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s in Paris

Paradis in Paris

Paradis in Paris

파리 10구, 옛 도자기 공장 자리에 들어선 갤러리 파라디.
다양한 오브제와 가구, 현대 디자이너들의 실험적인 작품이 공존하는 예술 공간을 소개한다.

옛 도자기 공장을 개조해 높은 층고와 인더스트리얼한 무드가 돋보이는 갤러리 파라디.

왼쪽 의자는 휴고 페리스 Hugo Periesse, 테이블은 더크 메이러츠 Dirk Meylaerts, 오른쪽 의자는 엘로이 슐츠 Eloi Schultz.

1인 가구의 증가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은 단순히 휴식공간을 넘어 다양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다기능적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홈퍼니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파리에서도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집 꾸미기에 필요한 다양한 소품을 파는 매장이 마레 지구나 2구 지역에 많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갤러리 파라디 Galerie Paradis’는 독특하게도 파리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10구 지역에 자리 잡았다. 갤러리 파라디의 창업자인 나탈리 부카리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디자인 사업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던 그녀는 남프랑스에서 작은 소품 가게를 시작으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자신이 발견한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며 실력을 쌓은 그녀는 더 큰 도전을 위해 2023년 파리로 향했다. 기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파리 10구의 옛 도자기 공장 한 곳에 갤러리 파라디를 열었다. 그녀는 ‘천국(파라디)’이라는 의미를 지닌 거리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매장명을 정하고, 그곳을 예술과 디자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샤샤 × 샤샤 Sasha × Sasha의 메탈 선반 ‘에타제르 Etagère’.

섬세한 장식의 은 세공 테이블웨어와 빈티지 커트러리도 볼 수 있다.

갤러리 파라디는 시간이 흐르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올해는 도자기 공장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확장했다. 현재 1000㎡ 규모의 공간에는 70여 명의 현대 디자이너 작품과 20세기 가구, 민속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서는 각종 장식품, 식기, 보석류를 만나볼 수 있으며, 지하 1층에는 사진 스튜디오와 가구 복원 공방이 자리한다. 또한 지하 2층에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관련된 세미나와 모임, 단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실험적 작업을 적극 지원하며, 파리에서 최신 홈퍼니싱 트렌드를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유명 디자이너와 건축가인 로돌프 파렌테 Rodolphe Parente와 휴고 토로 Hugo Toro도 이곳을 자주 찾으며, 갤러리의 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는 3월, 겨울 컬렉션이 마감되고 새로운 봄 컬렉션으로 전시가 변경될 예정이니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변화를 놓치지 말자. ADD 7 Rue de Paradis, 75010 Paris INSTAGRAM @galerieparadis.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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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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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집

나를 닮은 집

나를 닮은 집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작품들, 그리고 그 위를 채우는 깊이 있는 사운드.

강희재 대표의 집은 오랜 시간 쌓아온 감각과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자화상 같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캐비닛이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으며 조형적 역할까지 하는 라이라복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칼로타. 오드에서 판매한다. 따스한 색감이 인상적인 페인팅 작품은 홍세진 작가. 유기적인 형태의 사이드 테이블은 김윤환 작품. 소파는 B&B 이탈리아의 카멜레온다.

벽을 가득 채운 강렬한 회화 작품, 예상을 빗나가는 조형물의 배치, 무심한 듯 놓인 오브제들이 집 안에 흥겨운 리듬을 더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이 집 주인과 맞닿아 있다. 이곳은 패션 브랜드 UTG(업타운걸)의 대표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강희재의 집이다. 패션 업계에서 오랜 시간 쌓아 온 그녀의 감각은 이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며, 집 또한 정형화 된 틀에서 벗어나 패션, 음악, 예술이 교차하는 실험의 장이 되었다. 넓은 거실에는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을 배치해 공간감을 확장하고, 시야가 닿지 않는 높은 곳에도 작품을 거는가 하면, 의외로 좁은 복도에 크고 입체적인 작품을 걸어 밀도를 높이기도 한다. “작품을 거는 것도 감각이에요. 옷을 잘 입으려면 많이 입어봐야 하듯이, 그림도 많이 걸어보고 봐야 감이 생기죠.” 강 대표가 말하는 이런 원칙 덕분에 그녀의 공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술이 개입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예사롭지 않은 균형감은 음악과의 조화에서도 드러난다.

샛노란 컬러의 라껑슈 오븐이 주방에 생동감을 더한다. 그에 어울리도록 스테인리스 소재의 주방 가구를 맞춤 제작했다.

벽에 걸린 입체 작품은 로버트 모어랜드. 위에서 내려다본 도심 풍경을 그린 작품은 미겔 앙헬 이글레시아스. 좁은 복도에 대형 작품들을 걸어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활력이 넘치는 인테리어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강희재 대표.

캐서린 번하드의 핑크 팬더 작품이 현관을 환히 밝힌다. 입구의 한쪽 벽면을 전체 거울로 마감해 때때로 홈 짐으로 사용한다. 벤치에 앉아 있는 고양이 조각품은 안태원.

나무 조각 위에 도심의 풍경을 담은 작품은 독일의 설치미술가 요르크 오베르크펠 Jörg Obergfell.

예술과 나란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음악인데, 최근에 들인 라이라복스 Lyravox의 칼로타 오디오가 이를 완성한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오드 Ode에서 취급하는 이 스피커는 단순히 청음 기기를 넘어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오브제 역할을 한다. “원래는 모양이 독특한 혼 스피커를 썼어요. 디자인이 예뻐서요. 그런데 클래식부터 EDM까지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니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스피커가 필요했죠. 결국 만능인 라이라복스를 선택하게 됐어요.” 그녀에게 오디오는 감각을 깨우고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예술적 선택이었다.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들으면 삶이 입체적으로 변해요. 피아노 연주는 마치 내 앞에서 직접 연주하는것 같고, 공연 실황을 들으면 진짜 공연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컬렉션을 쌓아가는 방식도 남다르다. “이 작품이 미래에 투자 가치가 있을지는 고민하지 않아요. 그냥 작품이 나를 부르면 사는 거죠.” 인물화의 경우자신과 닮은 그림을 중심으로 수집하며, 위트가 담긴 작품을 좋아한다. 거실, 복도, 주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집 안 모든 공간에 그녀만의 시선으로 고른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그림은 어느 순간 불쑥 나타나야 재미있어요.

애정하는 작가의 작품을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해 벽지로 활용한 욕실. 거울을 통해 반사되어 보여지는 그림 배치가 인상적이다.

복도를 걷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치는 작품이 주는 감각을 좋아하죠. 작품 배치의 변주를 통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즐겨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많지만, 그녀는 무엇이 주인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다. ‘작품이 돋보이는, 작품을 위한 집이어야 할 것’. 이것이 바로 그녀가 지향하는 집의 모습이다. 오디오 시스템 역시 강한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했다. 그런 점에서 미니멀한 디자인의 칼로타는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조용히 존재감을 발하기 때문에 더없이 완벽했다. 의외로 자신을 ‘집순이’라 소개한 강희재 대표의 하루는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아침마다 노동요처럼 퀸 Queen의 ‘킬러 퀸 Killer Queen’을 듣는다. “너무 감성에 젖거나 축 처지는 음악은 아침에 안 들어요. 그렇다고 클럽 음악을 틀기도 뭐하고. 퀸의 음악이 딱 좋아요. 기분이 업 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아서요.” 그렇게 음악이 흐르고, 공간 속 예술이 눈을 사로잡으며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그녀에게 집은 매일 감각을 깨우고 영감을 주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저는 그저, 제 눈과 귀가 즐거운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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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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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귀환, 아르데코

100년 만의 귀환, 아르데코

100년 만의 귀환, 아르데코

100년 전 디자인 혁신의 물결을 일으킨 아르데코가 다시금 우리 앞에 펼쳐진다. 과거의 혁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아르데코 100주년의 귀환을 주목해보자.

브뤼셀에 위치한 반 뷰렌 뮤지엄 & 가든 Van Buuren Museum & Gardens에서 열리는 전시 전경.

1925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주제였던 아르데코가 100주년을 맞이했다. ‘데코’라는 단어 때문에 이를 단순히 ‘장식미술’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프랑스에서 20세기 초 떠오르던 산업 디자인과 관련된 많은 것을 프랑스어 표현으로 ‘데코레이션’이라고 불리던 것을 고려하면, 이 행사는 세계 최초로 ‘디자인’을 예술과 산업의 영역에서 주목한 국제적 규모의 전시회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바로 이 전시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두각을 드러낸 디자이너들이니, 명품 브랜드의 시작이 바로 100년 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데코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도 세계 각지에서 풍성하게 펼쳐진다. 먼저 아르데코의 시작을 연 파리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옆에 자리한 ‘아르데코 뮤지엄’을 주목할 만하다. 1925년 만국박람회에서 ‘컬렉터의 집’ 전시관을 운영하며 당대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한 에밀 자크 루흐만 Émile-Jacques Ruhlmann에 주목하는 전시회(3월 5일~6월 8일)와 함께 당대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였지만 비운의 삶을 살다간 폴 푸아레 Paul Poiret(6월 25일~2026년 1월 11일), 아르데코 컬렉션 재개관 전시(10월 21일~2026년 3월 29일) 등 특별전 3개를 잇달아 진행하며 연중 내내 아르데코를 기념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파리에서 아르데코를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오르세 미술관의 장식미술 컬렉션, 블론뉴 빌랑쿠르에 위치한 1930년대 뮤지엄, 아르데코 시절 최고의 공연장이었던 폴리 베르제르, 사마리탠느 백화점 건물 등을 들 수 있다. 아르데코의 풍부한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관광청과 함께 ‘아르데코 브뤼셀 2025’를 운영한다. 3월에는 주말마다 도심에서 다양한 테마로 아르데코의 코스를 투어하는 프로그램 바나드 Banad 브뤼셀을 운영하고, 아르데코풍 건축물 빌라 엉뺑 Villa Empain에 자리 잡은 보고시안 재단 미술관에서는 ‘아르데코의 메아리’(~5월 25일), 9월 문화유산의 날에는 아르데코를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에밀 루흐만의 티바탄트 데스크 Tibattant Desk.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

아르데코의 유행은 유럽에만 그치지 않는다. 뉴욕의 하이라인을 장식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부터 마이애미 해변가에 자리 잡은 낮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좌우대칭의 화려한 아르데코 양식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져 나갔다. 192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라이프스타일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뉴욕역사박물관에서는 20세기 전반기 유행했던 변화하는 뉴욕 도시 모습을 담은 그림엽서 전시 ‘아르데코 시티’(~2월 17일), 4월 25일 세계 아르데코의 날 전후로 뉴욕의 아르데코 랜드마크를 둘러보는 ‘뉴욕의 봄’ 프로그램 등이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2025년에는 가는 곳마다 ‘아르데코’로 풍성한 한 해를 맞이하게 될텐데 이는 비단 2025년만의 일은 아니다. 2019년 바우하우스 학교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유난히 바우하우스 회고 전시와 이벤트가 많이 열린 것처럼, 100년 전의 이벤트는 오늘날 영감의 원천으로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6년에는 모네 사망 100주년, 2029년에는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 100주년, 2033년에는 바우하우스 폐교 100주년, 2037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 100주년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 한강의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문화, 예술 측면에서도 이처럼 유효하다. 2020년대 들어서 팬데믹과 함께 현재까지도 정치,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는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고 있지만, 100년 전 변화를 꿈꾸었던 이들의 꿈이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설렘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의 빌라 엠팡에서 열리는 에코 오브 아트 데코 전시 전경.

© Visit Brussels – Jean-Paul R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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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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