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자연을 새롭게 정의하는 젊은 조경가 세 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안마당더랩
이범수, 오현주 소장

영국식 브런치 카페에 맞춰 런던 도심 속 정원을 컨셉트로 조성한 어프로치 커피. © 박성욱
안마당더랩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2016년 설립한 외부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다. 조경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설계적 접근을 모색하며, 외부 공간을 구상하고 설계하며 실제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일상적이면서 실용적이고 편안한 공간을 바탕으로 한 선명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며, 직관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스튜디오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단순하고 직관적인 의미다. 외부 공간을 의미하는 ‘안마당’과 작업실을 뜻하는 ‘더 랩 The Lab’으로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이솝 성수, 호지 스테이, 인포멀 가든 등에서 선보인 빗물 활용 조경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비의 건축술’이라 표현했는데 소개해달라. 비의 건축술은 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건축 설계에 통합하는 지속 가능한 철학과 기술이다. 이 개념의 적용은 이솝 성수 프로젝트에서 이대길스튜디오의 이대길 정원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작되었다. 성수동의 물과 관련된 지명과 이솝의 친환경 철학에 맞춰 비와 물을 다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설계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이후 호지스테이와 인포멀가든 프로젝트에도 적용했다. 빗물 활용이 직접적인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성북구의 단독주택에 조성한 정원. © 박성욱

© 박성욱
친환경적인 정원을 위해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자연 자원의 보존과 효율적 활용을 위해 토착 식물의 사용과 생물의 다양성 증대를 중시하며, 시설물 디자인에서도 자재 선택을 신중하게 고려한다. 또한 비료와 농약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방식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접근은 동양 전통 정원의 조성 방식과 닮아 있으며, 특히 한국 정원은 자연과의 조화와 인공적 요소의 최소화를 통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정원에 대한 깊은 이해는 친환경 정원 설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단순히 조경 기획부터 설계만이 아니라 식재 시공을 직접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모든 프로젝트를 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재를 직접 진행하는 이유는 조경의 특성상 설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재 선정부터 현장 변경까지 설계의 연장선으로 보고, 소재의 특성에 맞춰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돌과 나무 등 조경 소재는 동일한 자재라도 모양, 색상, 질감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 맞는 조정이 필수적이다. 설계, 공사, 관리가 별개가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만 좋은 결과와 지속 가능한 공간이 완성된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조경을 위해 고려하는 부분은? 단순한 계절 변화뿐만 아니라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한파, 폭염, 태풍, 집중호우 등 극단적인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간 설계 시 단순한 계절 변화를 넘어서 배수 체계, 방풍 식재, 생육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식물 이식 후 활착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극단적인 날씨에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식재 공사 시점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상남도 울주군에 위치한 차리 카페의 인포멀 가든. © 박성욱

© 박성욱
조경 디자이너를 하게 된 계기는? 조경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이 일을 통해 ‘조경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순간이 많았다. 살아 있는 것을 디자인하는 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다루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매우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도시도 살아 있다는 점, 그리고 조경이 도시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 도시가 탄생과 죽음을 겪고, 조경이 그 안에서 지속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이 매우 의미 깊었다. 식물의 성장과 변화는 자연의 순환을 깨닫게 하며, 이를 통해 삶의 유한함과 존재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게 된다.
가장 좋아하는 조경가는? 해외 조경가로는 조경이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예술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조경가 피터 워커 Peter Walker, 조지 하그리브스 George Hargreaves, 마이클 반 발켄버그 Michael Van Valkenburgh 등이 있다. 이들은 기존 틀을 넘어선 새로운 조경 디자인의 길을 모색한 이들로, 우리 학업 시절에 영향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세종시에 있던 이도커피 사유점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이 기억에 선명하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사유하다’는 컨셉트의 공간으로 ㅁ자 형태의 건물로 외부는 오직 중정의 창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중정에 소사나무 12주를 심으면서 단순한 감상을 넘어 그 너머를 상상하게 하고 싶었다. 나무들의 위치와 방향을 세심하게 계획해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작업을 마친 후, 중정 속 소사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곤 서로 말을 잃던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는? 스튜디오 씨오엠과 함께 진행한 성수동 디스이즈네버댓과 카키스 매장의 작은 테라스 화분 연출 작업이 흥미로웠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브랜드와 매장 분위기에 맞춰 화살나무를 제안해 연출했는데, 사람들은 “이런 나무는 처음 본다”고 했다. 화살나무는 5분 거리에서 흔히 보는 나무라고 말하자 놀라던 그들의 반응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강원도 강릉의 호지 스테이. 객실 사이의 둥근 정원에는 물이 자연스레 고이게 만들어 자생하는 정원을 만들었다. © 진효숙

© 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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