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까지 파리 팔레 갈리에라에서 진행되는 프리다 칼로의 개인전은 옷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프리다 칼로의 삶과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패션위크로 뜨거웠던 파리의 가을, 패션과 어울리는 전시까지 다양하게 열려 분위기를 돋우었는데 그중 가장 화제를 모은 건 파리 패션박물관인 팔레 갈리에라 Palais Galliera에서 개최된 프리다 칼로 개인전이다. 이 전시가 미술관이 아닌 패션박물관에서 개최된 이유는 패션을 통해 그녀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에게 패션은 작가로서, 여성으로서, 멕시코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매체였다.
이는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드러난다. 그녀의 아버지는 멕시코로 이민 온 독일인으로 정부의 사진작가로 일하며 멕시코의 전통 건축과 현대화의 과정을 기록으로 담았다. 또한 어린 딸 프리다의 면면을 자주 사진에 담았는데 덕분에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포즈를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을 깨달았을 것이다. 가족사진에 유독 남성의 옷을 입고 등장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녀에게 옷은 남들이 잘 주목하지 않았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자, 다른 한편 너무 쉽게 남들한테 주목의 대상이 되는 신체적 불편함을 가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화려한 멕시코 전통 의상과 화려한 액세서리다. 그녀는 18세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의료기기에 가까운 거대한 코르셋을 평생 착용해야 했던 현실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20세부터 1954년 47세로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테후아나 드레스만을 입었다. 이는 또한 그녀가 멕시코에서 온 화가임을, 개성이 강한 여성임을 그리고 당대 그녀보다 유명했던 남편인 멕시코의 대표적인 벽화 작가 디에고 리베라의 세 번째 부인이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여자가 아니라 상상과 즐거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 화가임을 표현할 수 있는 방편이었다. ‘폭탄에 두른 리본’이라고 말한 당대 미술평론가 앙드레 브르통의 표현처럼, 화려한 패션은 상처받은 심신의 고통을 포장하는 변장이자 내면의 열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였던 셈이다.
전시에는 200여 벌과 다양한 액세서리, 코르셋과 의료품, 보조 기구 등 다양한 오브제가 전시되어 아름답고 화려했던 그녀의 삶 너머의 또 다른 인생을 짐작하게 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대미를 장식한 현대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이다. 프리다 칼로의 삶과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아 직접 의상에 적용하거나, 멕시코 전통 의상과 같은 에스닉한 주제나 제작 기법 혹은 코르셋과 같은 전통적인 패션 아이템 등을 적용해 칼로의 패션과 공통점을 보여준다. 장 폴 고티에, 요지 야마모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알렉산더 매퀸, 레이 카와쿠보, 리차르도 티시, 칼 라거펠트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풍성한 내용과 작가의 유명세로 몇 주치 입장 티켓이 모두 사전에 예매될 만큼 인기리에 진행 중이며, 작가의 바이오그래피와 기록을 적은 전시 도입부는 좁은 통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지적인 관객들로 인해 앞으로 발을 내딛기도 힘들 정도다. 놓치기 아까운 본 전시는 2023년 5월까지 계속되며, 뮤제 갈레이라 앱을 다운받으면 온라인으로나마 전시의 상세 내용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