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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만큼 오피스의 문법도 달라졌다. 고정된 책상과 의자에서 벗어나 더 유연하고 정교한 일터를 만드는 일곱 가지 키워드.

Keyword 1

유연한 워크스테이션

‘Scout’ 책상으로 구성한 오피스.

벽을 터놓고 책상을 열 맞춰 배치하던 오픈 플랜의 시대는 지났다. 소통을 얻은 대신 몰입이 약해졌고, 하이브리드 근무와 디지털 미팅이 일상화되면서 ‘하나의 고정된 책상’은 급격히 힘을 잃었다. 지금 오피스에 필요한 건 정해진 자리가 아니라, 업무 형태에 따라 시시각각 태도를 바꾸는 모듈 가구다. 옮기고, 조합하고, 기능을 덧붙이는 가구의 진화. 비트라의 ‘Scout Work’는 책상 자체를 하나의 유연한 워크스테이션으로 만든다. 스크린을 조합해 집중 공간을 만들고, 전기 없이 높이와 각도도 조절하며 이동성까지 챙겼다. 포스터 + 파트너스가 디자인한 케탈의 ‘Area’는 한발 더 나아간다. 알루미늄 기둥을 중심으로 테이블, 수납, 조명, 전원과 데이터 포트를 결합해 업무 성격에 맞는 최적의 베이스를 만들어낸다. 책상이 곧 회의실이 되고, 개인 집중실이 되는 시대. 업무가 세분화될수록 가구는 더 스마트해지고 유연해진다.

다양한 높이로 구성 가능한 비트라의 ‘Reset’.

데스크와 조명, 데이터 포트를 결합한 케탈의 ‘Area’.

Keyword 2

고정된 벽을 넘어선 모듈형 오피스

b.Grid’ 삼우건축 사옥 쇼룸.

오피스 설계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조직과 인원이 빠르게 변화하고 프로젝트 단위 협업이 늘면서, 같은 사무실 안에서도 회의실과 개인 집중 공간, 협업 라운지의 비중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 벽을 세우고 철거하는 대공사 대신 필요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는 가변형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b.Grid’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모듈형 공간 시스템이다. 일정한 그리드 위에 포스트, 빔, 노드, 패널 등의 파츠를 조합해 원하는 공간을 빌드업한다. 1× 1 기본 모듈부터 1× 2, 1× 3, 2× 2, 2× 3, 3× 3 등 여러 모듈을 연결해 대형 회의실이나 라운지까지 확장할 수 있다. 조립과 해체가 쉬워 모듈을 재배치하거나 다른 공간으로 옮겨 다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도면과 공간 데이터를 분석해 레이아웃을 제안하고 3D로 실시간 확인하는 디지털 공간 구성 프로그램 ‘b. Grid Configurator’를 결합했다. 공간을 완성된 결과물로 고정하는 대신 필요에 따라 조정하고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것. 고정된 인테리어 시대는 끝났다. 2026년 오피스는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처럼 작동한다.

‘b.Grid’ 평택 쇼룸.

INTERVIEW

출처 입력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b.Grid 담당, 이윤

최근 오피스 공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정해진 인원과 업무 기준으로 공간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조직과 업무 방식의 변화에 맞춰 공간도 계속 달라져야 합니다. 회의실, 집중 공간, 라운지처럼 업무의 경계도 유연해졌죠. b.Grid 역시 공간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보다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습니다.

b.Grid는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하나요? 기존 인테리어처럼 벽을 세워 공간을 완성하는 대신 다양한 파츠를 조합해 공간을 구성합니다. 업무 방식이 달라지면 모듈을 재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확장하거나 해체해 다시 사용할 수 있죠. 공간을 고정된 결과물이 아닌 변화하는 시스템으로 바라본 것이죠.

공간의 유연성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도 고려했는데, 이는 어떤 방식인가요? 이전할 때 구성 요소를 해체해 그대로 옮겨 재조립할 수 있어 철거 폐기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틸과 허니컴 페이퍼 등 각 요소도 분리 배출과 재활용이 ‘b.Grid’ 삼우건축 사옥 쇼룸.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Configurator’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기업 총무 담당자들이 CAD 대신 PPT나 워드로 공간을 가상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출발했습니다. 도면과 필요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레이아웃을 제안하고, 사용자가 모듈을 조정하며 3D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공간 구성에서 실제 제품의 주문과 제작, 설치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수상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요? Red Dot에서는 서비스 디자인, iF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인/오피스 스테이셔너리, IDEA에서는 오피스&액세서리 부문 Bronze를 수상했습니다. 제품 형태뿐 아니라 공간 구성 과정과 조립, 재사용 구조, 디지털 도구와 실제 공간을 연결하는 방식까지 전체적인 공간 경험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b.Grid가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은 어디까지라고 보나요? 오피스뿐 아니라 팝업 스토어, 리조트의 유휴 공간, 병원이나 공공시설의 라운지처럼 용도가 계속 달라지는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공간을 한 번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구성하고 사용하게 하는것이 b.Grid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Keyword 3

열린 공간 속, 혼자 있을 권리

허먼 밀러 ‘Bound Sit-Stand Booth’
스틸케이스 ‘Migration® SE Collection’

모두에게 열린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중요해진 건 ‘혼자 몰입할 권리’다. 사방이 트인 오피스는 끊임없는 시선과 주변 소음이라는 피로를 남겼다. 그렇다고 거대한 벽을 세워 공간을 막아설 필요까지는 없다. 시선을 살짝 가리고, 소음을 덜어내며, 앉거나 서는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집중의 밀도는 달라진다. 이제 가구와 파티션은 공간을 격리하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경계를 만드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허먼 밀러의 ‘Bound Sit-Stand Booth’는 1400mm 높이의 흡음 패널과 최대 1250mm까지 조절되는 작업 면을 결합해 앉거나 서서 일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을 만든다. Class A 등급의 헴프 인필 패널로 소음도 줄였다. 스틸케이스의 ‘Migration® SE Collection’ 역시 높이 조절 데스크와 프라이버시 스크린을 조합해 열린 공간 안에 집중 영역을 만든다. 주변과 완전히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내 일에만 잠깐 몰입할 수 있는 거리감. 오픈 오피스의 프라이버시는 이제 공간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스마트하게 시선과 소음을 조율하는 디테일에 달렸다.

오렌지박스 ‘Be My Guest®’
스틸케이스 ‘Migration® SE Collection’

Keyword 4

일하는 방식을 밝히는 적응형 조명

비비아 ‘Plusminus’ 
플로스 ‘Tetras’

오피스 조명도 이제 천장에 붙어 온종일 같은 곳만 비추는 고정식에서 벗어난다. 집중 업무에는 또렷한 빛을, 협업 공간에는 넓게 퍼지는 빛을, 필요하면 빛 자체로 공간의 경계까지 세운다. 비비아의 ‘Plusminus’는 전기가 흐르는 패브릭 벨트에 조명을 원하는 위치에 끼워 쓰는 시스템이다. 벨트를 팽팽하게 당겨 직선으로 만들거나 곡선으로 늘어뜨리고, 스포트라이트와 펜던트, 라인 조명을 조합해 최적의 라인을 만든다. 오픈 오피스에서는 빛으로 집중 영역을 구분하거나 동선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아르테미데의 ‘Tetras’ 역시 모듈을 연결해 천장에 다양한 조명 구조를 만들고, 전용 앱을 통해 상황별 조명 시나리오도 바꿀 수 있다. 플로스의 ‘Workmates’는 상향등과 하향등을 독립 조절해 업무 성격과 시간에 따라 빛의 방향을 달리한다. 조명은 더 이상 공간을 밝히는 단순 설비에 머물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에 따라 위치와 방향, 분위기까지 세밀하게 바꾸는 또 하나의 인터페이스다.

Keyword 5

일터가 된 오피스 라운지

아르퍼 ‘Aom’
아르퍼 ‘Cari’

오피스에 소파가 놓인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달라진 건 그곳에서 하는 일이다. 노트북을 펼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가벼운 스몰토크부터 짧게 반복되는 미팅, 화상회의까지 업무의 장면이 다양해졌다. 과거 라운지가 업무 중 잠깐 쉬어가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소파와 암체어, 낮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보다 편안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호텔 라운지나 거실에서 가져온 듯한 부드러운 형태와 패브릭이 오피스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가구 자체도 한층 가벼워지고 유연해졌다. 아르퍼의 ‘Cari’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라운지 체어부터 미팅 체어, 임원용 체어까지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연결해 오피스와 회의실, 로비를 아우른다. 몸을 감싸는 셸과 넉넉한 패딩으로 기존 업무용 의자의 딱딱한 인상도 덜어냈다. ‘Aom’은 라운지의 영역을 실내 밖으로 넓힌다. 가벼운 구조와 통기성 있는 패딩을 적용한 소파와 암체어를 실내는 물론 테라스와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아르퍼 ‘Cari’

Keyword 6

롱제비티 디자인

허먼 밀러 ‘Aeron Jasper’

오피스 가구의 지속 가능성을 논하는 기준이 친환경 소재 탐구를 넘어 제품의 수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잘 만든 가구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은 바꿔 끼우며 수명이 다했을 때 깔끔하게 분리 배출하는 것. 가구 교체 주기를 늦춰 버려지는 자원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올해 시카고에서 열린 글로벌 디자인 그룹 밀러놀 MillerKnoll의 ‘디자인 데이즈 Design Days’에서도 신제품과 함께 지속 가능성을 핵심 화두로 내세웠다. 허먼밀러의 ‘Aeron’은 1994년 탄생한 아이콘을 시대의 기준에 맞춰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온 대표적 사례다. 2026년에는 재활용 소재와 바이오 기반 나일론의 비율을 대폭 늘리고, 알루미늄 베이스의 소재 사용량을 0.84kg 줄였다. 재스퍼 Jasper와 나이트폴 Nightfall, 두 가지 신규 컬러도 더했다. 아르퍼의 ‘Catifa (RE) 46’은 2004년 디자인을 100% 재활용 폴리프로필렌을 적용하고, 새로운 베이스와 풀 업홀스터리 버전을 더했다. 특히 접착제 없이 패브릭을 커버링해 추후 완벽하게 소재를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아르퍼 ‘Catifa (RE) 46’

Keyword 7

역동적 인체공학

휴먼스케일 ‘eFloat Quattro’
M-Class Monitor Arm

오피스에서도 이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앉고, 서고, 기대고, 모니터를 옮기며 일의 흐름에 따라 몸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유앤어스에서 소개하는 휴먼스케일의 ‘eFloat Quattro’는 흔히 두 개의 다리로 지탱하던 기존 모션데스크의 한계를 깨고, 네 개의 구조적 다리를 적용해 흔들림 없는 건축적 안정감을 완성한 전동 높이 조절 데스크다. ‘Freedom Headrest’ 체어는 복잡한 레버 조작 없이 사용자의 체중과 물리 법칙을 이용해 리클라인과 지지력을 알아서 조절한다. 헤드레스트와 암레스트 역시 몸의 미세한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M/Class’ 모니터 암은 대형, 고중량 디스플레이까지 흔들림 없이 수용하는 우수한 지지력으로 스크린 중심의 디지털 작업 환경을 효율적으로 다듬는다. 화면의 높이와 거리, 각도를 자유롭게 제어해 시선의 한계를 트고 쾌적한 뷰포인트를 제공한다. 바르게 앉는 정적인 자세보다 중요한 것은, 긴 업무 시간 동안 몸을 한 자세에 가두지 않는 것. 인체공학의 기준도 그렇게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Freedom Headrest
Freedom Headrest 체어와 Monitor Arm
손쉽게 높이 조절이 가능한 ‘eFloat Quat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