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Frame

Beyond the Frame

Beyond the Frame

사무 공간을 넘어, 함께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곳. 디자인 스튜디오 발베크 뷰로가 설계한
다이내믹 프레임의 사무실은 정해진 틀 너머의 새로운 사무 공간을 지향한다.

시공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오픈 스페이스에서는 협업과 개인적인 용무 모두에 집중할 수 있다.

철제 드레스룸의 조명은 원하는 분위기에 따라 자유롭게 색을 조정 가능하다.

스위스 취리히의 영화제작사 다이내믹 프레임 Dynamic Frame의 사무공간에 들어선 순간,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듯한 느낌이 든다면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공간이 되기 바랐습니다.” 건물의 시공과 인테리어를 책임진 우크라이나 건축 &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의 발베크 뷰로 Balbek Bureau가 말했다. 공간을 하나의 생태계처럼 구성한 덕에 협업, 창의성, 몰입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화, 다큐멘터리 중심 팀과 상업 콘텐츠 팀이라는 서로 다른 두 팀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 회의부터 캐스팅, 편집, 상영, 프레젠테이션까지 가능한 풀 사이클 작업 공간이 되어야 했어요.” 그 때문에 일에 집중하도록 마련된 오픈 스페이스는 물론 대규모 브레인스토밍이나 클라이언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회의실, 업무가 끝난 뒤 파티를 열 수 있도록 마련된 주방까지 모든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각 ‘프레임’은 저마다의 역할을 가진다. 명확한 목적 아래 설계된 각 공간은 크게 웰컴 존, 주방과 다이닝 공간, 오픈 스페이스, 편집실, 회의실, 시네마 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의 웰컴 존은 전체 분위기를 결정 짓는 곳으로서, 철제 드레스룸의 조명은 빨강, 초록, 파랑으로 원하는 분위기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에는 모듈 블록으로 만든 원목 아일랜드 키친, 빈티지 의자,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 포스터가 조화를 이룬다. 시공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오픈 스페이스는 협업과 개별적인 일 모두에 집중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책상은 방음 처리가 되었으며, 라운지 한쪽에는 원형의 계단식 공간과 이동식 큐브형 소파가 중심을 잡고 있다. 이어 맞춤형 수납장, 좌석, 조명이 설치된 편집실은 집에 있는 작업 공간을 떠오르게 하며, 사무실 특성상 특별 제작된 시네마 룸은 영화 상영이 가능한 동시에, 조용한 작업도 가능한 유연한 공간이다. 편안한 프로프로 Propro의 좌석, 커스텀 해치가 달린 원형 창, 그리고 숨겨진 워크스테이션까지 갖췄다. “핵심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 감추는 것들을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구조물을 노출하고 천장을 그대로 살리며, 원재료 그대로의 질감을 활용했습니다. 건축물 자체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어요.”

기존 사용하던 가구를 제외한 모든 소품은 빈티지 숍에서 구했다.

방음 처리가 되어 집중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오픈 스페이스의 책상.

다이내믹 프레임에서 제작한 영화 포스터들이 벽을 채웠다.

오픈 스페이스와 분리된 원목 컨테이너 형태의 회의 공간.

의도적으로 천장의 노출면을 그대로 살렸다.

환영받는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점을 둔 요소는 가구, 소재, 조명 세 가지이다. 공간에 생동감을 더하고, 누군가의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의자와 기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소품을 빈티지 숍에서 구했다. 거친 콘크리트 배경을 덮기 위해 천연 원목 마감과 따뜻한 색감의 패브릭 소재를 더해 산업적인 분위기를 중화시켰다. 전체 조명을 단일하게 구성하는 대신, 각 구역에 맞는 조명 시스템 또한 구축했다. 책상 위에는 펜던트 조명과 램프가 있다면 라운지에는 숨겨진 천장 조명을 설치했고, 작품 위에는 좀 더 밝고 작은 조명이 위치한다. 모든 조명은 밝기와 색온도 조절이 가능해 분위기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 공간을 기획하며 섬세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은 덕이다. 발베크 뷰로는 ‘단지 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오래 머무르고 싶고 서로 소통하며 창의성이 피어나는 곳’으로 다이내믹 프레임의 사무실을 정의한다. “이 공간이 다이내믹 프레임 팀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이 우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때론 예상을 벗어나는 위트까지 녹아 있죠.” 단순히 기능적인 사무실을 넘어, 한 팀의 철학과 기질, 그리고 일상까지 섬세히 반영한 공간. 발베크 뷰로는 그렇게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물며, 하나의 리빙 스페이스를 취리히 한복판에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완성해냈다.

조형미를 자랑하는 다이내믹 프레임의 외관.

자연광이 잘 들도록 설계된 사무실의 내부 모습.

영화 시청과 편집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네마 룸.

편집실 내부는 주거지 같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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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아브디에이엔코 Ivan Avdiei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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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함의 형태

담백함의 형태

담백함의 형태

자연미를 담은 따뜻하고 담백한 공간. 아키텍츠 601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그 사무실에도 여실히 반영되었다.

담백한 자연미를 품은 심근영 소장의 공간.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는 심근영 소장.

“‘내추럴하다’는 말보다는 ‘담백한 자연미를 가졌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건축사사무소 아키텍츠 601을 운영하는 심근영 소장이 추구하는 공간은 확고하다. 한국적인 정서와 동양적인 미학이 녹아 있고, 편안한 온기가 스민 곳. 양재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아키텍츠 601의 지향점을 그대로 반영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디어가 잘 나오기도 하고, 클라이언트들이 방문했을 때도 우리 스튜디오가 지향하는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방 한쪽을 장식한 청자와 달항아리, 그리고 가구와 조명 등 곳곳에서 자연미를 중시하는 심근영 소장의 취향이 묻어난다. 유행에 치우친 오브제보다는 직접 만든 원목 가구와 클래식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소품이 공간을 채운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을 묻자, 잉고 마우러 Ingo Maurer의 조명이나 한스 베그너 Hans J. Wegner의 테이블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오브제를 제치고 망설임 없이 아키텍츠 601이 자체 제작한 의자라 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직접 디자인해 전시한 작품이에요. 급하게 제작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아키텍츠 601만의 아트피스를 제작해 컬렉션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의 첫 단추를 끼워준 작품이죠.”

방처럼 꾸며진 개인 작업 공간. 정면의 빨간 의자는 아르네 야콥센의 릴리 체어.

심근영 소장의 취향이 묻어난 가구와 오브제들.

달항아리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원목 의자는 아키텍츠 601이 직접 제작했다.

심근영 소장의 방을 나서면 개방된 사무 공간이 펼쳐진다.

아키텍츠 601 사무실의 큰 특징은 공간을 나누는 인위적인 벽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책장과 가구로 공간을 나눈다. 탕비 공간도 마찬가지. 보통 별도의 방에 마련된 탕비실과는 달리, 여기서는 가정집의 주방처럼 오픈된 공간이 찾는 이들을 맞이한다. “존을 구획할 때, 벽 대신 가구로 파티션을 나누고 싶었어요.” 공간을 나눈 책장엔 김환기, 양혜규 등 예술가와 관련된 서적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대한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책보다는 예술적 감흥을 느끼게 해주는 책에서 더 영감을 받아요.” 이타미 준의 작품을 담은 액자가 심 소장의 방 곳곳에 배치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스튜디오를 창업하기 전 이타미 준의 비오토피아 프로젝트에 함께한 경험은 지금까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존경하는 대가는 너무 많지만, 바로 앞에서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영감을 받은 최초의 인물은 이타미 준 선생님이었어요. 남들 다 퇴근하고 저 혼자 새벽까지 남아 일해도 지칠 줄 모르던 때였는데, 그때 선생님이 저보고 ‘더 큰 디자이너가 될 것 같다.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20년 가까이 된 그 한마디가 크고 깊은 뿌리가 되어 아직도 영감을 줘요.” 이곳에서 심근영 소장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간다. 현장에서 복귀한 뒤 팀원들이 모두 퇴근한 밤 스케치를 하거나, 때로는 주말에도 출근해 업무를 보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다. 처음부터 ‘집 같은 분위기’로 구상한 그의 사무 공간엔 각 잡히게 정렬된 책 대신 조금씩 흐트러진 책들이 방 한쪽에 쌓여 있다. 정돈되어 있지만 경직된 분위기를 풍기는 곳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고 손이 가는 편안한 공간. 그것이 아키텍츠 601가 추구하는 온기이자 담백함일 것이다.

벽 대신 책장으로 파티션을 나눈 아키텍츠 601 사무실.

이타미 준의 작업 사진을 보관한 액자들이 벽면에 놓여있다.

귀여운 액막이 명태 소품이 미소를 자아낸다.

건축사사무소답게 곳곳에서 입체 도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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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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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의 대중화, 프렌치 월페이퍼

럭셔리의 대중화, 프렌치 월페이퍼

럭셔리의 대중화, 프렌치 월페이퍼

한때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아름다운 벽지는 18세기 중산층의 손끝에서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기술과 취향,
그리고 시대를 담은 프랑스 벽지의 예술적 가치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뉴욕 RISD 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렌치 월페이퍼의 예술> 전시는 5월 11일까지 진행된다. © courtesy RISD

1840년대 베니스 풍광을 담은 벽지. © courtesy RISD

봄이 왔다. 굳이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신선한 변화를 위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도배가 아닐까? 바로 이때 화사하고 우아한 포인트 벽지를 찾기도 하는데, 벽지 문화는 언제부터 왜 시작된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전시회 <프렌치 월페이퍼의 예술>이 뉴욕 RISD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벽지는 집을 장식하는 ‘재료’ 정도로 여겨졌기에 시간이 흐르고 취향이 변하면 그저 버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그 시대의 사회상과 취향, 기술, 나아가 사회적 맥락과 경제 상황까지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후아드 Huard 컬렉터 부부는 1920~30년대에 버려진 벽지를 열정적으로 수집했고, 그 가치를 알아본 미술관은 1934년 컬렉션을 인수했다. 소장 컬렉션 500여 점 중 이번 전시에는 벽지, 도안 등 100여 점이 소개된다. 벽지 예술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종이 재료의 취약성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전시는 볼 기회가 많지 않을 듯하다.

아르 데코 감성의 뒤낭 컬렉션은 드 고네이 제품으로 유앤어스에서 판매. ⒸAlexandra Shamis

꽃과 새, 화병 등을 회화적으로 그려낸 피에트라 뒤라 컬렉션은 드 고네이 제품으로 유앤어스에서 판매. ⒸAlexandra Shamis

벽지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신분이 점점 높아지고 경제력을 확보하게 된 18~19세기의 중산층 시민이다. 그들은 왕궁이나 귀족의 저택 벽을 장식하던 아름답고 화려한 프레스코 혹은 타피스트리 대신 종이를 바르기 시작했다. 또한 18세기 중후반 목판인쇄 기술의 보급으로 화려한 패턴과 섬세한 장식이 대량생산하게 되어 그 영향을 미쳤다. 화가에게 주문하거나 타피스트리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벽지는 신분의 벽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허락된 사치스러운 인테리어인 셈이었다. 장식의 주제는 대체로 신화나 목가적 풍경, 전원생활, 혹은 이국적인 도시 풍경으로 로코코 궁중 문화에 대한 동경을 표출했다. 이 시기 인쇄술은 종이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천에도 인쇄할 수 있게 되면서 ‘투왈 드 주이 Toile de Jouy’라는 것도 유행하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인쇄산업의 근거지였던 주이 장 조자스 Jouy-en-Josas의 지명을 따서, ‘주이 지역의 천’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목판에서 동판으로, 기계식 롤러프린트 등 인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늬는 단순한 것에서부터 정교한 것으로, 또 점차 풍경화나 역사화 같은 대형 파노라마 장면까지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같은 무늬를 인쇄해 천은 커튼으로, 종이는 벽지로 통일감 있는 실내 인테리어를 구성하기도 했다. 수작업처럼 보이지만 기계화로 대량 확산되었던 중산층의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섬세한 손기술로만 구현이 가능한 희귀한 작업이 됐다. 기술을 재현해내는 과정에서 이왕이면 가장 어려운 과정에 도전하는 벽지 전문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주로 중국이나 프랑스에서 상류층을 위해 제작한 직접 손으로 그리거나 목판 인쇄 후 수작업으로 색을 채워넣는 벽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벽지의 문화도 제작 방식, 크기, 용도, 계층 등에 따라 다양한 층위가 있다. 그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벽지 예술’에 대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컬렉터와 디자이너 모두의 관심을 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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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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