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역사와 유산은 잇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녹아들어 있도록.
규모를 증축하며 새롭게 태어난 펜디의 밀라노 본사에는 하우스의 미학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펜디 까사의 가구로 장식한 프레스 쇼룸과 환영 공간.

본사 내부의 피팅 공간.
건물의 역사와 유산은 잇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녹아들어 있도록.
규모를 증축하며 새롭게 태어난 펜디의 밀라노 본사에는 하우스의 미학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펜디 까사의 가구로 장식한 프레스 쇼룸과 환영 공간.
본사 내부의 피팅 공간.
1990년대 리바 & 칼조니 빌딩의 모습. 왼쪽 페이지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건물의 외관.
글로벌 패션 하우스 펜디의 본사이자, 이탈리아 산업 기술의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펜디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블록을 증축해 기존 4515㎡에서 5915㎡로 전체 면적을 크게 확장했다. 건물 외관은 붉은 벽돌로 강조된 인더스트리얼 감성과 세그멘털 아치가 있는 넓은 창문, 그리고 펜디 로고를 조화롭게 매치해 메종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 특징. 내부는 크게 백스테이지 및 아틀리에 공간, 패션쇼 공간, 오피스의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모두 새로운 파노라믹 산책로를 통해 1층에서 연결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공간은 부드러운 뉴트럴 톤과 펜디 까사 소파의 따뜻한 색감으로 꾸며져 방문객을 반겨준다. 전체적인 컬러 또한 전 세계 펜디 부티크와 동일하게 우드, 트래버틴 대리석을 활용한 뉴트럴하고 밝은 컬러 팔레트로 디자인해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공간에 더해진 펜디 까사 가구와 페퀸 스트라이프 패턴은 세련된 분위기와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각 공간에 배치된 푸른 식물은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해준다.
런웨이를 확장한 쇼장.
따뜻한 색감의 펜디 까사 가구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18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탈리아 산업 기술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이 공간은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펜디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 1800년대 후반 전기 터빈 생산 회사 리바 & 칼조니 Riva & Calzoni의 산업 시설로 쓰였던 건물은, 1999년에 펜디의 파트너이기도 한 예술가 아르날도 포모도로 Arnaldo Pomodoro의 스튜디오 및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펜디가 이를 인수하며 건물은 자연스레 이탈리아 산업 기술의 역사를 응축하게 되었다.
더욱 넓어진 직원 캔틴 공간은 옥상 테라스로 연결된다.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미로로의 입구>.
식물이 가득한 옥상 테라스.
이번 리노베이션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건물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콘크리트, 투명 유리, 노출 금속 구조물, 채광 창을 통해 더한 현대적 감각이다. 아틀리에 공간의 펜디 장인들이 자연광을 받으며 작업할 수 있도록 좀 더 특별히 신중을 기했다. 지속 가능한 환경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자 공간마다 개별적인 에너지 조절 또한 가능토록 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곳곳에 새로운 변화를 주면서도 유지한 것이 있다면,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환경 조각 작품 <미로로의 입구 Ingresso nel Labirinto>일 것. 펜디는 이에 더해 작가가 작업한 두 개의 코스튬 아트워크를 또한 본사 입구 홀에 새롭게 전시하며 아르날도 포모도로 재단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암시했다. 새롭게 단장한 본사는 오는 2월 26일 개최될 2025/26 FW 컬렉션 패션쇼에서 기존보다 두 배 확장된 1650㎡ 규모의 런웨이와 함께 처음 베일을 벗을 계획이다. 펜디의 정체성이 더욱 확대되어 전개된 본 건물은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 지구의 중심, 비아 솔라리 Via Solari에 위치해 앞으로 전 세계 패션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펜디 본사 내부의 프라이빗한 회의 공간.
자연광이 잘 들도록 설계한 아뜰리에 공간.
에디터
재료와 물성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회화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 하종현의 작품 세계.
〈접합 74-98〉, 1974, 마포에 유채, 225 × 9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자화상〉, 1959, 캔버스에 유채, 63 × 40cm.
〈도시계획백서 67〉, 1967, 캔버스에 유채, 112 × 112cm.
시대의 무게에 맞서고, 끊임없이 회화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 하종현. 자신만의 실험적인 방식으로 전쟁이 남긴 상흔, 도시화와 경제 성장, 언론 탄압 등 변화하는 한국의 시대상을 작품에 반영해온 그의 작품 세계의 시작엔 앵포르멜 Informel의 영향이 있었다. 정형화된 회화의 틀을 깨고 물질성을 강조했던 앵포르멜은 하종현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1950년대 후반 유럽에 등장해 예술계에 큰 변화를 야기했고, 작가 또한 이에 대한 반향으로 두꺼운 물감과 불에 그을린 표면, 어두운 색조를 활용해 전쟁과 사회적 혼란이 남긴 집단적 기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때인 1959년 그린 <자화상> 또한 당시 표현기법이 잘 녹아있는 작품 중 하나다.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다시 한 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큰 격변을 겪은 70년대의 한국부터 오늘날까지, 하종현은 계속해서 재료와 물질성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며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해왔다.
〈대위(對位)〉, 1971(2012년 재제작), 신문, 종이, 91.5 ×111.5 × 80cm.
〈무제 B〉, 1965, 캔버스에 유채, 콜라주, 145.5 ×11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하종현의 앵포르멜 작업부터 초기 단색화 작업까지, 작가의 초기 실험정신과 물질적 탐구의 여정을 조명하는 전시 <하종현 5975>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중이다. 전시는 1959년부터 1975년까지 격동적인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탄생한 40여 점의 초기 작업을 다룬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인한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을 추상화한 <도시계획백서> 연작과 군사정권 시대의 언론검열, 사회적 억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대위(對位)〉 등. 작가는 역사적 맥락 안에서도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실험정신을 놓지 않았다. 전시의 ‘4부: 접합-배압법’은 특히 실험정신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탄생한 작가의 <접합> 연작을 조명한다. 마대자루를 캔버스로 사용하여 그 뒤에 물감을 듬뿍 바른 후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밀어내는 ‘배압법’은 그의 독창적 기법 중 하나인데, 2010년부터는 <이후접합> 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며 오늘날까지 하종현의 작업 세계를 대표하고 있다. 단순히 단색화 하나로만 기억되기에는 그가 한국 현대미술사에 남긴 업적이 너무 많다. 스프링과 철조망, 심지어 휴지까지, 재료와 물성을 가리지 않고 시대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해온 작가 하종현. 그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담은 <하종현 5975>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오는 4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에디터
새해 결심이 흐트러지기 좋은 3월, 작가와 출판업계 종사자들에게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때
읽기 좋은 책을 물었다. 우리의 신년 계획에 안부를 전하며.
≪등산 시렁≫ 윤성중
새해에는 좀 움직이고자 했다. 러닝이나 PT도 좋지만 등산이 맞을 것 같았다. 건강도 챙기고, 높은 데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멋진 경광도 즐기고. 그러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요즘 같은시기에 등산이나 가자 그러면 지나치게 실없거나 무척이나 한가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시국 때문일 수도 있고, 미세먼지 탓일 수도 있다. 심지어 오랫동안 등산을 싫어했고, 누군가 산에 가자고 하면 산 아래 백숙집에 가 있을 테니 다녀오라 손짓하던 나였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의 제목 ‘등산 시렁’은 의미심장하다. 일단 싫어해도 된다고 말하니까. 책은 고결하고 진지한 산행 이야기는 아니다. 친숙하고 엉뚱한 등산 일기라고 할 수 있다. ≪등산 시렁≫을 다 읽고 나니, 다시 산에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세상의 근심 걱정 잠시 내려놓고 싶다. 산에서라면 가능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서효인 시인, 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INSTAGRAM @anonbooks_publishing
≪간소한 삶에 관한 작은 책≫ 진민영먹다 반쯤 남은 물병, 자전거 여행에 썼던 모자, 택배를 보내고 남은 영수증, 지인에게 선물받은 그림 액자, 출판사에서 보낸 지난 책들. 계절과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혼재된 물건들이 책상과 책장에 이끼처럼 켜켜이 눌러앉은 모습을 보자면 그저 한숨만 난다. 올해는 꼭 책장을 비우고 정리된 서가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일의 순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지럽게 잔뜩 쌓인 물건들이 눈에 밟힌다. 내 공간의 상태는 내 마음과 같다고 했다. 간결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면 결국 하나씩 비워야만 한다. 그렇게 꾸준히 자신을 덜어낼 때 내가 바라는 삶이 된다. 박성민, 서점 ‘프루스트의 서재’ 대표 INSTAGRAM @library_of_proust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나를 건사하며 살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수시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번 태어나 어떻게든 스스로를 건사하다 죽어야 하는 삶이다 보니, 새해가 되면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기분에 습관 책을 다시 꺼내 든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도 자주 꺼내 보는 책인데, ‘일상의 시스템을 만들고, 일은 잘게 쪼갠다’는 대원칙은 습관 형성에 관한 거의 모든 책이 하는 말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삼스럽다. 잘 못 지켜서 또 읽는 거니까. 그래도 반복해 읽는 이유는, 주기적으로 나사를 조이기 위해서다. 언젠간 할 수 있겠지, 언젠간 되겠지,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는 제대로 살아볼 수 있을지도. 어쨌든 하나부터, 하루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부터.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좋은 습관을 기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당신은 부디 나 같은 재독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이다혜 작가, ≪출근길의 주문≫ 저자 INSTAGRAM @alicante
≪저속노화 식사법≫ 정희원
좋은 것을 더하는 것보다 나쁜 것을 빼는 게 실행하기에는 더 쉽다. 단순당, 정제 곡물, 붉은 고기를 식탁에서 빼는 것이 관건인 ‘저속노화 식사법’으로 손쉽게 식단 관리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저속노화 식사법≫은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저속노화 선생님(@DrEcsta)’,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의 저속노화 식사법 A to Z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건강한 식단’에 대한 맹목적인 지침과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저속노화 식사법을 제안한다. 또한 한 주일 간의 저속노화 식단과 레시피를 실어, 노화를 늦춰주는 간편한 상차림을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다. 한 끼 건강이 백 년 건강을 결정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저속노화 식사법≫과 함께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3월을 시작해보자. 전민지, 출판사 ‘문학동네’ 편집자 INSTAGRAM@munhakdongne
≪와비사비: 그저 여기에≫
레너드 코렌 저, 박정훈 역 “와비사비는 불완전하고 비영속적이며 미완성된 것들의 아름다움, 소박하고 수수하며 관습에 매이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일컫는다. 더불어 마음의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려 애쓰며, 우리 자신을 포함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멸해가는 것들을 돌아보려 마음 쓰는 삶의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와비사비 철학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깊이 새기면서 마냥 흘러가는 지금 시대를, 그리고 쫓기듯 어딘가로 향하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면 무엇이 눈에 맺힐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러한 시선을, 어쩌면 우리가 잠시 잊어버린 따스한 눈길을 다시금 지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선형 번역가, 서점 ‘번역가의 서재’ 대표 INSTAGRAM @tlbseoul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 편성준
새해에는 으레 결심한다. 운동을 하자, 소원해진 친구에게 연락하자, 술과 담배를 끊자, 취미생활을 제대로 해보자 등 다양한 결심이 앞다투어 튀어나온다. 편성준의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을 읽고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나만의 문장을 찾자.” 생의 곳곳에서 그를 보듬고 어루만져 준 문장들 속을 유영하다 그중 내게 꼭 맞는 문장을 필사하면 그날이 꼭 새날 같다. 새날에는 새 날개를 펼치듯 기지개를 켜야지,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야지, 나를 살리고 내가 살린 것을 사랑해야지 굳게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오은 시인, ≪초록을 입고≫ 저자 INSTAGRAM @flaneuroh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