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과거 산업지구의 투박한 흔적을 간직한 브루클린의 거리 한가운데에 미니멀한 건축이 돋보이는 건물이 들어섰다. 단순히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과 지역 사회가 교류하는 실험적 플랫폼, 아만트를 소개한다.

오는 2월 중순까지 열리는 로제타 파렌홀츠의 개인전 전경. © New Document

알록달록한 색상의 뮬러 반 세베렌 체어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아만트의 서점 겸 카페. © New Document

브루클린 이스트 윌리엄스버그 East Williamsburg에 자리한 아만트 Amant는 신진 및 중견 미술가의 전시,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등을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비영리 예술기관이다. 투박한 로프트 건물과 공장이 늘어선 과거 산업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아만트는, 매끈하고 정교한 외벽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메탈릭한 강철 소재와 섬세하게 배열된 벽돌, 옅은 회색 콘크리트가 절제된 균형을 이루는 이 건물은 브루클린 기반의 세계적인 건축 스튜디오 소일 SO-IL이 설계했다. 입구로 들어서면 녹음이 우거진 안뜰이 자리하고, 층고가 높은 중앙 갤러리에서는 작은 창문 틈새로 선명한 자연광이 공간을 채운다. 2019년 뉴욕의 메가 컬렉터 론티 에버스 Lonti Ebers가 설립한 아만트는 기존  다른 개인 사립 미술관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행보를 걸어왔다. 단순 설립자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들이 경제적 부담이나 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창작할 수 있는 독립적 플랫폼을 우선적인 목표로 한다. 전시장 옆에 자리한 서점 겸 카페는 현대미술, 시, 문학, 철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며, 매 시즌 입주 작가들이 선정한 도서들로 새롭게 채워진다. 각 작가의 성향과 관심사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큐레이션이 이루어지는 셈. 언제나 무료로 운영되는 아만트는 지나치게 상업적이지도, 너무 난해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건축물, 그리고 지역 주민과 관람객이 함께 빚어내는 참여적인 분위기 속 아만트는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섬세하게 배열된 벽돌과 옅은 회색 콘크리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만트의 외관. © New Document

© New Document

ADD 315 Maujer St, Brooklyn, NY 11206 WEB https://www.amant.org

CREDIT

에디터

WRITER

박지민(뉴욕 통신원)

TAGS
AI 예술의 시대

AI 예술의 시대

AI 예술의 시대

바야흐로 AI 시대, 예술은 더 이상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창작의 열망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열린 무대가 펼쳐지는 지금, 예술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예술계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제이슨 M 앨런의 <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 © Jason M Allen

실재 공간이라 착각할 정도로 정교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김헤라 작가의 작품. © 김헤라

지난해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AI가 우리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든 점이다. 챗 GPT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고, 일상 생활을 위한 여러 기기에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있다. 예술 창작도 예외는 아니다. 호기심 있는 사람이라면 챗 GPT에 무엇을 그려 달라는 주문도 한 번쯤 해보고, 그 결과에 놀라기도 했을 터.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가지고 아티스트로 데뷔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한 이는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제작자인 제이슨 M 앨런이다. 일부에서는 ‘예술의 죽음’이라며 반발했고, 심사위원은 놀랍게도 ‘미드저니’가 AI 프로그램 이름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창작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편집을 허용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결과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수상자는 프롬프트를 624회 수정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였고, 미드저니로 나온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편집한 후 기가 픽셀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창작자로서 저작권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저작권 협회가 비인간이 제작한 작품의 저작권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에 저항하며 소송을 계속하고 있고,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조앤의 AI 작품. © 조앤

AI 미드저니, 달리 등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열려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창작으로 보면 안 되는 걸까? 혹은 그림에 대한 상세 지시를 전하는 영역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까? 법정에서 논란을 검토하는 데 걸리는 수년의 시간에 비하면, 기술의 발전과 창작에 대한 열정은 놀랄 만한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몇몇 뛰어난 AI 스타 아티스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도 작가별 스타일이 확립되고 있다.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이들에게 제막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표적인 작가로는 한국의 김헤라(@tinkertailorart)를 손꼽을 만하다. 팔로워가 55.5만 명인 작가의 인스타그램은 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가득하다. 실제로 작가는 꽃과 인테리어를 전공한 플로리스트, 공간 디자이너, 웨딩 플래너, 브랜딩 디자이너이며, 꽃은 패션에서부터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관통하는 밑바탕과 같다. 꽃으로 장식된 파리 유람선이나 고풍스러운 기차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적 배경 외에도, 서강대에서 화공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로서의 면모는 예술, 신화, 그리고 기술을 결합한 AI 창작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하다. 또한 상업적인 영역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순수미술 전시회도 병행하며 그야말로 영역과 장르를 초월한 멀티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조앤

아르메니아 작가 조앤(@joooo.ann)은 디지털 아트 및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해, 2022년부터 미드저니, 달리 등을 활용한 AI 창작을 시작했다. 팔로워가 33.4만 명 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작가는 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광고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놀라운 상상력이 특징이다. 집채만큼 커진 거대한 가방,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건축물, 대형 공기 조형물처럼 만들어진 파리 에펠 탑 등의 이미지는 사실적인 구현으로 인해 실재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조앤 역시 순수미술 작가로서 NFT 아트 작품을 제작하고 있고, 게임 기획자이면서 AI 아티스트가 된 제이슨  M 앨런, 그리고 플로리스트이면서 AI 아티스트인 김헤라의 경우처럼 새로운 시대의 아티스트는 멀티 태스킹과 멀티 프로필에 능하다. 새로운 기술이 아티스트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창작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던 이들이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좀 더 열린 세계가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CREDIT

에디터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TAGS
소리의 미학, Mu7 체험기

소리의 미학, Mu7 체험기

소리의 미학, Mu7 체험기

나는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헤드폰을 쓰고 거리를 걷는 것이 왠지 부끄럽고 부담스러웠다. MZ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며 그들 사이에서 유행해서였을까? 그래서 항상 에어팟 같은 작고 간결한 이어폰만 고집해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에어팟 한쪽을 잃어버린 후 오래된 줄 이어폰을 다시 쓰면서 불편함에 진저리가 나던 그때, KEF의 Mu7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처음 손에 쥔 Mu7은 나에게 그야말로 놀라움이었다.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의 손길이 닿은 조각적인 디자인은 단순히 헤드폰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매끈하게 흐르는 듯한 곡선, 감각적인 황금비율, 그리고 전용 케이스까지. 세부 디테일마다 고급스러움이 스며 있었다. 특히 케이스에 새겨진 디자이너의 시그니처는 이 제품이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하나의 컬렉터블임을 확신하게 했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소리였다. 베이스가 풍부한 곡을 좋아하는 나에게 Mu7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귀를 완전히 감싸는 이어컵에서 나오는 고해상도 사운드는 마치 내가 스튜디오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에어팟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던 깊이와 디테일, 음악의 미묘한 감정까지 생생히 전해졌다. 특히 노이즈 캔슬링 기능 덕분에 주변의 소음을 잊고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오래된 즐겨찾기 곡조차 새롭게 들리며 음악에 빠져드는 시간이 더욱 짜릿해졌다. 또한, 메모리폼 이어쿠션과 인체 공학적 디자인으로 장시간 착용에도 불편함 없이 음악 감상을 즐길 수 있었다. 이동 중에도, 집에서도 함께하며 일상 필수품이 되어버린 Mu7. 헤드폰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Mu7이 앞으로도 더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손에 쥐어지기 바란다. WEB kr.kef.com

CREDIT

에디터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