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도요의 자연주의 건축

이토 도요의 자연주의 건축

이토 도요의 자연주의 건축

기후 변화의 시대를 맞아 미래 건축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2012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과 2013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 거장 이토 도요를 광주에서 만났다.

이토 도요가 광주폴리에서 선보인 ‘옻칠 집’은 세계 최초로 옻칠을 건축 구조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토 도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왔고, 자연 소재의 재료를 건축에 사용하고 있다. © FUJITSUKA Mitsumasa

‘광주폴리’가 무엇인지 아는가? 올해 5차를 맞은 광주폴리는 도시 재생을 위해 만든 시민들의 공간을 뜻한다. 이번 5차 광주폴리에서 선보인 건축 작품 4개를 포함해, 모두 32개의 건축 작품이 광주 시내 곳곳에서 ‘광주폴리 둘레길’을 이루고 있다. 배형민 총감독이 선정한 이번 광주폴리의 주제는 ‘순환폴리 Re:Folly’다. 지역 인근에서 발견한 친환경 자원을 연구 개발하고, 재활용 건축을 제안함으로써 기후 위기 시대의 건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했다.

건축가 조남호가 선보인 ‘숨쉬는 폴리’는 다공성 목구조로 획기적 냉난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건축가 그룹 바래 BARE가 만든 ‘에어 폴리’는 해조류로 만든 생분해성 비닐로 만든 재활용 건축이다. 건축가 그룹 아틀리에 루마(프랑스), 어셈블(영국), BC 아키텍츠(벨기에)가 선보인 ‘이코한옥’은 광주의 버려진 한옥을 멋지게 복구하며 굴, 꼬막, 미역, 다시마, 볏짚, 왕겨를 친환경 건축 재료로 제안했다. 국제적 건축가 그룹이 복구한 한옥이어서 그런지 이국적 정취를 풍긴다.

제5차 광주폴리에서 총 4개의 작품이 선보였다. 옻칠 집은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시민 휴식처로 쓰인다. © 김현수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가 만든 ‘옻칠 집’은 세계 최초로 옻칠을 건축 구조재로 활용해 자연 재료의 가능성을 넓혔다. 생산 가공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기에 산림자원의 업사이클링에 기여한 프로젝트다. 광주폴리 오프닝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이토 도요를 만나 친환경 건축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옻칠 집은 이렇듯 모형을 여러번 만들었고, 결국 도전에 성공했다. © Courtesy of Toyo Ito&Associates, Architects and Kanada Mitsuhiro

이마바리 이토 도요 건축 뮤지엄의 아름다운 전경.

이번 제5차 광주폴리에서 옻칠 집을 선보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돔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다. 돔 형태는 콘크리트로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얇은 콘크리트 돔을 지으려고 했는데, 협업 파트너인 토키 켄지 교수(미야기대학)와 카나다 미츠히로 교수(도쿄예술대학)가 옻칠 소재 건축을 제안했다. 그 둘은 오랫동안 옻칠 연구를 해온 전문가이다. 한국 스타일 옻칠과 일본 스타일 옻칠 패널을 모두 만들어서 강도 테스트를 했는데, 일본 옻칠이 좀 더 강해서 이번 옻칠 집에 적용했다. 어떤 이유로 약간의 차이가 생겼는지는 아직 분석하지 못했다. 이번 옻칠 집을 만들면서 처음부터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옻칠을 이용해 엄청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어렵겠지만, 우리 아시아인은 나무를 이용한 건축에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당신은 나가노현의 전원에서 자라 도쿄의 휘황찬란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도시적인 건축을 추구하다 다시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 건축으로 넘어오게 된 이유가 있는가? 한국 건축계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듯이, 나도 처음에는 유럽에서 들어온 현대 건축 기법을 많이 생각하면서 건축을 했다. 메이지유신 이전에는 일본이 목조 건축만 있었기 때문에 예전의 일본은 자연주의 건축을 추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일본도 예전에는 자연 친화적인 건축을 하다 메이지유신 이후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한 근대 건축물을 지으면서 자연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그때는 모두 그것이 옳다고 판단해서 추종했지만, 지금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오다 이번 웇칠 집이 나오게 된 것이다. 자연 친화적인 건축은 오랫동안 계속 생각해온 화두다. 예전 올림픽 스타디움 설계 공모에서 150cm 정도 두꺼운 나무 기둥을 제안했는데 탈락한 적이 있다. 올림픽 스타디움 설계 조건이 목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큰 스타디움 자체를 목조 건축으로 짓기 어렵기에 목조와 철근 건축물을 제안했던 것. 하지만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건축물에는 나무 기둥을 사용하게 됐다.

기후 현의 미디어 코스모스는 지붕은 목재이고, 2층과 바닥은 콘크리트 소재다. © Kai Nakamura

2015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대나무로 만든 야외 건축물 <윤무>를 선보인 바 있다. 광주와의 인연이 흥미롭다. 담양 소쇄원에서 본 대나무 숲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은 섬을 만들었다. 대나무를 건축에 사용한 것은 나도 처음이라서 흥미로웠다. 대나무 건축의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를 직접적으로 적용한 적은 없지만, 나의 작품 세계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대나무는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공예 소재이지만 현실적으로 설계에 바로 응용하기는 어렵다. ‘윤무’나 ‘옻칠 집’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광주가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런 도전은 나를 건축가로서 건강하게 만든다. 일본에서는 이런 특별한 프로젝트가 불가능하다. 일본 건축계는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없어서 아쉽다.

옻칠을 연구한 대학 교수들과의 협업에 대해 상세히 말해달라. 나와 토키 켄지 교수는 예전에 함께 일한 적은 없고, 카나다 미츠히로 교수는 미디어 코스모스 등 오랫동안 협업해왔다. 토키 켄지 교수와 카나다 미츠히로 교수는 같이 옻칠 가구 브랜드도 운영하는 전문가들이다.

옻칠이 아시아에서 1500년 동안 사용해온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연구하고 발견할 것이 있어 흥미로웠고, 이 세상 모든 소재에 이러한 생각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태까지 건축을 완성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옻칠 집을 만들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힘들었던 에피소드는? 완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웃음) 이번 옻칠 집은 다른 소재의 구조 없이 옻칠로만 만들어진 전례 없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건축가로서 중간중간 계속 멈추면서 해결해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천연 소재를 이용할 때는 스피드 업 해서 빨리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연 소재는 자연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현대 사회의 싸고 빠르고 많이 진행하는 흐름에 맞출 수 없다. 예를 들어 옻칠을 강제로 빨리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옻칠을 바르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우리 선조의 리듬 속에서 지속 가능한 건축을 짓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토키 켄지 교수와 카나다 미츠히로 교수도 내 의견에 동감한다. 완전히 옛 방식 그대로는 아니지만, 21세기 시선으로 보면 그래도 여전히 느리게 진행되었다. 옻칠 패널을 만들고 준공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 이는 사실 과거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시간이다. 옛날 기술을 존경하면서도 현대 기술로 발전 진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적 구현 방법의 조화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새로운 작업을 하려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미리 알수는 없는데, 그런 일을 모든 사람이 다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광주폴리 측에서 격려와 용기를 주어서 세계 최초의 옻칠 집을 짓게 되었다. 해외 각국의 건축주들도 이번 프로젝트를 흥미로워한다.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은 즐기지 않으면 해낼 수 없다. 광주폴리 측의 도움이 컸다. 감사하다.

자코엔지 시민 극장 ZA-KOENJI Public Theatre의 외관. © Courtesy of Toyo Ito&Associates, Architects

싱가포르 난양 테크놀로지 대학은 계단과 엘리베이터만 콘크리트고, 나머지 구조는 모두 나무다. © Kai Nakamura

앞으로 옻칠 집이 어떻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는지? 완성된 옻칠 집은 나도 오늘 처음 보았다. 창문으로 달이 비추는 것을 보면서 술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다.(웃음) 오프닝 기념으로 5시에 생황 연주를 한다고 들었다. 옻칠 집은 돔 형태이기 때문에 사운드가 좋다. 개인적 바람으로는 옻칠 집 안에 의자를 두면 좋겠다. 이 안에서 30분, 1시간 앉아 있노라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토키 켄지 교수와 카나다 미츠히로 교수의 말처럼 옻칠 집의 완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건축물은 사람들이 이용하면서 키워나가는 존재다.

옻칠 집 이외에 자연주의 공법으로 만든 당신의 건축물은 또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달라. 민나 노 모리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 Minna no Mori’ Gifu Media Cosmos, 오다테 주카이 돔 Odata Jukai Dome, 미토 시빅 센터 Mito Civic Center, 가이아 난양 테크놀로지 대학 Gaia –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등 4개 건축을 소개하고 싶다. 오다테 주카이 돔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오다테 지역의 스포츠경기장이다. 27년 전에 완공했고, 5년에 한 번씩 보러 간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안에 들어가면 나무 향기가 났다. 달걀을 반으로 자른 형상이며,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 상부로 빠져나가고 겨울에는 눈보라가 자동차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처럼 뒤로 빠져나간다. 가장 아래 콘크리트 위에 삼나무 목재를 이용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별도의 내부 구조 없이 구조체를 쌓아 올렸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위는 더블 구조여서 겨울에는 그 사이에 더운 공기를 넣어서 쌓인 눈을 녹인다. 기후 현의 미디어 코스모스는 카나다 미츠히로 교수와 협업한 건축이다. 지붕은 목재이고, 2층과 바닥은 콘크리트 소재다. 실내에 벽이 적고, 지하수를 끌어 올려서 온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의 힘으로 천천히 온기를 순환시켜서 사계절 공기의 흐름을 잘 이용했다. 기후현은 일본에서도 여름에 많이 더운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습기 뺀 공기를 순환시켜 냉방 온도를 낮추지 않아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카나다 교수의 제안으로 만든 2층 목재 구조가 매력적인데, 곡면을 만들기 힘들어 얇은 편백나무를 겹쳐서 강한 구조체를 만들었다. 1층은 콘크리트 축으로 지탱하는데, 워크숍을 진행하는 공간도 있고 학교 끝난 아이들이 자주 이용한다. 2층 원형 장소는 독서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주변에 서가를 두고 글로브라고 불리는 큰 우산 아래에서 독서를 한다. 높은 곳에서 자연광이 들어오면 우산 같은 공간에서 부드러운 빛이 되어 비춘다. 이번 옻칠 집을 만들 때는 불이 나면 타서 사라지게 했지만, 미디어 코스모스와 같은 대규모 건축은 화재가 났을 때를 위한 방재 논의가 있었다. 아래 놓인 벽을 콘크리트로 만들어서 불이 나더라도 확산되지 않는다는 실험을 거쳐 허가를 받았다. 가구도 스테인리스로 만들었고, 쿠션도 놓을 수 없었다.

미토 시빅 센터와 가이아 난양 테크놀로지 대학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미토 시빅 센터는 미토 도시의 시민회관이다. 역시 카나다 교수와 협업한 목재 철골 건축이다. 목재가 큰 비를 맞아서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금속 커버를 추가했다. 2000석 극장은 콘크리트로 감싸 있고, 이를 둘러싼 내부는 목구조라서 잘 타지 않는다. 인근에는 미토시립미술관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백화점이 있다. 상업과 문화적 입지를 모두 가진 곳에 위치하기에, 이곳 시민회관에 공연이 없더라도 시민들이 오기 바라는 마음으로 책 읽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추가했다.싱가포르 난양 테크놀로지 대학은 지난해 완공했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만 콘크리트고, 나머지 구조는 모두 나무다. 미토 시민회관과 달리, 외부에도 나무가 잘 보이게 발코니와 같은 벽을 노출시켰다. 위아래에는 교실이 있고, 중앙에는 공기가 순환되는 학생을 위한 살롱 공간이 있다. 길이 200미터의 6층 건물이 아름답다.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큰 목조 건축은 처음이고, 일본에도 이런 대규모 목조 건축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아시아에서는 나라마다 목재 건축에 대한 전통이 있어서 애착이 큰다. 옻칠 역시 이번에 건축 소재로서 가능성을 발견했으니, 작은 부분이라도 함께 사용하면서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미토 시빅 센터의 2000석 극장은 콘크리트로 감싸 있고, 이를 둘러싼 내부는 목구조다. © Kai Nakamura

이번 광주폴리의 주제는 ‘순환 폴리’다. 미래 건축의 지속 가능성은 어떻게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모순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웃음)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서 난연 소재를 사용하라고 추천하는데,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잘 타는 소재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이러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모두가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모순 속에서 밸런스를 이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기후현의 미디어 코스모스같이 새로운 건축 공법을 찾는 것을 추천하며, 옛날의 삶과 좀 더 가까워지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사랑받지 못할 건축물은 당연히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위한 건축학교는 요즘도 운영하는지? 건축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건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유효한지? 그렇다. 건축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건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 부모의 지식이 어린이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어린이가 상식을 부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건축학교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참여한 어린이가 커서 건축학도가 되기도 하며 좋은 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10~12세 어린이 40명을 매년 만나고 있다. 내가 직접 강연하고 과제도 내주어 최종 코멘트를 해준다. 우리는 건축이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을 알지만, 어린이는 이를 모르기 때문에 자유롭게 상상하고 새로운 건축을 제안할 수 있다. 대학생들이 어린이를 지도하는데, 이들도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을 것.

건축가로서 생각의 변화를 갖게 된 계기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동일본 대지진 프로젝트 때문인가?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가치관과 세계관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과 문제 해결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영향이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은 이전부터 공감하고 있었지만, 대지진이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지진을 겪고 피난민을 위한 집 ‘집합주택’과 마을회관 역할을 하는 ‘모두의 집’을 만들어 기부하고 있다. 14채를 지어 기부했고, 10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리츠커상에 관해서 말하자면, 상을 받고 나서 일이 늘지는 않는 것 같다. 설계비가 올랐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오히려 일이 줄기도 했다. (웃음) 내가 생각하는 건축 세계의 중요한 계기는 센다이 미디어 센터 완공이다. 센다이 미디어 센터 이전에는 내 건축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으나, 완공 이후에 센다이 시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을 위한 건축을 만든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앞으로 있을 새로운 계획은? 중국과 대만에서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이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 공모전에 선정되었는데, 완공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듯하다. 대만에서 설계한 열 번째 건축이다.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만드는 어린이를 위한 건축물이다. 한 나라에서 큰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연이어 수주가 이어진다. 한국에서 선보인 본격적인 건축 작품은 아직 없다. 앞으로 한국에서 큰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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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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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Art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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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프리즈 런던과 아트 바젤 파리. 아트 페어 안팎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 한국 여성 현대 작가와 굵직한 전시들을 총망라했다.

© Haegue Yang, Hayward Gallery © Mark Blo

2022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아트 바젤이 파리 진출을 선언한 후로 매해 10월은 전 세계 컬렉터, 미술 애호가 및 관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로 올라섰다. 아트 페어 업계를 선도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규모의 행사를 경쟁적으로 펼쳐온 프리즈 런던과 아트 바젤이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이때는 아트 페어의 성과는 물론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점쳐보기에 더없이 적합한 시기로 여겨진다. 아트 바젤이 그랑 팔레 Grand Palais에서 있을 데뷔를 앞두고 ‘파리 플러스’ 대신 ‘아트 바젤 파리’라는 공식 행사 명칭을 선언한 올해는, 불안정한 경기 때문인지 유난히 더 많은 이들이 기대와 궁금증 반, 걱정과 긴장감 반으로 가을 시즌을 고대한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두 아트 페어는 활기찬 분위기와 긍정적인 세일즈를 기록하며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머징 Emerging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포커스 Focus’ 섹션을 행사장 입구로 배치하며, 행사장 분위기와 관람객 동선에 신선함을 더한 프리즈는 안정적인 판매 성과로 런던 미술시장을 둘러싼 사람들의 걱정을 잠재웠다. 아트 바젤 파리에 참가한 몇몇 갤러리들은 행사 첫날 완판 기록을 내세우며 페어장의 열띤 분위기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듯 아트 페어의 흥망성쇠는 일반적으로 작품 세일즈에 좌우되곤 하지만, 런던과 파리가 유럽 아트 신의 대표주자들인 만큼 작품 판매를 넘어 올해 런던과 파리를 수놓은 현대미술의 단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프리즈는 매해 페어의 본고장인 런던에서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를 개최하며 20세기를 대표하는 근대미술부터 동시대성을 반영한 현대미술까지 폭넓게 소개해왔다. 동일 기간 개최되는 페어가 두 개인 만큼 참가 갤러리 수는 200개가 훌쩍 넘지만, 올해는 이러한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리젠트 파크 한가운데 펼쳐진 흰색 텐트 아래서 한국 여성 현대미술가들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런던 아트 씬을 빛낸 한국 여성 작가들

지난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런던을 뜨겁게 달군  프리즈 런던. 아트 페어 안팎에서 한국 여성 현대미술가들의 두드러진 활약이 빛났다.

헤이워드 갤러리, 양혜규

© Haegue Yang, Hayward Gallery © Mark Blower

© Haegue Yang, Hayward Gallery © Mark Blower

© Haegue Yang, Hayward Gallery © Mark Blower

페어장의 기세는 밖에서 먼저 드러났다. 런던 시내의 상업 갤러리부터 국공립 미술관까지 한국 여성 작가를 다루는 흔치 않은 광경이 실현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헤이워드 갤러리 Hayward Gallery에서 열린 양혜규의 개인전 <양혜규: 윤년>과 테이트 모던 Tate Modern의 터바인 홀 Turbine Hall을 장악한 이미래의 <현대 커미션: 이미래: Open Wound>전은 압도적인 관심을 받으며 세계 무대에 한국 현대미술의 존재감을 선명히 각인시켰다. <양혜규: 윤년>은 작가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온 헤이워드 갤러리의 융 마 Yung Ma가 기획한 작가의 서베이 Survey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 텍스트, 콜라주, 비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로 실현된 각양각색의 작업 120여 점을 총망라했다. 18년 만에 재해석된 <사동 30번지>(2006)에 이어 〈광원 조각〉, 〈소리 나는 조각〉, 〈중간 유형〉, 〈의상 동차〉, 〈황홀망〉, 블라인드 설치작 등 작가의 대표작부터 그동안 마주할 기회가 귀하던 작업까지 포함되었다. 전시장을 돌아보며 작가가 윤이상, 조피 토이버아르프 Sophie Taeuber-Arp, 게오르기 구르지예프 George Gurdjieff 같은 모더니즘의 선구자들, 혹은 오스카 슐레머 Oskar Schlemmer와 솔 르윗 Sol LeWitt 같은 예술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전시를 더욱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테이트 모던, 이미래

© Mire Lee © Tate(Larina Fernandes)

© Mire Lee © Tate(Oliver Crowling)

터바인 홀을 차지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호칭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전시한 최연소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이미래는 ‘열린 상처 Open Wound’라는 의미의 전시 제목처럼 대형 설치와 개별 조각들을 과거 화력발전소로 쓰인 미술관 건물에 과감하고 섬세하게 엮어냈다. 올해 터바인 홀은 그녀의 손에 의해 기괴한 생태계로 변모했다. 사방에 걸린 천 조각들과 전시장 한쪽을 차지하는 터바인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전시는 앞으로 약 6개월간 공중에 매달린 위압적인 터바인이 아주 천천히 돌아가며 끈적한 액체를 배출하면 그 액체의 일부가 그 아래 배치된 천 조각에 붙어 굳고, 그렇게 적셔진 새로운 천 조각이 기존의 것들과 함께 새로이 천장에 걸리는 방식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계속해서 재생산되지만 끝내 천장에 벗겨진 피부처럼 내걸리는 천 조각을 통해 인간과 기계에 의한 생산과 파멸의 과정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는 경외감, 혐오감, 연민, 두려움, 사랑 같은 모순된 감정을 역설한다.

리만 머핀, 김윤신

© Kim Yun Shin, Lehmann Maupin and Kukje Gallery

리만 머핀 Lehmann Maupin은 프리즈 마스터스에서 큐레이터 시나 웨그스태프 Sheena Wagstaff가 기획한 ‘스튜디오 Studio’ 섹션을 통해 김윤신 솔로 부스를 공개했다. 반평생을 아르헨티나에서 지내며 ‘이방인’의 삶을 자처해오다, 올해 초 리만 머핀, 국제갤러리와 공동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는 등 지칠 새 없이 활동해온 김윤신. 작가는 2025년 리만 머핀 런던에서 있을 개인전을 앞두고 이번 솔로 부스를 통해 다시 한 번 현지 컬렉터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회화와 조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의 다채롭고 자유분방한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인 부스에는 최초 공개되는 회화와 함께 초기 조각품이 골고루 전시되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카를로스/이시카와, 이목하

© Moka Lee 2024, Jason Haam Gallery, Seoul; and Carlos/Ishikawa, London

뛰어난 동시대적 안목으로 이시 우드 Issy Wood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Korakrit Arunanondchai 같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온 런던 기반의 카를로스/이시카와Carlos/Ishikawa는 한쪽 벽을 이목하의 〈Ego Function Error 05〉(2024)에 내어주며 작가를 홍보했다. 최근 글로벌 아트 플랫폼인 아트시 Artsy가 선정한 ‘2025 아트시 뱅가드 Artsy Vanguard 2025’에 유일한 한국 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이목하. 작가는 찰나에 포착된 익명의 청춘들의 모습을 행복과 불안, 진지함과 가벼움이 오묘하게 뒤섞인 이중적인 초상화로 풀어낸다. 국내에선 제이슨 함 갤러리가 작가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수년째 함께하고 있다.

갤러리 베이컨시, 선우

© Sun Woo, Gallery Vacancy © Mark Blower

중국 상하이에서 출범한 갤러리 베이컨시 Gallery Vacancy는 ‘포털 Portals’이라 이름을 붙인 선우 Sun Woo의 솔로 부스를 준비했다. 작가의 회화 두 점과 함께 브론즈, 나무 벽돌, 오브제를 사용한 설치작업을 나란히 전시해 물리적 현재와 유기된 과거를 상시적으로 오가는 풍경을 묘사한 현장은 실제로 일종의 신비로운 ‘포털’을 연상시켰다.

프란츠 카카, 로터스 강

© Lotus L. Kang, Franz Kaka, Toronto © GraySC

프리즈 런던 입구에 들어서자 ‘포커스’ 섹션에 참가한 두 개의 부스가 눈에 띄었다. 그중 하나가 프란츠 카카가 선보인 한국계 캐나다인 로터스 강 Lotus L. Kang의 솔로 부스였다. 지난 몇 년간 독일 쿤스트페어아인 뮌헨 Kunstverein Munich과 미국 휘트니 미술관 Whitney Museum을 포함한 유수의 기관에서 소개되며 가파른 속도로 주목받은 작가는 인간의 신체가 취하는 다양한 형태와 그것의 물질성을 주제로 삼은 작업을 제작한다. 부스 중앙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에 자연적으로 그을린 노출 필름이 철제 구조물에 걸려 불규칙적으로 늘어져 있었다. 작가가 ‘스킨 Skins’이라 칭하는 해당 작품군은 북적이는 페어장에서 고요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린더, 이은실과 장순원

© 실린더(CYLINDER)

©실린더(CYLINDER)

© 실린더(CYLINDER)

No.9 코크 스트리트 Cork Street에서는 실린더 CYLINDER가 주최하는 이은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No.9 코크 스트리트는 프리즈가 2021년부터 운영해온 전시 및 행사 공간이다. 프리즈 런던이 개최되는 10월이면 페어와 이곳의 전시들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곤 한다. 과거에는 김진희, 박세윤, 서동욱, 이안리, 최윤희 등의 한국 작가들도 해당 공간을 통해 런던 관객을 만났다. 2020년 실린더를 설립하여 현재 관악과 용산을 거점으로 갤러리를 운영 중인 노두용 디렉터는 “프리즈 런던과 맞물리는 중요한 시기에 국내 위주로 활동해온 이은실의 작업을 해외에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섬세하고 치밀하게 금기된 욕망을 화면 위에 그려내는 작가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실린더는 프리즈 런던 기간 동안 외부에서 진행되는 ‘마이너 어트랙션스 Minor Attractions’에서 소속 작가인 장순원의 작업을 출품하기도 했다. 대형 아트 페어와는 달리 오로지 45개의 신진 갤러리가 참가해 몇십 만원부터 몇천 만원대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이 행사는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인 맨드레이크 호텔 Mandrake Hotel에서 치렀다. 이번 행사의 유일한 한국 갤러리로 참여한 실린더는 중정에 위치한 벽돌 벽 위의 장순원의 회화 작업 두 점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타데우스 로팍, 정희민

© Heemin Chung,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Paris· Salzburg·Seoul © Eva Herzog

런던의 대표적 부촌인 메이페어 Mayfair 지역에 있는 대형 화랑 두 곳에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했는데, 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무서운 성장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5층 높이의 일라이 하우스 Ely House에 자리 잡은 타데우스 로팍 Thaddeaus Ropac은 정희민의 개인전 <UMBRA>를 개최하며 작가의 유럽 신고식을 치렀다. 1층에 위치한 이 전시는 작가의 신작 회화, 조각, 영상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며 전보다 무르익은 작가의 작품 세계와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알민 레쉬, 유귀미 

© Guimi You, Almine Rech © Melissa Castro Duarte

© Guimi You, Almine Rech © Melissa Castro Duarte

한편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알민 레쉬 Almine Rech는 유귀미의 개인전 <Unwind>의 일환으로 작가의 신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동양화와 서양화를 아우르는 회화 기법과 부드럽고 풍성한 색감으로 관람객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유귀미의 작업이 국내외로 주목받아온 만큼, 그 실물을 보고자 오프닝에 들른 사람들로 전시장이 붐볐다.

아트 바젤 파리 하이라이트        

© Art Basel

지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그랑 팔레에서 열린 아트 바젤 파리. 굵직한 미술관 전시와 다채로운 갤러리 전시들이 파리의 예술 현장을 장식했다.

팔레 드 도쿄, 미리암 미힌두

© Aurélien Mole © ADAGP, Paris, 2024

© Aurélien Mole © ADAGP, Paris, 2024

프리즈 런던 기간이 지난 뒤 그 다음 주가 도래하자 파리 역시 미술 애호가들을 반길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는 파리는 런던에 질세라 미술사적 중요성을 시사하는 기획 전시부터 유명 작가의 중대 개인전까지 선보이며, 풍성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꾸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 팔레 드 도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전시 중 마음을 울린 전시는 가봉 출신의 다학제적 작가 미리암 미힌두 Myriam Mihindou의 개인전 <Praesentia>였다. 전시는 작가가 20년 넘게 구축해온 작품 세계를 조각, 설치, 드로잉, 영상 등의 시각언어로 펼쳐 보이며, 미술이 지닌 영적 치유의 힘과 그것의 정치적, 사회적 역할을 암시한다. 미술을 통해 회복의 경험을 선사하려는 미힌두는 이번 전시에서 그 치유의 매개체로 작용하는 구리, 흙, 솜, 티백 같은 재료를 사용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따뜻하게 매만진다. 미힌두의 작업은 12월 1일까지 이어지는 제15회 광주 비엔날레에서도 만날 수 있다.

퐁피두 센터, 초현실주의 

©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Photograph Katherine Du Tiel © Adagp, Paris, 20

© Vincent Everarts Photographie © Adagp, Paris, 2024

©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Dist. RMN-Grand Palais / image Philadelphia Museum of Art © Adagp, Paris, 2024

© FEMSA Collection © Adagp, Paris, 2024

퐁피두 센터는 앙드레 브르통 André Breton의 <초현실주의 선언>(1924)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여 회화와 조각 500여 점을 모은 초대형 전시를 개최했다. 초현실주의 역사를 14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상세히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í,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막스 에른스트 Max Ernst, 호안 미로 Joan Miró뿐만 아니라 레오노라 캐링턴 Leonora Carrington, 이텔 콜쿠혼 Ithell Colquhoun 같은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작업도 조명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또한 전시는 100년 전 브르통이 작성한 실제 선언문을 작품과 함께 선보이며 프랑스 국민은 물론 파리를 방문한 이들 모두에게 초현실주의를 회고할 기회를 제공했다.

가고시안 르 브루제, 제임스 터렐

© James Turrell, Gagosian © Thomas Lannes

© James Turrell, Gagosian © Thomas Lannes

© James Turrell, Gagosian © Thomas Lannes

대형 기관 전시만큼 인상 깊었던 전시는 바로 파리 외곽에 위치한 가고시안 르 브루제 Gagosian Le Bourget에서 개최된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의 개인전 <At One>이다. 1960년대부터 줄곧 ‘빛’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인간의 시지각 체계를 탐구해온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은 파리 중심가에서 갤러리까지 차로 가는 데 소요되는 40여 분의 시간이 무색하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이번 전시는 초월적이고 명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대형 신작 설치작업 〈Ganzfeld〉와 〈All Clear〉를 포함해 총 35여 점의 작업을 소개한다. 평소 터렐의 작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가 ‘평생 작업’으로 삼은 로덴 분화구 Roden Crater 프로젝트 아카이브 자료도 놓치지 말고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 아르테 포베라        

Exhibition view « Arte Povera »,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4.©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 Nicolas Brasseur / Pinault Collection.

Gilberto Zorio, Macchia (Stain), 1968Melted rubber, ropes, variable dimensions
Pinault Collection
Exhibition view of ‘’Arte Povera’’,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4.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 Adagp, Paris, 2024
Photo: Nicolas Brasseur / Pinault Collection.

Michelangelo Pistoletto, Venere degli stracci, 1967
Reproduction of Venus in cement covered with mica and rags, 150 × 280 × 100 cm (installation). 
Lent by the Fondazione per l’Arte Moderna e Contemporanea CRT.
Exhibition view of ‘’Arte Povera’’,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4.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Photo: Nicolas Brasseur / Pinault Collection.

부르스 드 코메르스 Bourse de Commerce는 이웃 나라 이탈리아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르테 포베라 Arte Povera를 간판 전시로 내세웠다. ‘가난한 미술’이라는 의미의 아르테 포베라는 1960년대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피어난 미술운동으로, 소비주의와 상업주의에 대항하고자 일상적이고 ‘빈약한’ 재료를 이용한 작업을 포괄한다. 이번 전시는 알리기에로 보에티 Alighiero Boetti, 야니스 쿠넬리스 Jannis Kounellis, 마리오 메르츠 Mario Merz, 피노 파스칼리 Pino Pascali,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Michelangelo Pistoletto를 포함한 아르테 포베라 대표 작가 13인의 작업을 나란히 소개하며, 현대미술사 가운데 이탈리아의 대체 불가한 영향력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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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아트 PR 에어전시 'wh-bn'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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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주방의 미학

건축적 주방의 미학

건축적 주방의 미학

gallery D&D가 독일 프리미엄 주방가구 브랜드 라이히트와 함께하는 건축적 주방을 새롭게 선보인다. 마승범 건축가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이번 리뉴얼 쇼룸은 주방가구를 예술적 오브제로 제시하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치된 라이히트의 주방 가구 컬렉션. 어둡게 구성한 실내 인테리어에 각각의 주방 가구에 스포트라이트를 주어 멋스러운 아우라가 느껴진다.

라이히트의 최상급 도어 마감재인 천연석 ROCCA로 마감된 대형 아일랜드. 타지마할 석종으로 부드러운 크림톤에 연한 갈색 베인들이 천연석만이 가지고 있는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서울 논현동에 자리한 gallery D&D는 오랜 시간 동안 고급 주방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을 선보이며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특별한 변화가 일었다. 독일 주방가구 브랜드 라이히트 LEICHT를 주인공으로 한 4층 프리미엄 쇼룸이 ‘건축적 산책’이라는 새로운 컨셉트로 재탄생한 것. 단순히 주방가구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마치 건축적 산책로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의 흐름과 분위기를 세심하게 매만졌다. ‘건축적 주방 The Architectural Kitchen’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라이히트는 9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 프리미엄 주방가구 브랜드로서,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미적 가치를 추구한다. 라이히트의 주방가구는 천연석,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 고유의 건축적 물성을 가진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작은 건축물 같은 견고함과 품격을 자아낸다. 또한, 라이히트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12mm 두께의 스키니한 도어 프로그램 콘티노 CONTINO12, 미니멀한 아트월과 같은 모습에서 우아한 터치 오프닝으로 열리는 폴드어웨이 슬라이딩 시스템과 인비저블 인덕션 등 최신 트렌드의 주방기기를 함께 선보이며 디테일을 더했다. 특히 주방 가구사들 가운데 세계적인 건축가 르꼬르뷔지에의 색채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브랜드로 라이히트의 주방 가구가 예술적 오브제로 느껴지는 이유다. 또한 건축가의 독창적 미학과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색상은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라이히트 프리미엄 쇼룸 오픈을 기념해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8명과 함께하는 강연 클래스가 열렸다.

마승범 건축가의 Op 시리즈 가구를 미니어처로 제작한 키링을 기프트로 준비했다.

라이히트의 브랜드 스토리와 마승범 건축가의 건축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강연.

건축적 구조가 돋보이는 레이어드 복도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스토리 월.

라이히트 브랜드 로고.

이곳에 전시되는 모든 가구는 라이히트가 제시하는 ‘본질에 충실한 아름다움’을 구현해내며 그 고유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구성으로 꾸몄다. 또 단순한 주방가구 쇼룸이 아닌 예술적 경험의 공간임을 깨닫게 하는 데는 건축가 마승범 교수와의 협업이 뒤따른다. gallery D&D는 리뉴얼을 기념하며,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이자 독창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Studio SMA를 운영하는 마승범 건축가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번 리뉴얼 오픈 기념 행사에서 그가 강연을 연 이유도 그 때문. 마승범 건축가는 Studio SMA의 ‘FormFunctional Archi-Furniture’ 시리즈를 이번 쇼룸에 선보이며, 그의 디자인 철학과 라이히트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조화롭게 풀어냈다. Studio SMA의 ‘Op 시리즈’ 가구는 건축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가 융합된 디자인으로서, 가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Op 시리즈는 건축의 기본적 구조인 보와 기둥, 수평판 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불필요한 장식 없이 본질적인 미를 강조한다. 이는 라이히트가 추구하는 정제된 건축적 미학의 결을 같이하는 건축적 오브제로 자리 잡는다. 이번 쇼룸에는 Op 시리즈 중 일부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가구들이 그 자체로 공간에 리듬을 부여하며 건축적 주방가구의 심미적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gallery D&D의 4층 쇼룸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방문객들이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장면과 구성을 만나는 흥미로운 동선이다. 무게감 있는 다크 컬러로 마감된 벽면과 천장 속에서 천연석과 메탈로 이루어진 주방가구들은 고급스럽고 견고한 느낌을 주며, 마승범 건축가의 은은한 오렌지 톤으로 물든 가구가 공간에 색다른 활력을 더한다. 방문객은 공간의 변화와 가구의 색조 변화를 따라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각각의 공간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를 감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라이히트가 추구하는 건축적 주방의 스토리, 건축 재료적 물성을 담은 다양한 도어마감재, 세계 유수의 건축물 속 공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라이히트 주방의 모습을 마주하며 건축적 산책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처럼 gallery D&D는 이번 라이히트 프리미엄 쇼룸 오픈을 통해 라이히트의 철학과 Studio SMA의 건축적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쇼룸을 선보였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단순히 주방가구를 구경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건축과 디자인이 어우러진 공간을 거닐며 ‘건축적 산책’을 경험하게 된다. 브랜드와 디자인 스튜디오의 철학이 녹아든 쇼룸에서, 주방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생활공간을 넘어서 예술적 공간으로의 변모하는 주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 gallery D&D와 라이히트, 마승범 건축가가 함께 만들어낸 이번 리뉴얼 쇼룸은 주방가구의 혁신적인 미래를 제시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디자인 스튜디오 Studio SMA를 이끌고 있는 건축가 마승범. 그의 Op 시리즈 가구를 라이히트 프리미엄 쇼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어두운 쇼룸 공간에 색감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Op 시리즈 가구.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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