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작품들, 그리고 그 위를 채우는 깊이 있는 사운드.
강희재 대표의 집은 오랜 시간 쌓아온 감각과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자화상 같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캐비닛이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으며 조형적 역할까지 하는 라이라복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칼로타. 오드에서 판매한다. 따스한 색감이 인상적인 페인팅 작품은 홍세진 작가. 유기적인 형태의 사이드 테이블은 김윤환 작품. 소파는 B&B 이탈리아의 카멜레온다.
벽을 가득 채운 강렬한 회화 작품, 예상을 빗나가는 조형물의 배치, 무심한 듯 놓인 오브제들이 집 안에 흥겨운 리듬을 더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이 집 주인과 맞닿아 있다. 이곳은 패션 브랜드 UTG(업타운걸)의 대표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강희재의 집이다. 패션 업계에서 오랜 시간 쌓아 온 그녀의 감각은 이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며, 집 또한 정형화 된 틀에서 벗어나 패션, 음악, 예술이 교차하는 실험의 장이 되었다. 넓은 거실에는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을 배치해 공간감을 확장하고, 시야가 닿지 않는 높은 곳에도 작품을 거는가 하면, 의외로 좁은 복도에 크고 입체적인 작품을 걸어 밀도를 높이기도 한다. “작품을 거는 것도 감각이에요. 옷을 잘 입으려면 많이 입어봐야 하듯이, 그림도 많이 걸어보고 봐야 감이 생기죠.” 강 대표가 말하는 이런 원칙 덕분에 그녀의 공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술이 개입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예사롭지 않은 균형감은 음악과의 조화에서도 드러난다.

샛노란 컬러의 라껑슈 오븐이 주방에 생동감을 더한다. 그에 어울리도록 스테인리스 소재의 주방 가구를 맞춤 제작했다.

벽에 걸린 입체 작품은 로버트 모어랜드. 위에서 내려다본 도심 풍경을 그린 작품은 미겔 앙헬 이글레시아스. 좁은 복도에 대형 작품들을 걸어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활력이 넘치는 인테리어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강희재 대표.

캐서린 번하드의 핑크 팬더 작품이 현관을 환히 밝힌다. 입구의 한쪽 벽면을 전체 거울로 마감해 때때로 홈 짐으로 사용한다. 벤치에 앉아 있는 고양이 조각품은 안태원.

나무 조각 위에 도심의 풍경을 담은 작품은 독일의 설치미술가 요르크 오베르크펠 Jörg Obergfell.
예술과 나란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음악인데, 최근에 들인 라이라복스 Lyravox의 칼로타 오디오가 이를 완성한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오드 Ode에서 취급하는 이 스피커는 단순히 청음 기기를 넘어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오브제 역할을 한다. “원래는 모양이 독특한 혼 스피커를 썼어요. 디자인이 예뻐서요. 그런데 클래식부터 EDM까지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니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스피커가 필요했죠. 결국 만능인 라이라복스를 선택하게 됐어요.” 그녀에게 오디오는 감각을 깨우고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예술적 선택이었다.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들으면 삶이 입체적으로 변해요. 피아노 연주는 마치 내 앞에서 직접 연주하는것 같고, 공연 실황을 들으면 진짜 공연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컬렉션을 쌓아가는 방식도 남다르다. “이 작품이 미래에 투자 가치가 있을지는 고민하지 않아요. 그냥 작품이 나를 부르면 사는 거죠.” 인물화의 경우자신과 닮은 그림을 중심으로 수집하며, 위트가 담긴 작품을 좋아한다. 거실, 복도, 주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집 안 모든 공간에 그녀만의 시선으로 고른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그림은 어느 순간 불쑥 나타나야 재미있어요.

애정하는 작가의 작품을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해 벽지로 활용한 욕실. 거울을 통해 반사되어 보여지는 그림 배치가 인상적이다.
복도를 걷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치는 작품이 주는 감각을 좋아하죠. 작품 배치의 변주를 통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즐겨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많지만, 그녀는 무엇이 주인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다. ‘작품이 돋보이는, 작품을 위한 집이어야 할 것’. 이것이 바로 그녀가 지향하는 집의 모습이다. 오디오 시스템 역시 강한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했다. 그런 점에서 미니멀한 디자인의 칼로타는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조용히 존재감을 발하기 때문에 더없이 완벽했다. 의외로 자신을 ‘집순이’라 소개한 강희재 대표의 하루는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아침마다 노동요처럼 퀸 Queen의 ‘킬러 퀸 Killer Queen’을 듣는다. “너무 감성에 젖거나 축 처지는 음악은 아침에 안 들어요. 그렇다고 클럽 음악을 틀기도 뭐하고. 퀸의 음악이 딱 좋아요. 기분이 업 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아서요.” 그렇게 음악이 흐르고, 공간 속 예술이 눈을 사로잡으며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그녀에게 집은 매일 감각을 깨우고 영감을 주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저는 그저, 제 눈과 귀가 즐거운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