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mance of Chivalry

The Romance of Chivalry

The Romance of Chivalry

미국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티모시 코리건이 프랑스 사르트 지역의 역사적 보물로 꼽히는 샤토 드라 슈발레리를 완전히 개조했다. 유산 보존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에게 이 프로젝트는 인생의 사명이 되었다.

샤토의 입구와 계단에는 존 싱어 서전트 John Singer Sargent, 조반니 볼디니 Giovanni Boldini, 로버트 메이플소프 Robert Mapplethorpe를 비롯한 작가의 초상화와 작품 176점이 있다. 3단으로 된 샹들리에는 호텔 드루오 Hôtel Drouot에서 구입했는데, 세 개의 서로 다른 랜턴을 활용해 제작되었다.

샤토의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티모시의 방. 그가 프로멘탈 Fromental을 위해 디자인한 ‘프렌치 가든’벽지를 통해 외부 공간의 분위기를 내부로 가져왔다. 샹티이 Chantilly 의자와 샤토 실크 다마스크 Château Silk Damask 쿠션의 직물은 티모시의 슈마허 Schumacher 컬렉션. 델리스르 샹들리에도 함께 자리 잡고 있다.

클래식한 몰딩 장식이 돋보이는 디렉트와르 스타일로 마감된 오피스에서 조각품이 시대를 초월한 가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는 옛 예술가의 작업실을 짐작하게 한다. 슈발레리 Chevallerie 컬렉션 장식은 프린지 장식 업체 사무엘 & 선스 Samuel & Sons를 위해 디자인되었다.

루이 16세 의자의 자수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오피스. 샤토의 모든 벽 조각은 석고가 아닌 나무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슈발레리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여기, 샤토 드 라 슈발레리 Château de la Chevallerie의 구석구석에는 열정과 세련미 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자기 세공이 돋보이 는 블루 마르케트리 뷔페가 있는 디렉트와르 Directoire 도서관, 박물관 큐레이터를 부러워 하게 만들 만한 식기 컬렉션, 제단이 있는 식당 으로 변신한 예배당,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 소프의 사진과 대조되는 오일 초상화와 함께 전시된 웅장한 계단 등. 40세에 모든 것을 뒤 로하고 장식을 시작한 티모시 코리건 Timothy Corrigan을 만날 때면 매순간 “오!”나 “와!” 같 은 감탄사를 외치게 된다. 그는 광고대행사 사 치&사치 Saatchi&Saatchi의 전 임원이었으 며 최근에 책 (리졸리 출판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3개 층의 베르사 유 스타일 마룻바닥, 특출난 조각 장식과 목재 작업을 보았을 때 즉시 사랑에 빠졌어요.” 티모 시는 현재 프렌치 헤리티지 소사이어티의 수장 을 맡고 있으며, 미국과 프랑스에서 프랑스 유 산을 보존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특히 노트르 담 대성당 복원에 대한 주요 외국 후원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그는 슈발레리의 ‘보호자’이자 소유자로 자신을 소 개하는데, 1800㎡의 ‘완벽한 비율’을 가진 건 물과 조화로운 장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 였다. 그의 프로젝트에서 18세기 스타일은 ‘아 늑한 우아함’으로 표현되는데, 사람들이 앉거 나 잔을 깨뜨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바란 다. “네, 이곳은 성이지만 실제 삶을 위한 공간 입니다.”

튀르리 정원을 둘러싸던 철제 문을 등지고 돌아서면 보이는 풍경. 17세기에 한쪽 날개관이 건축되었으며, 중앙부와 서쪽 날개관은 18세기에 추가되었다. 약간의 비대칭성을 보완하기 위해 19세기에 두 개의 탑이 추가되었다. 탑의 돔은 인근 알랑송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다.

작은 창고를 장식한 인도 테마의 디-드림 D-Dream 종이 벽지는 익셀 Iksel.

공원 조경가 부트 차몽 ButtesChaumont이 디자인한 정원 복원 과정에서 티모시는 2532개의 나무와 장식용 식물, 그리고 약 50만㎡의 대지에 146개의 조각과 장식을 추가했다. 왼쪽 페이지 디렉트와르 도서관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깊은 녹색으로 칠했다. 소파는 슈마허의 인콤패러블 무아레 Incomparable Moiré 직물로 제작. 아르고 Argo 테이블은 수안 브리테인 Soane Britain에서 제작하였으며, 카일 번팅을 위해 티모시가 만든 카펫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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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린 수아르드 Adeline Suard

포토그래퍼

브누아 리네로 Benoit Lin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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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in 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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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삶과 죽음,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것들. 샤넬 컬처펀드의 후원으로 진행된 리움미술관의 <사이 어딘가에>는 이분법적 규범의 경계 사이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세실리아 벵골레아의 댄스 퍼포먼스.

현대 추상회화의 선구자 파울 클레는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그에게 있어 예술의 역할은 추상적인 감정과 생각을 형상화하고, 비물질적인 요소를 표현하는 창인 동시에 현실 너머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데 있었으리라. 2024년 11월 리움미술관의 아이디어 뮤지엄 <사이 어딘가에>에서 진행한 다수의 세션에 참가한 뒤 파울 클레의 말을 문득 떠올리게 된 것은, 지금까지 크게 와 닿지 않던 이 문장의 뜻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게 되면서였다. ‘예술은 관람자의 내면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그 사이의 것들을 볼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창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머리로만 이해하던 이 말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예술 덕분이었다.

폴 B. 프레시아도,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스틸 이미지, 2023. 작가 및 더파티필름세일즈 제공.

강연 <소리의 조율>을 진행 중인 필리파 라모스.

시야에서 벗어난 것, 보고 싶지 않은 것, 존재감이 희미해 가끔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 모두 파울 클레가 말한 ‘보이지 않는 것’에 해당하는 동시에 이분법적 규범의 경계에 존재하는 요소들이다. 2023년부터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진행 중인 아이디어 뮤지엄의 두 번째 프로젝트 <사이 어딘가에>는 그 이분법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조강연으로 그 시작을 알린 김혜순 시인은 이 ‘사이’를 설명하기 위해 ‘드물 희(稀)’ 자를 썼다. ‘희미한’, ‘희끄무레한’, ‘희박한’, ‘희한한’ 등의 단어에 쓰이는 한자다. “보이지 않는, 희박한, 그러나 보려고 하면 보일 수도 있는 것.” ‘사이’는 연대의 가능성을 품는 공간인 동시에, ‘사이’를 응시하는 일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예술가가 거쳐야 하는 일종의 투쟁이 된다. 강연은 김혜순 시인이 2022년 출간한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 실린 마지막 시, ‘시인의 장소’의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네가 있다/ 사라짐과 사라지지 않음 사이/ 의식과 일상 사이/ 페이지를 보지 않고 페이지의 날을 본다. (중략) 나는 저기서는 이름이 있는데, 여기서는 이름이 없는 사람/ 한국어밖에 할 줄 모르는 흰 기린이 앞장과 뒷장 사이에서 운다.” <사이 어딘가에> 개최 이전 발표된 시가 마치 이날의 강연을 위해 쓰인 듯 ‘사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인으로서, 창작자로서 김혜순 시인이 이를 오래 응시해온 덕일 것이다. 강연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질의응답 시간에 한 관객이 전한 인사였다.

강연 <비판적 에코페미니즘: 인간중심주의에서 다종 번영으로>을 마친 후 질의응답을 받고 있는 그레타 가드.

우 창, <모비 딕, 혹은 고래> 스틸 이미지, 2022. 취리히 샤우슈필하우스 제작.

“김혜순 선생님의 책을 아주 오랫동안 읽어왔는데, 그럼에도 선생님이 하는 말을 따라가기 너무 힘들어서 우리 사이에 거리가 생겼습니다. 그 거리가 처음에는, 아주 가까웠다가 점점 멀어져서 마치 태평양처럼 멀어졌습니다.” 고백하건대 나 또한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모든 부분을 따라갈 수 없던 터라 김혜순 시인의 강연은 일부 관객과 그의 사이에 거리를 만든 동시에, 관객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사이’로 돌아와서, 스크리닝으로 시청한 폴 B. 프레시아도의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엔 25명의 트랜스 및 논바이너리 ‘올란도’가 등장해 각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올란도>와 버지니아 울프에게 바치는 일종의 연서이기도 하다.) 영화 속 한 올란도는 얘기한다. 정체성을 부정당하면 사회에서 지워진다고. 또 다른 올란도는 말한다. 성별 구분의 논법은 현대사회의 발명품이고, 수술대에 올라가야 할 건 트랜스 수술을 겪는 개인이 아닌 정치의 역사이자 몸과 성별을 구분하는 체제들이라고.

올란도들은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성별 체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이는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삶과 죽음, 장애와 비장애 등 모든 고착화된 이분법적 경계로 확장될 수 있는 문제다. 열흘 간 진행된 19개의 강연, 퍼포먼스, 스크리닝, 토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에 대해 다뤘다. 예술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면, 미술관의 역할은 그것들이 보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믿는다. 리움미술관이 계속해서 포용성과 다양성, 평등과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속 올란도들은 성별과 국적으로 분류되는 대신, ‘논바이너리 지구 시민’으로서 여권을 부여받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논바이너리 지구 시민’들의 시대가 지금 당장 도래하기 어려운 유토피아라도, 전통적 구분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른 존재와의 공존과 연대를 도모한다면 언젠가는 미래의 이들이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폴 B. 프레시아도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그랬던 것처럼.

시인 김혜순이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제공: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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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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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피스트리를 통해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이현화 작가.

우란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단체전 <삶의 씨줄> 전경. 종이를 구긴 듯한 형태의 입체적인 태피스트리를 구현했다. ©우란문화재단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문장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스스로 대화하듯 거칠게 적어내던 글. 그러면서도 다시 지우거나 종이를 구기며 그 과정을 반복하곤 한다. 이현화 작가는 이러한 속마음을 태피스트리로 풀어내며 독특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섬유예술을 접하게 되었다. 태피스트리, 직조, 자수, 염색 등 다양한 기법 중에서도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태피스트리에 매료되었다. 얇은 한 줄의 실이 쌓여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태피스트리 직조 방식 역시 가장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전통 고블랭 Gobelin 기법을 사용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평직 조직으로서, 긴장시켜 놓은 날실에 씨실을 번갈아 교차하며 짜 내려간다. 색을 혼합한 씨실만 보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도는 높지만 그만큼 손기술이 더 요구되는 기법이라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랜 작업 시간은 작가에겐 자신을 태워 보내는 승화 과정과 같다. 작업에 몰입하고 떠나 보내며, 그 과정이 고스란히 시각적 화면에 드러나길 바란다.

내면의 이야기를 태피스트리로 구현하는 이현화 작가.

우란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단체전 <삶의 씨줄>에서 선보인 태피스트리 시리즈 는 그러한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3개 연작으로 이루어진 <0810>은 1년간의 긴 호흡으로 완성된 연작으로, 점차 종이가 구겨지고 텍스트는 사라지는 화면을 담고 있다. 작업 위 문장들은 나 자신에게 되뇌는 언어가 주로 많다. 자기 고백적인 편지인 것이다. 은 실제로 구길 수 있게 제작된 태피스트리다. 평면 형태가 대부분인 태피스트리지만, 종이가 구겨진 것처럼 보이게 구현했다. “입체적으로 작업한 태피스트리는 한 작품당 4~5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썼던 글 속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마지막 경사를 가위로 잘라내는 순간, 이제 보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태피스트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머리카락을 태운 잿가루로 그려낸 회화 작업.

2024 공예 트렌드 페어와 단체전 준비 등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며 바쁜 일상을 보낸 작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작업을 이루는 큰 키워드로 ‘내 영혼의 제의’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내면의 변화가 컸어요.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주위에 떠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새로운 인사나 만남보다는 떠나 보내는 일이 더 많아진다는 것 같아요.” 불안한 마음에 평안을 주기 위해서 방법을 찾은 건 결국 작업이었다. 작업이 나 자신에게 불안을 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위안을 준다고 전한다. 신작으로 선보인 비석 같은 돌탑 입체 작품이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나무와 함께 태운 잿가루로 그려낸 회화 작업 등 평안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이와 함께 재료의 근원적인 상태를 많이 고민하고, 실험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작품을 표현하고 만들어내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스스로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예요. 저는 이 세상의 소외된 것들을 깊이 바라보고,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소외된 마음을 되돌아보며 작업하고 있어요. 점차 나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지며, 이 세상의 소외되고 잊힌 것들을 나만의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종이 위에 실을 수놓고 조명으로 연출한 <0412-1>.

2024 공예 디자인 페어에서 선보인 <기원의 돌>과 <여명>.

이현화 작가의 작업실.

SPECIAL GIFT

이현화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 II은 피부에 고르고 빠르게 흡수되어,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주고 짧은 시간 안에 피부 속부터 빛나는 결빛 광채를 선사한다. 50mL, 3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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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류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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