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K-Art의 무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K-Art의 무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K-Art의 무드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기 시작한 한국 아트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조망해본다.

파리 브루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에 전시된 김수자 작가의 작품 모습. ©Kimsooja, To Breathe Constellation, 2024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열린 1989년 이후 한국의 현대미술 전시 전경.

한류 흐름이 가장 늦게 도착했다는 미술. 다행히 빠른 속도로 세계 미술계의 주요 현장 곳곳에서 한국 미술가들의 활동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023년 가을, <뉴욕타임스>는 미국 미술관 5곳에서 한국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음을 대서특필했다. 먼저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1960~7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미술(LA 해머미술관 순회),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1989년 이후 한국의 현대미술전시,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 한국화의 색 의미를 소개하는 전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 전시, 12세기부터 현대미술에 이르는
한국 미술품 컬렉션 하이라이트 전시, 마지막으로 덴버미술관의 분청사기 특별전 등 전시회는 대부분 올해까지 연결되어 진행 중이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뒤늦게 한류에 올라타려는 취지라기보다, 수년 전부터 기획된 전시를 이제서야 무대에 올린 것이다. 통상 전시 준비기간은 다른 장르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류에 대한 관심 덕분에 관계자들의 오랜 노력이 비로소 제대로 주목받게 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전시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새로운 예술의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한국 미술품 컬렉션 전시 전경.

올해는 이 흐름이 유럽과 중동에서 터질 모양새다. 먼저 김수자 작가가 부르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으로부터 ‘백지위임장(Carte Blance)’를 받았다. 이 것은 미술관에서 작가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는 존중의 의미로 쓰이는 표현인데, 파리의 기메 아시아미술관에서 2015년 이배 작가를 초청해 미술관 4층 원형홀을 내어줄 때에도 붙인 이름이다. 2021년 개관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은 15세기부터 존재하며 증·개축을 거듭하다 1889년 증권거래소로 확립된 건축을 안도 타다오가 리노베이션한 것으로 유명하다. 둥근 돔형 천장 아래 화려한 역사화가 복원되었고, 유리로 된 중앙부에서는 실내에 자연광을 드리워 공간 속에 빛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김수자 작가는 가로 29m에 달하는 원형홀, 로툰다(Rotunda)의 바닥을 거울로 덮었다. 거울에는 천장의 벽화와 유리창, 그리고 그 모두를 관찰하는 나와 다른 관람자들의 신체가 반영된다. 높이 50여m의 공간은 반사 효과 덕분에 무한대로 확장되며, 우리 시선을 끝도 없는 먼 곳으로 쭉 늘어뜨리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전시는 즉각 전 세계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는데, 아마 23년 갤러리 라파이예트 백화점에서 열린 그녀의 설치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처럼 천장이 유리 돔으로 덮인 백화점 중앙홀을 활용했는데, 유리창에 빛을 반사시키는 특수필름을 붙여 건물 내부에 오로라가 피어오르는 듯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한국 미술품 컬렉션 전시 전경. © Photo by Paul Lachenauer, courtesy of The Met

함께 전시된 김환기 작가의 <달과 항아리>. © Moon and Jar(달과 항아리), Korea, 1954, oil on canvas, 162.6×97cm, Leeum Museum of Art

카타르 도하에서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국립미술관 앞에 최병훈 작가의 벤치 작품을 영구 설치했다. 실제 의자 기능을 하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한국의 산수 풍경을 담은 동양화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는 오는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이불 작가가 건물 외벽에 대형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9월에는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리는 시기인데, 광주 비엔날레와 부산 비엔날레가 함께 열려 세계 미술계가 다시 한 번 한국을 주목할 듯하다.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것은 작은 국토를 가진 우리의 숙명이다. 이제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수출하는 시기로, 깊은 뿌리를 지닌 한국의 아트 콘텐츠가 세계 문화와 교류하며 좀 더 크고 아름다운 열매 맺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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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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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베카의 오아시스

트라이베카의 오아시스

트라이베카의 오아시스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새 호텔이 등장했다.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의 새로운 마스코트가 될 워렌 스트리트 호텔.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이 눈길을 끄는 디럭스 주니어 스위트룸.

맨해탄 남쪽에 위치한 트라이베카는 오래된 벽돌 건물과 모던한 신식 건물이 함께 공존하는 동네다. 고급 빌라들이 주로 있는 고즈넉한 이 동네에 옐로 지붕의 컬러풀한 건물이 등장하면서 주민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곳의 정체는 바로 워렌 스트리트 호텔 Warren Street Hotel. 영국의 디자인 호텔 체인 펌데일 Firmdale의 오너이자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킷 켐프 Kit Kemp가 오픈한 디자인 호텔이다. 미드타운의 더 휘트비 호텔 The Whitby Hotel 그리고 소호의 크로스비 호텔 Crosby Hotel에 이은 그의 세 번째 뉴욕 호텔이다. 그래서인지 펌데일 특유의 개성과 미학은 유지하되 워렌 스트리트 호텔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킷 켐프가 찾은 워렌 스트리트 호텔 디자인의 시작은 바로 트라이베카 지역의 직물 제조 역사에서 비롯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많은 직물 제조 공장이 트라이베카에 있었지만 다른 지역 또는 해외로 옮겨지면서 트라이베카의 과거 모습은 사라지고, 현재 모습으로 변화했다. 패브릭 디자이너인 그녀의 두 딸은 이 호텔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맞춤형 직물을 내부 전체에 사용해 트라이베카의 직물 제조 역사에 경의를 표했다. 호텔 인테리어 또한 킷 켐프 특유의 밝고 대담한 미학이 전반적으로 반영되어 있는데, 각각의 객실과 스위트룸은 색상, 패턴, 질감을 강조했다. 일부 스위트룸은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한 조경디자이너 브룩 랜드스케이프 Brook Landscape가 조성한 아름다운 테라스와 정원이 있어 맨해탄의 그 어떤 호텔보다 여유로운 객실 분위기를 선사한다. 또한 공공 공간을 비롯한 호텔 곳곳에 섬세하게 배치된 예술 작품 800여 점은 호텔 개성을 완성하는 데 일조한다. 킷 켐프는 호텔의 외관 컬러가 독특한 이유에 대해, “오랜 시간 트라이베카에 있던 건물에 새롭게 호텔을 지은 만큼 이 건물이 이 동네에 다시 햇살을 가져다 줘야 한다고 느꼈다. 여름날, 푸른 하늘 아래 밝은 노란색 모자가 건물 위에 앉아 있는 것을 상상하며 블루와 옐로의 컬러 조합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텔 전반에서 색채의 힘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주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워렌 스트리트 호텔은 트라이베카의 아이코닉한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예술가 크리스티안 모아데드의 행잉 오브제로 꾸민 로비.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이 눈길을 끄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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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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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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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1세대 조경가 정영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삶과 작업을 되짚어보며 반세기 동안의 조경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회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가 열린다. 1986년 아시아선수촌부터 1997년 여의도샛강생태공원, 2001년 선유도 공원, 2014년 서울식물원 등 60여개 프로젝트에 대한 아카이브를 총망라한다. 파스텔, 연필, 수채화 그림과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500여 점의 기록 자료에서는 도시 공간 속 자연환경이 설계된 맥락과 고민, 예술적 노력이 모두 담겨 있다. 그의 사유와 철학을 직접 감상해보시길. 전시는 오는 9월 22일까지.
WEB 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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