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와 투알 패턴, 따뜻한 월넛과 빈티지 가구. 할머니 집에서 보았을 법한 익숙한 취향에 대담한 소재와 현대 디자인을 섞어 완성한 19세기 소호 로프트.

높은 천장과 검은 주철 기둥 사이로 따뜻한 월넛 장이 길게 이어지고, 꽃과 식물을 그린 그림과 자수 작품, 빈티지 가구가 곳곳을 채우고 있다. 어느 한 시대를 특정하기 어려운 모습. 어딘가 할머니 집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푸른 결이 대담하게 흐르는 쿼츠사이트 아일랜드와 매끈한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끈 풍성한 부클레 소파가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풍경이 바로 라파예트 소호 로프트의 첫인상이다.


이곳은 뉴욕의 건축 & 디자인 스튜디오 영 프로젝트 Young Projects가 19세기 소호 건물 안에 완성한 집이다. 2010년 건축가 브라이언 영 Bryan Young이 설립한 영 프로젝트는, 익숙한 소재와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새로운 크기와 형태로 확장하며 소재의 가능성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그렇게 이어온 오랜 탐구가 바로 이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클라이언트는 스타트업과 비영리 분야를 오가며 일하는 젊은 여성으로서, 업무 와 사교 활동이 잦고 요리와 베이킹을 즐기며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인물이다. 빠른 입주를 원했던 만큼 대대적인 구조 변경은 하지 않았다. 기존 벽과 설비 위치는 그대로 두고 가구와 소재의 배치만으로 거실과 다이닝, 주방, 커피 코너 등 각 공간의 쓰임을 나눴다. “기존 조건들을 바꾸는 대신 공간이 존재하는 그대로 활용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소재와 가구의 구성을 통해 서로 다른 영역을 나눴고, 그 덕분에 메인 로프트 전체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죠.” 넓게 트인 공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는 집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월넛 맞춤 가구다. 커피 코너의 붙박이 벤치에서 시작해 빈티지 책과 오브제를 수납한 벽장을 지나 주방 상부장으로 이어지고, 안방과 파우더룸의 문까지 같은 월넛으로 마감했다. 벽을 새로 세우는 대신 길게 이어지는 목재로 공간에 자연스러운 연결감을 줬다. 주방에서는 월넛에 스테인리스 스틸과 푸른 결이 특징인 아리아 블루 쿼츠사이트를 함께 사용해 서로 다른 질감과 온도를 한데 섞었다.



이 집의 인테리어를 이해하는 데 가장 흥미로운 단서는 영 프로젝트가 언급한 ‘서틀 그래니 Subtle Granny’, 즉 은근한 할머니 스타일이다. 클라이언트가 원한 것은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으면서 동시대 감각을 잃지 않는 집이었다. 영 프로젝트는 이를 위해 오히려 조금은 옛스럽고 친숙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보태니컬과 투알 패턴, 테라코타와 더스티 로즈, 와인과 포레스트 그린 같은 색, 빈티지 가구와 꽃무늬 패브릭이 집 안 곳곳에 자리하는 이유다. 다만, 과거 스타일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 보태니컬 벽지는 메탈릭 마감으로 변주하고, 전통적인 투알 패턴은 명암 대비를 높여 타투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월넛도 짙은 갈색 대신 부드러운 허니 톤으로 마감했다. “전통적인 패턴과 모티프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현대적인 조명과 가구를 골라 과거와 현재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익숙한 패턴도 조금씩 비틀었죠.” 빈티지 버터플라이 체어와 밀로 보먼의 라운지 체어 곁에는 알플렉스의 부클레 소파가 놓이고, 꽃과 자수를 소재로 한 작품 사이에는 현대 작가의 사진과 회화가 섞여 있다. 특정 시대의 인테리어를 재현하기보다 오래된 집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색과 무늬, 가구를 지금의 디자인과 함께 풀어낸 것이 이들이 말하는 ‘그래니 스타일’에 가깝다. 현관과 거실 사이의 스칼리올라 아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여러 색의 플라스터를 섞고 연마해 천연석과 비슷한 무늬를 만드는 17세기 이탈리아의 전통 공예 기법을 사람이 드나드는 아치 크기로 확장한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작은 오브제를 만들며 패턴과 색을 연구한 뒤 현지 장인들과 가구 크기의 실험을 거쳐 건축적인 스케일까지 발전시켰습니다.” 오래된 공예와 빅토리안풍 패턴, 빈티지 가구에 스테인리스 스틸과 현대 디자인이 거리낌 없이 섞이는 집. 과거와 현재 사이를 유쾌하게 오가는 그 한 끗 차이가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