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이윤 작가가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통해 귀국 무대를 펼쳤다. 해외에서 광범위한 작업을 이어온 그녀가 12년 만에 국내에서의 활동을 재기한 이유부터 그녀의 대표작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들어봤다.
그간 해외에서 활동하다 국내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이집트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당시 기반을 두고 활동했던 LA에 싫증을 느꼈다. 멕시코 바닷가에서 3년간 지낸 이후 도시에서 또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기왕 도시에서 사는 거 조금 더 익숙하고 정감 가는 곳을 찾게 되었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서울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권바다와 배우 유아인과 함께 발리에서 구상한 ‘뉴 패러다임 New Paradigm’ 프로젝트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중단되었고,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나의 작업 공간 겸 소모임을 갖기 위한 장소이자 그간 가지고 있던 소장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개인전 <지구의 요물>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어떠한 유행이나 컨셉트를 선보이기 위한 전시라기보다는 화려해 보이는 나의 삶 가운데 소박한 25년 여정의 보따리를 풀어봤다. 기억과 소장품을 콜라주해 대화의 장을 열었다. ‘물질이 범람하고 욕망이 폭주하며 불을 밝히는 거대한 도시, 서울’과 트렌드의 급류에서 독립된 인간의 내면의 여정이라고 할까. 물건을 풀어보면서 뭉클하기도, 지겹기도 했다.
베를린과 멕시코, 이집트 등 다양한 지역에서 거주하며 광범위한 작업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대표작을 소개해달라.
곧 선보이게 될 2000㎡의 황토 구조물을 꼽을 수 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 ‘카사 부메랑 Cas Bumeran’ 프로젝트는 코스타 카레예스 Costa Careyes라는 멕시코 퍼시픽 코스트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규모의 빌라로 모든 재료가 흙과 나무, 청동 그리고 구리로 이루어진다. 절벽에서 바다 쪽으로 향해 부메랑 모양을 연상시키는 이 건축은 완벽한 일출과 일몰의 경관을 위한 정방향의 동향과 서향을 지닌 템플 같은 레지던스이다. 50명 이하의 사람이 모여 사는 곳으로 내가 3년간 이곳에서 살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얻나?
시각적인 울림을 느끼려면 여행이 최고다. 그 외에는 음악과 춤. 결국 모든 영감은 외부의 파동에 의해 나의 내면에서 나온다고 본다. 작품 설명에 앞서 3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 건축적인 관념에서 보았을 때에는 스케일이며 미래에서 온 과거 그리고 자연에서 온 재료만을 사용한 피라미드와 같은 시대를 초월한 구조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보다 넓은 세상에서 작가 활동을 펼쳐 나가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일 경쟁해야 하며 워커홀릭처럼 쉬지 않고 일한다면 안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며 자신의 색깔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조금 더 빠르고 융통성 있는 소프트웨어, 즉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라이프 아키텍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급속히 변화하는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비싼 쓰레기를 제작해내는 일에 한계를 느꼈다면 이제는 원초적인 재료로 웰빙을 추구하는 인간의 삶을 설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