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공존

세기의 공존

세기의 공존

과거의 역사를 품은 채 다시금 두 문을 활짝 연 19세기 브루클린의 제조 공장 리파이너리 앳 도미노를 소개한다.

 

오래된 갈색 철제 건물 위로 현대적인 유리 돔 건축이 더해져 인상적이다.

 

브루클린으로 향하는 윌리엄스버그 브리지에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갈색 철제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이 건물은 브루클린 공업 시대를 풍미했던 ‘도미노 슈거 Domino Sugar’ 팩토리다. 1865년에 지어진 이후 뉴욕이 미국의 산업 중심지로 위용을 떨치던 시절,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사탕수수를 정제하여 미국 전역에 공급하던 제조 공장이었다. 한때 직원 수가 4,000명에 육박하며 브루클린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 설탕 공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뒤로하고 2004년 문을 굳게 닫았다. 이후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다가 뉴욕의 유명 부동산 개발 회사에 의해 2023년, 두 문을 활짝 열었다. 리뉴얼 오픈하면서 새롭게 공개된 공간은 오피스 겸 창작의 장이 될 리파이너리 앳 도미노 The Refinery at Domino.

 

공장으로 사용되던 시절을 기리기 위해 도미노 슈거라고 쓰인 네온사인을 새롭게 달았다.

 

오피스 겸 창작의 장이 될 리파이너리 앳 도미노 The Refinery at Domino. 이곳의 백미는 새로운 건축 요소와 기존의 역사적인 구조물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유리 돔 펜트하우스가 대표적인데, 고요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고층 건물과 현대적인 글라스 구조가 만나 창작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또한 건물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실내 정원은 업무 환경에 휴식과 여유를 제공한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옛 건물을 향한 존중의 요소는 여기저기 묻어난다.

 

과거의 역사와 현대적인 시설이 조화를 이룬 내부.

 

건물 외벽에 도미노 슈거라고 쓰여 있는 거대한 네온사인을 새롭게 바꿔 달았고 원래 이름인 해브마이어스&엘더 Havemeyer&Elder를 건물 벽면에 새겼다. 또한 건물 내부는 오래된 벽돌, 철근, 고대의 기계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담백하게 보여주고 현대적인 시설과 함께 현재와도 마주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한 리파이너리 앳 도미노는 방문객들에게 하여금 브루클린의 역사와 미래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브루클린이 어떻게 지난 수세기 동안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이 도시가 어떻게 끊임없이 새로워졌는지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뉴얼 오픈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오피스 공간.

 

ADD 300 Kent Ave, Brooklyn, NY 11249
TEL 212 736 6200
WEB therefineryatdomi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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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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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의 아침

박물관에서의 아침

박물관에서의 아침

프랑스 근대 조각의 거장 작업실을 개조한 카페 겸 레스토랑 르 로디아가 문을 열었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식재료를 이용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영감받은 메뉴를 선보인다.

 

파리에는 200개가 넘는 박물관과 1,0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영감을 주고받기에 파리만 한 도시가 없을 것이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도 많지만, 조금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박물관이나 미술이 생각보다 많다. 파리의 남쪽 몽파르나스 지역에 위치한 ‘부르델 박물관’도 그중 하나다. 로댕의 제자로 조각에 입문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킨 프랑스 근대 조각 거장의 작업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과거와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가구를 디자인했다.

 

그가 1885년 사망할 때까지 거주하며 작업했던 곳으로 그의 아내와 딸 로디아가 고스란히 보존해오다 1949년부터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는 공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박물관은 거장의 가장 뛰어난 작품인 ‘죽어가는 켄타우로스’, ‘헤라클레스’ 등을 창작한 오래된 작업장과 정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부르델의 조각은 물론 그림, 사진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각종 기록과 그가 수집한 개인 소장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로댕의 제자로 조각에 입문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부르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박물관의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부르델의 옛 작업실 중 한 곳을 개조했다. 1층에는 그의 딸 이름에서 따온 카페 겸 레스토랑 르 로디아 Le Rhodia의 문을 열었다. 언제나 아버지를 잘 따랐던 활기찬 딸의 모습처럼 레스토랑은 밝은 연노란색으로 꾸며졌다. 박물관이기도 하지만 부르델과 그의 가족이 지냈던 곳이니만큼 오래된 아파트의 아늑한 느낌을 되살리고자 한 노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몽파르나스 근처에 머물며 파리를 즐기고 싶은 파리지앵에게 아침을 여는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카페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문을 여며, 메뉴는 요일과 계절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변하지만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웰빙 음식이 주를 이룬다.

 

이전에 작업실로 사용되던 레스토랑은 정원을 향해 높은 유리창이 있다. 과거에 사용하던 주철 난로를 그대로 배치했다.

 

ADD 18 Rue Antoine-Bourdelle 75015 Paris
WEB lerhodia-bourdell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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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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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가을,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가을,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올해로 설립 230주년을 맞은 루브르 미술관의 온고지신 프로젝트에 주목해보자.

 

방돔 광장에 설치된 알리시아 콰데의 ‘세상의 광장에서’. © Paris Plus par Art Basel

 

이우환 작가의 안내를 받으며 파리 루브르 미술관을 관람한다면 어떨까? 바로 이런 꿈같은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 루브르 미술관이 일곱 명의 현대 예술가를 초청하여 그들과 함께 주요 소장품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 ‘루브르의 대화’가 그것이다. 10월 14일 이우환 작가를 시작으로 12월 9일까지 2주 간격으로 카더 아티아, 다니엘 뷔렌, 줄리앙 크뢰제, 쉐일라 힉스, 시몬느 파탈,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가 안내자로 나선다. 누구나 루브르 뮤지엄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는데, 참여 비용은 12유로, 미술관 50% 할인 입장료 9유로로 총 21유로(약 3만원)다.

 

로메오 미베카닌은 루브르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인 베로네제의 ‘가나안의 결혼식’ 이미지를 활용해 현대적 요소를 더하는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 Paris Plus par Art Basel

 

미술관에 작가들의 작업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루브르 뮤지엄의 주인(Les Hôtes du Louvre)’이라는 본 프로젝트로 오는 1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작가들은 미술관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수 있다. 시작을 여는 두 작가는 앞서 소개한 미술관 투어에도 참여하는 카더 아티아와 엘리자베스 페이튼. 카더 아티아는 알제리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출신의 작가로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를 중심으로 다문화적 성장 배경을 반영한 작업을 펼쳐왔다. 엘리자베스 페이튼은 미국 작가로 인물화를 통해 정치, 사회, 문화적 요소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이미지로 구현해낸다.

 

장외 프로그램 중 메인 스폿인 루브르 미술관 튈르리 공원에 설치된 프란츠 웨스트의 조각 ‘여우원숭이 머리’. © Paris Plus par Art Basel

 

한편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아트 바젤이 파리에 론칭한 ‘파리 플러스’ 기간에는 루브르 미술관의 앞뜰인 튈르리 공원에서 아트페어 장외 프로그램인 ‘다섯 번째 계절(La Cinquième Saison)’을 진행한다. 제목의 뉘앙스처럼 계절의 구분이 사라지고,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오늘날 공원의 나무, 바위, 연못 등 자연의 요소에 주목하는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곳곳에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여러 국적을 지닌 작가 26명의 작품을 찾아다니는 동안 관객들은 공원에서 동물과 식물을 만나고, 물이 흐르고 뿌리가 나오는 곳을 환기하게 된다. 튈르리 공원은 2025년 파리 올림픽의 중심지가 될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로 설립 230주년을 맞은 루브르 미술관이 끊임없이 새로워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1793년 8월 10일,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들에게 500여 점의 회화 작품을 바탕으로 문을 열었던 순간을 미술관의 공식적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의 ‘색채 기둥’. © Paris Plus par Art Basel

 

왕의 거처였다 미술관으로 변신한 루브르 미술관의 역사도 그러하지만, 프랑스야말로 전 세계 사람을 끌어들여 이를 자양분으로 흡수하며 문화 성장을 이룬 국가다. 스페인 출신의 피카소, 러시아 출신의 샤갈이 과거의 사례라면, 한국 출신의 이우환, 알제리 출신 부모님을 둔 카더 아티아,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하여 파리까지 진출한 아트 바젤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는 글로벌 문화를 수용하되, 그것을 프랑스화하면서 자신들의 뿌리를 굳건하게 만들어야 세계 사람들이 파리를 찾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번 가을, 루브르 미술관의 ‘온고지신’ 프로젝트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재해석해서 풍부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미래의 문화를 키우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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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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