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ess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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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이 깃든 공간에서 펼쳐지는 패션 하우스의 예술적 상상력.
바티칸 사도 도서관과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소개한다.

© Musée du Louvre – Nicolas Matheus

© Musée du Louvre – Nicolas Bousser

© Musée du Louvre – Nicolas Bousser

전시 전경. 차례대로 발렌시아가, 발망, 디올, 펜디 등의 컬렉션이 루브르의 공간에 어우러졌다. © Musée du Louvre – Nicolas Bousser

패션이 예술이 되는 순간, <Louvre Couture>
루브르 박물관이 1월 24일부터 패션과 예술의 특별한 만남을 조명하는 전시 <루브르 쿠튀르 Louvre Couture>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루브르가 직접 기획하는 사상 첫 대규모 패션 전시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장식예술이 함께 어우러진다. <루브르 쿠튀르>는 루브르 장식미술 부서의 소장품, 그리고 1960년부터 오늘날까지 패션을 대표하는 작품 등을 한데 모아 예술과 패션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18세기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칼 라거펠트의 샤넬 오트 쿠튀르 컬렉션부터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등 총 45개 패션 하우스와 디자이너들의 피스가 전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는 패션과 예술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보여주며, 중세부터 19세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미적 변화와 장식적 특징이 어떻게 현대 패션 디자인에 반영되는지 탐구한다. 면적이 9000㎡에 달하는 전시 공간에서 100여 개 의상과 액세서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각 작품은 패션과 장식미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비잔틴 시대와 중세 시대’ 섹션에서는 금, 보석, 상아 장식이 돋보이는 예술품과 패션이 함께 전시되며, ‘르네상스’ 섹션에서는 화려한 갑옷, 도자기, 태피스트리 속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나폴레옹 3세의 아파트에서는 19세기 화려한 인테리어와 패션의 과장된 실루엣이 어우러지며 전시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저명한 전시 디자이너 나탈리 크리니에르 Nathalie Crinière가 디자인한 본 전시는 관람객을 전통적인 동선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탐험하듯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루브르 장식미술 부서를 이끄는 올리비에 가베 Olivier Gabet 큐레이터는 “루브르는 오랫동안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끝없는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 관계를 조명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는 7월 25일까지. WEB louvre.fr ADD 99, rue de Rivoli, 75001 Paris, France

바티칸 사도 도서관의 외관. ©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지구본, 세계지도, 여행가방 등을 전시하며 여행을 테마로 꾸며진 전시 전경. ©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시대를 초월한 여성 여행자들의 이야기, <En Route>
바티칸 사도 도서관이 2025년 희년을 맞아 특별한 전시 <엉 루트 En Route>를 선보인다. 패션 하우스 디올과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희망의 순례자’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여행과 탐험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교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의 핵심은 19세기 말 외교관이자 학자로 활동하던 체사레 포마 Cesare Poma의 컬렉션 <포마 페리오디치 Poma.Periodici>으로서, 5개 대륙에서 발행된 1200여 종의 신문이 포함되어 있다. 전시 제목 ‘엉 루트’는 프랑스 기자 뤼시앙 르루아 Lucien Leroy와 앙리 파필로 Henri Papillaud가 1895년부터 1897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제작한 정기 간행물인데, 이 또한 컬렉션의 일부다. 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제작된 이 신문은 결국 세계 각지를 기록하는 흥미로운 문화 유산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과 지도, 필사본이 보관된 바티칸 도서관에서 열려 더욱 특별한 본 전시는 그 시대를 살던 여성 여행자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보수적인 시선을 깨고 홀로 길을 나선 여성들은 저널리즘, 정치, 선교 등 다양한 목적을 품고 세계를 누볐다. 가수이자 세계여행자 로렌초 조바노티 Lorenzo Jovanotti,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티아나 S 윌리엄스 Kristjana S Williams, 그리고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Maria Grazia Chiuri가 함께한다. 음악, 일러스트, 패션이 어우러져 ‘여행’이라는 주제를 다채롭게 풀어내며, 시대를 초월한 이동과 만남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포마 페리오디치 컬렉션은 디지털화되어 온라인에서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오는 12월 20일까지. WEB vaticanlibrary.va ADD Cortile Belvedere, 00120 Città del Vaticano, Vatica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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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al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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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의 밀라노 매장은 브랜드 철학이 깃든 하나의 작품이다. 상업적 공간을 넘어
건축적 감동과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으로.

커다란 아치형 창을 통해 유입되는 자연광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싼다. 깊은 녹색 가죽을 입은 가구와 골드 포인트 오브제가 세련된 감성을 한층 강화한다.

유리 블록, 월넛 패널, 베르데 생드니 대리석이 조화를 이룬다.

웅장한 월넛 소재의 곡선형 계단이 돋보이는 밀라노 매장.

밀라노의 심장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한가운데 자리한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매장. 지난해 초 문을 연 이곳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공간으로 확장된 하나의 작품이자,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장소다. 2층 규모의 매장은 보테가 베네타의 철학과 신념을 담은 공간으로 유리, 이탤리언 월넛 소재의 목재, 그리고 그린 색상의 베르데 생드니 대리석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었다. 매장에 사용된 소재들은 이탈리아의 전통과 모던한 감성을 결합해 혁신적인 장인정신을 기리는 브랜드의 ‘파리 12 애비뉴 몽테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더욱 발전된 미학을 보여준다. 월넛의 따뜻한 결이 유리 블록의 투명한 차가움과 대비를 이루며, 대리석이 주는 견고함이 브랜드의 시간성을 상징한다. 기하학적인 격자 구조의 벽면과 천장은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연출하며, 바닥 역시 대리석과 월넛 패널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매장 곳곳에 배치된 곡선형 계단과 진열대는 구조적 요소를 넘어 손으로 만지고 머무르고 싶은 오브제로 기능한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와 울 카펫이 놓인 공간에서 갖는 쇼핑은 소비를 넘어 촉각적인 경험으로 이어지는 셈. 정형화된 진열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감각을 자극하는 모듈식 선반 역시 마치 작은 예술 작품처럼 공간을 풍성하게 채운다. 여기에 커다란 아치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그 위를 스치는 인공 조명이 교차하는 순간 공간은 살아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화려한 꽃 장식이 달린 까바 백은 보테가 베네타의 2025 여름 컬렉션으로서 브랜드의 대담한 상상력과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호보 까바 백.

사르딘 백.

토스카 백.

 

이제 패션 브랜드 매장은 하나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확장되고 있다. 제품 구매를 하기 위해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구축한 공간의 미학과 건축적 요소를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보테가 베네타가 몬테 나폴레오네와 산 안드레아 거리에 이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 새로운 매장을 연 것은 단순히 리테일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깊이 새기는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예상치 못한 건축적 감동을 경험하게 되고,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이들조차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를 체득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매장이 남기고자 한 것은 시간을 초월하는 감각적 경험이지 않을까. 이곳을 거니는 순간, 패션 브랜드 매장이 상업적 목적을 넘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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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 Nostal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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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서가에 묻혀 있던 오래된 식물 도감, 먼지 쌓인 책 속에서 잊힌 동물 도해들.
그저 과거의 기록으로 남아 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헨리크 딥달의 예술 세계.

더 딥달 코의 스튜디오에는 잊힌 그림들이 다시금 생동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199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된 ‘더 딥달 코 The Dybdahl Co.’는 오래된 책과 박물관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프린팅 공방이다. 창립자 헨리크 딥달 Henrik Dybdahl은 왕립 도서관 및 정보 과학을 전공하며 시각 유산의 가치를 연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예술적 프린트를 제작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친 바랜 도판들은 다시금 생기를 얻고, 잊혔던 이미지는 새로운 시선을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잇는 그의 작업 철학에 대해 알아봤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오래된 이미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첫눈에 강한 끌림을 느껴야 한다. 그것이 주제이든, 색감이든, 구성이든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시각적 매력을 느끼고
작업을 계속하고 싶게 만드는 이미지여야 한다.
역사적 서적을 탐색하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이미지가 있는가? 오래전에 야자수 그림이 가득 담긴 책을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다. 처음 접한 수준 높은 식물학 서적이었고, 더 깊이 탐구하고 싶다는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경험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50여 종의 아트 프린트를 출시하게 되었고, 여전히 그 책은 꾸준한 영감을 주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트 프린트를 제작하기 위해 독일산 무광 아트지와 일본산 잉크를 사용한다고 들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작품의 가치가 변하지 않도록 고품질 소재에 인쇄한다. 자연스러운 질감을 가진 종이를 사용해 이미지의 깊이를 살리고, 색상의 선명함이 오래 유지되도록 아카이벌(기록 보존용) 잉크를 선택한다.

박물관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고서적의 해양 생물 도판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순간.

오래된 서적에서 또 다른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헨리크 딥달의 모습.

헨리크 딥달의 아름다운 작품들은 마이알레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렇게 엄선된 재료가 최종적으로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원본 이미지의 생생한 색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책이 처음 제작되었을 때의 색상이 지금도 똑같이 빛나도록 디지털로 이미지를 보정하고, 세밀한 색조 조정을 거쳐 본래 아름다움을 재현한다. 또한, 고급 인쇄 공정을 통해 최종 작품에 생동감을 더욱 불어넣는다.
코펜하겐 왕립 도서관 및 정보 과학 학교에서의 학업이 오늘날의 디자인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5년 동안 공부하면서 점점 더 고전 이미지와 그래픽 자료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우리가 공유하는 시각적 역사와 이를 보존하는 기관들을 연구하면서, 과거의 작품이 단순히 흥미로운 것을 넘어 새롭게 해석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자료 조사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배우면서 세밀한 연구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 과정 덕분에 숨겨진 명작을 발굴할 수 있었고, 작업에도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경험하기 바라는가? 경이로움과 향수를 동시에 느끼기 바란다. 작품은 익숙함과 신비로움 사이에 존재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감상자들이 세밀한 요소들을 탐색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궁극적으로, 작품이 개인적인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바란다. 또한, 풍부한 자연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이 순간적으로라도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하기 바라며, 이 경험이 더 깊고 지속적인 자연과의 관계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예술가로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어땠는가? 비록 짧은 방문이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자연, 전통, 그리고 현대성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고대 사원이 네온사인이 빛나는 마천루와 공존하는 도시 경관은 마치 여러 개의 층위로 구성된 풍부한 시각적 서사를 제공하는 듯했다. 또한, 야외 조각 작품이 눈에 많이 띄었고, 자연이 실내외 공간에 유기적으로 스며드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국은 강한 추진력과 끊임없는 창의적 에너지를 지닌, 매우 역동적이고 영감을 주는 곳이었다.
덴마크 디자인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신의 생활 공간을 좀 더 신중하게 조성하고 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넘어, 평온함과 편안함, 그리고 개인적인 연결성을 제공하는 디자인을 찾고 있다. 고품질의 내구성이 강한 소재,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미학, 그리고 스토리를 담은 작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덴마크 브랜드는 이러한 가치를 오래전부터 실천해왔으며,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 장인정신, 인간 중심 디자인에 대한 더욱 강한 헌신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역시 고객들이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더욱 선호한다는 점을 느낀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의미 있는 디자인을 창조하고, 그것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웰빙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실험을 시도하고 싶다. 특히, 평면을 넘어 입체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데 관심이 많다. 조각이나 설치미술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시각적 스타일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해보고자 한다. 또한, 오래된 아카이브 이미지와 현대 광고 소재를 결합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학문적 접근과 현대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융합해, 색다른 방식으로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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