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한국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1세대 조경가 정영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삶과 작업을 되짚어보며 반세기 동안의 조경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회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가 열린다. 1986년 아시아선수촌부터 1997년 여의도샛강생태공원, 2001년 선유도 공원, 2014년 서울식물원 등 60여개 프로젝트에 대한 아카이브를 총망라한다. 파스텔, 연필, 수채화 그림과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500여 점의 기록 자료에서는 도시 공간 속 자연환경이 설계된 맥락과 고민, 예술적 노력이 모두 담겨 있다. 그의 사유와 철학을 직접 감상해보시길. 전시는 오는 9월 22일까지.
WEB 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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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핑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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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핑 에르메스

매년 에르메스가 후원하는 쇼 점핑 국제 승마대회 소 에르메스 Saut Hermès가 제14회 경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파리의 봄을 알렸다. 파리의 그랑 팔레 에페메르 Grand Palais Éphémère에서 열리는 소 에르메스는 마구 제조업에서 시작한 에르메스 하우스의 첫 번째 고객인 말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지난 3월 15일, 개막전을 연 프리 드 그랑 팔레는 프랑스 선수 에드워드 레비가 우승하며 프랑스 국가 ‘마르세유의 노래 La Marseillaise’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첫날 가장 중요한 경기인 프리 에르메스 셀리에 우승은 라트비아의 크리스탑스 네레트니엑스 선수가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수준 높은 기량을 마음껏 뽐낸 선수들의 생생한 기록은 소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WEB www.sauther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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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분투

조용한 분투

조용한 분투

진흙 위로 높이 솟은 연꽃처럼 불교미술을 꽃피운 동아시아 여성들의 염원과 삶.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여성’이란 관점에서 조망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선보인다. 지난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이후 재개관한 호암미술관의 첫 번째 고미술전이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여성’이란 관점에서 조망하며, 전통 미술을 동시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 시도가 돋보인다. 여성은 오랜 시간 불교를 지탱해온 옹호자이자 불교미술의 후원자와 제작자로 기여해왔다. 이들이 불교에서 본 염원과 번뇌, 공헌을 조망하며 불교계 내 여성에 대한 존재감을 따라가본다. 더욱이 화폭 안에서 단순히 대상화되는 존재던 여성이 그림 밖에서 불교미술을 통해 보여준 주체적인 움직임을 함께 주목했다. 전시 제목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석가모니 부처의 말씀을 모은 최초의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인용했다.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미술을 후원 제작한 여성들을 진흙에서 피되 물들지 않은 청정한 연꽃으로 비유한 것이다. 진흙 위로 높이 솟아 만개한 연꽃처럼,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본연의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지에 소재한 불교미술 작품 92건을 한자리에 모았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해외 유명 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9건을 포함해 리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이 함께했다. 불상, 불화, 나전경함, 자수와 도자기 등 전 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귀중한 걸작들을 폭넓은 장르로 소개한다. 더욱이 이 중 9건은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작품이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을 비롯해 <감지금니 묘법연화경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수월관음보살도> 등 귀한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해외에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 세트의 일부를 세계 최초로 한자리에 전시한다. 불전도는 조선 초기 왕실 주도로 편찬된 한글 불전문학에 근거해 석가모니의 일생 전후를 그린 불화다. 일본 혼가쿠지 소재의 <석가탄생도>와 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의 <석가출가도>에는 각각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 부인과 부인 구이가 등장하며, 이를 통해 불교에서 보여진 여성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정원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통 정원 희원. 전시 관람 후 정원을 거닐며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겨보자. ©이한연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한자리에 전시한 불존도 세트의 일부. <석가탄생도>(혼가쿠지)

<석가출가도>(쾰른동아시아미술관)

1부는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를 비롯해 불교미술 속 재현된 여성상을 다뤘다. 인간, 보살, 여신으로 나누어 지난 사회가 여성을 바라본 시선을 그렸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여성의 유형은 어머니. 모든 중생을 굽어 살피는 자비의 마음을 모성적 가치로 인식한 불교의 역사 속에서 관음보살은 젊은 청년의 형태에서 점차 온화한 미소를 띤 여성형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젊은 여성의 몸은 집착과 정념의 근원으로 간주되며 부정한 대상으로 그려진 이중적 시선도 함께 주목했다. 죽음 이후 시신의 분해 과정을 아홉 단계로 나누어 관찰하며 삶의 무상함을 깨닫는 구상도는 대부분 여성의 시신으로 그려졌다. 생생한 삶을 간직했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여성의 몸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일본의 구상도 <구상시회권>은 관음보살의 미소와 대비되며 여성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잘 보여준다.

은은한 미소와 섬세한 세공이 돋보이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

온화한 미소를 띤 여성형의 관음보살 입상을 볼 수 있는 1부 2섹션 전경.

2부는 불교미술의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살아간 여성들의 삶을 조망한다. 특히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 왕실 여성들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불교를 지지하고, 독보적인 후원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들은 사회적 제도를 뛰어넘어 강한 염원과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 덕에 남겨진 품격 있는 불화와 불상을 만나본다. 문정왕후가 발원한 <영산회도>와 <석가여래삼존도>, <약사여래삼존도> 등 왕실 여성들이 발원한 불화와 불상은 그들이 꿈꾸던 이상적 내세를 보여준다. 또한 여성의 필수 미덕으로 간주된 자수와 복식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도 돌아본다. 그 중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으로 자수한 수불을 눈여겨보자. 수불은 신체 일부를 새겨넣어 무량한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공양물이자 부처와의 직접적인 연이 닿는 매개체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부정하다고 여겨진 여성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부처의 형상을 구현하는 귀중한 재료로 탈바꿈시킨 주체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6일까지.

왕실 여성의 재정적 지원과 깊은 신앙심으로 조성된 다수의 소형 금동불상을 모아본 2부 2섹션 전경.

예술로 승화한 자수와 복식을 살펴본 2부 3섹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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