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섬세한 손길과 산토니 브랜드의 장인정신으로 완성한 밀라노 도심 속 안식처.

집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현관. 대리석 테이블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부드리 Budri를 위해 디자인한 아키텍처 Architexture 컬렉션. 황동 조명은 빈티지 제품. 러그는 CC-타피스 CC-Tapis를 위해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비시오니 Visioni 러그.

거실에는 우르퀴올라가 까시나를 위해 디자인한 센구 Sengu 소파와 세스티에르 Sestiere 화병을 두었다. 소파 옆 나란히 놓은 의자는 피에르 잔느레의 ‘캐비톨 콤플렉스 Capitol Complex’, 까시나.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산토니 Santoni의 회장이자 기업가인 주세페 산토니 Giuseppe Santoni는 밀라노 패션지구 한복판에 자신과 가족을 위한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단순히 ‘머무는 집’을 넘어 도심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다양한 교류가 오가는 일종의 현대적 아고라와 같은 집을 상상한 것이다. 그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오랜 협업 파트너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에게 다시 한 번 설계를 맡겼다. 산토니 부티크를 포함해 수년간 이어온 디자인 작업의 연장선에서, 그녀는 밀라노 식물원 뒤편에 자리한 고건축의 1층 전체를 감각적인 ‘피에드아테르 Pied-à-terre’로 재구성했다. 이 아파트는 면적 400m² 규모의 공적이고 대표성을 띠는 공간과 가족을 위한 사적 공간으로 명확하게 나뉜다. 거실과 다이닝룸이 이어지는 살롱 구조는 19세기 저택의 전형을 유지하되, 대리석을 활용해 1920년대 밀라노 부르주아 주택의 장엄한 미감을 재해석했다. 특히 식물원을 향한 창문을 따라 펼쳐지는 살롱의 흐름은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자연광을 강조하기 위해 거실에는 블루와 라이트 블루 계열을, 그리고 좀 더 내밀한 공간에는 따뜻한 색조를 배치해 시각적 리듬을 부여했다. 색채 변화는 단지 미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공간의 감각과 정체성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살롱을 이루는 두 공간은 문이나 벽 없이 열린 구성을 따르되, 양면 가구로 유연하게 경계를 그었다. 한쪽은 오픈형 책장, 반대쪽은 패브릭 도어가 달린 캐비닛으로 이루어진 이 가구는 시노그래피처럼 공간 사이의 흐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앞에 놓인 금속 테이블과 황동 바 캐비닛은 다이닝룸을 위한 맞춤 제작으로, 최대 14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스케일로 제작되었다.

다이닝룸에는 14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큰 금속 테이블을 맞춤 제작했다. ‘듀벳 Dubet’ 의자는 까시나 제품으로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디자인.

패브릭 커버로 문을 감싸고, 오크 소재로 맞춤 제작한 캐비닛. 테이블 위 플레이트는 포르나세티 빈티지 제품.
인테리어 중심에는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뒤따랐다. 천연 오크와 피오르 디 페스코 대리석, 브렌타 강에서 채취한 석회석, 황동이 주재료로 쓰였다. 가구와 러그는 까시나, 모로소, CC-타피스, 와를리 등의 브랜드가 공간에 풍부한 질감을 더한다. 우르퀴올라는 “이 곳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가족의 정체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주세페 산토니 역시 “단순히 사는 장소가 아니라, 내게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덧붙인다. 섬세한 가죽 세공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의 미감이 집 안 곳곳에 녹아 있는 이유다. “우리는 이탈리아 장인들과 협업했습니다. 맞춤 제작 가구, 복도의 목공예품, 나무 책장, 주황색 가구는 산토니와 수년간 협업해온 회사에서 만든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까사 산토니는 디자이너의 미감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십 년간 다져온 장인들과의 신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개인의 취향이 정교하게 직조된 공간이다. 그 안에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디자인이 깃들어 있다.

우르퀴올라가 모로소를 위해 디자인한 레돈도 Redondo 소파. 거실 테이블은 샬롯 페리앙의 리오 Rio 테이블로 까시나.

컬러감 있는 패브릭 쿠션과 아트워크가 돋보이는 아이들 방.

헤링본 오크 바닥과 골드 프레임의 문이 조화로운 복도.

풍부한 텍스처와 컬러가 돋보이는 부부 거실. 섬세한 가죽 마감의 푸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인 침실. ‘허스크 Husk’ 침대는 비앤비 이탈리아 B&B Italia 제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디자인.

푸른빛을 띠는 대리석과 오크 소재의 캐비닛이 조화로운 주방. 바 스툴은 아르텍 Art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