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자연을 새롭게 정의하는 젊은 조경가 세 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연수당
나양현, 신준호 공동 대표

중정에 자연 생태 정원을 조성한 하도문 속초.
연수당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연수당은 2021년 설립된 가든 스튜디오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아름다움의 원리를 탐구해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집단이다. 서귀포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명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튜디오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돌아가신 외조부께서 운영한 한약방 연수당의 한자를 다르게 하여 ‘자연스럽게 심는 집’이란 의미를 담았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비슷하기도 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이어가고자 했다.

제주 애월의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선큰과 입구 조경 등 다양한 형태의 조경을 선보였다.

2019년 더가든 근무 당시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김아연 교수 등과 함께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전에 당선되어 선보인 <수평적 깊이와 트멍 경관>.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는? 지난 8월에 개관한 푸투라 서울의 후정, 테라스, 옥상 식재 공사를 맡았다. 거대한 암반이 드러난 경사면에 돌을 쌓아 만든 오래된 석축 사이로 나무들이 자라서 숲을 형성해, 새로 지어진 콘크리트 건축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했다. 또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심어 깊은 숲 속 풍경을 연출하고, 나무 그림자가 건물 벽에 투영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외부 테라스를 통해 옥상에 오르면 도시형 한옥 지붕과 북악의 산세,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를 위해 가늘고 부드러운 질감의 수목과 그라스를 식재해 주변 풍경을 더욱 강조했다.
조경 디자인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있다면? 시공을 직접 하다 보니 현장을 둘러보며 많은 것을 구상하게 된다. 도면에 표기된 등고선이나 표고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미세한 지형 변화와 물의 흐름, 식재 기반이 되는 토양의 상태와 미기후 등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더가든에서 근무하며 선보인 아모레 성수, 모노하 한남은 물론 연수당에서의 하도문 속초 등 자연 생태적인 정원을 강조해왔다. 자연 생태에 대한 이해와 적용은 조경이 건축이나 인테리어 등 다른 공간 디자인 분야와 가장 큰 차별성을 갖는 지점이다. 또한 생태정원은 단순히 양식이나 취향의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생명을 품고 아름다우면서도 지속 가능한 생태 공간을 조성하여, 생태정원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래미안 네이처 갤러리. © 조현철
지속 가능한 정원을 위해 가장 고려하는 점은? 서식처 환경에 맞는 디자인과 기반 조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초기 모습을 위해 식물이 자라는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밀도를 높여 식재할 경우에는 시간이 갈수록 생장이 불량해지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므로, 충분한 간격을 두고 식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프로젝트인 하우스오브레퓨즈는 입구 조경부터 선큰, 마당 등 다양한 구성의 조경이 인상적이었다. 서로아키텍츠와 더가든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현장 여건에 맞게 조정하며 실시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던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이기에 조경의 역할이 중요했다. 거대한 구조체의 안과 밖, 위와 아래에 배치된 각기 다른 크기와 환경 조건을 가진 녹지가 연속적인 공간적 체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경계 너머의 초지와 숲, 멀리 보이는 해수면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경관의 스케일을 깨뜨리지 않도록 했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조경을 위해 고려하는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거나 화려한 단풍을 좋아하지만, 이는 일 년 중 아주 잠시 동안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른 봄 새순이 돋아나고, 여름에는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의 잎사귀들이 초록의 춤을 추며, 겨울에는 앙상한 줄기만 남은 풍경조차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혹은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면? 서귀포 한 마을의 오래된 주택을 매입해 새로운 베이스캠프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역 건축가인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와 브랜드 디렉터 브루더 Bruder와 협업을 통해 우리의 비전을 담은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한, 브랜딩 작업도 함께 진행하여 새로운 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