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012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1990만달러(1355억원)에 판매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현재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남) 기록을 경신한 작품 <절규> (1893)의 작가, 뭉크(1863~1944)의 대규모 개인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연이어 겪으며 갖게 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세기말 시대의 불안을 표현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주제를 좋아하여 다양한 재료로 여러 점을 그렸는데 대부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경매에서 팔린 <절규>는 유일하게 개인 소장가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만 보면 왠지 고갱이나 고흐처럼 천재적인 예술적 광기를 펼친 후 요절했을 것만 같은데, 뭉크는 80세까지 장수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우울증과 정신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식이요법과 절주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성실하게 작업한 뭉크. 바로 그림만이 그의 근심을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혹은 26세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셔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그가 그림을 계속 그리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 그는 29세 때 베를린에서 연 전시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일찍부터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훗날에는 부동산을 구입하여 가족을 부양하고 안정적으로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뭉크는 70대 후반에 이르러 2만8000점에 달하는 작품과 편지, 사진 등 모든 재산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미술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논의만 거듭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1963년에 이르러서야 문을 열게 된다. 그러나 그의 명성에 비해 미술관은 허술했고, 1994년과 2004년에는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작품 두 점을 도난당하는 사건마저 일어난다. 세계적 망신이었지만 그 덕분에 미술관에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박물관을 새로 짓는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졌고, 2021년 10월 오슬로 해안가에 문을 연 ‘뭉크 박물관’은 바로 그 결실이다.
13층 규모의 빌딩 속 11개 전시 공간을 지닌 새로운 미술관은 인사를 하듯이 건물 위쪽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곳은 오슬로의 피요르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자 레스토랑이다. 예술만이 아니라 오슬로를 함께 발견할 수 있도록 기획한 스페인 건축회사 에스튜디오 에레로스 Estudio Herreros의 작품이다. 또한 건물 내 주차장을 과감하게 없애 누구나 대중교통과 도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친환경적인 건축을 제안했다. 4만8000여 점의 컬렉션을 보유한 뭉크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상설 전시되어 있으며, 특별 테마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오는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현재 전시는 뭉크와 자연의 관계를 조망한 최초의 전시회 <떨리는 지구 Trembling Earth>다. 이미 미국과 독일에서 40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뉴욕타임스로부터 2023년 최고의 전시회라고 호평받은 전시가 다시 뭉크의 고향 오슬로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소개한 <절규>와 도난 작품으로 더욱 유명해진 <마돈나> 등이 모두 인물화이다 보니 뭉크는 주로 인물을 그린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항상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전시에 소개된 300여 점의 작품 속에는 ‘풍경 화가’로서 뭉크의 면면이 드러나 있다. 나무의 형태, 방향, 색채, 마티에르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절규>도 자세히 보면 인물의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힘은 그의 표정뿐 아니라 바로 배경의 풍경에 있다. 그가 이 작품을 그릴 때 남긴 일기에도 ‘나는 거대하고 무한한 자연의 비명을 들었다’고 적었듯이 말이다. 그에게는 인간이야말로 자연의 한 일부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