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를 찾아서

거장의 명불허전을 또 한번 증명한 전시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

거장의 명불허전을 또 한번 증명한 전시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

디자인 학부 시절, 앤디 워홀은 나의 단골 주제였다. 심오한 줄 알았던 아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유분방하고 대중적인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 꽤 인상적이고 파격적이라 생각했다.

디자인 학부 시절, 앤디 워홀은 나의 단골 주제였다. 심오한 줄 알았던 아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유분방하고 대중적인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 꽤 인상적이고 파격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서른을 넘은 나에게 앤디 워홀은 그때만큼의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 전시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수많은 앤디 워홀 전시 중 이번 전시는 순간 잊고 있었던 거장의 명불허전을 또 한번 증명하며 다르게 다가왔다. 몇 안 되는 단출한 작품이지만 임팩트는 수십 점의 작품보다 컸다. 앤디의 자화상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는 1963년 초기 시리즈부터 1986년 후기 사진 작업으로 다양한 포즈와 컬러, 드래그 퀸 역할 등 워홀의 연출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초기 자화상에서의 워홀은 수줍은 듯 그의 눈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1987년 마지막 작품이 된 그의 자화상에는 그의 두 눈을 또렷이 그리고 강렬하게 마주할 수 있는데, 그는 떠났지만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것은 그의 팩토리에서 단 한번도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 아래서 자란 그의 신념으로 인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앤디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나 거장은 거장이었고 자화상 작품에서 그의 성찰의 과정을 보면서 앤디 워홀을 보다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앤디 워홀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는 2022년 2월 6일까지. “앤디 워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저와 제 페인팅, 영화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 됩니다. 그 이면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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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러 가자

방 안에서 즐기는 환상적인 밤하늘, 플라네타륨 플라네타리움 천체 투영기

방 안에서 즐기는 환상적인 밤하늘, 플라네타륨 플라네타리움 천체 투영기

실의 벽을 인지 못하고 철없던 시절, 막연하게 꿈꿨던 직업은 나사 Nasa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30대에는 우주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 상상도 해봤다. 그만큼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천장에 빔을 쏜 모습

 

현실의 벽을 인지 못하고 철없던 시절, 막연하게 꿈꿨던 직업은 나사 Nasa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30대에는 우주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 상상도 해봤다. 그만큼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반려견 금손이와 산책할 때는 종종 Star Walk2 앱을 실행하는데, 별이 잘 보이는 날은 별자리를 찾는 재미가 있다. 별을 보기 위해 자정 가까운 시각에 강원도 안반데기에 올라가본 적이 있다. 오들오들 떨면서 커피 한잔 들고 별을 봤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이번에 선물 받은 천체 투영기는 이런 나를 위한 최적의 아이템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방 안에서 별을 감상할 수 있다. 이름은 조금 거창하다. 플라네타륨 플라네타리움 천체 투영기. 일본 세가토이에서 출시된 제품인데 다양한 버전이 있다고 한다. 작은 원형 디스크를 본체에 삽입하고 천장이나 벽에 포커스를 맞추면 환상적인 밤하늘이 펼쳐진다. 별똥별 모드나 회전 모드를 사용하면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멀리 나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끔 자기 전에 제대로 ‘별멍’을 하고 싶은 날은 유튜브에서 귀뚜라미 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 등의 ASMR 음원을 틀어두고 감상하면 캠핑장 분위기도 낼 수 있다. 비록 방 안이지만 수많은 별을 보면서 내가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생각을, 하루에 있었던 후회되는 일이나 즐거웠던 일을 돌이켜보곤 한다. 홍진경의 말처럼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행복이라면, 내겐 누워서 별을 바라봤을 때 오직 충만한 마음만이 남아 있는 하루하루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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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맨, 의자왕

어떤 가구보다 기술과 인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의자.

어떤 가구보다 기술과 인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의자.

그 어떤 가구보다 기술과 인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의자. 좋은 의자를 찾으려면 다양하게 많이 앉아봐야 한다.

1. 허먼밀러 임바디 체어 2. 임스 알루미늄 그룹 체어 3. 프리츠 한센 드라프팅 체어 4. Jtklab 아트 퍼니처 CLO 5. 아렌드 드라프팅 체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좋은 의자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크기나 공간에 미치는 역할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오해를 받기 쉬워 선택의 폭이 좁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좋은 의자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오래전 런던에 있는 건축 회사를 방문했는데, 절제된 공간에 직원들을 위해 디자인 아이콘 중 하나인 서포토 Supporto 의자가 있었다. 이 회사에서 느끼게 된 첫 번째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경험으로 지금도 사무실에는 좋은 의자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특히나 앉아서 일하는 직업군이라면 좋은 의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저렴한 새 의자보다 잘 만든 중고 제품을 추천한다. 우리가 좋은 의자라고 생각하는 제품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다른 가구보다 개발 기간도 길고, 높은 수준의 디테일과 편안함을 위해 생산 라인의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임스 Eames의 알루미늄 그룹 체어도 미국의 허먼밀러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스위스 비트라에서 생산한 제품이 마감과 비율이 좋다는 것. 이미 잘 알려진 제품도 이렇게 제조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면 디테일 하나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의자의 역사는 BC 3000년경 이집트 유물에 의자가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오래전부터 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대의 오피스 체어는1840년 초반 찰스 다윈이 작업의 효율을 위해 의자에 바퀴를 단 사무용 의자로 볼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쓰는 사무용 의자와 기본적인 구조가 많이 다르지 않다. 이렇듯 오피스 의자는 미학적, 구조적, 인체공학적인 측면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다른 가구에 비해 복잡한 요소가 더 많다. 보기만 좋은 의자는 쓸모가 없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인해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어 인체공학적인 면이 연구되고 적용된 제품이 절실하다. 아이들에게 게임기나 장난감보다 잘 디자인된 의자를 사주면 책상에 머무는 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앉고 싶은 멋진 의자가 있다면 오래 앉아 있어도 즐겁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지리라 믿는다.

 

빌크한 그라프 체어

디자인은 좋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경험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좋은 디자인을 하겠냐는 핑계를 대며 기회가 되면 의자를 구매했다. 허먼밀러의 에어론 Aeron 체어와 임바디 Embody 체어부터 빌크한 Wilkhahn의 그라프 Graph 체어 , 임즈 Eames의 알루미늄 그룹 Aluminum Group 체어, 프리츠한센의 드라프팅 의자와 1960년대 생산된 아렌드 Ahrend의 드라프팅용 의자뿐만 아니라 갤러리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의자도 있다. 구조와 비율의 편안함을 최적화하는 데 몇 년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좋은 의자에 대한 판단을 세우려면 일단 많이 앉아봐야 한다. 개인의 체형과 요구 사항에 따라 맞는 의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의자는 스타일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요소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다.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강도 테스트를 하고 여러 가지 규정과 테스트를 통해 나올 수 있는 제품이라 소장 가치도 크다. 그래서 비슷한 크기의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전문 회사가 많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강의할 때 의자의 가격이 보통 얼마인지 물어봤다. 대부분 10만~20만원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핸드백 가격을 물으면 2백만~4백만원이라고 말해서 “비싸지 않은 핸드백을 들고 다녀도 몸은 망가지지 않지만 좋지 않은 의자에 앉으면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재택근무가 가져오는 홈 오피스의 관심에 편승해 많은 가구가 나오고 있지만 의자만큼은 쉽지 않은 분야다. 유명 회사의 사무실에 사용되었다는 마케팅적인 의견을 따르지 말고 본인이 직접 앉아보고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의자는 오랫동안 쓸 수 있고 관리만 잘하면 대를 물려줄 수 있다. 좋은 제품을 구매해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억지도 살짝 부려본다. 계급에 따라 앉는 의자가 달랐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가. 여러분도 자유롭게 자신한테 꼭 맞는 의자를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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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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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JTK LA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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