필요를 느꼈고, 서울의 역동성에 매료되어 갤러리를 열게 된 것. 그의 갤러리가 소개하는 작가 중에서 한국 미술 애호가에게 특히 인기 높은 이는 안드레 부처, 줄리안 오피, 리카르도 파사포르테다.

 

리토 카토우의 조각과 마우로 레스티페의 사진 작품 앞으로 조지 넬슨의 사이드 테이블과 폴 헤닝센의 램프가 보인다.

 

샬롯 페리앙이 1927년 디자인한 익스텐저블 테이블, 찰스 임스의 테이블 의자, 잉고 마우러의 램프, 에일린 그레이의 레드 소파.

 

“나는 우리 갤러리의 모든 미술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 중 누구와도 전시 일정을 잡는 데 몇 분 걸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내가 컬렉터로서 구입한 안드레 부처의 그림이 지금 거실에 걸려 있는데요, 2017년 그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으로 갔고, 최고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축한 돈을 다 썼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가 LA로 이사하기 전 베를린에서 그린 마지막 그림이며, 삶의 어렵고 불확실한 시기에 그렸던 특별한 그림이었다는 편지도 보내왔어요. 나는 곧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 Thyssen-Bornemisza National Museum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전시회에 이 그림을 빌려줄 예정입니다. 그 작품은 항상 내 마음속 가장 특별한 컬렉션으로 기억될 것 입니다.” 그의 갤러리와 레지던스는 부친이 사용했던 건물을 물려받은 것이며, 대지 면적은 10에이커나 된다. 조각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가족과 거주하는 집도 이곳에 있다. 갤러리 건물은 두 개인데, 포르투갈 건축가 카르발류 아라우호 Carvalho Araújo가 설계했다. 아티스트 레지던스 건물도 두 개인데, 한 곳은 16세기에 만들어진 수도원 건물로 15년 전 개조했다. 이곳에서 리처드 롱, 안젤름 키퍼, 오스타 무릴로, 안드레 부처가 대형 작품을 만들었다. 두 번째 레지던스는 2022년에 새로 만든 건물로, 미술가 샤이나 맥코이 Shaina McCoy가 이곳에서 작품을 만든 첫 작가이다. 레지던스 건물 앞에는 각각 수영장이 있어 자연 속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리카르도 파사포르테의 강아지 그림. 앞에는 피에로 리소니의 블랙 컵보드와 19세기 프랑스 도자 화병들이 놓여 있다.

 

피에로 리소니의 디너 테이블과 블랙 컵 보더. 테이블 의자는 로베르토 바비에리. 티 카트는 마르셀 브로이어. 화려한 램프는 잉고 마우러의 것.

 

“그 옆 세 번째 건물이 우리가 사는 집입니다. 19세기에 지은 포르투갈의 전형적인 집입니다. 그간 많은 보수 작업을 했는데 천장과 문, 창문 패턴의 원형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요즘 포르투갈에는 이런 전통적인 집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우리 가족은 아티스트 레지던스에서도 생활하고 있으며, 손님이 와도 레지던스에 모시곤 합니다.” 그와 아버지 때부터 함께 일했던 미술가의 작품이 집 내외에 설치되어 있으며, 거실에 걸린 줄리안 오피의 작품도 추억을 담고 있다. 2006년에 만든 이 작품은 부친이 개최한 줄리안 오피의 첫 개인전에서 한 컬렉터에게 판매되었던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이 작품을 다시 구입하고 싶어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그림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독일 추상미술가 이미 크뇌벨의 그림 앞에 프리츠 할러의 사이드 보드가 놓여 있다. 램프는 195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작가는 미정이며, 아프리칸 조각과 잘 어울린다.

 

전통 가옥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한 공간. 벽에 걸린 금색 조각은 제이슨 마틴의 작품. 다이닝 테이블은 빈센트 마르티네즈. 의자는 카이 크리스티안센의 모델 42. 램프는 루이스 폴센의 PH5이다.

 

조각 공원에 설치된 줄리안 오피의 작품.

 

두아르트 대표의 집 야외에는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작품이 있다.

 

“디자인 가구 수집은 미술 컬렉션만큼이나 나에게 특별합니다. 미술에서는 거장과 신진 작가의 작품을 고루 선호하지만, 디자인 가구에 있어서는 구식 모더니즘의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가구 경매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으며, 1920년대 가구가 현대적 디자인보다 신선하고 우아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아일랜드 디자이너 에일린 그레이, 프랑스 디자이너 샬롯 페리앙, 덴마크 디자이너 입 코포드 라르센 Ib Kofod Larsen, 브라질 디자이너 조아킹 텐레이로 Joaquim Tenreiro의 가구를 편애한다. 최근 덴마크 디자이너 옌스 퀴스트가드 Jens H. Quistgaard의 희귀한 솔리드 로즈우드와 가죽으로 만든 ‘스틱 Stick’ 의자를 구입하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하고 있다. 그는 미술 컬렉션과 디자인 가구의 믹스&매치를 발견하는 모든 과정이 아름답다고 예찬한다. 아름다운 공간의 사진을 참조하고 이를 모방하는 것도 추천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 컬렉션에 대해서는 실수를 최소화할 것을 권한다. “진지하게 자신만의 취향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수집가로서 확고한 평판을 쌓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 역시 수집하거나 전시할 작가를 선택할 때마다 적어도 12개월은 작품 세계를 분석하고 살펴봅니다. 물론 때로는 충동적으로 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2022년 마르셀 뒤샹 상을 수상한 미모사 에차드의 작품. 알루미늄 테이블은 로베르토 바비에리. 붉은색 의자는 찰스 임스.

 

작품은 발타자 토레스의 ‘리소 Lixo(1990년)’. 책장은 장 루이 베르테&데니스 바젯. 블랙 의자는 찰스 임스.

 

왼쪽에 걸린 작품은 다니엘 블랙의 ‘무제(2009년)’. 디너 의자는 피에로 리소니. 가운데 의자 두 개는 덴마크 디자이너 옌스 퀴스트가드가 1966년 솔리드 로즈우드와 가죽으로 만든 ‘스틱’.

 

영국 미술가 리처드 롱이 머물며 2004년에 남긴 거대한 작품.

 

포르투갈 미술계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직 강력한 국제적 갤러리가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포르투갈에는 참신한 젊은 작가들이 많다. 그가 한국에 소개한 리카르도 파사포르테는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 선보일 에마누엘 카르발류 Emanuel Carvalho는 최근 런던에서 성공적인 개인전을 마쳤으며,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와 아름다운 협업을 진행했다. 포르투갈에는 젊은 컬렉터가 많지는 않지만, 자국 미술가에 대해 특히 관심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밝다. 더불어 두아르트 대표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미술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한국에 지점을 낸 갤러리스트로 한국 문화를 아는 것이 의무이며, 한국 미술계에 최대한 관여하고 해결책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 유럽 미술계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CREDIT

writer

이소영

photographer

Marco Men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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