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동서양의 조화로운 미감을 담은 가브리엘 헨디파의 뉴욕 아파트.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그의 뛰어난 감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짙은 버건디 색상의 벨벳 러그와 황동색의 거울 벽을 중심으로 가구와 소품을 배치했다. 식탁과 의자, 카우치, 펜던트 조명 시그널 X는 모두 아파라투스 디자인. 중국식 황동 꽃병은 골동품상에서 구매했다.
“매혹적이며 동시에 편안하고,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적이고 심지어 섹시함마저 느껴지죠. 나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싶은지, 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집이야말로 이를 가능케 하는 공간이며, 집이 가진 마법이자 힘이 아닐까요?” 뉴욕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아파라투스 Appartus를 이끌고 있는 가브리엘 헨디파 Gabriel Hendifar는 팬데믹 동안 약 12개월간의 오랜 공사 끝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톤 다운된 녹색과 네이비 컬러의 가구, 버건디 색상의 배경이 조화를 이룬 다이닝. 벽에 걸린 그림은 래리 콜린스 Larry Collins 작품.

아파라투스의 공동 대표 가브리엘 헨디파.
“이 기간은 장소가 주는 정서적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또 스토리텔링을 더하는 과정에서 큰 흥미를 느끼며 이 순간에 빠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가브리엘은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삶에 대한 고민과 실험의 기로에 서 있던 시기에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동양과 서양, 시대를 초월한 가구와 소품이 한데 어우러져 멋스러운 리빙룸. 가브리엘이 직접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 모은 수집품들이 가득하다. 천장에 달린 테슬 펜던트 조명은 아파라투스.

동양과 서양, 시대를 초월한 가구와 소품이 한데 어우러져 멋스러운 리빙룸. 가브리엘이 직접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 모은 수집품들이 가득하다. 천장에 달린 테슬 펜던트 조명은 아파라투스.
뉴욕 본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이 아파트 140㎡를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아파라투스 인테리어팀과 영국 유명 건축가 존 파우슨 John Pawson이 힘을 모았다. 사실 존은 이전 주인이 살던 집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적이 있어 이미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였다. “벽과 바닥이 만나는 지점이라든지 천장이 수직선으로부터 멀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법 등 존의 접근 방식에 마음이 끌렸어요. 서로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존이 가진 특기는 저를 매료시키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가브리엘이 말했다.

벽에 걸린 조명은 아파라투스의 트라페즈 시리즈. 금속으로 만들어진 커튼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도 이 아파트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바로 구조다. 길고 슬림하게 뻗는 복도 형식에 거실과 주방, 침실이 나란히 자리한다. 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9개의 창문 역시 큰 특징이다. 분명 일반 가정집에서는 보기 힘든 과감한 시도다. 커다란 틀이 만들어지면 안을 채울 차례다. 서로 다른 소재의 마감재,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구와 소품, 무게감이 느껴지는 짙은 색감, 국적을 초월한 작품이 한 공간 안에 섞여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믹스 앤 매치를 즐기는 가브리엘이 고심해 선택한 흔적이 느껴진다.

모헤어, 실크, 벨벳 등 촉감이 매력적인 마감재를 활용해 침실을 완성했다. 침대 커버는 작+폭스 Zak+Fox 패브릭. 침대를 중심으로 양끝에 아파라투스의 신규 컬렉션인 리프라이스 펜던트 조명을 달았으며, 벽에 걸린 그림은 리암 피츠 작품.

모헤어, 실크, 벨벳 등 촉감이 매력적인 마감재를 활용해 침실을 완성했다. 침대 커버는 작+폭스 Zak+Fox 패브릭. 침대를 중심으로 양끝에 아파라투스의 신규 컬렉션인 리프라이스 펜던트 조명을 달았으며, 벽에 걸린 그림은 리암 피츠 작품.
특히 침실에 달린 리프라이스 Reprise 펜던트는 아파라투스의 최신 컬렉션이자 가브리엘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작품 중 하나다. “여행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어요. 우리 가족은 이란에서 왔기에 다른 동양문화의 장식 예술에 끌리게 돼요. 분명 동양적 감성이 제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을 거예요. 제게 집은 마치 감각적인 표면과 질감으로 이뤄진 안락한 누에고치 같은 존재예요.” 이 집은 가브리엘에게 영감의 샘물과 같은 존재이며 새로운 창조의 여정을 즐긴 결과이기도 하다.

나무와 스틸 조합으로 기하학적 형태가 인상적인 암체어는 아파라투스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