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0회 아트 부산이 호평 속에 폐막했다. 국내외 110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아트 부산은 국내 최고의 국제 아트 페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아트 부산은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먼저 10개의 특별전이 열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트 페어는 갤러리들이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아트 부산은 관람객에게 현대미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0개의 특별전은 ‘익스페리먼트 Experiment’라는 이름으로 아트 부산 곳곳을 멋지게 장식했다. 올해 아트 부산에 처음 참가하려던 독일 베를린의 노이거림슈나이더 Neugerriemschneider 갤러리는 팬데믹으로 갤러리스트의 참석이 어려워지자 특별전으로 형식을 바꾸어 참여했다.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Olafer Eliasson의 설치 작품은 9개의 프로젝터가 비추는 빛이 관람객들의 무지개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포토 스폿으로 인기를 모았다. 역시 올해 처음으로 참가하고자 했던 베를린 필라 코리아스 Pilar Corrias 갤러리도 미술가 필립 파레노 Philippe Parreno의 물고기 설치 작품으로 한국 관람객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부유하는 물고기 설치 작품은 원래 90개가 한 세트인데, 전시장의 크기를 고려해 10개 정도의 물고기만 선보였지만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아트 페어 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귄터 포그 G nther F rg X 유앤어스 YOUANDUS> 전시도 주목할 만했다. 아트 페어는 전시 기간이 짧기 때문에 공간 디자인을 최소화하기 마련이다. 유앤어스는 에르코 Erco 조명과 손잡고 전시장을 멋지게 설계해 귄터 포그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앞으로도 아트 부산 공간 디자인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을 기대해본다. 에르코는 독일의 디지털 조명 회사로 국내외 미술 공간에서는 이미 유명한 브랜드다. 이외에도 미술가 손동현이 기획한 <한국화가 10인>전, 미술가 오유경의 설치 작품,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 특별전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아트 부산의 두 번째 특징은 해외 유명 갤러리의 참여다. 세계 3대 아트 페어에 모두 초청받는 베를린의 에스더 쉬퍼 Esther Schipper,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커먼웰스 앤 카운실 Commonwealth and
Council이 올해 처음으로 참가해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잘츠부르크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Galerie Thaddaeus Ropac은 안토니 곰리 Anthony Gormley와 다니엘 리히터 Daniel Richter의 작품을 프리뷰에 판매했다. 이번에도 독일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가 아내를 그린 회화 연작을 선보였는데, 판매를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 작품은 135만 달러로 이번 아트 부산 최고가 작품 중 하나였다. 베이징의 탕 컨템포러리 아트 Tang Contemporary Art는 아이 웨이웨이 Ai Weiwei의 두 작품과 자오 자오 ZHAO Zhao의 코튼 시리즈를 모두 판매했다.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 Peres Projects는 도나 후앙카 Donna Huanca의 페인팅 작품 6점과 함께 출품작을 모두 솔드아웃했고, 처음 참가한 에스에이플러스 SA+는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의 작품을 이번 아트 부산 최고가인 200만 달러에 판매했다. 아트 부산의 연이은 성과로 타테우스 로팍 갤러리는 올해 10월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에서의 첫 갤러리를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아트 부산의 연이은 성과로 타테우스 로팍 갤러리는 올해 10월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에서의 첫 갤러리를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세계 유명 갤러리가 아트 부산에 좋은 작품을 출품한 것은 상반기 최대 글로벌 아트 페어인 뉴욕 프리즈 Frieze NY와 아트 바젤 홍콩 Art Basel HK의 오프라인 부스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관람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아트 부산으로 작품이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젊은 컬렉터의 약진을 꼽을 수 있을 것. MZ세대의 미술 시장 진입은 팬데믹이 가져온 새로운 경향이다. 지난 3월 아트 바젤과 UBS가 공개한 <아트 마켓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 시장은 약 501억 달러(약 56조6380억원)로 2019년에 비해 22% 감소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액은 124억 달러(약 14조182억원)로 전년 대비 두배 성장했다. 밀레니얼 컬렉터(23~38세)는 전체 컬렉터의 52%를 차지하며, 지난해 가장 많은 작품을 구입한 세대였다. 아트 부산에서도 MZ세대의 활약은 돋보였다. 부모의 영향으로 미술 수집의 세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이는 MZ세대는 공격적인 구입에 나섰으며, 아트 부산의 온라인ㆍ오프라인 판매에서도 이들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아트 부산은 컬렉터스 커미티 Collectors Committee를 구성해 젊은 컬렉터를 적극 초대하고 있으며, 특별전에서도 젊은 컬렉터 임정열의 소장품 전시를 가졌다. 임정열의 컬렉션은 젊은 세대답게 투자 가치가 높은 인기 작품에 치중하지 않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트 부산은 이러한 세 가지 특징에 힘 입어 8만 명 이상이 방문해 역대 최대 관람객수를 기록했다. 총 판매액은 350억 이상으로 국내 아트 페어 최고 판매액을 갱신했다. 10년 전 ‘아시아의 아트 바젤 마이애미 Art Basel Miami’를 꿈꾸며 첫선을 보인 아트 부산이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호평일색이니 반갑기 그지없다. 아트 부산의 성공이 하반기 서울에서 열리는 KIAF와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