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to the Center of the Stone

프랑스 중부의 지하 세계, 백토 채석장

프랑스 중부의 지하 세계, 백토 채석장

프랑스 중부, 루아에셰르 Loir-et-Cher의 부레에 있는 오래된 백토 채석장, 루아르 성이 세워졌던 이곳은 버섯 재배지로 사용되었는데, 놀랍게도 암석에 새겨진 지하 도시를 품고 있다.

 

철문으로 닫힌 지하 도시. 조각이 새겨진 1500m²가 넘는 파사드가 마을과 주민들 그리고 여기에 사는 동물 또는 목조 주택을 공략하는 포도나무 밑동의 영혼을 얼려버렸다. 실물보다 더 사실적인 복원이다.

모리스는 카브 데 로슈 Cave des Roches를 지나자마자 이마에 부착한 전등을 앞으로 똑바로 맞춰 두 갈래로 갈라진 지하 50m아래의 길을 비추었다. “7개층으로 이뤄진 120km가 넘는 긴 방의 미로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라고 그가 즐거워하며 말했다. 수세기 전 루아르 성과 블루아 Blois 같은 도시를 짓기 위해 개발된 이 오래된 백토 채석장에서 모리스와 줄리앙 형제는 그들의 조상과 들라랑드 Delalande 자손이 걷던 길을 따르고 있다. “백토에서는 버섯이 잘 자랐어요. 부레 Bourré는 버섯 재배의 중심지였고 이걸로 수십 가구가 먹고살았죠. 그러다 1990년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어요”라고 줄리앙이 말했다. 이 두 형제는 다시 블루풋 버섯같은 희귀버섯을 재배해서 뉴욕이나 도쿄로 수출하고 있다.

 

 

 

석공인 크리스티앙 레르미트와 조각가 슬로보당 뷔가릭은 3년간 백토 덩어리에서 아주 세밀한 조각을 탄생시켰다. 벽을 타고 오르는 고양이, 교회문, 문장, 나막신 한 쌍, 창가의 여인 등 고요함과 95%에 가까운 습도만이 우리가 땅 위가 아니라 지하 50m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프랑스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던 우리 마을의 황금 시대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이 기억을 살아남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억을 대리석이 아니라 백토에 새기는 것이었죠!” 이번에는 모리스가 설명했다. 쇠창살 문 앞에 도착하자 그가 스위치를 눌렀고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매번 이런 반응이에요.” 그가 놀라운 지하 도시를 공개하며 즐거워한다. 길게 이어지는 방의 벽에는 조각 이 새겨진 1500m²의 파사드가 펼쳐진다. 어마어마한 프레스코화는 영화로운 시절의 시골 분위기를 풍긴다. 교회와 목조주택, 학교, 창가의 여인 등 석공과 조각가는 3년간 큰 돌을 다듬어 덩어리에서 이 멋진 작품을 꺼내 주었다. 이들의 위업은 해마다 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불러모으고 있으며, 이 독특한 경험은 밤의 정원사인 두 형제의 자랑이 되었다.

Add Cave des Roches, 40, route des Roches, 41400 Bourre

Web le-champignon.com

 

 

르네상스 시대의 백토 지대에는 천개가 넘는 성과 만개의 아름다운 집이 지어졌다. 수분을 20%까지 함유한 돌덩어리는 조각하기 쉽다. 조각한 다음 야외에서 굳힌 돌은 희게 변화한다. 카브 데 로슈의 돌에 습기가 남아 있어 석공 크리스티앙은 옛날 석공에 헌사된 다른 방에 그의 작품을 만들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벵상 티베르 Vincent Thi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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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과 함께 가는 나리투어 안동 편

경상북도 안동의 역사 힐링 여행

경상북도 안동의 역사 힐링 여행

<메종> 독자를 위해 마련한 특별한 여행.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감성을 따라 떠나는 힐링 여행. 청보리의 녹음이 펼쳐지는 봄에 열리는 나리투어의 목적지는 안동이다.

 

계상고택 사진 박지만

3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니,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이 언제나 가능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 나가지 못하니 한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곳을 2년간 많이 다닌 듯하다. 이번에 안동을 투어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답사를 다닐수록 장소성이 가진 역사적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하회 마을, 농암 이현보 선생의 농암 종택, 퇴계 후손의 퇴계 종택, 의성 김씨의 학봉 종택 등 쟁쟁한 가문의 종택이 자리하고, 조선 후기 세도가인 안동 김씨, 안동 권씨, 안동 장씨 등 세도가 집안이 자리잡다 보니 아직도 안동과 관련한 역사 탐방이 내게는 과제다. 광산 김씨 김유가 쓴 음식 조리서인 <수운잡방>, 안동 출신의 장계향이 쓴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 안동 반가에서 내려오는 한글 조리서 <온주법>인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고조리서 3권이 모두 안동에서 탄생했다. 종택이 많다 보니 제사가 많을 수밖에 없고, 지리적인 여건상 내륙 안동만의 독특한 음식과 각 집안의 독특한 소주가 유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동의 매력은 많지만 이번 투어에서는 퇴계 이황의 자취가 남아있는 안동 동측 편을 주로 가보고자 한다.

 

안동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멋드러진 암벽 옆에 자리잡은 고산정

 

한눈에 반한 역사적인 장소, 고산정

퇴계 선생의 제자인 금난수가 지은 정자로 퇴계 선생도 자주 찾아 빼어난 경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정자는 다시 건축한 것이지만 그 터는 변함이 없으니 맞은편에서 바라보는 풍광이나 정자에서 바라보는 소나무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도산서원 편액. 한석봉의 글씨로 진품은 국학진흥원에 보관되어 있다.

 

교육과 기록의 문화, 도산서원·국학진흥원
성리학 연구의 본산인 도산서원은 선생 생전에 유생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도산서당과 선생 사후에 제자들과 유림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 영역으로 나뉜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여행의 시작을 이곳에서 하려고 한다. 학문의 기록과 그 시대의 네트워킹 상징인 한국의 유교책판은 저작물을 만들던 책판으로, 국내 305개 문중과 서원에서 수집하여 제작 과정의 공론화와 함께 사제 간의 학문을 계승한 내용이 수록되었다는 진정성, 시대를 달리한 기록물의 집합, 영구적인 보존을 추구하는 등 유의미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교책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보존계승 유물이자 불교에 <팔만대장경> 경판이 있다면, 사가에서는 네트워킹의 힘과 한국인의 교육열로 탄생된 유교경판이 있을 것이다. 현재 이는 안동 국학진흥원에 보존되어 있다.

 

 

안동 음식

안동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문어, 간고등어, 국수, 헛제사밥 등이다. 지역적인 특성상 해산물이 날 수는 없지만 가공법과 조리법의 개발로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현재의 안동, 선성 수상길
안동 선비 순례길 1코스 중 하나로 안동 호위의 선성 수상길을 걸어볼 수 있다.

 

 

한옥에서의 체험, 계상 고택
퇴계 16대 손의 고택으로 안동댐이 수몰되면서 물 안에 수장되어 있던 것을 건져 남쪽으로 100m 옮겨 지금 위치에 보존되고 있다. 5월이면 앞마당에 펼쳐진 청보리 밭에서 피크닉과 고택에서의 점심을 비롯해 소소한 공연을 즐길 예정이다.

 

 

초여름에 만나요

강변에는 청보리가 피어나고 녹음이 가득한 봄에 진짜 투어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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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리(엔알디자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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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러 갈래?

다가오는 3월의 새로운 전시 소식

다가오는 3월의 새로운 전시 소식

3월, 놓칠 수 없는 세 가지 전시 소식.

승효상 건축 스케치전 <SOULSCAPE>

건축가 승효상의 건축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이 열린다. 오랜 시간 건축에 몸 담아온 그가 선별한 12개의 프로젝트 스케치와 건축 모형 180여 점을 갤러리 508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 “건축가의 드로잉은 생명에 대한 존경과 애정으로 그리는 제안서이자 대본이다”라는 말처럼 선 하나하나에 그곳에 머물 이들을 위한 마음을 담는 고심의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기를.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승효상의 책상이 놓여 있어 그의 작업 풍경 또한 엿볼 수 있다. 3월 12일까지.
TEL 02-6448-5087

 

제이슨 마틴 국내 첫 개인전 <수렴 Convergence>
알렉스 카츠에 이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제이슨 마틴. 영국 기반의 현대미술가인 그는 회화에 3차원적이며 조각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회화 시리즈를 선보이며 회화의 정의와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붓 놀림으로 완성한 신작 알루미늄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붓질이 만들어낸 색의 점층, 미묘하게 얽히는 선 속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기를. 4월 16일까지.
TEL 0507-1444-1760

 

이브겐 코피 고리섹 <Road to Somewhere>
최근 개관 소식을 알린 가나아트 보광의 첫 전시에서는 이브겐 코피 고리섹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마치 잡지 화보를 보는 듯 독특한 자세와 사진적인 구도가 이색적인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기이하고 익살스런 웃음이 더해져 한층 독창적인 인상을 준다. 현대사회의 양면적인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에 유념하며 기묘한 10가지 초상화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지. 3월 13일까지. TEL 0507-1402-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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