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5월 저녁 무렵, 해커디자인하우스의 아웃도어 공간에서 오페라 카르멘이 울려 퍼졌다. ‘공간을 통해 삶의 가치를 제시한다’는 해커의 철학이 직관적으로 드러난 자리였다.

해커 키친 쇼룸.

리빙 브랜드의 쇼룸은 단면들의 연속이다. 거실 또는 침실, 주방, 욕실 등 집의 단면을 떼어와 브랜드가 제안하는 생활의 시너리를 가늠케 한다. 독일 하이엔드 주방 브랜드 해커 Häcker는 공간 디자이너들을 초대해 우리에게 익숙한 키친과 아웃도어 공간을 오페라 극장으로 바꾸었다. 단순히 가구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날 수많은 에피소드를 극대화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으로 제공한 것이다. 마치 오페라 싱어를 내 집으로 초대한 듯한 경험은 그 자체로 하이엔드 리빙이 지향하는 감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무대 중심에는 해커의 주방이 있었다.

해커디자인하우스의 외관.

지난 127년간 독일 주방의 기준으로 통해온 해커는 고품질의 자재와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해커 주방은 20년을 써도 뒤틀림이 없다”는 시장의 평가가 있을 정도로 서랍 레일이나 경첩 같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속품의 성능까지 뛰어나 그 견고함을 자부한다. 유럽의 까다로운 환경 인증을 모두 획득해, 지속 가능성에 민감한 소비자까지 품는다. 무엇보다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해커가 매력적인 이유는 자유로운 선택지에 있다. 라미네이트, 도장, 유리, 무늬목, 세라믹, 스톤 등 폭넓은 소재군과 2200여 종에 달하는 도장 컬러로 차별화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쇼룸에서는 위빙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제품 ‘2025 시스테마 Systema’ 컬렉션 14종이 공개되어 있다.

<오페라 렉처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해커디자인하우스의 야외 공간.

무엇보다 해커디자인하우스는 해커 키친뿐 아니라 유럽의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해두었다. 주방, 거실, 드레스룸, 아웃도어, 바닥재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해커디자인하우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투리 Turri는 1925년 이탈리아 브리엔자에서 시작된 100년 역사의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다. ‘삶의 미학 The Art of Living’이라는 브랜드 철학 아래 월넛, 가죽, 브론즈, 마블 등 최상급 소재를 정교한 수공예로 완성하며, 전 세계 80여 개국 럭셔리 레지던스에 공급되고 있다. 모니카 아르마니 Monica Armani, 주세페 비가노 Giuseppe Viganò 등이 협업한 KYMA, ZENIT, ROMA 컬렉션은 이탈리아 헤리티지에 모던 감성을 더한 대표 라인업이다.

해커디자인하우스 1층 입구.
지엘레세의 월 시스템.

1929년 밀라노에서 시작된 시스템 가구 브랜드 지엘레세 Giellesse도 빼놓을 수 없다. 드레스룸, 워크인 클로젯, 월 시스템에 특화되어 있다. 모듈형 구조와 정교한 슬라이딩 도어 메커니즘 덕분에 공간의 크기와 기능에 따라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어떤 주거 형태에도 적합하다. 해커디자인하우스는 아웃도어 공간 또한 빼놓지 않았다. 아트모스페라 Atmosphera는 야외 공간을 단순히 외부가 아닌 거실의 연장 공간으로 확장하는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다. 전 세계의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 프라이빗 빌라, 고급 요트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웃도어 가구 또한 실내 가구만큼이나 편안하고 우아해야 한다는 이들의 고집은 비바람을 견디는 기능성을 넘어 절제된 라인을 따라 형성된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완성된다. 바닥재로는 우니코레뇨 Unikolegno와 이틀라 Itlas가 전시 중이다. 이틀라는 제조과정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이뤄지는 원목마루 브랜드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 목재만 사용하고,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등 환경 기준에서 엄격한 인증을 보유하고 있어 주거 공간에 매우 안전하다. 워터베이스 도장과 천연 오일 마감으로 내구성이 높으면서도 나무 본연의 질감을 살린다. 무엇보다 이 쇼룸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아름다운 사물들은 지오바냐라 Giobagnara의 제품이다. 최고급 가죽과 수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한 리빙 오브제 브랜드로, 공간에 마지막 한 끗의 감도를 더하는 데 탁월하다.

투리의 쇼룸.
원목 질감 라미네이트 마감의 해커 키친 쇼룸.
지엘레세의 쇼룸.

해커디자인하우스가 제안하는 일상의 장면들은 서울 논현동 쇼룸에 이어 부산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부산 쇼룸은 1, 2층 160평 규모로, 고급 평형대를 연상케 하는 확장된 아일랜드 중심의 전시 구성이 특징이다. 다양한 마감재와 컬러 옵션을 실제 스케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하이엔드 주방 가구의 정석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모던한 디자인의 해커 쇼룸.
모던한 디자인의 해커 쇼룸.

EDITOR | 박슬기
PHOTOGRPHER | 허동욱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